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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님의 서재입니다.

천하제일 점소이(天下第一 店小二)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716
작품등록일 :
2024.02.10 23:17
최근연재일 :
2024.03.0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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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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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564

작성
24.02.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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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천성 평화객잔 (1)

DUMMY

장삼의 시선을 사로잡는 객잔이 있었다.


평화객잔(平和客棧)


마치 임노야, 서숙수와 함께 운영 하였던 평화객잔을 떠올리게 만드는 조그마한 이층짜리 객잔이었다. 잠시 임노야와 함께하였던 그곳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던 장삼은 꼬르륵하고 밥을 재촉하는 허기에 곧 걸음을 옮겼다.


딸랑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손님이 왔음을 울리는 조그만 종이 울렸다.


객잔 안에 들어선 장삼은 호북성의 평화객잔과 달리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으로 가득 찬 떠들썩한 실내의 모습에 잠시 멈칫하였다.


'여긴 손님으로 가득하네? 전에는 손님보다 빈자리가 많은 게 일상이었는데... 그리고 무림인과 일반인의 자리 구분이 없구나.'


호북성에서도 구석진 곳에 위치 하였던 평화객잔과 달리 이곳 사천의 평화객잔은 조그맣기는 하나 사천성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곳이었기에 빈자리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면 그만큼 맛집이거나,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겠지.'


"소협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입구에 멍하니 선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장삼을 보고는 올해 약관이 된 이곳 평화객잔의 점소이 초운(草雲)은 그를 그나마 한적한 자리에 합석을 시켰다.


"죄송합니다. 한창 바쁜 시간이다 보니 자리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합석할 수밖에 없네요."


"아, 아니요 괜찮아요. 그러면 그... 소면하고 만두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자리를 안내받은 장삼은 간단히 주문을 마치고 여전히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삼이 합석을 한 자리에는 몸 쓰는 일을 하는 인부인 듯, 한겨울에도 후끈한 땀 냄새를 풍기는 마흔 줄의 남성 두 명이 탁자 위의 음식을 입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합석이 자연스러운 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지 그들은 장삼에게 시선 한번 보내지 않았다.


'객잔 음식 실력의 척도는 소면과 만두지.'


그렇게 주문을 마친 장삼은 주위 사람을 둘러보며 과거 평화객잔의 서숙수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리며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 장삼아. 객잔의 기본은 소면과 만두다. 나머지 음식은 다 부차적인 거야. 그러니 혹여 다른 객잔에서 밥을 먹게 된다면 처음은 무조건 소면과 만두다. 그 두 개도 못 하면서 다른 걸 잘하는 객잔은 없는 거야.


그런 말을 하던 것 치고는 서숙수의 소면과 만두는 굉장히 평범한 맛이었지만 장삼은 항상 따뜻한 밥을 챙겨주는 서숙수였기에 입 밖으로 말 한마디 내비치지 않았다. 단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임노야가 서숙수를 타박하였지만 말이다.


- 에잉~ 어쩐지. 우리 객잔에 손님이 없더라니. 이게 다 서숙수 때문이었구먼.


- 뭐요?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음식을 내는 게 쉬운 줄 아시오? 이게 전부 임노야께서 객잔 위치를 이상한 곳에 내었기 때문 아니오?


- 뭐?!


늘상 티격태격하던 둘의 모습을 떠올리던 장삼은 이윽고 언제쯤 되어야 그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순간 눈물이 고였기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어쩌지... 무관이라도 다녀야 하나? 무관에 다니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일단 일자리부터 찾아야 하나.'


임노야에게서 건네받은 전낭에는 은자 한 냥과 수십여 개의 철전으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동안 이미 철전은 거의 바닥을 보였다. 거기다 장삼과 같은 아이가 은자를 쓰기에는 이는 너무 거금이었다.


'비급을 살펴보기도 하였지만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어. 전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뿐이야. 그렇다고 누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고...'


아무리 어린 장삼이라도 이러한 비급이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무당파의 비급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라도 돈다면 장삼은 결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고심하고 있던 사이 장삼의 앞에는 어느새 소면 한 그릇과 군만두 한 접시가 놓였다.


우물 무울


'음~ 엄청 평범하네. 근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뭐 다른 게 있나? 아니면 이곳에 존재하는 객잔들은 어디나 이렇게 바쁜 건가?'


자리마다 가득 찬 손님에 비해 너무나 평범한 맛에 일견 실망한 장삼이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겨우 먹어본 따뜻한 음식에 장삼의 접시는 순식간에 깨끗하게 비워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음식을 비우고 엽차를 홀짝이던 장삼이 가게의 풍경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쾅!


