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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완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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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증영대근
작품등록일 :
2022.12.17 18:32
최근연재일 :
2022.12.21 22:2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00
추천수 :
2
글자수 :
12,221

작성
22.12.19 22:35
조회
40
추천
0
글자
6쪽

과학자와 문명

DUMMY

우주조사선을 타고 인간의 인식과 지각이 미치는 모든 범위의 우주를 누비며 과학조사를 하던 과학자들이 외계인들에게 나포되었다.


우주조사선에는 공격무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모두 포로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만일 그들이 공격무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신이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저런 것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외계인들이 보여준 기술격차는 현격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모르모트들을 다뤄왔던 방식 그대로 이제는 그들이 외계인들의 생체실험대상이 될까봐 두려워 떨었다. 그렇지만 외계인들은 그들에게 당장 해를 가하지는 않았고, 그저 우주조사선을 운항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쳤다. 공격의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과학자들은 적잖이 안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항행의 자유를 빼앗긴 과학자들과, 그들이 타고 온 우주조사선은 외계인들의 행성에 강제 착륙하게 되었다.


조사선 밖으로 끌려 나간 과학자들은 외계인들이 조성한 시설 안에 감금되었다. 과학자들이 갇힌 그 공간은, 쾌적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넓었다. 우주복 없이도 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산소가 공급되었고, 습도 역시 적당히 조절되었다. 무슨 맛인지는 몰라도 매일 음식이 주어졌으며, 맑은 식수도 공급되었다. 그들의 지식체계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들도 상당량이 발견되었다.


물론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풍부했던 건 아니었지만.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단단히 긴장했던 과학자들이었지만, 결국에는 마음을 놓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자들이 모든 긴장을 해제한 뒤에 발생했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공포와 불안이 제거된 뒤에야 제대로 현실을 보고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그곳은 외계인들의 동물원이었다. 과학자들은 우리에 갇혀 외계인들의 구경거리로 노출되고 있었다.


물론 당장 해부되고 박제되어 포르말린에 절여지지 않았던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육신에 남겨지는 고통보다 더한, 영혼을 갉아먹는 굴욕이었다.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절대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과학자들은, 그들이 보유한 문명의 최첨단에 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런 모욕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그들이 절대로 외계인들의 영역을 침략하러 온 군대가 아니며, 과학적 조사를 목적으로 온 학자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어필해 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포된 애완동물들은, 회의를 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짐승이 아니라 고유의 문명을 가진 지적생명체라는 것을 외계인들에게 알리기로 결의하고 이를 위한 지혜를 모으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벽에 낙서를 해 그들의 문자 체계를 소개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을 본 외계인들은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지만, 답례로 자신들의 문자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교류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감옥 안에서 가용한 자원을 발굴해 그들의 문명을 재현해보기로 했다. 우선 바퀴를 만들어 굴려보았고, 벽과 지붕을 세웠다. 그들의 문명이 낳은 위대한 건축물들의 모조품을 만들고 벽화로까지 남겼다. 신과 종교를 향해 지어진 사원들뿐만 아니라, 삶과 인간을 담아온 주거시설들도 그려보았다.


의학이라는 체계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 그들은 병에 걸린 동료를 외계인들의 조력 없이 치료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자원이 허락되는 한에서 가장 복잡한 의료도구와 약도 만들어 사용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등의 미디어 통신체계의 모조품들을 만들어 전시해 보여주기도 했다.


씨앗을 심어 작물을 가꿔보고, 작은 외계동물을 잡아 목축을 해보기도 했다. 수확을 하고 술을 빚어 마시고 춤을 추었다. 전쟁과 죽음을 묘사해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노래를 불러보는 등의 예술적 시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생각다 못한 과학자들은, 감금생활을 하는 동안 그들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과 번식까지를 보여주었으나 역시 외계인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과학자들이 맹신해온 문명과 과학이 고작 그 정도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깊이 절망했다. 온갖 노력을 다 해봤던 과학자들은 끝내 지쳐버렸고, 모든 생산활동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계인들이 과학자들을 가둬놓았던 우리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애초에 소개하려 했었던 언어를 사용해 서툴게 사과를 했다.


사과의 내용은, 문명인이었던 당신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동물원에 감금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것과, 우주선과 자유를 돌려줄 테니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좋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과학자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어째서?


어떻게 우리가 문명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거지?


자유를 되찾았다는 기쁨도 이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과학자들은 바로 외계인들에게 따져 물었다.


우리 문명의 발생과 결과물(우주조사선)을 모두 보았으면서도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던 당신들이, 이렇듯 갑작스럽게 우리가 문명인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


외계인들이 대답했다.


외계인들로 하여금 과학자들이 문명인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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