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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으로 시작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구인수
작품등록일 :
2017.06.14 10:35
최근연재일 :
2017.06.28 18:3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5,673
추천수 :
333
글자수 :
88,077

작성
17.06.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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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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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 또 다른 마왕(2)

DUMMY

놀랍게도 문 안쪽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거의 5층과 비등한 넓이였는데, 한쪽에는 황금과 은, 동이 빼곡히 쌓여있었고, 다른 쪽에는 무기와 갑옷 같은 각종 아이템들이, 그리고 또 한쪽에는 두꺼운 책들이 수없이 쌓여있었다.

“다행히 다 그대로 있었군.”

그곳은 은행을 쓸 수 없는 마왕을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아이템 보관실이었다.

그곳에는 거의 수량 제한 없이 아이템을 넣어둘 수 있었는데, 켈베릭은 대부분의 아이템을 이곳에 보관하고 있었다.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나 정말 게임폐인이었구나.”

정말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어마어마한 돈과 아이템들. 켈베릭이 수없이 많은 현질과 사냥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었다.

켈베릭은 그 중에서 수많은 책들이 모여 있는 곳에 멈춰 섰다.

그 책들은 바로 스킬북.

다이액트에서는 레벨이 오른다고 자연스럽게 스킬을 배우는게 아니다.

다이액트는 따로 스킬북이라는 아이템을 얻어서 스킬을 배워야 한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답게 스킬북의 종류도 다양했고 스킬북마다 레어도가 존재해서 높은 등급의 스킬북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그래서 다이액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스킬북은 ‘돈 먹는 하마’라며 악명이 높았다.

“내가 여기다 쏟아 부은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다이액트에서 스킬북이 나오는 경로는 크게 네 가지다.

몬스터와 상인, 그들에게서 스킬북을 얻어 경매장에 올린 플레이어. 마지막으로, 현질이다. 이벤트니 한정판매니 해서 현질로만 얻을 수 있는 스킬북들이 존재하는데, 고랭크 플레이어인 켈베릭으로서는 도저히 안살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더 악독한 부분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랜덤박스시스템이었다.

자신이 쓸 수 없는 스킬북이 나올 수도 있으니, 자신의 직업전용 스킬북이 나올 때까지 현질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산더미 같이 쌓인 스킬북들이지.”

마왕이 되고 나서는 경매장 이용은 물론이고 플레이어들과 거래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동안 쌓이고 쌓인게 바로 이 스킬북들이었다.

“원래는 하등 쓸모없는 것들이라 방치해둔 거긴 한데.... 지금은 어떨까?”

이곳에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직업제한에 걸려 배우지 못한 스킬북들이 많았다.

만약 게임의 제약이 풀렸다면, 스킬북들의 직업제한도 풀렸을 가능성도 있는 법. 켈베릭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스킬북들을 흝어보았다.

그리고, 생각해두었던 스킬북 두 개를 집어들었다.

“역시... 배운다면 ‘부활’과 ‘소생’만한 게 없지.”

성직자의 고위스킬 ‘부활’과 ‘소생’. ‘부활’은 자신이 죽었을 경우, 하루에 한 번 즉시 그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소생’은 다른 죽은 플레이어를 다시 살리는 기술이다. 즉, 이 두 가지 스킬만 익힐 수 있으면 그는 그야말로 죽음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 죽음하면 네크로맨서인데 이 정도는 배워야지.”

그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북을 펼쳤다. 스킬북 안에 써져있던 글자들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 손바닥을 갖다대었다.

“스킬 ‘부활’을 배우기를 원한다.”

그러자 황금색 글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그의 손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황금색 글자들은 빠른 속도로 그의 어깨를 넘어 머리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좋아! 역시 되는 구나!’

글자들이 머리까지 올라와 새겨지게 되면 그걸로 스킬북은 사라지고, ‘부활’은 온전히 그의 것이 된다. 켈베릭은 흥분한 상태로 글자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때였다.

잘 올라가던 황금색 글자의 속도가 점차 늦춰졌다. 그리고 막 머리에 닿을 무렵, 갑자기 황금색 글자들이 빛을 잃고 검은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뭐야?”

켈베릭이 다시 시도해봤지만, 스킬북은 작동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소생’ 스킬북도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소생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설마 직업제한이 안 풀렸단 말이야?”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 게임의 제약이 풀렸다는 가설이 무너졌다. 그는 여전히 다른 직업의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

‘하지만 벨리알은 투명화 마법을 썼어. 그리고 내 스켈레톤은... 아니, 잠깐. 설마 제약이 풀린 게 아니라....’

불현 듯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켈베릭은 성직자의 스킬들을 내버려두고 다른 스킬북을 집었다. 그건 바로 도적의 스킬북. 켈베릭이 집어든 건 그 중에서도 급이 낮은 ‘단검 던지기’라는 기술이었다.

“기술 ‘단검 던지기’를 배우기를 원한다.”

아까처럼 황금색 글자가 그의 손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그의 머리까지 도달했다. 순간, 글자들이 밝게 빛나며 그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그의 손에 있는 스킬북은 사라졌다.

그는 곧장 아이템이 있는 곳으로 가 단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단검 던지기(dagger throwing)”

그러자 단검이 정확하게 한 곳을 향해 날아갔다. 단검 던지기 스킬이 작용한 것이었다.

“도적의 스킬을 배웠어. 그렇다면 역시 아까 실패한 건....”

이제까지 켈베릭은 게임의 제약이 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제약이 풀린 게 아니야. 게임의 설정이 현실에 맞춰 변한거지.”

