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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몬스터 잡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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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4.01.11 12:43
최근연재일 :
2024.03.11 18:4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88
추천수 :
0
글자수 :
122,700

작성
24.03.0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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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꼬일게요

DUMMY

베르데호는 그제야 슬그머니 웃음을 지어보였다.


“각자 위치로!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대원들은 모두 무기를 들고 정문과 후문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놈들의 소굴에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 상상도 못했던 일이 터졌다.


끼걱! 쿵!


정문을 부술 것처럼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영주에게 보냈던 전령이었다. 다들 거의 잊고 있었는지 놀라서 움찔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얼굴이 노랬다. 안 좋은 소식이었다.


“반려됐다고? 내 계획이?”


지원군은 고사하고 작전계획이 까인 판에 출동승인이 떨어질 리 만무했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벌개진 카무드라블이 전령에게 확 다가들었다.


“뭐라는 거야? 사유가 뭔데?”


전령은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계획성이 미비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휘관의 전술적 사고력 부족이 의심된다는 의견까지, 여러 가지 이유들이 참 빼곡하게도 적혀 있었다.


“아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해?”


어쨌거나 치안대의 명령권자는 영주였고, 영주는 카무드라블의 상관이었다. 잔뜩 흥분한 카무드라블이 불경한 언사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다들 말은 안 해도 얼굴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누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일이 꼬이고 있다는 걸.


어쩐지 아라타루아는 그런 카무드라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라타루아가 생각하기에도 해괴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건 영주 쪽인 것 같아서였다.


다른 영지랑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영지 내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는 폭력조직을 정리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그런 작전은 그렇게 간단하게 짜는 게 정상이었다.


혹시...?


권력의 상층부에 폭력배들을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지 의심해봐야 하는 시점이 되어 있었다.


영주의 명령서 맨 마지막 줄에는, 영내에서 대기하다가 보복위험이 사라지면 자진 해산하여 정상임무에 복귀하라는 명령이 적혀 있었다.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집에나 가라는 소리였다. 토바나스도 거기서 어이가 털린 모양이었다. 지원군을 안 보내 주리라는 건 내심 짐작하고 있던 모양이었지만, 그건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소리였다.


“아니 시발 치안관님 이래놓고 그냥 물리라는 겁니까?”


토바나스가 그렇게 흥분한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보아하니 다른 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카무드라블이 내뱉듯 답했다.


“물리라면 물려야지 뭐. 어쩔 건데? 이래 뵈도 군령이야. 거역할 건가?”


그러나 굳이 참전 경력 같은 게 없더라도 일이 몹시 해괴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지경이 되어있었다.


베르데호가 토바나스를 거들고 나섰다.


“치안관님. 놈들은 우리가 여기로 모이는 걸 이미 다 봤을 겁니다. 비번들이랑 은퇴자까지 싹 다 소집했는데 그냥 해산하라는 건...”


카무드라블 역시 내키지 않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 사무실 대청소라도 하는 줄 알겠지.”


웃자고 한 얘기 같았지만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토바나스가 한층 더 진지해진 얼굴로 물었다.


“혹시 우리 중에... 저놈들이랑 연락 주고받는 놈이 있으면 어떡합니까?”


아라타루아는 그 대목에서 무의식중에 탄성을 내고 말았다.


여기 완전 갈 데까지 갔구먼? 내부에 배신자까지 있을 수 있다는 거야?


“지금은 우리가 다 같이 모여 있으니까 아직 연락하지는 못했겠지만, 곧 다 알게 될 겁니다. 우리 움직임, 우리 계획... 이번 일은 원래부터 시간 싸움이었습니다 치안관님.”


카무드라블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잠시 후에야 얼굴을 풀고 종자에게 명령했다.


“말 좀 준비해줘. 지금 전령이 타고 갔다 온 놈은 쉬게 놔두고.”

“뭐? 어디 가게?”


카무드라블은 이미 마음을 정한 얼굴이었다.


“갔다 와야지. 영주님한테.”

