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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유

작곡 천재의 힐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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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유
작품등록일 :
2024.09.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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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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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막힌 스토리

DUMMY

눈치싸움은 기본, 암투는 일상.

투미 엔터테인먼트의 평소 풍경이다.

오늘도 다르진 않았다.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나,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머리만 굴리는 중이었다.


태윤만이 재밌다는 생각을 하며 상황을 즐겼다.


‘예능에서 본 거랑은 좀 다르네.’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 그저 신기했다.


작사가 만나볼거냐 묻기에 그러마 했다. 그런데 이런 유명 인사가 나타날 줄은 몰랐지.


“안 바빠요? 급하게 시간 내줘서 고맙네.”


곽영호 대표가 묻자 여자가 대답했다.


작사가, 오지수였다.


“누구 부탁인데요. 없는 시간도 내야지. 나 뉴페이스 좋아하잖아요.”


오지수 작가가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느른한 눈빛이 태윤을 쫓았다.


‘날티는 안 나네. 일단 태도는 괜찮은데······.’


조심스레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우리 곽영호 대표가 또 초짜 데리고 구원자 놀이를 하고 있구나.

이번엔 또 얼마나 가려나.

생긴건 멀끔한데 작곡은 무슨. 신인 아이돌 병풍3 정도면 딱 적당하겠구만.


이게 오지수 작가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게 벌써 몇 번째더라.

괜히 입 한번 잘못 놀려서 이게 뭐하는 짓이람.


옅게 한숨을 쉬었다.


작사는 아무나 하나?

여태 가르쳐서 제대로 배운 애가 있긴 하던가?


그럼에도 자본주의 미소를 장착하고 입꼬리를 바짝 당겼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한 시간.

적당히 일반론만 읊어주고 어려운 업계 용어 살짝 섞어 겁주면 알아서 나가 떨어질 것이다. 알려주면 뭐해. 창작이 가르친다고 되냐고.


“오 작가. 잘 부탁해요.”

“저 진도 빠른 거 아시죠? 서 작가님이라고 했나요? 잘 따라와요. 재방송 하는 거 질색이라.”

“말은 이렇게 해도 우리 오 작가가 은근 잔정 있어.”

“바쁜 사람들끼리 시간 내서 만난건데. 서로 뭐라도 얻어가야죠?”


그렇다고 영 헛소리를 늘어놓진 않는다.


될놈이라면 한시간 배운 걸로 혼자 끄적여볼 정도는 될 것이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이 바닥 퇴물 되는 거 순식간이다.


한번 삐끗하는 순간 트렌드는 저 멀리 도망간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슬슬 쫓아가기 버거워 무릎이 시큰거린다.


될성부른 애들 모아놓고 후배니, 제자니 하며 끌어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계속 얼굴이라도 디밀어볼 수 있는 것이다.


뭐, 아직까진 그럴만한 인재가 없었던 게 좀 아쉽지만.


간단히 호구조사 먼저 시작했다.


서태윤, 너는 뭐하는 놈이냐!


“가사 써봤어요?”

“아니요.”

“왜 쓰려고 해요?”

“작곡이 밑그림이라면 작사는 채색이니까요? 제가 생각한 걸 완벽하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솔직히?”


오지수가 침을 꿀떡 삼켰다.

왜 기대 되지?

오랜만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녀석이었다.


어디서 주워들은 그럴싸한 말만 지껄일지. 아님 반전으로 놀랠킬지 궁금했다.


“제 곡이 잘 팔렸으면 좋겠거든요.”

“음?”

“처음에 터지는 건 멜로디인데 결국 롱런하는 건 가사가 좋아야 되더라고요.”


빠져든다······.


“예를 들면?”

“태정 2집에 <돌아갈게>도 그랬고······ 민해선 <지금 생각나는 거짓말>도 그랬고······ 아이돌 노래도 다르지 않더라고요. 그 누구지. 미라주에 <프로바블리>도 훅 가사가 다 했잖아요.”


······좀 마음에 드는데?


“달달 외고 왔어요?”

“뭘요?”

“내 가사 스타일.”

“음악 한다는 사람이 오지수 작가님 가사 모르면 간첩이죠.”

“좋네.”

“예?”

“아니에요.”


단언컨대 작사는 예술이 아니다.

이게 오지수가 작사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곡 더 잘 팔리도록 궁리하고, 멜로디에 맞는 맞춤 가사로 아티스트를 더 돋보이게 하는 작업.


한 가지 확인하고 싶었다.


“잘 쓴 가사의 기준이 뭘까요?”

“잘 팔린 게 잘 쓴 가사 아닐까요.”

“너무 상업적인 마인드 아닌가? 잘 팔려서 돈 많이 버는 게 장땡이다?”


