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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수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으로 시작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구인수
작품등록일 :
2017.06.14 10:35
최근연재일 :
2017.06.28 18:3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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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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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글자수 :
88,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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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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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또 다른 마왕(4)

DUMMY

켈베릭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의 모습이 바뀌었음에도 이리엘, 사천왕을 비롯한 모든 악마성의 존재들은 켈베릭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마왕성의 존재들은 켈베릭이 어떤 모습이든 그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변장을 해도 애네들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겠구만.’

켈베릭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왕성, 2층 복도를 걷고 있었다.

복도에는 암흑정령이라 불리는 손바닥 크기만한 존재들이 한창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가 지나칠 때마다 암흑정령들이 머리를 숙였다.

“수고하는군.”

암흑정령은 대지 정령들이 마왕의 의해 타락한 모습. 그들은 본디 대지의 정령답게, 마왕성에서 건축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특별히 켈베릭의 지시로 마왕성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중이었다.

‘게임이었을 때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지금까지의 마왕성은 전투를 위한 공간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건물이었다. 때문에 켈베릭은 암흑정령에게 간부들의 개인 방과 목욕탕, 요리실 같은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우리도 이제 사람답게 살아야지. 아니, 이럴 때는 악마답게 산다고 말해야하나?’

켈베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2층의 한 구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아주 어둡고, 음침한 공간이었다. 넓은 공간 안에는 거대한 창자처럼 생긴 기다란 관들이 벽과 천장, 바닥을 가릴 것 없이 가득 붙어있었다.

그곳은 바로 부화실이라 불리는 공간이었다.

“아아..!! 오셨군요!! 주인님!”

그가 도착하자 그 거대한 창자를 밟으며 조그만 소녀가 달려왔다. 그녀는 곧장 켈베릭의 품에 안겼다.

“하하! 반갑구나. 리림.”

그녀의 이름은 리림. 겉으로는 검은 단발 머리에 수수한 흰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인간소녀였지만, 사실은 악마성의 간부이자 이 부화실의 주인이었다.

“이렇게 친히 행차해주시다니 소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아니다. 당연히 와야지. 너는 나를 위해 항상 고생하고 있으니까.”

“아니에요. 주인님을 위해 일하는 건 항상 저의 기쁨이랍니다. 무엇보다 소녀의 일은...”

리림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어갔다.

“....주인님의 아이를 만드는 거니까요.”

“크흠...!!”

켈베릭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10대 초중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크흠.... 그래, 할 준비는 다 되었느냐?”

“네. 소녀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그러면... 시작해보자꾸나.”

“네. 주인님.”

리림이 홍조를 띄며, 원피스 치마를 아주 살짝 걷어 올렸다.

걷어올린 치맛자락 안쪽에 기다란 줄이 보였다. 그 줄은 리림의 몸에서 나와 바닥에 붙어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방안을 감싸고 있는 창자처럼 생긴 것과 연결되어있었다.

“아아...”

갑자기 거대한 창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방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엄청나게 진동했다. 잠시 후, 몇몇 창자들이 마치 촉수처럼 움직이며 리림의 옆에 다가왔다. 그것들이 거대한 입을 벌렸다.

꿀렁... 꿀렁...

그것들이 검은 액체와 함께 무언가를 토해냈다. 각기 생김새와 크기가 다른 기괴한 검은 짐승. 그것들은 마수였다. 몸에 묻은 액체를 털어낸 마수들은 리림의 곁에 향했다. 그들은 리림에게 몸을 비비거나 핥으며 애교를 부렸다.

“하하!! 간지러워!”

리림의 능력은 바로 마수들을 낳는 것.

‘무엇보다 마수들의 생산에는 흑마력이 들지 않지.’

다른 악마들의 소환에는 모두 흑마력이 든다. 반면, 리림은 시간만 충분하다면 아무 자원 없이 무한정으로 마수들을 낳을 수 있다. 즉, 리림은 공짜로 마왕성의 병력을 늘려주는 귀중한 인재인 것이다.

“아아... 보세요! 저와 주인님의 사랑의 결과에요.”

다만, 살짝 부담스럽다는 단점이 있었다. 리림이 마수들을 켈베릭과 자신의 자식이라고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임의 설정이 아무래도 이상하게 적용된 모양이야.’

맹세컨대, 켈베릭은 리림이 마수들을 낳는데 어떤 도움을 준적이 없다. 그럼에도 저런 생각을 하는 건....

‘설마 제작진이 나 몰래 이상한 설정을 넣은 건가?’

마왕성의 인물들은 모두 제작진과 켈베릭의 회의 끝에 나온 결과. 정확히 말하자면, 켈베릭은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인물 제작은 제작진이 한 것이다.

‘분명 제작진 중에 이상한 취향이 있는 사람이 있는 거야. 아니면 왜 리림이 이러겠어?’

