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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출판문화 님의 서재입니다.

열혈장사꾼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박인권
작품등록일 :
2019.03.15 09:36
최근연재일 :
2019.04.17 06: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8,232
추천수 :
45
글자수 :
178,067

작성
19.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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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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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화 제6장 시한폭탄(2-3)

달은 천만 번 이지러져도 그 모습 그대로이고…… 장사꾼은 천만 번 넘어져도 오늘 장터로 떠난다. 그것이 ‘장사꾼의 곤조’다.




DUMMY

다해는 다시 힘차게 골프채를 휘둘렀다.


“나도 확실하게 말해야겠어. 그래서 만난 거지만.”


“무, 무슨······?”


다해는 골프채로 공을 끌어 연습대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 마.”


“하지 마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역시 내가 사표 내는 건 싫은가 보구나?”


하류의 입이 헤벌쭉하게 찢어졌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역시 오기를 잘 했고, 너를 만나기를 잘 했어.”


“뭔가 착각을 하나 본데 나, 이제 오빠 옆구리에서 빼 달라는 거야.”


“······!”


“그만큼 뱅뱅이 돌았으면 됐어. 이제 그만 나를 끼고 돌지 말라는 말이야. 나 요즘 골프가 땡겨서 죽겠어. 부자로 사는 것도 조금은 익숙해진 것 같고. 그리고 3년 후에 우리 집 빚 갚아 줘 봤자 나, 차팔이 여편네밖에 더 되겠어? 일부러 올라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연히 잡은 걸 스스로 내놓기도 싫어. 그러니 애써 밑에서 끌어당겨서 아래로 내려오라고 그러지 마. 오빤 나를 그렇게도 차팔이 마누라로 말뚝 박아 놓고 싶어? 아니지?”


다해는 진짜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맛에 흠뻑 빠진 듯 어깨가 빠져라 휘둘렀다.

타악! 하는 경쾌한 소음과 함께 골프공이 시원하게 허공으로 솟구쳤다.


“돈만 품고 살 수 있다면 늙은 꼰대 품는 것,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어. 이제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알았지?”


꽝!

쇠뭉치로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더 부정할 수 없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이런 걸 흔히 말해 여자가 고무신을 바꿔 신은 거라고 하나 보다.

그때, 골프장 앞에 고급 승용차가 한 대 멈추더니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내렸다.

바로 다해를 돈으로 데리고 간 늙탱이 사내였다.

아니, 이제는 엄연히 다해의 남편이기도 했다.

다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아저씨 ‘온달님’이 떴어. 우리 온달이 요즘 혈압약 먹고 있거든? 오빠 보면 혈압 터져서 꼭지 돌지도 몰라. 서둘러서 자리 좀 비켜 줄래?”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이 연거푸 최악의 상황이 터졌다.

하류가 그토록 부정했던 시한폭탄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해가 이미 마음을 돌려먹고 부친에게 넌지시 알려 주었던 일, 임신을 하여 초음파 사진을 보냈던 일, 그리고 일전에 길에서 자신을 보며 눈도 안 마주쳤던 일, 언제부터인가 문자 메시지가 갑자기 끊어진 이유도 모두 알 것 같았다.

다해는 차곡차곡 정리를 하며 무언의 압력을 넣었는데도, 하류만 핑크빛 상상에 잠겨 순정을 먹은 사랑이란 바퀴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맴돌고 있었던 것이었다.

한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된 것 같았다.

다해가 뭐라고 마무리를 하면서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잡지도 못했다. 아니, 잡을 수가 없었다.

전신의 맥이 탁 풀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서 있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막 입구 쪽으로 들어오던 온달이라고 불리는 늙탱이 사내는 다해를 보면서 함빡 웃음을 지었다.


“우리 마나님, 오늘은 성적이 어떠셨나요?”


“아주 기분 좋은 날이에요.”


그러자 온달은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팔을 벌려 다해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래야 우리 아기님에게도 좋은 거지.”


다해는 곱게 눈을 흘겼다.


“어머머, 사람들이 있는데······.”


“헐헐······ 어느 넘이 뭐래? 내 마나님을 내가 사랑하는걸.”


그러자 다해가 사내의 뺨에 쪽 입을 맞추었다.

일순간 사내의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지며 헐헐거렸다.

그리고는 다해의 어깨를 안고 차가 있는 쪽으로 다정스레 걸어갔다.

