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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 님의 서재입니다.

노예에서 벗어나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aint_44
작품등록일 :
2021.07.26 16:34
최근연재일 :
2021.08.13 23:4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72
추천수 :
58
글자수 :
90,781

작성
21.08.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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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땡! - 땡! - 땡!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시계탑의 금색 시곗바늘이 12시에 멈추자 ​정오를 알리는 경쾌한 종소리가 드넓은 광장에 울려 퍼졌다.


​ 그리고 이에 질세라 여기저기서 가지각색의 발소리가 들렸다.


​철컹- 철컹-

​쿵- 쿵-

​저벅- 저벅-

​또각- 또각-


​ 광장은 꽤 혼잡했다. 레고처럼 가지런하게 세워진 건물들과 다르게 여러 종족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인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으앗! 부딪혀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봐, 앞 좀 제대로 봐!"

​"조심하세요!"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두 이방인의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트레이픈 시민들의 눈총을 조금이라도 덜 받으니까.


"저기 봐! 저 뮤던인은 신성 교회 출신인 것 같지 않아?"

"음.... 아니야. 자세히 보면 문양이 달라."


주변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수군거림.


자이던과 휘리츠는 이런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르게 걸었다.


[마샤의 주방]


약 200미터 앞에 황금으로 만들어진 간판이 보였다.


'엄청나게 화려하게 장식했는데?'


간판에는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 부담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보석들이 박혀 있어서 행인들의 이목을 끌 만했다.


마샤의 주방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고개를 돌려서 간판을 쳐다봤다. 그중 몇몇은 호기심에 들어갔지만, 대다수는 그냥 지나쳤다.


자이던과 휘리츠는 얼른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마샤의 주방에 도착했다.


평범하다는 수식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식점. 으리으리한 궁전을 연상케 하는 규모는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였다.


시끌벅적-


음식점 문은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밖에서도 들렸다.


"..........."

"..........."


이상하게도 자이던과 휘리츠가 문 앞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맞이하는 직원은 없었다.


'흐음... 직원이 부족하나?'


자이던은 음식점 내부를 유심히 바라봤다.


직원으로 추정되는 엘프 여성 혼자서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검은 피부와 대조되는 쇄골에 난 고운 하얀 털이 인상적이었다.


키는 대다수 엘프가 그렇듯이 약 3미터쯤 돼 보였다. 2미터인 자이던이 보기에는 큰 키였지만 5미터인 휘리츠의 눈에는 작았다.


".......!!!!"


엘프 직원은 새로운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빠르게 맞이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 분께서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을 못 봤네요. 음식 먹으러 오셨죠?"


"음식 먹으러요...?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먹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아, 처음 방문하시는 손님이군요. 마샤의 주방은 평범한 음식점이 아니랍니다. 1층과 2층은 음식 먹는 층이고 3층은 여러 물건을 판매하는 층이에요. 4층은 숙박하는 층이고 5층은....."


말을 잠시 멈춘 엘프 직원은 미소를 지으면서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방이에요. 으흐흐흫"


'흐뭇-'


자이던은 엘프 직원이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흐뭇함도 잠시, 말처럼 근육질인 팔과 다리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저런 팔을 휘둘러서 내 머리를 때리면 터질 수도 있겠어. 참... 엘프 여성은 얼굴과 몸이 조화를 이루지 않아.'


물론 인간 기준에서나 그렇지 엘프들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근육이 없으면 놀림감이 된다.


"아 그렇군요. 네, 저희는 음식 먹으러 왔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들어오셔서 편한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오늘은 손님이 없는 편이라서 자리가 많을 거예요."


설명을 마친 엘프 직원은 빠른 걸음으로 음식점에 들어갔고, 휘리츠와 자이던이 뒤를 따랐다.


두리번-


음식점에는 의외로 거의 인간밖에 없었다. 다른 종족은 끽해야 엘프 남성 한 명과 뮤던인 두 명밖에 없었다.


"저기 구석진 곳에서 먹자."


털썩-


자이던과 휘리츠는 의자에 앉았다. 휘리츠에게는 약간 작은 사이즈였지만 자이던에게는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컸다.


'이건 나 같은 사람이 앉으라고 만든 게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원형 식탁은 지름이 3미터나 됐다. 마샤의 주방은 인간 손님을 주 타겟으로 삼지 않았음이 명백했다.


"여기 메뉴판 드릴게요. 주문 준비가 되셨으면 호출벨을 누르시면 돼요. 참고로 제 이름은 율린시아입니다. 두 분의 이름을 알 수 있으면 좋겠군요."


"자이던입니다"

"휘리츠."


"자이던 님과 휘리츠 님. 멋진 이름이네요. 저에게 궁금한 게 있거나 같이 수다 떨고 싶으시면 언제나 불러주세요."


"네."

"알겠어."


율린시아가 자리를 뜨자 휘리츠와 자이던은 메뉴판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돼지 한 마리, 동화 4닢]

[소 한 마리, 동화 10닢]

[양 한 마리, 동화 3닢]

[뮤던인 팔 한 개, 동화 2닢]

.

.


무지막지한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 자이던은 두 눈을 의심했다.


'마법으로 가축을 빠르게 키울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싸게 팔 수는 없을 텐데. 여기 주인이 일부러 값을 말도 안 되게 낮춘 건가?'


자이던과 다르게 휘리츠는 가격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주문할 준비가 됐었는지 호출 벨을 가볍게 눌렀다.


띵-동!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율린시아가 다가왔다.


"주문받을게요~"


"돼지 한 마리랑 물 한 병."


"네. 돼지는 생으로 드실 건가요 아니면 익혀서 드실 건가요?"


"생으로 먹을게."


