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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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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
작품등록일 :
2015.07.04 17:44
최근연재일 :
2015.09.11 11: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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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3
추천수 :
49
글자수 :
121,053

작성
15.07.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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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화]인간의 의지

DUMMY

이안과 알리는 머리 없는 시체 옆에 섰다. 처참하게 죽은 시체였지만 그나마 이 주변에서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의 시체들은 갈기갈기 찢겨서 신원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쪽 왼팔 상태가 안 좋으니…. 운반은 내가 맡지. 옆에서 주변을 잘 살펴주겠나? 아무래도 하나에 집중하면 주위가 분산되는 법이니까! 아까부터 저쪽 시체콥 녀석들이 이 만찬을 호시탐탐노리고 있는 것도 꽤 신경 쓰이고 말이야!”

레인저가 가리킨 곳을 향해 알리가 고개를 돌리니 시체콥 수십 마리가 눈을 빛내며 서있었다. 알리는 자기도 모르게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검이 반쯤 뽑히는 소리에 이안이 말했다.

“워~ 워~ 쓸데없이 놈들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일단 몸 좀 낮춰.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저 겁쟁이 시체콥보다는 망할 고양이 새끼들이니까!”

이안이 라퓨타 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와중에 라퓨타 한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서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배에는 볼트가 수십 발이 꽂혀있었다.

이제 주변을 돌아다니는 라퓨타는 6마리. 그중에서 가장 거대한 녀석은 거석마냥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크기로 보아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다. 다른 다섯 마리는 귀갑진 주변을 돌며 틈을 노리고 있었다.

알리가 우두머리를 알꼰(halcón)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약간 자세를 높이자, 어떻게 알았는지 가장 거대한 녀석이 뒤를 돌아봤다.

깜짝 놀란 알리가 몸을 낮췄다. 이안이 물었다.

“걸렸나?”

“아닙니다.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서 다행스럽게 못 본 것 같군요. 게다가 비도 조금 내리고 바람이 역풍이라 다행입니다.”

“으윽… 역시 시체라 생각보다 무겁군. 뭐라 그랬나? 바람? 역풍? 몬스터 상대로 냄새를 숨기는 건 필수조건이지. 하지만 고양이과 놈들의 시신경을 우습게 보는 건 곤란해. 녀석들은 집요하지. 주의를 놓쳐서는 곤란해.”

“라퓨타도 고양이로 치는군요.”

“대가리가 악어처럼 비늘로 덮인 것만 빼면 똑같지. 가끔은 저 녀석들의 새끼를 데려다가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더군. 야생성을 죽이고 길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 말이야. 자! 이제 꺼낸 칼은 집어넣는 편이 좋겠어. 친구.”

이안이 단도를 꺼내며 말했다.

“미안하네, 얼굴도 모르는 친구여. 그저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해주게….”

이안이 시체의 옷을 벗기는 와중에도 알리는 여전히 주변을 살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알리는 혹시나 싶어서 이안의 상태창을 살폈다. 아직 여러모로 알아볼 것이 많았다.

게임마다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른 적응이 필요하다.


[이안 넬슨]

보일라거 레인저.

다즌 리더.

고양이과 동물에 관심이 있다.

<진행 퀘스트> 이안 넬슨을 도와 전령서를 작성한다.

<완료 퀘스트> 이안 넬슨을 도와 적당한 시체를 나무 등걸까지 가져온다.(완료)


이안에 관한 설명이 늘었다. 퀘스트도 완료와 진행으로 구분선이 생겼다.


‘고양이과의 동물에 관심이 있다? 이런 정보도 넣는건가? 근데 이런 식이면 나중에는 퀘스트창으로 빽빽할 텐데? 어떻게 되는 거지? 원래 대로면 분명 조종할 수 있는 버튼이 있을 텐데…. 아직 정식 오픈이 아니라 페어리가 없어서 조절할 수 없는 건가?’


혹시 몰라 알리는 조용히 네메시스를 불러보았다.

“네메시스 들려? 네메시스!”

