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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달응뎅이 님의 서재입니다.

뇌황 전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슈달응뎅이
작품등록일 :
2021.02.08 15:30
최근연재일 :
2021.04.01 16:44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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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730
추천수 :
1,040
글자수 :
429,064

작성
21.02.0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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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남궁세가 따위 개나 잡수라지.]:2

DUMMY

"공자님! 체통을 지키소서!"

"공자님!"


시비들이 앞다퉈 남궁적을 말리고 있다.

남궁적.

남궁세가의 서자이자 벼락을 맞고 쓰러진 후 다시 깨어난 아이.

그런데 깨어나자마자 시비들에게 외친 말이 있다.


[이 더러운 남궁세가 놈들! 이번엔 무슨 개수작이냐!]


하며 주변의 도자기나 그릇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나! 뇌황 천문극이 이 따위 수작에 당할거 같으냐!]


아연실색하며 시비들이 급하게 자리를 피했고, 의원을 부르기 급급했다.


"무,무슨 일이냐?"


남궁백을 보며 이를 가는 남궁적.

연약한 아이의 몸을 몸종들이 달려가 막고, 남궁백은 떨떠름한 얼굴로 상황을 묻는다.


"그게..."


시비는 그대로 검황 남궁백에게 사실을 고했다.


"자신이 천문극이라고?!"


그 말종 천문극으로 착각하는 남궁적.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아,아직 의원이 오질 않아 확실한 것은 모르지만...보이는 것으로 보아 정신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남궁백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벼,벼락을 맞아 애가 이상해졌다..."


비틀거리며 남궁백은 의자에 앉았다.


"하늘이 노하신건가..."


검황으로 살면서 하늘을 원망해본 적이 손에 꼽는다.

남궁백은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원망했다.

생각해보면 벼락을 맞고 일어났는데 정신이 이상해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벼락을 맞았으니, 자신이 뇌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안쓰러운 얼굴로 몸종들이 입을 틀어막고 있는채로 남궁백을 노려보고 있는 남궁적을 바라본다.


"언제부터 저런 증상이 있었느냐?"

"깨,깨어날 때부터 아마 저렇다고 생각이 듭니다."

"허어...내 잘못이야...내 잘못이야."


남궁 세가의 일은 전부 남궁현에게 맡겨두고 집안의 일은 뒷전으로 뒷채에 든 남궁백.

남궁적의 저 모습은 십 년 동안 가세를 떠넘긴 채 살아온 검황 남궁백에게 온 하늘의 죄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아무리...'


그 무림 사의 최고 또라이 뇌황 천문극이라고 자신을 착각하다니!

다른 좋은 무림인들도 많지 않은가?

사파나 마교, 혈교 같은 곳의 마두들이 아니라고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니야, 뇌황은 격이 틀린 미친 놈이야.'


뇌황 천문극이 벼락 맞고 죽은 지 벌써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검황 남궁백이 가주 직을 내려놓고 남궁현에게 가주를 하라고 강요한 시기와 일치할 때, 태어난 남궁적.

허나, 남궁적은 태어날 때부터 수려한 외모와 빛을 발하는 옥색 눈동자를 보았을 때 절대 남궁 세가이자 자신의 손자가 확실했다.

외모만 두고 봐도 도깨비와 호형호제할 것 같은 뇌황 천문극이라고 절대 생각이 들지 않는다.

2살 때까지만 남궁적을 봤지만, 아무도 남궁적을 다른 아비의 아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

남궁현을 꼭 닮은 어린 아이 때의 외모.

아무리 남궁현이 지지리도 못난 자기 아들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자기 아들, 그리고 남궁적은 서자라고 하지만 자신의 손자.

손자가 저런 지랄병에 걸리다니, 눈 앞이 캄캄해져만 가는 남궁백이었다.

하필 뇌황 천문극이다.

무림 십황 중 최고의 수치.

그가 벼락 맞아 죽었을 때 앓던 이를 뺀 것 같이 좋아하던 사람 중 한 명인 남궁백.


'헌데...'


남궁적의 몸에서는 아무 내공의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처음 만날 때 보인 사파스러운 말투로 인해 충격을 받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남궁적은 무공의 무(武)자도 모르는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기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무리 서자라도 남궁 세가의 일원이라면 응당 익히는 제왕심공의 공능이 느껴지지 않았다.

외모만 두고 보면 남궁현 어릴 때를 쏙 빼닳은 그러면서도 쫓아낸 시비의 단아한 듯한 턱선을 물려받은 것 같은 남궁적의 얼굴.

헌데 12살이 되었는데도 제왕심공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7살이 되었을 때부터 운기토납에 들어가 순차적으로 익히는 제왕심공과 제왕검법.

서서히 남궁백의 제왕무적심공의 기운이 일렁인다.


"허업!"


숨도 못 쉬고 주변의 몸종들과 시비들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남궁백의 기운 하나로 모든 주변의 사람들이 일순간에 정지해버린 것.

지랄발광을 하던 남궁적 또한 마찬가지.


"........"


