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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명의 글방

철혈의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진필명
작품등록일 :
2010.07.22 14:05
최근연재일 :
2009.12.03 07:01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04,075
추천수 :
642
글자수 :
30,706

작성
09.12.01 06:06
조회
33,440
추천
68
글자
7쪽

철혈의선 2장 혈풍혈우3

DUMMY

바로 소녀와 약롱이었다.

괴한들은 소녀와 약롱이 실린 말을 향해 일제히 몰려들었다.

강풍은 약롱을 들어 등에 짊어지고 이호를 뒤로 물려 소녀를 보호하게 했다.

그러자 괴한들의 공세는 강풍에게 집중되었다.

강풍이 바라던 바였다.

“크윽!”

“아악!”

강풍이 몸을 날리고 검을 번쩍일 때마다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나루에는 혈풍혈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강풍의 몸놀림은 한 번도 헛된 것이 없었고 절대 물러남이 없었다.

강풍의 적절한 동작과 무식할 정도로 상식을 초월한 공격적인 수법에 합벽진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괴한들은 세 사람씩 짝을 이룬 삼재진三才陣으로 세 방향을 공격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강풍의 단 한 수에 선봉에선 무사가 박살이 나는 판국이니 그들의 삼재진은 금방 와해되었다.

무산의 무자비한 철봉 또한 연신 피를 튀겼다.

겨우 두 명이 살아 강으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세 필의 말은 다 죽고 말았다.

일도를 내려쳐 말의 숨통을 끊었으니 괴한들의 무위는 보통을 넘었다.

이백 냥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괴한들이 말을 죽인 것은 조금이라도 일행의 발길을 늦추겠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다시 말하자면 강을 건너면 또 괴한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

대체 소녀의 정체가 뭐고 약롱에 든 물건이 무엇이기에 괴한들이 죽기 살기로 달려든 것인 지······.

집사는 품속을 뒤져 폭죽 같은 것을 꺼내더니 허공에 쏘아 올렸다.

벽력이 치는 요란한 소리가 나며 하늘에는 붉은 매화 세 송이가 피어올랐다.

군에서 쓰는 화광탄보다도 더 성능이 좋은 폭죽이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본원의 무사들이 달려 올 것입니다. 그럼 안심하셔도 됩니다.”

집사가 억지 미소를 짓고 말했지만 강풍의 마음은 평온하지 못했다.

타관에서 공연한 일에 말려들어 아무 소득도 없는 싸움을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적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싸운다는 건 병법에도 맞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개봉에서 수로를 통해 강남으로 갈 작정이었다.

하지만 기왕 피를 본 일이니 용정대원까지만 소녀를 데려 주고 사례를 받은 뒤 곧장 떠나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일각이 지난 뒤 강 맞은편에서 일단의 무사들이 배를 타고 나타났다.

저고리 끝단에는 용정방이라는 세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배를 타고 황하를 건너자 제법 반듯한 오관을 가진 귀공자가 허리를 굽히며 소녀를 맞았다.

“성수신의聖手神醫 진의원님의 따님이시지요?”

소녀도 밝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답례했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말이 없었던 소녀가 귀공자에게는 입을 열어 말을 하니 강풍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몰골을 살폈다.

때 국물이 줄줄 흐르는 초라한 행색이 문제인 게 분명했다.

사람이란 의관이 반듯해야 대접을 받는 법이다.

귀공자가 강풍 일행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집사가 달려가 소곤거렸다.

하지만 귀공자는 달가운 표정이 아니었다.

“자, 소저께서는 마차에 오르시고 세 분께서는 저를 따르십시오.”

그렇게 말한 귀공자는 혼자만 말에 올랐다.

말 뒤를 걸어서 따르라는 말.

강풍은 성질 같아서는 말 엉덩이를 차버리고 바로 떠나고 싶었다.

그때 소녀가 마차 문을 열고 이호를 불렀다.

“아저씨! 자리가 넉넉하니 함께 타요.”

강풍이 뭐라 하기도 전에 이호는 얼른 마차에 올랐고 무산도 이호의 뒤를 따랐다.

그러자 귀공자의 검미가 꿈틀거리며 눈초리가 매섭게 변했다.

목숨을 걸고 소녀를 지켜 줬건만 고작 이런 대접을 받게 되니 강풍은 기분이 상했지만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마차에 올랐다.

