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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


[찰나] 그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그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어떤 말도 그에겐 상처가 된다.
그가 왜 그렇게 무수히 많은 상처를 가졌냐면
그 스스로가 지은 죄를 알고 있어서다.
죄를 알지만 그것을 고치려 하진 않는다.
그저 그 죄를 입에 담는 사람을 미워할 뿐이다.
누가 말하지 않으면 그래도 덮고 넘어갈 수 있는 그 죄를
누가 말함으로써 스스로 의식하게 되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기 때문에
당장 지울 수 없는 죄보다는 그 죄를 발언한 상대를 증오하는 것이다.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댓글 12

  • 001. Personacon 르웨느

    14.05.23 23:50

    누가 자신의 상처를 얘기할 때
    그것이 자신과 가까운 상대일 때(혹은 자신을 비난한다고 여겨지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002. Personacon 르웨느

    14.05.24 00:04

    당신은 스스로가 수치스럽게 느낄 만큼 기나긴 세월 그 죄를 부풀려 왔고
    이제 그것과 대면해야 할 순간이 왔다.
    당신이 외면한다면, 그 죄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가족에게 "당신이 어디 있냐?"고 물어온다.
    당신의 가족은 죄가 찾아왔음을 당신에게 알려줄 수밖에 없고 (당신과 같이 외면하는 수도 있다, 당신과 똑같은 죄를 지으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그 죄를 전달한 사람을 미워한다.

  • 003. Personacon 르웨느

    14.05.24 00:04

    당신은 당신의 아픔, 부끄러움을 달래기 위해서
    상대를 내리깎는데 집중한다.
    상대방의 잘못을 드러내어 (현재의 문제와 전혀 관련 없는 과거의 이야기)
    상대가 당신을 지적(비난)할 자격이 없는 부도덕하고 인간실격인 존재로 만든다.
    그리해 당신은 고결해지고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역시 당신은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이다.

  • 004. Lv.1 [탈퇴계정]

    14.05.24 02:14

    그런 사람도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소중한 것 같아요.
    보듬고 다듬으면 안에 숨겨놓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게 상처가 많은 사람들 같아요.
    사실 그런 못난 부분이 너무 인간답다고 생각해요.

    상처가 많은 사람들은 제가 봤을 때 보호가 없는데에 대한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은 상대의 행동으로 아픔을 느꼈을 때 방어적인 자세로 공격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 친구들 중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그분들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보호와 애정을 줄 사람을 찾아 방황하던 친구들이 상처가 많고 여렸던 것 같아요.

  • 005. Lv.1 [탈퇴계정]

    14.05.24 02:21

    저도 누군가 절 공격하면 그 순간 열이 뻗쳐올라요.
    제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싸우다가, 감정이 식으면
    "왜 그랬을까? 무엇이 그 사람이 날 공격하게 만들었지?"하고 곰곰히 생각하게 돼요. 계속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국엔 그 사람을 이해하고 오히려 그런 연약한 면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같이 있어줌으로써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쌈박질 하다가 친해지는 느낌이요! 사실 함께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다 보면 부정적인 면 뒤의 괜찮고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상치 못한 의외의 모습을 보면,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 들어서 더 그 사람한테 빠져드는 것 같아요.

  • 006. Lv.1 [탈퇴계정]

    14.05.24 02:24

    뭔가 편안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한 친구들이 삐뚤어진 경향이 있죠... 하지만 그런 삐뚤어짐을 사랑해요. 맨 처음에 그 삐뚤어짐을 대했을 땐 마냥 불쾌하다가, 나중엔 그게 그 친구의 서투른 표현이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 007. Lv.1 [탈퇴계정]

    14.05.24 02:28

    공격은 그 사람의 최후의, 간절한 스스로에 대한 보호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공격하는게 좋다는 건 아니지만, 전 그 공격을 그 사람의 비성숙함으로 보기 보단, 그 사람의 애절한 도움 요청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 008. Lv.1 [탈퇴계정]

    14.05.24 02:29

    하지만 르웨느님의 생각도 공감이 가요.

