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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레인 님의 서재입니다.

엘: 진홍의 대제 (EL: THE BISQUE)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화이트레인
작품등록일 :
2020.07.16 02:49
최근연재일 :
2022.08.21 17:45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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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291

작성
20.07.16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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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화

DUMMY

.. 피곤하다.



이렇게 씻지도 못하고 뛰어다니고 있는 게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숲.. 아니.. 도시..?



눈을 감았다 뜨기만 해도 풍경이 스르륵 바뀐다.


아니, 원래부터 감고 있었던가?


모든 것이 푸른 색 빛을 뿜어내는 것만 같다.



- 너가 죽인거야.



아냐..


아니라고.



- 너가 모든 것을 망쳤어.



으윽..


안 그래도 아무것도 먹지 못해 구취가 나는 입에서


신물이 올라온다.


퉷.


내가 어디다 뱉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속에서 올라온 이 구역질 나는 액체를


어딘가로 토해 낸다.



- 정의? 하!


- 이 선량한 자의 피를 보라! 어둠의 족속들이 우리 시민


들에게 하려는 짓이 만 천하에 밝혀졌도다!!



어디서.. 들리는 걸까.


웅성이는 사람들도 어렴풋이 보인다.


잠시만.. 어디서.. 어디서 나타난거지?



- 간악한 자!


- 더러운 협잡꾼!


- 아아, 피밖에 모르는 악랄한 짐승들이여! 정녕..


우리의 관대함에도 그들은 끝내는 본성을 드러냈구나!


나.. 내가 아냐..


아니, 내, 내가 맞지만..


그럴 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뱉어내는 액체들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만 같다.


아니, 이제는 끊임없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만 같다.



뎅겅-



저.. 저 머리는..



- 너가 그.. 말도 안되는 이상 같은 걸 내세우는 동안..


결국 우리 동료들이 얼마나 죽어갔는지 보란 말이다!


.. 나를 따로 불러내어 나에게 따지던 나의 선임..



뎅겅 -


텅. 텅. 텅. 텅.



피가 머리 끝까지 뻗쳐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눈앞을


뚫어질 듯이 노려보는 눈동자가 그대로인 머리 하나가


데굴 데굴 굴러 내 눈앞으로까지 굴러 떨어진다.



저 녀석은..



-이 더러운 배신자 자식!



얼마 전 내 멱살을 붙들고


- 결국은 그 십자 갑옷의 녀석을 그냥 살려 보냈단 말이냐?


하고 따지던.. 그 녀석인데.. 어째서..


어째서.. 우리 모두.. 여기.. 이렇게 있는 거지.



- 이런, 이런, 잔뜩 떨고 계시군요. 우리의 가공하신


악마께서.


- 마지막으로 소변은 보셨나요?


- 잘 되었군요. 시체가 되어서 분비물들이 쏟아져 나오면..


처리가 곤란하거든요. 뭐, 익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



아니, 몰라. 나한테 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애초에..


내가 여기 왜 있는 지 이해가 안 가는 걸.



- 본인이 배신하신 분들이 이렇게 뒈져있는 걸 눈으로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 네?! 배신하시지 않았다구요? 하 하 하 하 하 하..


그러시겠죠. 암, 물론 그러실테죠.


본인은 그렇게 믿으실 수밖에..



뭐지? 혼란스럽다. 다시 속이 메스꺼워..



- 자, 여담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이제 저승으로 가실 시간입니다.


뭐, 본인은 억울해하실지 모르지만...


.. 여전히 당신의 목을 탐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기 눈 앞에 보이는 저 군중들 처럼,


아주 간절히. 아주.. 강렬하게.



아.. 제발 닥쳐줘.. 머리가 아파..


눈 앞도 희뿌옇고.. 뭐라 하는 지 하나도 안 들려..



- 당신의 목걸이.. 아, 그..귀속의 저주라고 했던가요?


하하..무릎도 꿇으셨는데, 목걸이에게 살려달라고


한 번 빌어보시죠.