그것만 아니면 리림은 그저 귀여운 소녀일 뿐이다. 켈베릭은 리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수고했다. 리림.”

“헤헷... 그럼...”

리림이 켈베릭에게 팔을 펼쳤다. 켈베릭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안아올렸다.

켈베릭에게 푹 안긴 채,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주인님. 이 아이들도 이번에 데려가실 건가요?”

“그렇단다. 이번에 마수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길 예정이거든.”

켈베릭이 직접 이곳에 온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었다. 오늘 있을 일에 마수들의 역할은 그만큼 아주 중요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이 아이들도 기뻐할거에요! 그렇지? 애들아?”

마수들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대부분이 평지인 마의 땅에서, 그곳은 유일하게 존재하는 산악지형이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험한 산. 일명 ‘마의 언덕’ 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흐음...”

켈베릭과 사천왕들은 그 산 정상 위에 서 있었다.

“여기에 있다는 그 악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마수어미’라 불린다고 합니다.”

라비아스의 말에 켈베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마수어미’는 마수들을 지배하는 악마였다. 이곳에 자리 잡은 마수어미 세력은 주력 병력인 마수의 숫자만 해도 수 천 마리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 마수어미가 바로 ‘마왕군’의 적대세력이란 말이지.”

“죄송합니다. 나머지 한 세력은 교섭이 실패했습니다. 그쪽은 마왕군에 잔뜩 겁에 질려서 협상이 불가능했습니다.”

“괜찮다. 어차피 ‘계획’에는 지장이 없으니. 라비아스, 준비는 다 끝난 거겠지?”

“네. 남은 건 ‘마수어미’와의 협상뿐입니다.”

“좋아. 그럼 슬슬 가봐야겠군.”

켈베릭의 시선이 산 아래의 드넓은 평지에 향했다. 저 멀리, 무장을 한 악마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손님이 오기 전에 말이야.”


마수어미가 있는 곳은 산 깊숙한 곳의 거대한 동굴이었다.

동굴 안은 온통 꾸불꾸불한 통로들로 가득차서 미로처럼 복잡했다. 벨리알이 말했다.

“마수어미가 의도적으로 만든 길입니다. 마왕군에 비해 수적 열세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럴듯하군.”

이런 미로 같은 곳은 길을 아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게다가 그들의 주력 병력은 기동력이 뛰어난 마수. 평지에서의 정면싸움보다 이런 곳에서의 게릴라 전투가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기 쉽다.

“이곳입니다.”

미로와 같은 통로를 벗어난 끝에 도착한 곳은 전과는 달리 사방이 훤히 뚫린 넓은 동굴 안이었다. 그곳에 ‘마수어미’가 있었다.

“그쪽이 켈베릭 님, 인가요?”

“그렇다.”

마수어미는 하체는 거대한 뱀, 상체는 인간형의 모습을 한 악마였다. 윤기가 흐르는 긴 생머리에 아름다운 얼굴. 파충류의 눈과 날름거리는 혀가 평범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줬다.

“반갑습니다. 저는 나레이, 보통 ‘마수어미’라 불리죠.”

악마세력의 수장이라 길래 대뜸 거친 말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마수어미는 꽤 예의가 바른 악마였다.

“제의한 협상은 잘 받았습니다. 그쪽도 목표가 ‘마왕군’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셈이지. 그래서 우리와 함께 하기로 한 건가?”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이곳으로 부르지도 않았겠죠.”

나레이가 긴 혀를 날름거렸다.

“적의 적은 동지. 저도 기꺼이 함께하겠어요.”

“시원시원하군. 좋아. 우리도 함께하지. 그런데, 마수어미라 들었는데 이곳에는 마수가 보이지 않는데?”

이곳뿐만 아니라 이 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단 한 마리의 마수도 보지 못했다.

“마수 수 천 마리가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럴 리가요. 그 애들은 부끄러움이 많아 손님이 오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답니다.”

“겁이 많은 건가? 그럼 곤란한데. 나는 강인한 전사를 원하지, 겁쟁이들은 필요하지 않은데.”

“호호호..! 저희는 강인한 전사와는 거리가 멀답니다.”

순간, 동굴벽에 뚫린 수많은 구멍에서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안을 빼곡이 매울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그들은 사방에서 켈베릭 세력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은밀한 사냥꾼이 더 어울리죠.”

“감히 어디서!!”

사천왕이 곧장 켈베릭을 애워쌌다. 라비아스의 붉은 검이 스르릉, 뽑혔고, 벨리알의 스태프에 빛이 서렸다. 모락크가 잔뜩 몸을 부풀렸고, 아스모는 몸을 낮추며 곧장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때, 마수들이 뒤로 물러섰다.

“하하하!! 너무 놀라지 마세요. 켈베릭 님이 제 아이들을 보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잠시 인사시킨 것 뿐이에요.”