"어이! 도대체 주문은 언제 받는 거야?!"


덥수룩한 머리에 한겨울임에도 풀어헤쳐진 앞섶에는 털 옷인지 가슴털인지 구분도 힘들 정도로 풍성한 가슴털을 뽐내며, 허리춤에는 끄트머리가 크고 두툼한 박도를 검집도 없이 맨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늦어지는 주문에 화가 치미는지 탁자를 손으로 쾅쾅 내리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방금 들어와 놓고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야? 그리고 여기는 점소이가 왜 이렇게 부족한 거지?'


계속해서 객잔의 풍경을 구경하던 장삼이었기에 중년의 남성이 들어온 지 겨우 촌각이나 되었을까 싶음을 알고 있었다. 이곳은 점소이가 장삼의 주문을 받은 약관의 청년 한 명뿐인지 그는 일 층과 이 층을 계속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손님은 밀려들었고 누가 봐도 그 혼자서는 벅찬 상황이었다.


"손님 죄송합니다. 여기 만두 한 접시 드시면서 기다려 주시면 바로 음식을 내오겠습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소란을 들었는지 이 층에서 그릇을 치우던 점소이 초운은 바로 일 층으로 날듯이 달리며 중간에 만두 한 접시를 챙겨 중년인의 탁자에 올려두고 그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퍼억!


쨍그랑


"이런 니미! 잘못 해놓고 만두 한 접시로 퉁치려고 해? 사람 죽여 놓고도 만두 한 접시 올릴 놈일세?"


하지만 점소이의 노력도 무색하게 남성은 자신의 탁자에 올려진 접시를 손으로 쳐냈다. 결국 접시는 바닥에 사정없이 부딪히며 깨지고 만두 또한 엉망이 되었다.


'애초에 손님도 아니었구만.'


장삼은 남성의 태도를 보고 그가 애초에 손님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도 객잔에서 일하며 수십 번은 보았던 유형의 인간이었다. 말도 안 되는 걸로 트집을 잡고, 소란을 일으켜 돈을 요구하는 인간.


"그러면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이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 눈을 치켜떠!"


이곳의 점소이 또한 경력이 풍부한지 남성의 의도를 예측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어진 점소이의 행동은 장삼의 예측과는 사뭇 달랐다.


실처럼 가는 점소이의 눈이 크게 떠지고 마치 뱀과 같은 눈동자로 남성을 흘겨보았다.


그런 점소이의 태도에 소란을 피운 남자는 순간 당황한 눈치였지만, 여기서 물러난다면 자신은 설 곳이 없었다.


"이런 샹!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대력박도(大力朴刀) 박충공(朴衝恐)이야! 어? 저어기 어? 녹림 산적 열 놈의 모가지를 따낸 게 바로 나다! 이 말이야~."


자신을 설명함에도 순간 뜸을 들이는 대력박도 박충공의 모습에 장삼은 순간 실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여인의 허벅지만큼이나 두꺼운 팔 근육과 그 위로 솟아오른 힘줄은 그가 힘 하나는 꽤나 쓸만해 보이게 만들었다.


챙!


그리고 그가 분에 못 이겨 도를 뽑아 겨누었음에도, 점소이 초운은 당황 따윈 전혀 보이지 않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당황한 건 장삼이었다.


'저 미친놈. 그냥 조용히 몇 푼이나 요구할 것이지. 칼을 뽑아? 제정신인가?'


점소이 생활을 해오며 보아온 저런 달건이(達乾이)들은 그저 저렇게 언성을 높일 때 철전 몇 개 쥐여주면 조용히 나가는 놈들이었다. 애초에 형편없는 실력을 가졌기에 한적한 객잔만 찾아 저런 소동을 벌이는 놈들이었기에 저들도 소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렇게 칼까지 뽑는다면 저놈도 제대로 된 무림인이 아니었기에 관에서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 정도까지 간다면 저놈도 피곤해지는 것이다.


"어? 너 내가 우습게 보... 어?"


자신 앞에서도 겁먹지 않는 점소이의 모습에 결국 칼까지 뽑고 화를 내던 박충공은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자신의 도에 손을 얹은 노인을 보고 당황했다.


'어... 이 노인은 뭐야? 그리고 언제 온 거지?'


"어이! 노인 뭐야? 죽고 싶어!"


속마음과는 별개로 강한 척을 하는 박충공이었지만, 노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순간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커, 커헉!"


'무, 무슨 노인네의 살기가... 무슨 이런 살기가 있어?'