혹시 압니까? 이렇게 온 몸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사방에 당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려고 안달이 난


저 군중들 앞에서.. '기적'을 만들어보일지..


그것은 마치.. 뭐라 그러더라.. 아!


시조새가 다시 살아날 확률에 가깝겠지만!


하. 하. 하..



아.. 어쩌면 내가 쓰러지고 있는 것인가?


온통 캄캄한 담청색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좌 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어지럽다.


졸려..


- 살고 싶어..


이대로 죽고 싶진 않아..



...



완벽한 정적.



아..



이렇게 완벽한 고요란 건..


이제 나는 죽은 것인가..




...




신기하군.


사후에도 의식이란 있는 거란 말인가..


주변은 온통 캄캄한게.. 상상한 거랑은 많이 다르지만.


이게 사후세계라는 것인가?




- ..정신 차리게.. 젊은이..



나? 어.. 내 손 밖에 안 보이는데..


아, 가만히 보니 내 몸도 약간씩은 보이긴 보인다.


나 밖에 안 보이는데.. 그렇다면 이 목소리는.. 신?



- ..자네는 자네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나? 그러고 보니 나는 뭐였지?


으윽.. 속이 울렁거리지만..


미간을 찌뿌려가며 상상.. 아니 기억을 해본다.



- 나, 나는..


난.. 작은 칼을 들고.. 뛰고 있는..



덜컹.



“ 나는.. 덜컹이다. ”




..응?



아.. 갑자기 빛이 내 주변을 감싸는 것만 같다.


내 주변이.. 아니, 내 눈 앞이 환해진다.



- 큭! 눈 아파!



어..어라? 여긴 어디지..


수레.. 위?



그리고 눈 앞엔 이상한 복장의 사람들이 보인다.


..뒤에 워해머를 들고 다니다니.. 근육이 상당한 것만 같다.



어? 뭐지? 나.. 왜 이렇게.. 몸이 무거워진 기분이지?



“ㅎㅁ대ㅏㅇㅍ으헑럵ㅍ뢇퇋!”


“이봐! 뭘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라나?”



내.. 내 몸이.. 상당히 묵직하게(?) 변해있다.


아.. 아니 원래 내 몸이 이런 게 맞았던 것도 같다.


내가.. 아주 긴 꿈을 꿨던 모양이다.


하필이면 악몽을..



“자네, 잠을 아주 깊게 자더군. 나는 수레 위에서 그렇게


오래 자는 사람 처음 봤네.“



..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대충 둘러대볼까?



“음.. 그렇게 되었네(?).”



앞에 흉터가 약간 있고 약간 나이가 들어보이는 인상의


그 사내가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갸우뚱한다.


“뭐가 그렇게 돼?”


“어.. 그건..”



마침 타이밍 좋게 약간 다리를 꼬며 있던 머리가


매우 길고 약간 재수없어 보이는 인상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어이, 릭슨. 저 사람 계속 졸더니 아직 덜 깬 모양이야.


관심 끄고 앞이나 보라고.“


릭슨이라고 불린 이 나이들어보이는 사내가 약간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화를 내려하는데.


“뭐야? 내가 명령조는 함부로 하지 말라고.. 어?”


뭔가 있는건가?



“성에 다 도착했다!“


“제길..“


릭슨이 짧게 읊조린다.



“왜 없지? 왜 없는거야? 아니, 검투장.. 검투장이 있어야


하는데? 난 이렇게 죽을 수 없단 말이야! 아니, 검투로도


죽기는 싫지만.. 뭐야? 왜? 난 잘못한 적이 없다고!”


이미 다 썩어 문드러진것만 같은 지푸라기 같은 빨간


머리카락의 사내.. 그리고 며칠을 굶은 것처럼 헤쓱한


사내가 오두방정을 떠면서 갑자기 속사포로 얘기를


해댄다.



오두방정을 떤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뭐랄까,


음. 그냥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특히 저 까마귀처럼


찢어지는 듯한 하이피치 톤과 허공에 저어대는 저


괴상한 제스쳐가 너무나 이상해 보인다.