“인사치고는 꽤 험악하군.”

“그 정도는 양해해주세요. 손님이 오신다는데 저 혼자 맨몸으로 있을 순 없으니까요.”

켈베릭이 침착하게 그들을 살펴봤다. 그때 봤던 사냥개 모습의 마수와는 달리 이곳의 마수들은 곰부터 호랑이까지 모습이 제각각 달랐다.

“흐음... 확실히 많은 숫자군. 어떻게 이 정도의 마수를 모은 거지?”

야생의 마수들을 다 모은다고 해도 이 정도는 되지 않으리라. 이건 분명 의도적인 방법에 의한 것이었다.

“글쎼요... 일종의 노하우라고 해두죠.”

“밝힐 생각이 없다, 이건가.”

“굳이 제 패를 다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뭐, 그쪽이 제 낭군이라도 되지 않는다면 모를까.”

나레이가 요염한 눈빛으로 켈베릭을 흩어보았다.

“이곳에는 하나 같이 단순한 놈들뿐이라 좀처럼 좋은 남자를 찾기 힘들죠. 켈베릭님, 당신 같은 남자 말이에요. 어때요? 그쪽도 혼자인 것 같은데...”

“뭐!? 이 년이!?”

갑자기 아스모가 발끈하며 나레이에게 덤벼들려했다.

“주인님! 명령해주십시오! 지금 당장 저 년의 건방진 입을 잘라버리겠습니다!!”

“진정해라, 아스모. 아직 협상 중이다.”

켈베릭은 씩씩대는 아스모를 진정시키고 나레이를 바라봤다.

“그건 사양하도록 하지. 겨우 비밀 하나 알아내려고 코가 꿰이고 싶진 않으니까.”

“어머, 그거 아쉽네요.”

“그러니, 그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 묻도록 하지.”

“네? 뭐라고요?”

나레이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켈베릭의 시선은 이미 아스모에게 닿아있었다.

“아스모.”

“네, 주인님.”

“아까부터 숨어있는 쥐새끼가 굉장히 거슬리는구나. 당장 잡아오거라.”

“명 받들겠습니다.”

순식간에 아스모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 있다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땐, 그녀의 손아귀에는 한 인간여자가 붙들려있었다.

“크으윽!! 이거 놔!!”

여자가 발버둥쳐봤지만, 아스모는 강제로 그녀를 무릎 끓렸다.

“잡아왔습니다. 주인님.”

“그래. 잘 해주었다. 흐음... 그런데 쥐새끼인줄 알았더니 지금 보니 인간이로구나.”

“아무래도 마수어미란 작자가 인간까지 키우나봅니다.”

아스모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나레이를 바라보았다. 나레이는 딱 봐도 꽤나 당황한 듯 했다.

“혹시 그쪽이랑 관련이 있나?”

“아...아니에요!”

“그럼 이건 내가 처리해도 되겠군.”

여자는 눈만 보이는 두터운 복면에 온 몸을 가리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꼭 닌자 같은 모습이군.’

여자는 상황을 깨달았는지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겁에 질린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걸 받아들인 것처럼 의연해보였다.

‘복장부터 태도까지... 아주 잘 훈련된 인간이군.’

프로의 냄새가 짙게 나는 여자였다. 그런데 그런 인간이 왜 여기서 그들을 염탐한 걸까?

켈베릭은 거칠게 그녀의 복면을 벗겼다. 그러자 검은 색의 포니테일 머리를 한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름은?”

“비연.”

“그래, 비연. 넌 어디 소속이지?”

“...난 모험가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모험가라고?”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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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마왕 vs 마왕(4) +3 17.06.27 549 19 13쪽
14 13. 마왕 vs 마왕(3) +5 17.06.26 584 17 13쪽
13 12. 마왕 vs 마왕(2) +7 17.06.25 800 20 11쪽
12 11. 마왕 vs 마왕(1) +1 17.06.24 899 21 12쪽
11 10. 또 다른 마왕(5) +2 17.06.23 904 16 12쪽
» 9. 또 다른 마왕(4) +4 17.06.22 951 21 12쪽
9 8. 또 다른 마왕(3) +5 17.06.21 948 24 15쪽
8 7. 또 다른 마왕(2) +3 17.06.20 968 19 10쪽
7 6. 또 다른 마왕(1) +1 17.06.19 1,036 19 13쪽
6 5. 미지의 땅(4) +4 17.06.18 1,050 23 12쪽
5 4. 미지의 땅(3) +1 17.06.17 1,045 22 14쪽
4 3. 미지의 땅(2) +2 17.06.16 1,171 23 12쪽
3 2. 미지의 땅(1) +5 17.06.15 1,265 25 16쪽
2 1. 마왕 켈베릭 +5 17.06.14 1,399 22 13쪽
1 0. 인생, 아니 겜생의 전환점 +3 17.06.14 1,505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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