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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하사담 님의 서재입니다.

The Pe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체프라
작품등록일 :
2017.06.26 15:34
최근연재일 :
2017.08.19 20:27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1,399
추천수 :
210
글자수 :
217,162

작성
17.08.03 20:39
조회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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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2)

DUMMY

56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우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건물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우리 얼굴이 공개되며 신고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사람들은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눈치다.


"저길 먼저··· 공략하자고?"

설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래야지 않겠어요? 모든 통치는··· 법에 근거해야 하니까."

내가 자신 없이 말했다.


"근데, 들어가서 뭘 어쩌려고요?"

설지가 궁금한 듯 물었다.


"몰라. 그냥 들어가 보려고."

"네에?"

설지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왜, 안 돼?"

내가 태연하게 물었다.


"그럼요. 아무 계획도 없이 들어갔다가···, 괜히 분란만 일으키게요. 또, 금방 우릴 잡으러 올 텐데···."

설지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어디 잠시 숨어 있을까요?"

내가 주변을 번갈아보며 물었다.


"머···, 그것도 좋고."

설대가 어깨를 실룩거리며 말했다.


"괜히 시간만 끌었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일단은 좀 더 생각해 보고 움직이기로 해요."

설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 어디로 갈까?"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어느 누구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땅히 갈 만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었다. 그렇다고 펜으로 집을 뚝딱 만들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잠깐만···."

내가 말하고는 큰 길가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로 갔다. 유 형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내 목소리를 들은 유 형사가 놀라며 나의 위치를 물었다.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을 권했다. 그래서 그에게 은신처를 부탁했다. 그는 알아보겠다며 10분 후에 다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누군데?"

설대가 궁금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는 사람요. 잠시 있을 곳 좀 알아봐 달라고···."

"아, 그래? 그래서 알려 주겠데?"

설대가 다급하게 물었다.


"10분 후에··· 다시 전화하기로 했어요."

내가 시선을 딴 데 두고 말했다.


설지와 유지는 피곤한 기색으로 먼 산을 바라봤다. 길거리를 배회하던 설대가 내게 다가왔다.


"10분 안 됐냐?"

"···해 보죠."

내가 공중전화 박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유 형사는 내가 있는 곳으로 사람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서울에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믿을만한 사람이냐고 물었다. 유 형사는 자신이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일도 있기에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당장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나는 유 형사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주었다.


유 형사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10여분은 더 지난 듯했다. 공중전화 근처에 회색 SUV가 속도를 줄이며 멈춰 섰다.


"소총수 씨?"

조수석으로 고개를 내밀며 한 남자가 말했다.


"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말했다.


"얼른 타세요."

남자가 다짜고짜 손짓으로 재촉했다.


광대뼈가 도드라진 그 남자는 껌을 씹으며 우리가 탑승하는 것을 지켜봤다. 문이 닫히자마자 남자는 액셀러레이터를 거칠게 밟았다.


"유 형사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분이라고, 잘 좀 모시라고 하던데."

남자가 시선을 앞에 두고 말했다.


"아, 네에···."

나는 시종일관 그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아참 저는 조 형사라고 합니다. 제가 그 형님한테 신세 진 게 있어서··· 헤헤헤."

남자가 급하게 코너를 돌며 말을 이어갔다.


"걱정 마시고, 제가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조 형사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설지가 내 팔을 꽉 잡았다. 나는 그녀 팔을 토닥거리며 안심시켰다. 30여 분을 달렸을까, 어느 외딴 지역에 우리를 실은 차가 멈추었다. 앞은 작은 밭이 있었고, 뒤는 대나무 밭이 무성한 낮은 산이었다.


"저희 고모님이 혼자 사시던 곳인데···, 얼마 전에 요양 병원에 가셨거든요. 그래서 여길 당분간 쓰셔도 돼요."

조 형사가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별말씀을!"

조 형사가 운전석 문을 당기면서 말을 계속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전화하세요. 집 안에 전화기가 있으니까."

"아, 예. 조심해서 가세요."

내가 말했다.


"저 사람···, 믿어도 돼요?"

설지가 내 곁에 와서 나지막이 말했다.


"음···"

펜으로 저 남자를 조종할 겨를이 없었다. 못내 그것이 나는 아쉬웠다.


"이야, 좋다."

유지가 마당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아이고, 모르겠다."

설대가 마당에 놓인 평상에 벌러덩 누우며 말했다.


설지는 부엌과 집 주변을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는 집 주변을 살폈다. 막다른 길이고 다른 통로는 없어 보였다. 대나무 밭이 무성한 길을 따라 낮은 산 쪽으로 올라가 보았다. 산 너머에 또 다른 낮은 산이 있었다. 다른 인가는 보이지 않았다. 오던 길에 봤던 집 몇 채가 다인 듯했다.


“아. 배고파. 자기야, 우리 중국집 시켜 먹자.”

유지가 평상에 가로누우며 말했다.


“···중국집? 좋지.”

설대가 벌떡 일어났다.


“전화. 전화가 어디 있지?”

유지가 부산스럽게 앞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 방 안을 살펴봤다.


대문 앞에서 주변을 살피던 나는 주소를 눈여겨본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설지가 나를 보고는 고개를 획 돌렸다. 부끄러운가 보네, 나는 속으로 싱긋이 웃었다.


“설지야. 총수야!”

설대가 목청껏 이름을 불렀다.