“카일. 그냥 닥쳐. 안 그러면 수레에서 내가 밀쳐


버릴거야.”


아까까지 다리를 꼬고 있던, 노란 머리 사내가 카일에게


위협조로 말을 건넨다.


불과 몇 초 지난 것 같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재수없어보이진 않는다. 그냥.. 인상이 조금 더러울 뿐.



“레더-1 도착!”


병정처럼 보이는 이들이 앞에서 신호를 외치기 시작하고.



“와 엄마! 저기 저 수레 좀 봐!


마을 사람들도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다.


근데.. 뭔가 분위기가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다.


아무래도.. 역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 덜컹. 덜컹



“크윽! 이 자식들, 마차를 왜 이렇게 막 모는 거야?”


수레가 마을 어귀를 돌아다니면서 몇번 턴을 했는데,


그 때마다 돌부리에 부딪혔다.


아무래도 미리 수레를 많이 몰아본 새x.. 아니


병사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마을 내부로 진입한지 4분 정도 지났을 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앞을 쳐다보니


가운데 반짝이는 쇳덩이들이 번쩍 번쩍 거리고,


마을 사람들이 양옆으로 서있다.



아, 유난히 반짝인다 했더니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구나.


미안하다. 잠에서 째고 정면에 반짝이는 게 보이니


눈이 좀 아파서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그 병사들 맨 앞에 뭔가 깃털펜이랑 양피지를 들고


뭔가 사각사각 쓰고 있는 사람이 보이는데,


투구도 큰 편이고 장식이 좀 화려한 편이었다.


빨간색과 흰색 무늬가 새겨진 문양의 갑옷을 입고있었다.


“자!! 멈추시오!!”


- 히히힝-


진짜 도착한 것 같다.


이제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병사 둘이 다가와서 매듭 끈을 풀기 시작하고,


이윽고 수레 뒤의 빗장이 철컥 거리고 빠졌다.


“어이! 다들 내려라!”


..순순히 내리는 게 맞을까? 뭔가 망설여진다.


주위를 보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드디어! 이 지긋지긋하고 좁은 수레에서 탈출이다!


크헤헤헤!”


카일이라는 놈이었던가. 이 중에서 가장 꾀죄죄하고


앙상한 녀석이 듣기 싫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며


잽싸게 수레에서 뛰어내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으, 카일 저 자식.”


노란 머리가 투덜거리면서 내리고 차례로 나이든


사내, 릭슨, 정체불명의 덩치, 그리고 내가 내렸다.


발을 디디니까 감촉이 새롭다.


하지만 일단 내리고 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있나.



이럴 땐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게 최고같다.


남들을 따라서 양피지랑 깃털을 든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흠! 마지막인가? 어이! 자네 이름은 뭐지?”


나? 난..



“뭐야? 뭘 이렇게 뜸들이는 거야? 빨리 대고


저리로 꺼져!”


..기억이 안 나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그때, 마침 두 꼬마가 병사들 사이를 지나간다.


"류카스! 엘로헨! 내가 너희들 갑옷 입은 분들 있는


쪽으로 가지 말라고 그랬지!"


아이들의 어머니가 꾸짖고, 그 와중에도 꼬마들은


헤~하면서 병사들이 수레에서 떨어트린 빵을 줍는다.


볼때기가 빨개질 때까지 당겨져서 어머니가 질질 끌고


가기전까지, 빵들을 제 머리 높이보다 많이 쌓아올려


양 팔로 안고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물론-


막상 끌려가면서 죄다 떨어트린 거 같긴 하지만..



“어이! 나랑 기싸움이라도 한판 하자는 건가? 난 이거


말고도 할일이 많다고! 이름 빨리 안 대?”


뭐라 하지..? 어디 보자.. 류카스..엘로헨..?


“에..”


“에..?”


“..류.. 엘..”


“에류엘? 어.. 명단이랑 이름이 틀린데? 네 놈..


레드호크에서 온 사람이 맞나?”


기억은 안 나지만, 일단 맞다고 하는 편이 의심을


더는 방법이겠지?