은근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태윤은 묵묵하게 의견을 전할뿐이었다.


“아무리 잘 써도 아무도 안 들어주면 소용 없잖아요.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쓰시는 거 아니예요? 많이 들으면 많이 팔리는 거고.”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도 작곡할 때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작사라고 다를 거 없지 않나······.”


오지수의 콧구멍이 마구 벌렁거렸다.


예술 한답시고 꺼드럭거리며 머리에 빵모자 쓰고 손엔 만년필 들고 ‘나한테는 이게 전부에요. 이거 못하면 저 죽어요’하며 같잖은 예술가 놀이만 하는 애들만 보다가.


이리 객관적인 마인드를 가진 녀석을 보니······,


‘가르칠 맛 나겠는데.’


꼭꼭 숨은 재능을 끌어내 들여다 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녀석은 가사로 뭘 표현할까.


“좋아요. 기본기도 중요하니까. 일단 음절 따는 것부터 알려줄게요. 쉬워요.”

“그건 연습 하고 왔어요.”

“응? 진짜?”

“요즘엔 뉴튜브 보면 다 나오더라고요. 오 작가님이 방송에서 하신 얘기도 있고······. 한 시간인데 인터넷에 나와있는 얘기만 하긴 아깝잖아요. 창작에는 정답이 없기도 하고. 그냥··· 오 작가님이 쓰신 가사 얘기 하고 싶었어요. 좋은게 많아서. 그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오지수가 팔짱을 풀고 온화해진 눈으로 태윤을 마주했다.


‘얘는 뭐가 돼도 될 놈이네.’


더 볼 것도 없다.

가사를 잘 쓰던 못쓰던을 떠나서.

얘는 애가 됐다.

그냥 합격이다.


***


오지수 작가가 회의실에 등장했을 때.


편견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내가 눈치가 좀 없긴 해도.

처음 만난 사람이 날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


분명 지나가는 길고양이 보듯 하더니만.

시간이 지날수록 키우는 강아지 보듯 부드러워졌다.


‘혹시 나처럼 낯을 가리나?’


대표와 A&R 팀장을 만날 때완 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아무데도 소속 되지 않은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자신감을 엿본 느낌?

냉랭해 보여도 가사 얘기 할때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지는 반전이 있다는 거?


포털에 오지수를 검색했다.


[ 오지수 ]

수상 : 2023년 드림차트 뮤직 어워드 올해의 작사가 상


밑으로 줄줄이 수상 이력이 나타났다.


작품 활동도 다시 들여다 보았다.


“휴우······. 안 틀렸네. 마지막 아이돌 곡 제목 엄청 헷갈렸는데.”


다행이었다.

달달 외우고 간 보람이 있었다.


곡을 들을 때 작곡이랑 편곡은 유심히 보면 편이긴 해도 작사가를 본 적은 없었다.


다만 워낙 유명 인사라 알고 있었던 것 뿐.


“배울 게 많은 사람이긴 해.”


나는 아직 가사 한 줄 제대로 써본 적 없는 신인인데.


아니, 가사가 뭐야.

내가 쓴 곡도 제대로 발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짜 후배 대하듯 열과 성을 다해 작사 뒷얘기를 들려주었다.


개인 명함도 받았다.


전화번호를 저장하자 톡 프로필이 떴다.


······꽃 사진 뭔데.


이거 우리 엄마 최애 프로필 사진인데. 설마 휴대폰 케이스도 다이어리형이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 주워들은 얘기들을 정리했다.


‘화자의 캐릭터를 명확히 설정해라.’

‘꽂히는 펀치라인을 만들어라.’

‘쓴 가사를 직접 소리내어 읽어 봐라.’

‘침이 튀면 다시 써라.’

‘정 안되면 사랑 얘기를 써 봐라. 그럼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간다.’


들을 땐 의지가 불끈 솟았건만.

막상 적용 해보려 하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댄스곡이 발라드 보다 열 배는 어렵다는데.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거 맞는거냐.


“한유진, 한유진······.”


그래, 다른 거 없다.

오늘 배운대로 캐릭터만 보고 간다!


시작이 반이랬다.

일단 쓰자.

써야 수정을 하든, 피드백을 받든, 때려치고 전문 작사가에게 맡기든 할 거 아닌가.


볼펜 뚜껑을 물고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한유진이라면 이런 말로 곡을 시작하지 않을까.


「 더는 숨지 않아 진짜 나로 살아 」


***


“오 작가님 샵 바꾸셨어요? 헤어스타일이 기가 막혀.”

“재킷 신상이네요. 잘 어울리세요.”

“지난번에 요청 드린 건 아직인가요? 저 섭섭해요.”


오지수의 등장에 투미 엔터가 소란해졌다.


같은 A&R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있다 해도.


