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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님의 서재입니다.

패자의시대2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최근연재일 :
2019.11.11 18:00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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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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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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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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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패자의시대 2 (125)

DUMMY

“회장님, 이제 준비하세요.”

지금까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던 최고야가 나무 인형을 꽉 움켜쥐었다. 마지막은 자신이 나서야 했는데 지금까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 긴장되어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개쫑이의 귓속말을 받으니 심장이 터질 듯 빨리 뛰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젠장···.’

살면서 이렇게 긴장되어보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완벽히 메르세비아를 제압하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메르세비아에 비해 추격대 유저들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8천 명의 모든 유저들이 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젠 돌아가며 공격할 일이 없었다.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메르세비아가 힘이 빠질수록 추격대의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힘으로 메르세비아를 눌렀고. 2km나 되는 거대 몬스터인 메르세비아가 꼼짝 못 하고 붙들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개쫑이한테 각종 버프가 중첩되었다. 개쫑이는 패자의시대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상급 도핑약을 먹었다. 염력가인 개쫑이의 직업적 특징으로 짧은 외침 한마디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힐러들이 개쫑이에게 회복 스킬을 집중했다.

개쫑이의 스킬은 메르세비아의 입을 다물게 했고 땅바닥에 머리가 닿도록 끌어내었다.

강제로, 모두의 힘으로 메르세비아를 바닥에 붙여 꼼짝 못 하게 만든 것이다.


최고야가 왼손에 메르세비아 나무 조각을 쥐고 메르세비아 바로 앞에 섰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최고야는 지금 이 순간을 믿을 수 없었다. 몸이 제멋대로 떨리고 입술은 바짝 마르면서 전신의 땀구멍에서 땀방울이 수맥 터지듯 솟구쳐 올랐다. 수백, 수천 가지 단편적인 생각의 조각이 머릿속에서 싸워댔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내 생각이 내 생각 같지 않은 상황.

북을 치듯 심장이 뛰고. 숨을 쉰다는 게 힘들다는 걸 처음 안 순간.

최고야가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뻗어 메리세비아의 아래턱에 대었다. 최고야는 마치 절벽 아래 서 있는 것 같았다. 바닥에 머리를 대고 있는 메르세비아의 머리 높이가 수십 미터.


최고야와 메르세비아와의 정신 싸움이 시작되었다.

정상적이라면 둘의 렙 차이로 인해 정신 싸움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주신 카스톨의 대사제 나로담이 준 메르세비아 조각이 최고야와 메르세비아간의 정신적 통로를 열어주었다. 마치 잘 닦인 고속도로를 슈퍼카를 몰고 나 혼자 달리는 모양. 최고야와 메르세비아간의 정신이 이어지자 최고야가 정신지배를 위한 스킬을 사용했다. 강제로 억눌렸던 메르세비아의 몸부림이 약해지며 줄어들었다. 최고야가 메르세비아의 정신을 잠식해 들어간다는 증거였다.


“띠링 띠링 띠링···.”

“........?”

최고야가 메르세비아의 정신을 장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낯선 벨소리 같은 것이 또렷이 들려왔다.

“회장님, 이수복 총재님이 회장님을 뵙기 위해 집에 오셨습니다.”

최고야의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졌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생각이 멈추고 집중의 끈을 놓아버렸다.


“끄어어어어어······.”

메르세비아가 입을 벌림과 동시에 몸을 크게 흔들었다. 지금까지 메르세비아를 억누르고 있던 모든 구속이 한꺼번에 풀려버렸다.


“시간 정지.”

개쫑이가 시간을 정지시키는 스킬로 모두를 멈추게 한 뒤 달려가 최고야를 끌어안고 바닥을 뒹굴었다. 염력가인 개쫑이의 히든 스킬일 ‘시간 정지’는 유지 시간이 짧은 게 흠이었다. 불과 10여 초.

메르세비아의 입을 다물게 하느라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한 터라 시간을 정지시키는데 10초가 한계였다. 그 10초가 흐름과 동시에 메르세비아가 강력한 브레스를 뿜었다.

메르세비아에 비하면 인간은 너무 작아서 다행이랄까. 개쫑이와 최고야가 바닥을 뒹굴고 있을 때 그 위로 메르세비아의 브레스가 지나갔다. 그리고 그 브레스는 8천 명의 추격대 유저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직격했다. 일자로 곧게 모든 게 지워졌다. 수백 명의 유저들이 한순간에 멸살 당했고 아비규환.


유저들이 반사적으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메르세비아가 바닥을 치며 마치 그 반동을 이용한 것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대지는 강력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고 땅 위의 모든 유저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메르세비아는 긴 울음을 외치며 사방팔방 미친것처럼 날뛰었다. 목표를 특정하지 않고 브레스를 뿜어댔는데 재수 없이 바닥을 훑고 지나갈 때 유저들이 지워졌다. 앞에 뿜어댔던 화염 브레스와 차원이 다른 브레스였다. 드래곤이 일주일에 두 번 사용하는 브레스와 같은 위력의 브레스를 메르세비아는 쉬지 않고 뿜었다.


“각인이 실패했습니다. 모두 후퇴하십시오.”