“..그렇소.”


“..흠.. 뭔가 미심쩍지만-


뭐, 류켈이 술먹고 또 잘못 휘갈겨쓴거겠지.”


병사가 뭐라 뭐라 궁시렁대더니 양피지에 뭔가를 쓱쓱


휘갈겼다.



“오케이! 알덴 주변에서 잡아온 녀석들은 모두 확인!


어이! 저기 니 동료들 모여있는 게 보이지?


빨리 저쪽으로 가봐! 중요한 할 얘기가 있을 테니까.”


“.. 중요한 할 얘기?”



보니까 병사들이 나무 밑동 주변에 둥글게 감싸고


서 있다. 그 안에 수레 일행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


이 두런두런 모여있는 게 보인다.



저벅 저벅.


철컥.



저벅 저벅.


철컥.



그 쪽을 향해 걷는데, 뭔가가 철컹 철컹 거리는게


계속 불편하다.



아. 수갑. 양 손에 수갑이 매어져 있었구나.



막상 인식하기 시작하니까 쇠 덩어리에 내 손목이 계속


부딪히는 느낌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마치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걸 의식하면 뭔가 답답하듯이.


아무튼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서서 얘기를 듣기 시작한다.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는 원래 너희들을 위해 특별히


자비를 베푸셨었지..”


“사면령이라도 내린단 말이오?”


“오오!”


“..아니, 검투를 하게 해서, 3 라운드를 버틴 존재만


살아남게 남도록 하는 것이었지!”


“거참,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


“우리를 바보로 아시오?”


“..그런데 이곳에는 검투장이 없지 않소?


설마 저런 좁은 데서 검투를 하라는 건가?”


“..정확해. 원래는, 그럴 계획이었지. 원래는..”


“..원래는??”


“허나 너희 같은 천한 일족들은 우리 황제 폐하의-


성은조차 감사히 여기지 못하는.. 역시나 추악하며,


비열하고, 더러운! 그런 족속이었던 것이다!


아덴과 뒤라크, 세릴과 테아르!


너희 야만족은 문명의 자비를 누릴 자격조차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게 얼마전에 밝혀졌지..”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저 새끼, 뭐라 지껄이는거야?”


사람들이 웅성웅성대고 간혹 욕설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자 망토를 두른 자( 계속해서 떠들고 있었으며 욕


비슷한 것을 지껄이고 내가 들어도 한 대 후려쳐주고


싶은 얼굴의)의 옆을 수호하던 병사들이 검집에 손을


뻗은 채로 앞에서 크게 떠드는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고


일렁이던 좌중들이 점차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자세히보니까, 입만 툭 나와서 뾰족하고, 수염이 나있지만


아주 아주- 간사해보이고,


배만 볼록 나와있으며,


동시에 눈도 데굴데굴 굴러가는 게 교활해보인다.



한편으론 (신중하게)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은,


그런 인상에- 마치 할 줄 아는 건 없고, 할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어디가서 이빨만 아득바득 까며 부딪혀대며


그나마 할 수 있는 뒷담화만 주구장창 할 듯한-


사악하지만 존나 만만한 펭귄..?처럼 생겼다고 해야하나..



“흠! 흠!




목을 가다듬는 듯한 펭귄..


아니 망토.



“반란! 반란이 발생했다!“


반란?



“알덴 부근의 레드호크, 에사크, 디렌! 이 세 곳에서 감히


우리 황제폐하의 위대하신 자비에도!! 들고 일어나,


우리 자랑스럽고 용맹한 제국군 병사들을 비열하게


기습한 천인공노할 사건이 백주대낮에 발생한 것이다!!”


망토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이에 깊게 상심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너희 같은


족속들에게 자비를 베푸느니, 차라리 싸그리 싹을 없애!!


그 땅에 우리 말을 잘 듣는 민족들을 이주시켜


정착시켜 살도록 하기로 하였다!”



“뭐?”

“진짜 뭐라는 거야 저 새끼?”