하류는 그저 멀거니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소리를 치고 악을 쓰고 발악을 해야 하는데도 멀뚱하니 보고만 있었다.

한쪽 가슴속에서 악마의 속삼임이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잘못된 걸 거야. 다해가 뭔가를 오해한 게 분명해. 그래, 3년이라고 말해서 실망과 충격을 먹은 거야. 다해는 그 고통을 이겨 낼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잘못한 거야. 기다리라 하지 말고 희망을 줘야 하는데 절망을 준 거야. 다시 만나야 해. 만나서 이해를 시켜야 해. 이건 절대로 아니거든!’


지독히도 불행한 미련의 무서운 착각이었다.

아무리 착각에는 커트라인이 없다지만 이건 절대로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선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욱 깨지고 고통스럽고 아픈 것인데, 하류는 다시 눈앞의 상황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너무도 다해를 사랑했기에······.



청암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들만이 사는 고층 아파트이다.

땅 한 평이 웬만한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에 걸맞게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현관과 주차장은 첨단 전자장비로 입주자의 안전을 최대한 보호하고 있었다.

다해는 이곳에 살고 있었다.

지하1층은 여성 전용 주차장이었다.

다해는 이제는 남편인 ‘온달’이라 부르는 늙탱이 사내와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다해가 타고 있는 은색 스포츠카는 늦가을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 찬연한 무지개 색을 뿌리고 있었다.

스포츠카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넓은 주차장에는 각자의 집 호수가 적힌 공간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다해는 1008호라는 자신의 집 호수가 적힌 곳으로 차를 천천히 몰았다.

그러다 앞을 보며 멈칫했다.

저 앞에 한 사내가 장승처럼 우뚝 서 있지를 않는가?

바로 하류였다.

다해의 고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류가 왜 온 줄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스포츠카는 하류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겁 대가리를 상실했네. 동네 본토까지 들이대고······. 장사꾼 티내는 거야, 뭐야?”


“할 말 있다.”


다해는 문도 안 열고 운전석에 앉아 말을 받았다.

조금 열린 창문 틈새로 다해의 차가운 말이 흘러나왔다.


“이 아파트 말 많은 동네야. 그러지 않아도 젊은 년이 늙은 놈에게 빈대 붙어 삥질한다고 수군거려. 쪽 팔리니까 어서 돌아가.”


“문 열어 봐, 다해야.”


“그리고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조금만 낌새가 요상해도 경비가 득달같이 달려오거든.”


하류의 안색이 험상궂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머리로 스포츠카의 앞 유리를 꽝! 꽝! 꽝! 들이받으며 고래고래 악을 썼다.


“어서 문 열어! 어서 문 열라구! 어서 열어!”


하류의 앞이마가 깨지고 피가 흥건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다해는 기겁하며 그제야 운전석의 유리창을 열었다.

머리통이 부서지고 으깨어져도 고집을 굽힐 하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이래? 모두 끝난 얘기잖아? 더 이상 할 말도 없단 말야.”


하류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철철 흐르며 얼굴을 덮었다.

그 모습은 마치 흉측한 악귀의 얼굴 같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가련하게 보였다.


“그래, 3년이 너무 길다면 약속대로 2년으로 할게. 깡다구 빡세게 세워서 더 열심히 뛸게. 바짝 날 세우고 후까시 팍팍 날리면서 차 팔면 할 수도 있어.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 다해야. 이 오빠 날 세우고 옴팡지게 차 팔러 다닐게. 사실 그동안 조금 어리바리하게 장사했거든. 미안해, 앞으로는 목숨 걸고 뛸게.”


딸칵! 문이 열리며 다해가 내렸다.

하류는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다해야, 오빠는 네 마음 모두 알아. 너무 고통스럽고 지옥 같은 삶이란 것도······. 잠을 자도 잔 게 아니고, 먹어도 먹은 게 아닌 삶을 사는 것도 모두 말야.”


한마디, 한마디가 비장하고 애달팠다.

다해의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어떤 말이라도 하고 싶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찬바람이 쌩쌩 부는 얼음 같은 화살이었다.


“나, 임신한 거 알고 있지? 내가 ‘온달표’ 아기를 가져야 된다는 것은 부자의 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필수 ‘황금 티켓’인데, 방금 오빠가 지랄발광 떨어서 온달표 아기가 놀래서 유산이라도 되었다면 오빠의 심장을 찢어 버릴 거야!”