간단히 말해, 게임의 설정들이 현실화 된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마수의 뼈에 스켈레톤 소환을 했기에 마수형태의 스켈레톤이 나온 것일 뿐. 그가 도적의 기술은 배웠지만 성직자의 기술은 배우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성직자의 기술은 빛의 신의 힘을 빌어 행하는 기술. 나 같은 언데드, 네크로맨서와는 극상성의 기술이니 배울 수 있을 리 없지.”

도적의 기술인 ‘단검 던지기’는 그런 것과 연관이 없다.

그렇기에 그는 무리 없이 배울 수 있던 것이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아쉽게 됐군.”

공격기술이야 이미 차고 넘친다. 그에게 필요한 건 여러 용도로 활용도가 높은 성직자의 기술. 그걸 배우지 못하는 건 꽤 타격이 크다.

켈베릭은 아쉬운 눈으로 한동안 스킬북이 있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는 기운을 되찾았다.

“뭐, 이 기회에 다이액트의 법칙들이 어떻게 이 현실에 적용되는지 알아냈으니 오히려 잘 된거야. 어차피 이런 스킬 따위나 배우려고 여기 온건 아니니까 상관없어.”

그렇다. 스킬북은 그저 간단한 에피타이저에 지나지 않을 뿐, 여기에 온 건 그보다 더 중요한 일 때문이었다. 켈베릭은 스킬북이 있는 곳을 지나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워낙 넓은 곳이라 한참이나 가야만 했다.


그가 멈춘 곳은 보관실의 가장 끝 쪽이었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거의 10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시체가 있었다.

보랏빛의 피부와 거대한 두 날개, 머리위에 달린 두 개의 뿔. 날카롭게 튀어나온 손톱과 발톱.

그리고 샛노란 두 눈. 죽었음에도 그 눈은 불타오르는 것처럼 강렬했다.

그 시체는 앉은 채 벽에 기대고 있었다.

켈베릭이 천천히 그 시체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랜만이군, 크로노스.”

그 시체의 이름은 크로노스.

한 때, 다이액트를 뒤흔들었던 난공불락의 보스 몬스터.

하지만 켈베릭에게 왕관을 내줘야 했던 비운의 악마.

마왕, 크로노스였다.



수많은 공격대가 도전했지만 무려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쓰러지지 않았던 난공불락의 마왕, 크로노스. 켈베릭은 그 마왕을 단 혼자서 쓰러뜨리며 전설이 됐다.

“정말 천운이 따랐지.”

켈베릭이 중얼거렸다.

그 말처럼, 켈베릭이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몇 가지 운이 따라서였다.

사실 켈베릭이 처음부터 마왕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파티 플레이를 이루는 탱딜힐,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오직 솔로플레이에 특화된 직업이다.

때문에 그는 어떤 레이드에도 제대로 참여한 적이 없었고, 당시 핫했던 마왕 레이드 역시 남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언제나처럼 혼자 사냥을 하던 중 우연히 히든 퀘스트를 받게 되었다. 그 퀘스트는 놀랍게도 마왕관련 연계 퀘스트. 끝까지 진행하면 창조신이 마왕의 체력을 1프로로 만들어주고, 플레이어 혼자서 그 약화된 마왕과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퀘스트였다.

“원래라면 아예 불가능한 퀘스트였지.”

약화됐다 하더라도 마왕은 레이드 보스. 수 십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덤벼야 쓰러뜨릴 수 있는 존재였다. 탱커라 할지라도 마왕에게 2~3방, 다른 직업이라면 단 한방만 맞아도 죽게 된다. 그런데 혼자서 그 마왕과 싸운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만약, 그 플레이어가 평범한 직업이라면 말이다.

남들이 파티플레이로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소환수와 연계하여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그는 다른 플레이어와는 달리 마왕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때는 진짜 아슬아슬했어.”

소환수는 소환하는 족족 마왕에게 쓰러지고, 딜은 제대로 박히지도 않고...

그는 최상급 소모 아이템을 남김없이 쓰고, 소환수를 몸빵삼아 몇 시간 동안 버티고 도망치고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마왕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잡아낸 마왕이기에, 켈베릭은 제작진에게 특별히 부탁해 마왕의 시체를 이곳 보관실에 영구보존 시켰다.

“기념이나 삼자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군.”

그의 직업은 네크로맨서. 다이액트에서 시체를 이용하는 유일한 직업이다. 그런 그의 앞에 다이액트 사상 최강으로 꼽히는 보스몬스터, 마왕의 시체가 있다.

그러니, 켈베릭이 지금 흥분하고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보스몬스터의 시체는 쓸 수 없지만, 지금은 다를 가능성이 아주 높지.”

네크로맨서가 보스몬스터의 시체를 쓸 수 없는 건 어디까지나 게임 상의 밸런스 때문. 설정 상으로는 당연히 모든 시체를 이용할 수 있다.

“후후... 이걸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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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마왕 vs 마왕(1) +1 17.06.24 899 21 12쪽
11 10. 또 다른 마왕(5) +2 17.06.23 904 16 12쪽
10 9. 또 다른 마왕(4) +4 17.06.22 950 21 12쪽
9 8. 또 다른 마왕(3) +5 17.06.21 947 24 15쪽
» 7. 또 다른 마왕(2) +3 17.06.20 968 19 10쪽
7 6. 또 다른 마왕(1) +1 17.06.19 1,036 19 13쪽
6 5. 미지의 땅(4) +4 17.06.18 1,050 23 12쪽
5 4. 미지의 땅(3) +1 17.06.17 1,045 22 14쪽
4 3. 미지의 땅(2) +2 17.06.16 1,171 23 12쪽
3 2. 미지의 땅(1) +5 17.06.15 1,265 25 16쪽
2 1. 마왕 켈베릭 +5 17.06.14 1,399 22 13쪽
1 0. 인생, 아니 겜생의 전환점 +3 17.06.14 1,505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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