응답은 오지 않았다. 그런 알리를 향해 이안이 말했다.

“뭘 중얼거리고 있어? 이쪽은 준비가 다 되었네! 말라카이 백인대에 보낼 내용을 읊어봐!”

“30분…. 그러니까 이제는 10여분 뒤에 출발하여 이쪽으로 온다고 합니다. 오인공격이 없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에… 또! 그렇게 적습니까?”

“원 안에서 원하나 이게 합류라는 뜻이야. 숫자 1과 내려가는 세모는 1시간 이내라는 뜻이고. 접근방향은?”

“그러니까…, 저쪽에서 옵니다.”

“남동 방향이라…. 전령서의 기본은 기밀성과 정확성에 있지. 저쪽 수풀에 숨겠나. 아무래도 활을 당길 때, 재수가 없으면 라퓨타 놈들의 주의를 끌 것 같단 말이지.”


말을 하며 단검을 집어넣은 이안이 다른 수풀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더니 활사위를 당겼다. 알리는 다른 수풀에 몸을 숨겼다. 이안의 활사위에는 평범한 화살이 걸려있었다. 그는 화살을 귀갑진의 근처에 날렸다.

화살은 호선을 그리고 날아가 귀갑진 근처 방패 아래 땅에 꽂혔다. 그는 재차 다음 화살을 날렸다. 총 3발의 화살은 일정한 간격으로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그는 약간의 시간을 두고 연통용 화살을 사위에 장전했다.

‘날아가라!’

이안은 상쾌하다는 표정이었다. 마지막 화살이 땅에 박혔다. 그러자 귀갑진 근처에서 사람의 팔이 빠져나왔다. 이안은 됐다는 듯 알리를 향해 웃어보였다.

알리는 수풀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에게 다가가려했다.

“어?”

알리는 어이없다는 듯 나지막하게 뱉었다. 그의 시야 안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 본 것은 이안의 굳은 표정. 그리고 그 위로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이안은 몸을 급하게 뒤로 뛰었다.

서걱-

다음 본 것은 거대한 고양이의 뒷모습. 그 뒤로 고통에 가득 찬 이안의 얼굴이 보였다. 피가 튀었다. 알리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았다.

여전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조금 당황했지만, 알리의 머릿속에서 상황정리는 빠르게 되었다. 아까 봤던 거대한 라퓨타가 어느새 다가와 이안을 기습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대단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이안이 단검을 라퓨타의 관절부분에 박아 넣었다는 점이었으나…. 모든 것이 절망적이었다.

이안이 공격당한 왼팔은 흔적도 없이 찢겨나갔다. 몬스터와 인간. 그 힘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공격당한 라퓨타는 노릿한 눈알을 굴리며 이안을 노려봤다.

후두두둑-

드문드문 내리던 빗방울의 위세가 강해졌다. 비는 사람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이안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라퓨타는 먹이를 가지고 놀겠다는 듯 미동하지 않고 그를 쳐다봤다.

이안과 라퓨타의 거리는 채 10m도 떨어지지 않아서 라퓨타의 도약 한 번으로도 따라잡힐 수 있었다. 라퓨타의 몸 아래 팔딱팔딱 뛰는 이안의 팔이 보였다.

라퓨타는 떨어진 이안의 팔을 물었다. 놈은 시선은 이안에게 고정한 채, 팔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철저한 기만.

녀석은 혓바늘이 가득 돋은 검은 혀를 날름거린다. 다음엔 이안의 몸통을 먹어치우겠다는 것인가?

틈을 보던 이안은 그 찰나의 순간 뒤로 공중 재비를 돌며 활을 잡아챘다. 라퓨타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이안은 오른 손으로 활의 몸체를 잡고 이빨로 활시위를 당겼다. 사위에는 화살이 두발 장전되었다.

궁수로서 팔 하나를 잃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안은 임기응변을 발휘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어깨 아래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심장과 가까운 왼쪽이라 더 치명적이었다. 비는 상처부위의 피를 더욱 빨리 흐르게 했다. 긴장감에 놀란 심장은 더욱 빨리 뛰며 피를 뿜어냈다.