나와 설지가 털레털레 평상 쪽으로 걸어갔다.


“뭐로 시킬까? 짜장면? 탕수육?”

설대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 거나요.”

내가 성의 없이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설지 넌?”

“오빠가 알아서 해.”

“그래, 알았다. 나중에 딴 소리하기 없기다. 야, 총수야. 여기 주소.”

설대가 내 등 뒤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집이··· 참 깨끗하다. 그쵸?”

설지가 슬그머니 말을 걸며 다가왔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요양원 가신지··· 얼마 안 됐나 보죠, 머.”

“······”

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조용하다, 여긴.”

설지가 몸을 비비 꼬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게···. 괜히 기분 나쁘게.”

내가 미소를 살며시 머금었다.


타타타타.


저 멀리서 오토바이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리로 배달 오는 것이 분명했다.


“오빠. 음식 왔어!”

설지가 집 안을 향해 소리쳤다.


오토바이가 대문 앞에 도착할 즈음, 유지가 돈을 들고 평상 앞에서 기다렸다. 배달원은 배달통을 들고 평상 쪽으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어, 못 보던 분들이시네요.”

남자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 네··· 잠시 놀러 왔어요.”

내가 당황하여 둘러댔다.


“오만 원입니다.”

배달원이 말했다.


“어···? 탕수육이 얼만데요?”

설대가 불쑥 나서며 물었다.


“네? 그게··· 얼마더라. 헤헤헤. 제가 세세한 가격은 잘 몰라서.”

배달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됐어요. 자기는 그런 걸 왜 물어?”

유지가 타박하듯 설대에게 눈총을 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그러지?”

설대가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새 사라진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행로를 추측했다. 어느새 평상에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총수야, 어서 와. 식으면 맛없어.”

설대가 나무젓가락을 분배하며 말했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정말 맛있다.”

설지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내가 젓가락으로 면을 듬뿍 집어 들었다.


“후루룩. 쩝쩝.”

면을 입에 가득 채운 채 나는 부지런히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자 설지가 노란 무를 집더니 내 그릇에 올려놓았다.


내가 제일 먼저 그릇을 비웠다. 곱빼기를 시킬 걸, 하는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미련 없이 젓가락을 놓았다.


“야. 더 먹어. 탕수육도 많은데···”

설대가 음식을 입에 물고 말했다.


“···많이 먹었어요. 형이나 많이 드세요.”


내가 빈 그릇을 물로 대충 씻고는 대문 앞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대문 앞으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아무리 봐도 막다른 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안으로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길은 나 있었지만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큰 시멘트 블록으로 길을 막아놓았다. 나는 그 주변을 잠시 어슬렁거리다가 되돌아갔다.


여전히 대문 앞에는 내가 놓은 그릇 말고는 다른 그릇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먹고 있나?”

내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몸을 틀었다.


“어!”


설지는 수돗가에서, 유지와 설대는 평상에 뻗어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먼저 대문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폈다.


“이 새끼가!”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약, 그래. 음식에 약을 탄 것이 분명했다. 입에 거품을 물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독은 아닌 듯했다. 강력한 수면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리 내 몸의 면역력을 높여 두었다. 이 세상의 독에도 끄덕하지 않도록 말이다. 미처 대비를 못한 그들은 약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 것이 분명했다.


놈들이 들이닥칠 지도 모른다. 시간이 촉박했다. 나는 눈을 부라리며 서둘러 펜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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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9.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2) 17.08.16 98 2 18쪽
34 9.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1) 17.08.14 127 2 17쪽
33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5) 17.08.08 127 2 10쪽
32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4) 17.08.08 91 2 11쪽
31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3) 17.08.05 134 2 15쪽
»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2) 17.08.03 148 3 10쪽
29 8. 관용은 때로는 필요 없다(1) 17.08.03 124 2 13쪽
28 7. 적은 내부에 있다(6) 17.08.02 185 3 12쪽
27 7. 적은 내부에 있다(5) 17.08.01 167 3 14쪽
26 7. 적은 내부에 있다(4) 17.07.31 12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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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7. 적은 내부에 있다(2) 17.07.30 179 2 12쪽
23 7. 적은 내부에 있다(1) 17.07.30 145 2 12쪽
22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6) 17.07.28 185 2 11쪽
21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5) 17.07.28 136 2 7쪽
20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4) +1 17.07.27 199 2 19쪽
19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3) +2 17.07.26 214 2 16쪽
18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2) 17.07.22 234 4 13쪽
17 6. 두 개의 태양은 없다(1) 17.07.20 304 4 16쪽
16 5. 사라진 펜을 쫓다(2) 17.07.17 271 4 14쪽
15 5. 사라진 펜을 쫓다(1) +1 17.07.15 313 4 18쪽
14 4. 가만 안 두겠어(4) 17.07.13 309 7 15쪽
13 4. 가만 안 두겠어(3) +1 17.07.09 411 7 14쪽
12 4. 가만 안 두겠어(2) +2 17.07.07 385 8 10쪽
11 4. 가만 안 두겠어(1) +1 17.07.06 430 8 15쪽
10 3. 생각나는 대로 적다(3) +1 17.07.04 423 10 16쪽
9 3. 생각나는 대로 적다(2) +7 17.07.01 497 13 10쪽
8 3. 생각나는 대로 적다(1) 17.06.30 531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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