다해는 미련 없다는 듯 엘리베이터를 향해 또박또박 걸어갔다.

말은 짧지만 그 한마디 말 속에는 수천, 수만 가지의 뜻이 함축된 확실한 단절의 표현이었다.

여자나 남자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더니, 사실이었다.

다해는 변해 있었다. 그것도 지독하게 변해 있었다.

다시 한번 맞은 곳을 또 얻어맞은 충격이 머릿속을 때렸다.

전자의 경우가 하류의 육체를 유린했다면, 이번에는 마음과 진심을 처절하게 구타당한 것이다.

그런데도 하류는 자기 방식대로 다시 부정을 했다.

참으로 답답하고 멍청하게도 엉뚱한 상상을 한 것이다.


‘그래, 내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가 난 거야. 다해가 믿게끔 뭔가를 보여 줘야 해, 뭔가를······.’


그만큼 하류는 절실하게 다해를 원했다.

목숨보다 사랑했기에 이런 수모와 멸시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 * *


부르릉-

다해가 사는 청암아파트를 향해 자동차들을 운송하는 대형 트럭이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트럭 위에는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뚜껑 없는 신형 스포츠카 일곱 대가 무지갯빛처럼 일곱 가지 색깔로 도색을 한 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대형 트럭은 다해가 사는 아파트 A동 현관 앞에 멈추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형 트럭과 그 위에 놓인 스포츠카들을 보고 무슨 일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멀리서 아파트 주위를 순찰하던 경비원이 기겁하며 달려왔다.


“어어엇! 이런 큰 차가 단지로 들어오면 안 돼요! 어서 차를 빼란 말입니다!”


덜컥!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하류가 확성기를 들고 내려섰다.

그러고는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해가 사는 아파트를 향해 큰소리로 떠들었다.


“다해야, 오빠다! 언젠가 뚜껑 없는 차 사 주겠다고 약속한 적 있었지? 근데 그때 네가 차 색깔을 찜해 주지 않아서 일단 빨주노초파남보로 대충 7대를 몽땅 끌고 와 봤어! 난 약속을 지키는 사나이고 싶다구! 어서 나와서 맘에 드는 색깔로 1대만 골라 봐! 맘 변하기 전에 어서 나와서 딱 1대만 골라 보라니까!”


다해는 아파트 베란다 창문 앞에 서서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하류를 보고 기가 막히기도 하고 황당하고 부끄럽기도 해 얼굴이 구겨졌다.

원래 엉뚱한 면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돌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이미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것을 확실하게 말했고, 행동으로도 보여 주었다.

그런데 하류는 생각을 바꾸기는커녕 한술 더 떠 무대포로 집요하게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흠칫 놀랐다.

지금 자신의 남편인 ‘온달’ 늙탱이 사내가 하류의 뒤에 사냥총을 들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다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달’이란 사내가 들고 있는 사냥총은 바로 지난겨울에 자기와 같이 오대산으로 사냥을 가서 사용한 총으로, 사나운 멧돼지도 한방에 보내 버릴 위력을 가진 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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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제7장 나를 팔아라(2) 19.04.11 172 1 12쪽
23 23화 제7장 나를 팔아라(1) 19.04.10 158 1 14쪽
22 22화 제6장 시한폭탄(2-4) 19.04.09 189 0 12쪽
» 21화 제6장 시한폭탄(2-3) 19.04.08 163 0 11쪽
20 20화 제6장 시한폭탄(2-2) 19.04.07 199 0 11쪽
19 19화 제6장 시한폭탄 (2-1) 19.04.06 19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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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제5장 시한폭탄(1-1) 19.04.02 183 0 14쪽
14 14화 제4장 장사의 법칙(2) 19.04.01 18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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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제3장 매왕(2) 19.03.28 248 1 14쪽
9 9화 제3장 매왕(1) 19.03.27 279 2 13쪽
8 8화 제2장 장사꾼의 여자(4) 19.03.26 369 4 16쪽
7 7화 제2장 장사꾼의 여자(3) 19.03.25 313 2 12쪽
6 6화 제2장 장사꾼의 여자(2) 19.03.24 324 4 12쪽
5 5화 제2장 장사꾼의 여자(1) 19.03.23 443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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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제1장 장사의 귀신(3) 19.03.21 51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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