수풀에 숨은 알리는 기척을 숨기고 칼집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흐르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잠깐이었지만, 이안과의 교감이 그를 흔든 것이다.

철저하게 한계에 부딪혀 싸우는 인간의 모습은 감동을 끌어낸다. 지금 이안이 그랬다.

화살 두발이 라퓨타에게 박혔지만, 그 타격은 미미해보였다.

이안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라퓨타가 몸을 날려 왔기 때문이다. 이안은 그 사이 화살 두발을 다시 입에 물었다. 빗물이 이안의 시야를 가렸지만, 이안의 눈빛은 마치 횃불마냥 불타오르고 있었다.

알리는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다고 느꼈다.

자괴감이 머리를 치든 것이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스르릉-

바닥에 배를 대고 있던 알리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안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컥!”

알리는 굉장한 충격에 입에서 피를 토했다. 등 쪽에서 엄청난 중량감과 따끔거리는 느낌 났다. 따끔거리는 느낌은 충격량을 조율 받은 것으로 즉사에 가까운 타격일 것이다.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이틀간 루시아 부조장과 테스트 서버에서 느꼈던 그 감각. 매번 죽기 직전에 찾아왔던 무기력.

그 절망적인 감각이 전신에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다른 놈이 숨어있었나?’

알리는 자신의 얼굴 옆에 있는 라퓨타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뒤통수로 야수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육식동물의 역한 냄새도 함께 풍겼다.

비가 풀잎을 맞고 튕겨 나온다.

그의 시야에는 더 절망적인 상황이 포착되었다.

이안이 결국 거대한 라퓨타에게 일격을 허용한 것이다.

라퓨타의 돌진에 부딪힌 이안의 몸이 허공에 붕 떠서 날아갔다.

라퓨타의 몸에는 총 6발의 화살이 박혀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는 어찌 이다지도 강렬하단 말인가?

보일라거 레인저 이안 넬슨은 강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꿈틀거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는 주변에 있는 돌을 들어서 오른손으로 꽉 쥐었다. 그는 앉은 자세에서 라퓨타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이미 풀려있었고 충격에 뇌가 진탕 됐는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으며,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렸다.

그뿐 아니라 두 다리가 부러졌는지 허벅지 아래로 기묘하게 꺾여있었는데 알리가 보기엔 이안이나 자신이나 가망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등에서 흐른 피가 대지를 적시고 있다.

자신을 밟고 있는 라퓨타는 이안과 거대한 라퓨타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지 아직 자신을 잡아먹지 않고 있었다.

‘무엇이 저 자를 저리 움직이게 만든단 말인가?’

이안이 허공에 돌을 휘둘렀다. 거대한 라퓨타는 5m 너머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이안을 보고 있었는데, 한 곳만 바라보는 이안의 반응으로 보아 이미 시력을 잃은 듯 했다.

라퓨타는 서서히 이안에게 다가갔다. 알리의 위에 올라탄 녀석도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퓨타의 거친 숨결이 다시 알리의 뒷목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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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서포팅 테이블 15.07.28 294 1 14쪽
15 [14화]첫 로그 아웃 15.07.27 224 1 9쪽
14 [13화]할루인 15.07.25 282 1 9쪽
» [12화]인간의 의지 15.07.24 241 1 11쪽
12 [11화]이안 넬슨 15.07.23 209 1 11쪽
11 [10화]시체 콥 15.07.22 248 2 13쪽
10 [9화]아이언 핸들 15.07.21 320 2 14쪽
9 [8화]오샤 백인대 15.07.20 336 2 13쪽
8 [7화]예행연습 15.07.18 301 2 7쪽
7 [6화]halcón 15.07.17 280 2 11쪽
6 [5화]네메시스 15.07.16 424 2 14쪽
5 [4화]주식회사 아클레온 15.07.14 401 2 9쪽
4 [3화]신입 받아라! 15.07.13 452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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