“혼자서? 조금 있으면 완전히 어두워질 텐데.”

“뭐하자고 한꺼번에 병마를 두 마리씩이나 움직이나? 이따가 써먹으려면 지금은 쉬게 놔둬야 돼. 애초에 말을 그렇게 쓰자고 한 건 너였잖아.”

“아니 그래도 위험하잖아. 정 가야겠으면 나랑 같이 가든지.”


카무드라블은 픽 웃었다.


“폭력배들이 감히 귀족을 건드릴 것 같냐? 그놈들 귀족은 절대로 안 건드려. 아니지. 눈도 못 마주친다고. 약자들만 골라서 쥐어짜는 놈들이야. 초식동물들이 고기 잡으러 덤비는 거 봤냐?”


그럴싸한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만 알아보고 금방 돌아올 거야. 얼마 안 걸려.”


전령이 같이 가겠다고 나섰지만, 카무드라블은 역시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여기서 대기해. 영내 대기 떴잖아. 순찰 감시 경계 철저히 하고.”

“가서 뭐라고 하실 겁니까?”


경험이 많은 베르데호는 이미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만 알아보겠다며 웃던 카무드라블이었지만, 거기서는 무심결에 본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뭘 뭐라고 해? 그냥 할 얘기 하는 거지.”


아라타루아 역시 카무드라블이 흥분해있는 모양을 보니 적이 불안해졌다. 영주 앞에 가서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괜히 경을 치게 되지나 않을까 싶어서였다.


모두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카무드라블은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저래도 되나? 지금 영내 대기 떨어졌는데 영주님 성까지 가겠다는 거잖아?”


그렇지만 토바나스는 아라타루아만큼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뭐 그래도... 부자지간이 이런 얘기 하기는 더 편할 테니까.”


거기서는 아라타루아가 깜짝 놀랐다.


“부자지간? 무슨 부자지간? 누가?”


이번에는 토바나스가 놀랐다.


“뭐야. 몰랐냐? 치안관님 영주님 아드님이잖아.”

“영주 아들이었다고? 지금 아빠 만나러 간 거란 말이야?”


대화를 듣던 대원들 모두가 동시에 저 병신 새끼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라고 말하려는 듯한 얼굴이 되었다. 다들 아라타루아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시절 병영에는, 그렇게 한 번 어리버리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게 될 경우 계속 어리버리한 짓을 하게 된다는 더러운 징크스가 있었다. 그것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라타루아는 두 번을 더 되물었다.


영주 아들이었다단 말이야?


사실을 알게 된 뒤에 생각해보니 아라타루아의 생각에도 그 동안 몰랐던 게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출생의 비밀을 가진 귀족 집안 서자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왔을 리는 없는 거였다. 자기 서자를 자기 영지 놔두고 굳이 다른 사람 영지에 보내 키우는 영주나 귀족이 있을 리 없었으니까. 혹시 다른 지역 영주와 볼모를 교환하는 거였다면 또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기 서자는 자기 손이 닿는 지역의 외진 곳으로 보내 숨겨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워낙 어린 시절 잠깐 알고 지냈던 사이여서 깊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거였다.


카무드라블이 떠나고 난 뒤에도 분위기는 계속 암울했다. 대체로 가족들 걱정을 하는 것 같았다.


토바나스가 한참 말이 없다가 치안관 보조에게 손짓을 했다.


“저 친구 현상금. 지금 처리해주는 게 낫겠다. 혹시 모르니까.”


아라타루아의 서명을 받고 돈을 꺼내 주더니 그 뒤로는 또 아무 말이 없었다. 현상금 주머니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여비 걱정은 더 가벼워졌다.


일없이 시간이 흘렀다. 작전개시시각이 지났는데도 카무드라블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토바나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시발 그 새끼... 죽으면 어떡하지.”


무심결에 그래놓고는 자기도 흠칫 하고 놀랐다. 모두가 듣고 있는 자리에서 상관을 새끼라고 말한다는 건, 내일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더러운 일이 터질 것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밤이 깊어갔다. 예상대로 대립과 분열이 발생했다.


