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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님의 서재입니다.

노예에서 벗어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aint_44
작품등록일 :
2021.07.26 16:34
최근연재일 :
2021.08.13 23:4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73
추천수 :
58
글자수 :
90,781

작성
21.08.12 13:33
조회
17
추천
1
글자
11쪽

16화

DUMMY

사람을 죽여야 한다니. 예상하지 못한 상황. 하지만 휘리츠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침착해서 이상해 보일 정도였다.


"준비됐습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내뱉은 말. 의외의 반응에 해적들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휘리츠를 쳐다봤다.


"뭐야, 자신만만한데?"

"사람 많이 죽여본 적이 있는 것 같지 않냐?"

"진심인지는 이제 밝혀지겠지."


부두목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옆에 있는 거한에게 명령했다.


"저 옆에 있는 창고에 가서 포로 한 명을 가져와."


"예! 부두목님!"


거한은 큰 덩치와 다르게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창고에 들어갔다. 포로가 저항해서 그랬는지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퍽- 퍽- 퍽-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소리. 거한은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 남성의 한쪽 다리를 잡고 질질 끌며 걸어왔다.


"읍! 읍!"


포로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저항하려고 애썼다. 입에 물린 재갈이 없었다면 아마 모두가 쌍욕을 들었을 것이다.


"아 씨, 바퀴벌레 새끼가 존나 끈질기네."


거한은 포로를 바닥에 놓고 벌레 밟듯이 밟기 시작했다. 부두목이 포로가 죽을까 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을 정도로.


퍽! 퍽! 퍽!


거한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포로의 갈비뼈 몇 개가 부러졌다. 그는 이제 숨쉬기도 버거워했다.


"그만! 내가 언제 포로를 죽이라고 했나!"


분노가 섞인 부두목의 호통에 거한은 깨갱거렸다. 그는 하던 짓을 즉시 멈추고 포로를 부두목 앞에 들고 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


"너가 할 일은 끝났으니 이제 꺼져."


거한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는 뒤에 있는 돔으로 후다닥 달아났다. 쪽팔림과 두려움을 얼굴에 담은 상태로.


부두목은 포로의 밧줄과 재갈을 풀었다. 몸이 해방되자마자 포로는 갈비뼈가 부러진 부위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으으윽....."


포로가 입은 옷은 피로 물들은 상태였다. 얼마나 많이 맞아야 저렇게 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하지만 그의 초록색 눈에는 살고자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휘리츠는 그 모습에 속으로 감탄했다.


"이 포로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요? 왠지 범상치 않은 남성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 녀석? 그냥 평범한 트레이픈 병사야. 몇 달 전에 일어난 전투에서 패배하고 잡힌 놈이지."


".... 그렇군요."


휘리츠는 거한이 들렸던 창고를 바라봤다. 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시력으로 열린 문 사이를 뚫어져라 봤다.


피로 흥건된 옷을 입은 여성이 누워있었다. 남성 포로처럼 완전히 포박된 상태로.


"혹시 이 녀석 말고 다른 포로가 있습니까? 기왕 사람을 죽일 거면 많이 죽여보고 싶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정말 알고 싶군요."


부두목은 휘리츠의 적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해적들이 퍼뜨린 개소리를 믿는 것도 모자라 살인을 꺼리지 않는다니. 분명히 해적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었다.


"포로는 총 세 명이 있어. 내 부하들이 끌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부두목의 손짓에 해적 두 명이 창고로 뛰어갔다. 그들은 창고에서 여성 포로 한 명과 남성 포로 한 명을 끌고 왔다.


분명히 첫 번째 포로보다 덜 맞은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복용자를 체념 상태에 빠트리는 약물을 주입한 것 같았다.


"제, 제인...! 마우던..!"


녹안의 포로가 혼신을 다해 외쳐도 제인과 마우던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셋이 서로 아는 사이인 듯했다.


"저들은 동료인가요?"


"응. 가족보다도 더 아끼는 동료지. 다 같이 살아 돌아가자는 소리를 끝도 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울 뻔했지 뭐야."


녹안의 포로는 슬픔에 잠긴 눈으로 그의 동료 두 명을 쳐다봤다. 아무리 몸을 흔들어봐도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부두목은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비꼬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서 참 안타까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기라도 했나?"


".........."


녹안의 포로는 휘리츠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았는지 상황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했다.


"저, 저기.... 저희를 구해주세요... 당신이라면.. 해적들을 물리칠 수 있어요..."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휘리츠 빼고.


"푸하하하하!!"

"미... 미친놈 아니야.. 으하하하!!"

"자기를 죽이겠다는 놈한테.. 크큭큭!"

"후두부를 하도 처맞아서 뇌에 과부하가 걸린 거 아냐?"


그러나 수많은 비웃음 속에도 녹안의 포로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간절함이 섞인 목소리로 다시 부탁했다.


"제발...."


휘리츠는 부두목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 녀석들은 지금 죽여도 되는 거죠?"


부두목은 휘리츠를 덩치 큰 애완견 보듯이 쳐다봤다. 포로를 죽이기 전에 허락을 받으려고 하다니. 분명히 자신을 따른다는 신호였다.


"당연하지. 네가 원하는 대로 죽여."


쿵- 쿵-


에비 해적의 발걸음은 세 명의 포로들 앞에 멈췄다. 이제 때가 온 것이었다.


텁-


휘리츠는 왼손으로 마우던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오른손의 검지를 뻗었다. 마우던의 몸통을 향해서.