헤임달이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세력창에 외쳤다. 지금 상황은 굳이 헤임달이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도망치는 분위기였다. 메르세비아가 미쳐 날뛰니 그전과 완전 딴판이 되었다. 패턴을 읽을 수 없는 미쳐 날뛰는 보스몹은 포기하는 게 답이다. 게다가 쥰메이, 개쫑이, 세크메트, 고르키, 콩코노메 등. 강력한 스킬로 메르세비아를 구속했던 이들이 하나같이 정신력이 바닥나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단 한 번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인데. 그 한 번의 시도가 실패했으니 철수했다가 나중에 회복하고 재정비해서 다시 도전하는 게 순리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메르세비아의 눈에 유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 메르세비아는 미쳐서 날뛰는 중이었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높이 올랐다가도 갑자기 땅 위로 떨어져 바닥에 스스로 몸을 처박기도 했다. 매 순간 브레스를 뿜어댔고 귀에 거슬리는 비명을 질러대기도 했다. 정상적인 음파 공격이 아닌 탓에 위력이 약했는데 그 정도의 피해는 귀 덮개가 다 막아줘 유저들이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추격대는 메르세비아에게 시선을 놓지 않은 상태로 베이스캠프 쪽으로 이동했다. 초반 혼돈 상태와 다르게 지금은 다들 안정된 상태라 지휘부의 지휘에 따라 이동 중이었다.

“아쉽네요. 다 된 것처럼 보였는데. 그렇죠?”

“형님, 애쓰셨습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해보죠. 두세 번 해보면 각인할 것 같은데요?”

각인은 실패했지만 다들 첫 번째 시도에 성공 일보 직전까지 갔던 거라 다들 자신감이 넘쳤다.

최고야의 지금 하늘 끝까지 분노가 치솟아 있는 상태로 누가 봐도 화가 난 모습에 더욱 유저들이 위로를 건네었는데···.


‘이런, 개 씹새끼를···.’


이수복.

현 대한민국의 실세였다. 그가 지명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됐고 결국 당선됐다. 주요 장관들 역시 이수복이 지명을 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대통령이 이수복의 허락을 받아 장관을 임명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서 큰 사업을 하려면 이수복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김태호 역시 정기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뇌물을 상납했고 비정규적으로 찔러주는 뇌물 역시 어마어마했다. 그런데도 얼마 전 이수복이 고용한 용병들이 퓨쳐홀릭에서 개발한 최신형 아머슈트를 앞세워 최고야 김태호를 암살하려고 했었다. 이수복은 대재앙 이후 망가진 국가를 다시 세우기 위해 재벌 개혁으로 자금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재벌 개혁을 꿈꿨다. 김태호 같은 재벌이 돈을 많이 번다고 일반 국민들이 잘사는 것이 아니었기에 재벌에게 집중된 부를 강제적으로 나누어 모두가 잘살고 행복해지게 하고 싶었다. 김태호는 재벌 중에서도 최고의 재벌이었고 가족이 없고 독신이었다. 김태호를 죽여 퓨쳐홀릭을 국가로 소유로 귀속시키려고 했던 이수복이었다.


당시 김태호는 노인과 식사 중이었고 풀사이보그인 노인 덕에 목숨을 구한 후 이수복과 원수 관계로 돌아서며 김태호 역시 이수복을 죽이기 위해 일을 꾸미고 있었다.


최고야는 당장 접속종료를 하고 집에 찾아온 이수복을 죽이고 싶었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게 아니었다.

“기다리라고 해.”

최고야가 비서에게 빽 소리를 질렀다. 전화로 얘기한 거라 게임 속 주변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메르세비아를 피해 베이스캠프로 안전하게 모두 철수했을 때. 최고야는 이수복을 결딴내려고 벼렸다.


바로 그때.


“끼리리리리리리······.”

메르세비아가 천지에 울려 퍼지는 긴 울음소리를 내었다. 메르세비아는 구름 너머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 높이 떠 있었는데 갑자기 구름을 뚫고 추락하듯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콰쾅.”

충격으로 바닥이 수십 미터가 파였고 그 충격파가 대지를 집어삼켰다. 베이스캠프로 후퇴하던 추격대 유저들이 모두 상태 이상에 빠졌다. 메르세비아가 일부러 한 짓은 아니었지만, 만약 조금만 더 추격대와 가까운 곳에 떨어졌다면 모두 죽었을 것으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때.


추락으로 충격받은 메르세비아 역시 잠시 죽은 듯 멈춰있다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추격대와 싸우며 빈사 상태. 체력 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로 최고야의 정신지배가 실패해 미쳐 날뛰며 스스로 체력과 정신력을 비롯하여 모든 능력치를 갉아 먹던 메르세비아가 이번 추락의 충격으로 죽기 직전의 상태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유저들을 보았다.


먹이···.

메르세비아에게 인간인 유저들은 먹이였다. 수천 명이나 되는 풍족한 먹이.

메르세비아가 후퇴하고 있던 유저들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유저들은 후퇴하고 있었고 싸우기 위해 진형을 짜고 있지 않았다. 모두가 한 덩이로 뭉쳐 있었다.


메르세비아가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날아왔다. 입에서 8개의 혓바닥이 넓게 퍼져 나왔다. 마치 그물처럼 추격대 전체를 감쌀 수 있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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