웅성웅성웅성웅성



“후후.. 지금 황제폐하의 기마 전대 제 38 전대가 알덴


지방으로 가고 있지. 너희의 가족들을 걱정할 필욘 없다!


ㄴ,너희 야만족에게 강대한 문명이란 무엇인지 보여줄


테니까!”


웅성 웅성 웅성



“아마 귀족들의 노리개가 되거나! 눈알이 뽑히고


내장이 터져나온 채로 묻혀 우리가 쓸 너희 땅을


비옥하게 만들 것이며!!”


뭐지? 내가 잘못 들은건가?



“그 땅 위에 우리는 포도주 농장과 밭을 내고 풍요를


수확할 것이다! 귀족들이 너희 가족들의 살결을 맛볼


것이고 너희 가족들의 피는 우리의 배 속에 계속해서


남아 우리의 풍요를 배불릴 테니! 너희의 야만족들은


우리의 문명의 고결한 통치속에 강대함과- 그 위대함을


뼛속까지 새긴 채 죽어서도 이를 우리와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이 ㄱ X의 자식!


한 근육질 남성이 분을 삭히지 못하고 뛰어든다.


양손을 모은 채로 휘둘러, 망토의 얼굴을 가격하려


시도하는데,



병사들이 달려오는 시간은 짧았고, 치기에는 너무 멀었다.


“놔! 놔 이 자식들아!”


그 남성이 병사들에 온 몸이 제압된 채로 소리쳤다.


아..나무 밑동 앞에 무릎을 꿇린 형태이다. 마치..



“자, 학수고대한 시간이 왔다! 죽여라!”


써걱-


피가 튀었다.



톡.


데구르르


탁.



둥근 게 내 옆 사람의 구두 끝을 치고 앞으로 굴러서


멈춰 섰다.


...사람 얼굴일 것이다. 아마도. 내가 두 눈으로 본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다면.


아우성 속에 일렁이던 사람들이 모두 굳었다.


뜨거운 혈기들이 거칠게 부딪히던 속에 찾아온


시리도록 차가운 적막.



시야가 흐릿하다.


뭐지? 이... 비현실적인 기분은?


3초간은 몸에 감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3초가 지난 후에 손이 차갑게 식는..


그 느낌을 아는가?



아. 진짜다.


내가 보는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저 펭귄같은 자식한테.


“으아아아아아망ㅎ마암아아아마아아아망맣암핟ㅁ마”


“끼양ㄴㅁ훔닮이럼댜홈읾덯ㄹ먀ㅣㅇㄴ후머ㅣ다ㅓㄹ맹ㄹ”


“ㅁ더ㅗㅑㅐㅏㅁ러먀앩ㄷㅁ허ㅏㅐㅁㅇㄻㄷㄹ머ㅐㅏㅎㅁ”


“엏머헏ㅁ모ㅓㅁㄷ허험ㅇ럳험댤먿햐머ㅓ”


“어허헒ㄷㅁ엏ㅇㄴ먿ㅎ멍ㅁㅇ차ㅠㅁ댜아홤알ㄷ하ㅗ”


사람들의 괴성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더러는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혼란 와중에, 제정신이라도 챙기기 위해 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간신히 눈길을 돌렸는데, 하필 죽은 사람의 몸통이


시야에 들어왔다.


목이 너무나 깔끔하게 잘렸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나무 밑동에 피가 흥건히 젖어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손이, 다리가, 아래서부터 떨려오며, 추위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아직 100퍼센트 실감은 안 나지만, 아마 나도.


곧 저렇게 될 것이다.


망토 저 XX에 의해서.


아니, 황제라는 작자에 의해선가?


..어차피 그게 그거다. 따져서 무엇하리.


추위가 올라와서 그런가, 시야에 검푸른 빛이 감도는


기분이다.




...그래, 어쩌면 내가 꿨던 꿈은..


“예지몽이었던건가.”


나는 중얼거렸다.



바로 그 때였다.


뿔나팔이 불리기 시작한 것은..



(다음 화에서 계속)

fantasy-16_ext.jpg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제 작품을 읽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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