토바나스는 그냥 계획대로 놈들을 치자고 했고, 베르데호는 카무드라블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토바나스가 날이 밝기 전에 놈들을 치지 않으면 앞으로는 보복 때문에 집밖에는 나갈 수도 없게 될 거라고 쏴붙이자, 베르데호는 명령도 없이 병력을 움직였다가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거냐고 맞받았다. 각자 이유가 있고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언성은 조금씩 높아졌고, 결국은 말다툼 직전의 상태로까지 비화하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마치 귀신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사무실 전체가 조용해지는 순간이 왔다.


멍하니 듣고만 있다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아라타루아가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참전자는 셋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일대일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아라타루아의 의견이 중요해졌던 것이다.


아라타루아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저놈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해오면?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베르데호의 눈주름이 더 깊이 패여 들어갔다. 토바나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우리야 좋지. 바로 치고 나가도 되니까. 그런데 저것들이 그렇게 해줄 리가 있냐고. 왜 어디 가서 시비라도 걸어보게? 어제 했던 거 그대로 다시 해보려고?”


아라타루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그럴 필요가 없지. 지금은 밤이잖아. 어둡다고.”


베르데호가 말없이 눈을 빛내며 설명을 요구했다.


“사무실 대청소를 위해서 치안대 전원이 모여 있던 곳에 화염병 하나가 떨어지면?”


토바나스가 입을 헤 벌렸다. 아라타루아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방이 어두워서 감히 누가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화염병을 투척한 거동수상자는 도박장 방면으로 도주했고, 도주자를 쫓다가 도착한 도박장에는 바로 그 전날 있었던 폭력사태와 연관된 조직폭력배들이 모여 있었던 거지.”


방금 전에는 병신이라고 눈으로 욕하던 대원들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말소리를 죽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더니 야바위처럼 뭔가를 주고받고 하다가 어디선가 뚝딱 화염병 하나를 만들어왔다.


뭐야 시발. 마술이냐?


처음에 아라타루아를 아저씨라고 불렀던 어린놈이 씩 웃으며 아라타루아의 손에 화염병을 넘겨주었다. 무슨 승리의 트로피라도 되는 양.


“우린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선생님.”


순식간에 아저씨에서 선생님으로 진급한 아라타루아가 픽 웃었다. 그래도 걱정 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혹시 이 중에 배신자가 있으면? 그놈이 이 얘기를 떠들고 다니면 골치 아파질 것 같거든?”


그런 아라타루아를 토바나스가 안심시켰다.


“아니지. 지금은 배신자 같은 거 신경 안 써도 돼. 다 모여 있는데 어떻게 연락을 해? 그리고 오늘밤 저것들을 다 진압하고 나면, 배신한 그놈도 비빌 구석이 없어지게 되는 거니까, 영원히 입을 다물거나 아니면 다시 우리한테 붙거나 할 수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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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또 만났네요 24.03.01 6 0 11쪽
18 사소한 시비 24.02.29 7 0 11쪽
17 주점에서 24.02.28 7 0 11쪽
16 약기운 24.02.27 6 0 11쪽
15 먹으라고 24.02.06 9 0 10쪽
14 메힐리나 24.02.03 12 0 10쪽
13 약값 내라 24.02.02 8 0 10쪽
12 이상하게 서운하네 24.02.01 9 0 11쪽
11 식빵과 솥 24.01.31 11 0 10쪽
10 살인 24.01.30 13 0 11쪽
9 베테랑 24.01.27 13 0 11쪽
8 내 눈 24.01.26 12 0 11쪽
7 만남 24.01.25 13 0 12쪽
6 추격자 24.01.24 16 0 11쪽
5 불의 깃 24.01.23 17 0 11쪽
4 호기심 때문에 24.01.12 16 0 11쪽
3 뿔과 진흙의 시간 24.01.12 16 0 10쪽
2 하늘의 별을 따오라 그래 24.01.12 27 0 11쪽
1 피가 멎는다 24.01.11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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