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글
찰나의 만남, 주체할 수 없는 끌림.
큰 상처를 안고 마음을 닫은 지안.
그 틈을 억지로 비틀어서라도 열고 들어가려는 성조.
“전부터, 저한테 이렇게 함부로 대하시는 이유가 대체 뭔가요?”
이해할 수 없는 생경한 몸의 충동.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자극.
이상하게 당신만 보면 안절부절못하겠고
마치 여자를 처음 알게 된 사춘기 소년의 감정 같은 것들이 밀려들었다.
이 말을 하면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초면에 미안하지만, 키스해도 될까?”
그의 엄지가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쓸었다.
적나라한 의도를 담아.
■ 저자
이정숙
필명: 릴케
늘 꿈꾸는 로맨스 소설 작가
《파초》, 《쿨러브》, 《퓨어 러브》, 《슈거 슈어》, 《러브 머신》,
카카오페이지 웹소설 《청소하실, 레옹?》
올레마켓 웹소설 《너를 사다》 등
■ 목차
프롤로그. 처음 본 순간부터 괴롭혀 주고 싶었다
1화. 가지고 나온 건 별밖에 없어
2화. 누구나 가슴속에 빛이 있다
3화. 거부해 봐
4화. 날 이용해
5화. 소유의 대상, 이용의 대상
6화. 내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이
7화.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8화. 달콤한 채근
9화. 예쁘다, 당신
10화. 불길이 타오르듯 붉은
11화. 사랑이란 것, 참 무겁다
12화. 날 불러
13화. 아주 위험한 보호자
14화. 광(狂)기, 독(毒)
15화. 너에게 집착
에필로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외전. 이 남자 때문에 못 살겠습니다!
작가 후기
■ 본문 중에서
“무슨…….”
“내가 당신을 알게 해 줘. 그게 내가 원하는 수리비 대신의 조건이야.”
성조의 말에 지안은 잠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말투성이다. 아니 말이 안 됐다.
“……왜요? 이해가 안 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아니 몇 번이나 봤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건데요? 설마 내 운전 실력이 그렇게까지 인상이 깊었던 건 아닐 테고. 안 그래요?”
그가 피식 웃었다. 더더욱 지안은 그가 자신을 놀리는 걸로밖에 생각이 안 됐다.
겨우 정신 차렸다. 이 남자는 남을 휘두르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그날 면접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걸 잊을 뻔했다.
“유감이지만, 운전 실력이 그렇게 인상 깊진 않았어. 인상 깊었던 건 운전 실력이 아니라, 당신이었으니까.”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이 났어. 이상하지? 당신이 그 이유를 알려 줘.”
“!”
지안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의 시선.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지안이 더듬더듬 뒷걸음질을 치자, 그가 그만큼 다가왔다.
“오, 오지 말아요.”
그가 지안의 팔을 꽉 잡았다.
“이, 이거 놔요.”
“싫어. 아직 의문이 안 풀렸으니까.”
마치 몰아세우듯 더 깊어지는 눈동자. 그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가득 들어찼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거든.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
“당신을 알고 싶어.”
순간 그가 지안의 모자를 벗겼다. 그건 정말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저지할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모자가 사라지며 그 안에 갇혀 있던 풍성한 머리칼이 커튼처럼 떨어져 내렸다. 결 좋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허리까지 늘어져 찰랑거렸다.
욱신.
순간 성조는 이상하리만치 반응하는 자신을 느끼고 오히려 스스로 막막해졌다.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생경한 몸의 충동.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자극. 이상하게 그녀만 보면 안절부절못하겠다.
늘 아무렇지 않게 유지하던 냉정이란 게 날아가고, 마치 처음 여자를 알게 된 중학생처럼 수없는 감정들이 밀려들었다.
순수한 감정. 복잡한 감정. 그리고 야한 감정까지. 손대고 싶게 만드는 여자였다. 이유는 그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 유백색의 투명하게 빛나는 피부, 그 가운데서 청초하게 핀 꽃처럼 촉촉한 분홍빛의 입술, 물속에 번진 잉크처럼 아련한 아몬드 모양의 검은 눈동자.
가는 몸매, 잘록한 허리, 야윈 팔다리, 반면 남자를 흔들어 댈 정도로 볼륨 있는 볼록한 가슴. 그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 그 모든 게 현란함으로 다가왔다.
저절로 침대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흐트러져 누워 있는 그녀의 뒤로 부채처럼 펼쳐진 긴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에 한 올 한 올 키스하며 그녀를 갖는 상상이 들게 한다. 순간 몸에 진동이 일었다.
참 기가 막혔다. 왜 자신이 이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몸이 반응하고 있다. 그 이유를 그녀가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지안은 숨이 막혔다. 어느새 자신의 턱을 들어 올린 채 내려다보는 남자의 기운. 턱 끝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이 뜨거웠다.
“당신을 알고 싶어.”
엄지가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쓰는 순간, 소름이 쫙 일었다. 그 적나라한 의도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안은 이런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열정적으로 다가오는 남자가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맹목적인지. 하지만 그것의 마지막이 얼마나 춥고 모진지. 얼마나 허탈한 끝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관심 없어요.”
“…….”
“당신한테 매혹되지도, 넘어갈 생각도 없으니까 욕구를 풀고 싶으면 다른 데로 가 보세요.”
지안은 냉정하게 그의 팔을 쳐냈다. 그대로 돌아서는 순간, 다시 잡힌 그녀가 강한 힘에 이끌려 휙 돌려세워졌다.
그대로 성큼 다가온 그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싸늘했다. 날카로운 눈빛의 압박에 지안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의 난폭한 행동에 지안은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 일었다.
“대체 왜 이러는…….”
“쉬잇. 말했잖아.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열을 품은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난폭하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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