그저 외관이 추리하니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번 입이 열린 소녀는 이제 말문이 터졌다.

“목숨을 걸고 소녀를 지켜 주셨는데 보답을 못해 드려 죄송해요. 용정대원의 일이 끝나면 약재를 사서 보약을 지어 드릴게요. 지금은 돈이 없어 약재를 살 수가 없어요.”

이호가 얼른 말을 받았다.

“부잣집에서 초빙할 정도로 고명한 명의 같은데 여태 돈을 모으지 못했어?”

소녀는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도리질 했다.

“선친께서는 성수신의라 불릴 정도로 고명했지만 주로 가난한 백성들을 치료하고 사례를 받지 않으셨어요. 그러니 모아 놓은 돈이 없죠. 소녀는 혼자 행의行醫를 한지 이제 겨우 달포 되었고 이번이 돈을 받고 하는 첫 번째 진료거든요. 이제부터는 적당한 돈은 받을 작정이에요.”

강풍은 소녀의 사정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명의로 이름을 날리던 소녀의 부친이 죽고 소녀는 이제 강호로 나서 본격적인 행의를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괴한들이 왜 약롱을 노리는 지 알 수 없었다.

얼핏 본 약롱에는 옷가지와 침통, 그리고 의서도 아닌 사서오경이 들어 있고 약재라고는 보이지도 않았다.

무산이 덩치에 맞게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우리 세 사람은 도를 닦아 보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생기지 않는단다. 그러니 보약은 지어 주지 않아도 돼.”

소녀는 무산을 보며 빙그레 웃기만 했다.

강풍이 소녀에게 물었다.

“환자의 병증은 알아?”

소녀는 고개를 도리질 했다.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어?”

소녀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고칠 수 없는 병도 많아요. 또 병이 깊어져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환자는 아버지도 어쩔 수 없어요.”

소녀의 말은 자신이 못 고치는 병은 부친도 못 고친다는 말이었다.

강풍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녀는 얼굴을 붉혔다.

지나친 자신감을 보였으니 조금 창피해 하는 것 같았다.


마차는 어느새 개봉의 번화가 용정가龍井街로 접어들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용정가는 세 사람에게는 별천지였다.

비단을 파는 포목점만 해도 끝이 없이 즐비 했고 어디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는 장신구를 파는 가게만 해도 열 개가 넘었다.

그리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주루와 객잔들.

그런 별천지가 끝나고 수목이 우거진 수려한 풍광이 펼쳐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마차가 멈췄다.

강풍은 고개를 내밀어 앞을 바라봤다.

청동사자가 양편에 서 있고 큰 성문과도 같은 대문이 앞을 막고 있었다.

그 크기는 마치 안문관의 관문과도 같았고 십장생도가 양각된 담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문간을 지키는 수문무사만 해도 열 명이 넘고 문 위의 문루에도 무사들이 활을 든 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용정대원은 개봉부 제일의 방파 용정방의 전대방주가 사는 집이었다.

개봉 제일의 갑부이자 하남 제일의 갑부 유원경.

회갑에 금분세수한 뒤 아들에게 용정방주 직을 넘기긴 했지만 노방주는 태상방주라는 직함으로 용정방의 대소사에 여전히 관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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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철혈의선 3장 강남의 달1 +19 09.12.03 35,318 65 7쪽
9 철혈의선 2장 혈풍혈우4 +24 09.12.02 33,597 56 7쪽
» 철혈의선 2장 혈풍혈우3 +14 09.12.01 33,441 68 7쪽
7 철혈의선 2장 혈풍혈우2 +16 09.11.30 34,372 51 7쪽
6 철혈의선 2장 혈풍혈우1 +17 09.11.29 36,224 93 7쪽
5 철혈의선 1장 안문관의 봄5 +18 09.11.28 35,406 55 7쪽
4 철혈의선 1장 안문관의 봄4 +17 09.11.27 35,681 49 7쪽
3 철혈의선 1장 안문관의 봄3 +16 09.11.26 36,782 50 7쪽
2 철혈의선 1장 안문관의 봄2 +15 09.11.26 42,877 55 7쪽
1 철혈의선 1장 안문관의 봄1 +28 09.11.26 71,043 9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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