  • 009. Lv.1 [탈퇴계정]

    14.05.24 03:02

    제가 미국에 사는데 영어 시간에 옆에 멕시칸 남자아이가 앉았었어요. 근데 걔가 자꾸 저보고 "쟤 동아시아 사람 같은 냄새 나." 이러면서 뭔가 좀 인종 차별적인 말을 하는 거에요. 제가 너무 화가 나서 집에 가서 일기장에다가 "I will kill him! (그를 죽일 거야아아아아)"이라고 분노의 말들을 적었어요. 반이 두개가 겹쳐서 녀석이 흑인에 대해서도 그러는 걸 자주 들었어요 (반의 흑인 여자애한테 너희 조상님은 노예였다는 둥 굉장히 상처받는 말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요, 그 녀석은 비슷한 환경을 겪으며 어렸을 적부터 자라왔을 거에요. 미국의 백인이 아니라 멕시칸이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오신 분들이 호의적인 시선만 받지 않듯이 그 녀석도 그랬던 게 아닐까요? (솔직히 멕시칸으로서 미국에 사는게 어떤 건지 짐작이 안 가요. 아마 그건 멕시칸이 제일 잘 이해하겠죠.) 자신이 멕시칸인 것이 녀석한테는 상당한 콤플렉스였던 것 같아요. 영어 시간에 문장을 적을 때 "멕시칸이 세상을 지배한다."라고 쓰고요, 또 공부를 잘하고 싶어했어요. "내 시험 점수는 ~인데 넌 몇점이야?" 비숫하게 물어봤던게 기억나요. 뭔가 억눌리거나 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싫어한다는 인상을 받았고요, 녀석이 하는 공격과 깎아내림은, 녀석 자신이 그 때까지 받은 차별에 대한 복수, 분노의 표현이라고 느껴졌어요. 녀석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고 아직 비성숙한 행동이었지만, 걔가 저랑 같은 반이어도 사실 2살이나 어려서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이해하게 됐어요.

    저랑 녀석 앞에는 예쁜 여자아이와 그 여자아이와 친한 남자아이가 앉았는데요, 녀석은 그 여자아이를 아주 좋아했어요. 근데 여자애가 그 남자애한테만 껌을 줬어요. 그랬더니 "왜 (걔한테만) 껌을 줘!"하고 여자애한테 엄청 화내는 거에요. 여자애는 "왜, 왜 화내..."하면서 엄청 당황했어요. ;;; 사실 녀석은 "나도 관심 가져줘! 나도 껌을 먹고 싶어..."를 말 못해서 화를 내는 걸로 표현한 걸로 보였는데 여자애는 녀석이 그녀를 싫어하고 화냈다고 인식했어요. 그걸 보고 그냥 표현에 서툴러서 삐뚤어진 표현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녀석이랑 엄청 신경전을 많이 벌였어요. 근데 지금은 그냥 "까칠하고 자꾸 남을 상처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마음이 무척 여리고, 그런 여린 마음을 아직 제대로 표현할 지 모르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때 했던 다툼이 무색하게 아주 훈훈한 마무리...! 다툼 속에서 싹피우는 우정!

  • 010. Lv.1 [탈퇴계정]

    14.05.24 03:24

    녀석은 그냥 화가 나고 따뜻한 관심을 갖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녀석을 '아주 못된 아이!'라고 생각하고 녀석과 얘기하지 않고 소외시킨다면 전 매우 슬플 것 같아요... 녀석의 못난 면 뒤의 어린아이 같은 여림, 풍부한 감수성과 공감 능력 등 녀석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과 좀 서먹서먹해 보였고, 어린 여동생을 잘 돌보는 좋은 오빠로 보였어요. 그의 못난 점 뒤에 숨겨진 그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외면하고, 그가 외면 받는다면 전 무척 슬플 것 같아요...

  • 011. Lv.1 [탈퇴계정]

    14.05.24 03:32

    그래도 녀석이 제게 했던 인종 차별적인 말들은 안 잊어먹었어요. -ㅅ- 흥

  • 012. Lv.1 [탈퇴계정]

    14.05.24 03:33

    근데 길게 쓰고 나서 다시 보느까 제가 엉뚱하게 다른 얘기를 한 것 같아요. orz
    그냥 사람의 나쁜 점이 있으면, 좋은 점도 아마 있을 거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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