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도 다 가는군.
믿기지 않는다.
뭐라도 쓰고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안 쓰고 보낸 건 처음인 것 같다.
아니, 안 쓴 건 아니다. 소설이 아니라 웹툰을 하고 있으니까
연재분 원고를 쓰는 것과 다를 뿐, 뭔가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건 멈추지 않았다.
게을러진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정도로 해야지 나는 그날 하루를 충실히 보낸 걸까?
예전의 기준은 분량이었다. 연재할 수 있는 원고를 3~4천자 쓰면 그날 하루는 노력한 것이다. 성실히 산 것이다. 그리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앉아서 글만 쓸 때보다 잦은 외출을 하고 있다.
울산 집엔 기존에 내가 사놓은 책들이 많다. 굳이 바깥에 나가서 책을 골라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늘 읽는 것들, 쓰려는 것들은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었다.
서울 집은 얹혀 사는 처지다. 책 여러 권 사다놓는 것도 눈치 보인다. 돈도 없다. 서점에 가면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지만 그만큼 사고 싶은 욕구도 높아진다. 도서관에 가는 게 좋다. 애초에 거기는 구매할 수 없는 곳이니까.
살 수 없는 책을 읽을 땐 노트가 뒤따른다. 읽다 마음에 든 문구는 베껴 옮겨야 안심이 된다. 내 기억력은 믿을 것이 못되므로 기록만이 진실이다.
뭔가를 조사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난 분명 창작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데,
막상 내가 쓴 원고는 없다.
글만 쓸 때의 내가 떠오른다.
그때의 나가 맞다. 글은 이러나저러나 앉아서 써야 하는 거다.
상상은 망상에서 그칠 뿐.
서울 집에서 과거와 마주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방 안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글은 써야 나오는 거라는 말이, 안 통했다.
서울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고모를 볼 때마다
허허실실 웃게 된다.
맞아, 아무것도 안 하는 거다.
반박은 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러니 써야지. 자료 조사와 함께 글쓰기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지식을 머릿속에 우겨넣어도
글쟁이가 글로 남기지 않으면
그건 아무것도 안 한 거다.
노력은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남이 알아줘야 할 것도 아니다.
내가 알면 된다.
노력한 만큼 자신을 믿고, 자신을 가지고
이어나가야지.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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