"알겠습니다. 손질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문을 받은 율린시아는 주방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돼지 한 마리로 충분해?"


"충분해. 그 정도 먹으면 2주 동안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져."


과연 뮤던인다웠다. 그들은 인간과 다르게 2주에 한 번만 식사해도 팔팔하다. 어떻게 보면 전쟁에 특화된 종족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마력을 훔칠 거라고 나한테 말했는데, 어떻게 실행할 생각이지?"


"주변에 적당한 타겟을 골라서 마력을 훔칠 거야. 마력 스틸을 사용하면 돼."


"... 그 기술은 특별한 제약 없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아니. 마력 스틸을 사용하면 하루 동안 마법을 쓸 수 없어. 나같이 신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마법사에게는 꽤 치명적인 리스크야."


"자주 쓸 만한 마법은 아닌 것 같군."


"맞아. 확실히 위험한 면이 있지. 하지만 잘만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제대로 엿먹일 수 있어."


"그거 흥미롭군."


그때, 율린시아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대화하는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주문하신 돼지와 물이 나왔습니다."


그녀가 들고 있는 거대한 쟁반에는 10등분으로 토막 난 돼지 고깃덩어리들과 10리터는 돼 보이는 물병이 있었다.


갓 도축한 돼지라 그런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게는 공포스럽기 그지없는 존재.


'이제 곧 있으면 역겨운 일이 일어날 것 같군. 젠장, 조금만 참자.'


"맛있게 드세요. 참, 두 분께서는 4층에서 하루 동안 공짜로 머무를 수 있어요. 여기 방문하시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랍니다."


율린시아의 깜짝 선물에 자이던은 귀를 의심했다. 공짜로 숙박해도 된다니.


"정말로 공짜인가요? 믿기지 않는데."


"네! 이건 마샤의 주방의 전통입니다. 사기는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하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광장에서 대놓고 사기를 치면 장사가 안될 테지.'


"정말 훌륭한 서비스군요."


"저희 가게를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율린시아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고는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러 갔다. 이제는 자이던의 귀가 고문당할 시간.


휘리츠는 고깃덩어리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우지끈, 우적우적-


휘리츠가 입을 꾹 닫고 먹고 있었지만 자이던은 생돼지고기가 씹히는 혐오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표정관리를 잘 하려고 노력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소리.


'어후, 듣기 지랄맞은 소리군. 그래도 저 녀석이 쩝쩝충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야. 빨리좀 처먹었으면.'


다행히도 자이던의 바람대로 휘리츠가 돼지를 다 먹는데 2분도 채 안 걸렸다.


벌컥 벌컥-


물까지 다 마신 휘리츠가 자이던에게 물어봤다.


"이제 마력 스틸을 사용할 생각인가?"


"음, 아직은 아니야. 4층에 먼저 가서 숙박할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봐야 해. 그리고-"


"그리고?"


"율린시아에게 트레이픈의 근황에 대해 물어봐야 해. 뭔가 심상치가 않거든."


휘리츠는 자이던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주변을 카메라처럼 스캔했다.


인간이 쓰기에는 너무 큰 테이블들과 탁자들. 그리고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이종족 손님들.


확실히 뭔가 이상하기는 했다.


***


"동화 5닢입니다~"


스윽-


동화를 건네받은 율린시아는 싱긋 웃으면서 현금 계산기에 돈을 넣었다. 자이던은 저렇게 적은 돈을 받고 좋아하는 엘프를 본 적이 없었다.


"혹시 4층에 있는 방을 쓰려면 열쇠 같은게 필요하나요?"


"아뇨, 그런 거 없습니다. 가서 열린 방 중 아무거나 고르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네."


탁 탁 탁-

쿵 쿵 쿵-


4층 복도에 들어서자 문 열린 방들이 반겨줬다.


'모든 방이 열려있네? 원래 자주 사용되지 않는 층인가?'


하지만 자이던은 여기저기 보이는 청소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깨끗한 폐허를 구경하는 느낌.


뚜벅 뚜벅-

쿵 쿵-


자이던과 휘리츠는 방들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마치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탐정같이.


모든 방은 기계로 찍어낸 듯 똑같이 생겼었다. 넓은 공간에 창문 한 개, 거대한 침대 한 개, 그리고 서랍 두 개.


"방은 아무거나 써도 될 것 같아. 이제 율린시아에게 가자."


휘리츠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마샤의 주방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툭 툭-


'........?'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던 율린시아는 큰 물체가 자신의 어깨를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 아, 휘리츠 님과 자이던님이시군요. 무슨 용건이 있으신가요?"


휘리츠가 특유의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같이 대화할 여유가 있나?"


"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율린시아는 사무실 같아 보이는 방에 들어갔다.


잠시 두 명이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율린시아와 한 엘프 남성이 방에서 나왔다.


엘프 남성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러 갔고, 율린시아는 휘파람을 불면서 휘리츠와 자이던에게 다가왔다.


"이제 저는 오늘 일할 필요가 없어요. 원하시는 만큼 수다 떨 수 있습니다~"


"4층에 가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당연히 되죠."


***


"율리시아님, 원래 마샤의 주방에는 이종족이 많이 찾아왔죠?"


"네. 사실 이종족을 위해서 지어졌다고 말해도 무방해요."


역시나. 자이던의 예상대로였다.


"트레이픈에 와서 느낀 점이 있는데, 예전만큼 이종족이 많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율린시아님도 똑같이 느끼나요?"


"네. 그건 확실해요.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이유요...?"


"흐음, 잘 모르시는 걸 보니 트레이픈에 처음 오셨거나 자주 오시지 않은 모양이군요. 사실은-"


자이던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도대체 율린시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뭘까?


"트레이픈과 홀리크리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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