어느샌가 점소이와 박충공의 사이에 선 노인은 외팔이인 듯 어깨부터 텅 빈 오른쪽 옷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 그리고 노인의 하나뿐인 왼손은 박도에 가만히 올려진 채 박충공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박충공은 노인의 살기에 칼을 놓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 아교라도 발린 듯 그저 부들부들 떨리기만 할 뿐 검에서 손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점소이 초운과 박충공의 사이에 끼어든 노인은 이곳 평화객잔의 주인 진노야(進老爺)였다. 노야라 불리기에는 팔 한 개가 없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청년 못지않은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하얗게 센 머리와 주름진 얼굴은 건장한 체격과 맞물려 상당한 괴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트드드득


씨익!


노인의 손이 올려진 부분을 시작으로 박도에는 자잘한 금이 퍼져나갔고, 그 모습을 본 박충공은 경악에 찬 눈빛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곧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노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냈다.


'이런 샹... 강호에서는 여자와 어린아이 그리고 노인을 조심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나?!'


그렇게 점점 박충공의 안색이 거뭇해져가고 있을 때 노인은 웃음과 함께 도에서 손을 떼었다.




노인의 손에서 옴짝달싹도 못 하던 박도였지만 그 손이 떠나자 박충공은 결국 균형을 놓치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허억... 허억..."


"초운아."


"예. 노야."


"바닥에 떨어진 그릇을 치우거라. 그리고..."




점소이에게 지시를 내리던 노인은 갑자기 박충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에 손으로 몸을 가리며 두려움에 떨던 박충공은 어느샌가 노인의 손에 어디서 자주 본 주머니가 쥐어져 있자 의문을 표했다.


"저, 저건...?"


딸랑 딸랑


촤르르


잠시 주머니를 흔들어보던 노인은 곧 이를 뒤집으며 탁자 위에 주머니에 담긴 내용물을 쏟아내었다. 그러자 수십 개의 거무튀튀한 철전과 함께 마지막으로 반짝이는 은자 세 개가 탁자를 뒹굴었다.


"대충 은자 세 개에 철전이 서른 개 정도인가? 손님 늦었지만 지금 주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특선 어두 구이를 먹기에 충분하겠군요."


"초운. 준비하거라."


"예."


"어, 저기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은자 세 개짜리 요리가 나오게 생긴 박충공은 당황한 표정을 한껏 지었다. 하지만 노인과 점소이는 그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알아서 주문을 마쳤고 노인은 다시 돈을 챙겨 계산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점소이는 어른 몸통만 한 커다란 접시를 손에 들고 등장했다.


"이, 이게..."




점소이가 쾅 소리 나게 탁자에 올려둔 접시에는 온갖 종류의 생선 대가리가 장식 하나 없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떤 것은 까맣게 탄 채 손만 대도 부스러질 거 같았고, 또 어떤 것은 마치 몸통을 횟감으로 사용하고 남은 듯 전혀 익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는 등 이 접시를 지켜본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냥 버릴 생선 대가리를 접시에 담은 거뿐이잖아!


'뭐야? 이 이상한 객잔은?'


장삼 또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박충공 또한 자신의 전 재산이 이런 괴상망측한 요리랄 것도 없는 것으로 바뀌었음에 화가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계산대에 앉은 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외팔이 노인의 모습에 결국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객잔을 서둘러 빠져나가게 되었다.


"에이씨..."


"크크크큭."


그렇게 객잔을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박충공의 모습을 보며 장삼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장삼은 자신이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계산대로 걸음을 옮겼다.


"흠, 계산이신가요? 보자~ 소면 하나에 만두 한 접시면 철전 3개 되겠습니다."


노인은 계산대에 앞에 선 장삼을 보고 그저 무심하게 금액을 말하였고, 장삼은 노인을 향해...


"혹시 점소이 안 구하시나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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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천성 평화객잔 (2) +1 24.02.28 115 2 13쪽
» 사천성 평화객잔 (1) 24.02.27 117 2 13쪽
9 천향신투 +1 24.02.26 128 2 13쪽
8 도주 (2) 24.02.25 140 2 13쪽
7 도주 (1) 24.02.24 143 1 14쪽
6 무당파 (2) +2 24.02.23 160 1 14쪽
5 무당파 (1) 24.02.22 158 1 16쪽
4 무영신투 (2) +2 24.02.21 179 1 13쪽
3 무영신투 (1) +2 24.02.20 205 1 15쪽
2 점소이 장삼 +2 24.02.19 233 2 13쪽
1 서序 +2 24.02.19 269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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