A&R 팀만 1,2,3. 총 세 팀이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동료고 나발이고.

잘 나가는 작곡가, 작사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저 오늘 1팀이랑 미팅있어요. 최 팀장님은 다음달쯤 뵙게 될 것 같네요?”


여유있게 손을 흔들며 1팀 사무실로 들어간 오지수.


문이 닫히기도 전에 박민석 팀장을 붙들고 할말을 다다다 쏟아냈다.


“전에 미팅한 서 작가. 가사 혹시 써봤대요? 지금 쯤이면 가사 나와야 되는데? 확인해 보셨어요? 어때요? 좀 치나?”

“작가님. 우리 천장 튼튼합니다. 일단 좀 앉으세요.”


박 팀장이 커피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써오긴 했는데······.”


기대하는 오지수의 눈빛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했다.


너무 바빴다.

태윤을 위해 준비한 ‘오지수의 원데이 작사 강좌’ 뒷 얘기도 듣지 못했다.


이렇게 오자마자 묻는 거면 무슨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다는 건데.


태연하게 물었다.


“근데 한 번 본 후배한테 너무 기대하는 거 아니예요? 이틀 밖에 안 됐는데 너무 닦달 하신다. 피드백 같은 거 잘 안 하시잖아요?”

“뭐 피드백을 할만 해야 하죠. 근데 서 작가는 솔직히 기대 되네요.”

“보통 아니죠?”

“뭐 그냥저냥?”

“근데요. 오 작가님, 그거 아세요?”

“뭐요?”

“곡도 안 들어보셨잖아요.”

“뭐 꼭 들어봐야 아나요. 전 어떻게 표현하나가 궁금할 뿐인데요.”


크게 기대는 되지 않는다.


작곡은 자신의 영역도 아니거니와.

입봉도 아직 못한 초짜.

대충 들어보니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혼자 뚝딱거린 곡이야 뻔했다.


곡 만드는건 잘 몰라도 주워들은 세월만 20년이다.


적당한 힙합 비트에 그루브한 멜로디를 붙였겠지. 아니면 기타 반주에 잔잔한 멜로디던가.


보통 그게 시작이다.

감각 있는 애들은 조금만 만져도 ‘그럴싸하게’ 들릴 정도로는 만들어낸다.


아무리 가사를 잘 써왔다 쳐도 곡이 평범하다면 히트는커녕 발매도 힘들다.


단지······ 맹랑한 신진 작곡가의 속내가 들여다보고 싶을 뿐이었다.


“지금 들으면 되죠. 가이드는 누가 불렀어요?”

“본인이요.”

“이왕 가르쳐 보기로 마음 먹은 거 한 번 맞춰보죠.”

“올? 오 작가님 처음이시네요.”

“뭐가요?”

“제자 양성?”


오지수가 피식 웃었다.

제자라는 말이 왠지 듣기 좋았다.

태윤 같은 제자라면 백명도 천명도 환영이지. 일단 겉멋이 없잖아?


“잠시만 이리.”


은밀하게 회의실로 들어간 두 사람.


“곡 잘 써요. 대표님 픽.”

“똘똘하니 곧잘 배울 것 같긴 하더라고요 .”

“그 수준이 아닌데요? 우리 오 작가님 오늘 놀래 자빠진다에 한 표.”

“예, 그래요.”


슈퍼라이더가 시작되자,


“뭐지? 왜 좋지?”


오지수의 발끝이 저절로 움직였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감정이 요동쳤다.


······이게 뭐지?


코드 진행이니 소스니. 이런 어려운 건 모른다.


그렇지만 이건 안다.


곡이 탄탄하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다고 해야할까.


왜 설레는거지.


가사 의뢰를 위해 데모를 받았을 때.

캐릭터에 동화되어 가사가 줄줄 떠오를 때가 있다.


막을 수 없다. 여느 창작자가 그러하듯. 오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이라도 머릿속에 떠다니는 키워드를 쏟아내고 싶었다.


가방을 뒤적이며 그녀가 말했다.


“이 곡. 가사 제가 한 번 써보고 싶은데.”

“으음?”


박 팀장의 머릿속에 기막힌 스토리가 나타났다.


신인 작곡가 곡으로 망한 한유진, 신인 작곡가 곡으로 기적같이 부활! 심지어 탑 작사가 오지수의 가사를 곁들였다?


이거······ 잘하면 진짜 되겠는데?




작가의말

오늘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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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슈퍼라이드 +2 24.09.16 168 11 12쪽
4 진짜 내 음악 +1 24.09.15 177 13 13쪽
3 ‘나라면’ 스킬 +1 24.09.14 189 12 12쪽
2 클럽 시에라 영업 재개 +1 24.09.13 226 13 12쪽
1 매혹적인 비트 +1 24.09.12 278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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