"아, 안돼..."


휘리츠의 검지 손톱은 송곳처럼 날카로워지더니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한 60센티미터까지 자라자 손톱에서는 작고 얇은 가시들이 나뭇가지처럼 나기 시작했다.


푸-욱!


손톱은 마우던의 몸통을 관통했다. 심장을 정확하게 찔렀는지 억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우던!!"


쑤-욱!


기다란 창과도 같은 손톱을 빼자 피가 홍수처럼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휘리츠는 죽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싸늘한 주검을 옆에 있는 강에 던져버렸다.


첨-벙!


시체는 물살을 타고 유유히 흘러내려 갔다. 마지막 남은 온기를 차가운 물에 빼앗기면서.


휘리츠는 제인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눈은 동공이 풀려 초점을 잃은 상태였다. 옆에 누가 있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녹안의 포로는 고개를 저으면서 간절히 빌었다.


"제, 제발...."


푸-욱!


"으으윽....."


십몇초가 지났을까, 휘리츠는 제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우던이 떠내려간 강에 던졌다.


눈 앞에 펼쳐지는 무자비한 광경에 해적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와 씨, 저 새끼 장난 아닌데?"

"미친... 표정에 변화가 없어.."

"좀 무섭다.."


쿵- 쿵-


휘리츠는 남은 생존자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미소를 지은 채로.


"당신은 조금 특별해 보이니까 바로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죽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면 지금 말씀하세요."


녹안의 포로는 증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휘리츠를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몸을 벌벌 떨었다. 기괴한 미소가 주는 불쾌한 골짜기가 두려움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주, 주 죽어! 너 같은 미, 미친 살인마는.. 언젠가 천벌 받을 거야!!"


휘리츠는 나긋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제가 당신보다는 더 오래 살 것 같네요?"


푸-욱!


"어억....."


피가 뚝뚝 떨어졌다. 휘리츠는 손톱에 꿰뚫린 녹안의 포로를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왔다.


"진실을 말해드릴게요. 당신은 지금 죽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휘익-


포로의 시체는 뜨거운 피를 흩뿌리면서 허공을 가로질렀다.


첨-벙!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서 동료들을 따라 유유히 떠내려갔다. 휘리츠는 길게 자라난 손가락을 뽑고는 강물에 피를 모두 씻었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부두목은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그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신입 해적이었다.


"정말 완벽했어. 무려 세 명을 죽이는데 전혀 망설이지 않다니. 보는 내내 소름이 끼칠 정도였어."


"과찬이십니다."


"양심의 가책을 못 느낀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원래 그랬었나?


"그런 건 아닙니다. 애초에 저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포로들을 죽인 건 맞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선사했으니까요."


부두목은 앞뒤가 안 맞는 말에 '엥?'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휘리츠의 표정이 너무나도 진지했기에 왜 그렇게 말했는지 궁금해했다.


"새로운 삶을 줬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조금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세 명의 포로를 죽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그저 잠시일 뿐, 얼마 안 있으면 눈을 뜰 것입니다.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는 뜻이죠. 제가 장담하는데 그들의 새 삶은 객관적으로 전의 삶보다 더 좋을 것입니다."


부두목은 휘리츠의 왼팔에 새겨진 십자가 문양을 쳐다봤다. 분명히 방금 들은 것과 연관이 있을 터.


"그 십자가 문양을 보니 종교를 믿는 모양인데, 너무 신앙심이 깊으면 너에게 이롭지 않아."


그러나 휘리츠는 확고하게 대답했다.


"이건 제 믿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말한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믿든 안 믿든 진실이라는 건 바뀌지 않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말에 부두목은 애써 웃음을 참느라 몸이 들썩거렸다.


'저 또라이 새낔... 정말 얼마나 멍청하면 종교인들이 싸지르는 개소리를 그대로 믿는 거지? 대가리가 깨져도 너무 심각하게 깨졌는데? 푸흡.'


휘리츠는 부두목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 어떤 자가 휘리츠를 보고 제정신이라고 믿겠는가.


그러나 이번만큼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역시 안 믿는군. 하긴, 내가 한 말을 이해하려면 직접 찔리는 방법밖에 없지.'


부두목은 눈앞에 있는 덩치만 큰 멍청이를 부려먹을 생각에 행복회로를 돌렸다.


"두목님께서 너를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 나를 따라와. 이제 그분에게 가서 인사를 드려야지."


"알겠습니다."


부두목은 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휘리츠도 움직이기 시작하자 해적들은 총기를 최대로 강화한 후 부두목을 호위하며 걷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 푸른 괴물이 날뛸 수도 있으니까.


철컹- 철컹-

쿵- 쿵-


앞으로 나아갈수록 많은 수의 해적들이 보였다. 휘리츠가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며 세보니 약 백 명 가까이 됐다. 다들 붉은빛 총기로 무장한 상태.


게다가 중장갑 탱크들과 기관총 터렛들도 제법 있었다. 제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은 휘리츠라도 혼자서 싸우기에는 곤란할 것이 분명했다.


돔 앞에 도달하자 부두목은 스위치를 눌렀다.


철컥, 끼이이익-


돔의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휘리츠에게 아주 익숙한 모습. 해적의 돔은 민병대의 돔과 별반 다른 점이 없었다. 조금 더 허름하다는 점 빼고.


"여기서 조금 기다려. 두목님을 모시고 올 테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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