남궁적, 아니 천문극 또한 저렇게 분노하는 검황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무표정이었지만, 저 검법에 미친 할배의 몸에서 일렁이는 금빛 기운은 평소의 부동심(不動心)의 극을 연마하던 남궁백의 기운이 아니다.

마치, 하늘 아래 절대 같이 숨쉴 수 없는 천원지간을 보았을 때나 보일 것 같은 거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온다.


'덜컹!'

급히 문을 열고 남궁현이 들어온다.


"아,아버님!"

"어찌된 일이냐?"


정협검 남궁현은 남궁백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뒤 따라 들어오던 남궁천과 남궁식.

17살과 15살의 아이들은 숨도 못 쉬겠다는 듯 컥컥 대며 무릎을 꿇었다.


"........"


내리 꽂히는 기운에 무릎을 꿇어질 것 같지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겨우 서 있는 남궁현.

그 나마, 남궁현 또한 제왕무적심공을 익혀 동류의 내공이기에 버틸 수 있을 뿐이었다.


"이게 네가 가주로서 이뤄논 결과이더냐?"

"........."

"가주는 태상 가주의 말에 대답하라!"


남궁천과 남궁식을 바라본다.

남궁세가의 직계에 어울릴 정도의 제왕심공으로 연성된 심공의 양.

그리고 검법을 연마해 손바닥에 잡히는 남궁천과 남궁식의 굳은 살이 보인다.


'적이는...'


남궁적은 아무 내공도, 그리고 무공 수련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보통 나이 또래보다 마른 몸과 누군가의 학대로 인한 아이 몸 곳곳의 상처자국들 뿐.


"......."


남궁현은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이게! 네 놈이! 이룬 결과냐고 묻지 않더냐!"


극의 분노가 펼쳐지지만, 남궁백의 몸에서는 제왕무적심공의 기운이 줄어든다.

더 이상 심공을 뿜어냈다간 일반인인 시비들이나 몸종, 남궁적의 생사가 불분명 했기 때문이다.


"아버님!"


기운이 줄어들자 급하게 들어오는 팽의화.

그녀를 노려보는 남궁백.

범상치 않은 일이 터질 것 같자, 하북 팽가의 여식인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음을 계산에 두고 닥쳐온 팽의화는 그대로 달려들어 쓰러진 남궁천과 남궁식을 얼싸안는다.


"아이들이 죽겠습니다!"


동류의 내공을 익힌 남궁천과 남궁식은 큰 부상이 없을 것이다.

허나, 팽의화의 외침에 남궁백은 서서히 기세를 거둔다.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히, 첩으로도 세가의 관례를 올리지 않고 세가의 아이를 밴 시비는 세가에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허나, 어찌보면 세가의 둘째 가모가 아니더냐...]

[흑...세간 사람들이 모두 저를 비웃을 것입니다. 저 시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구요. 내치지 않는다면 남궁 세가와 하북 팽가는 전부...]

[알았다. 며늘아기야. 내 니 뜻을 존중하마.]


남궁백이 가주인 시절, 팽의화의 의견으로 남궁적을 낳자마자 남궁적의 어머니는 세가에서 쫓겨났다.


[들으라. 이번 일련의 사건은 이 남궁적과 아무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 그저, 남궁 세가의 공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을 명심하라.]


남궁백은 아이는 잘못이 없음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가주직을 내려놓기 전에도 남궁적을 걱정했던 남궁백.

허나, 2년 동안 팽의화가 남궁적을 안고 자신의 아이인양 감싸는 것을 보고 남궁백은 안심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제 셋 째 아이로 생각하고,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 받아들이겠습니다.]

[허허, 그러하느냐?]

[예, 어찌보면 이 아이는 남궁 세가를 앞으로 빛낼 큰 홍복이 될 것이 분명하옵니다. 아이구, 예뻐라.]

[허허, 그렇구나.]


팽의화는 독한 여자였다.

그 말과 행동이 모두 연기였음을 알아챈 남궁백.

팽의화가 2년 동안 남궁적에게 보인 모성애에 철썩같이 믿고 뒷채에 폐관수련을 들어간 남궁백은 그녀가 십 년 동안 한 짓이 어떤 짓인지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남궁적은 뒷전이고, 상대적으로 멀쩡한 남궁천과 남궁식을 얼싸안고 외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심한 놈."

"........"


결국 가주인 남궁현은 제 꼴인 놈이었다.

실망만을 가득 만들어주는 못난 자식.

남궁현은 바보가 아니다.

어째서 남궁백이 분노했는지 알고 있지만,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벼락 때문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안쓰러운 얼굴로 기절한 남궁적을 바라본다.

정신병은 벼락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남궁적의 삶으로 인해 만들어 졌을 수도 있다.

가까이서 남궁적의 몸을 확인하는 남궁백.

제대로 먹지 못해 나이에 비해 얇은 팔 다리와 얼마나 매질을 했는지 상처자국 가득한 종아리와 팔목과 얼굴의 작은 상처들.

벼락을 맞아서 생긴 상처들이 절대 아니었다.


"난 다시 뒷채에 들 생각이다."


남궁현에게는 다행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원망스러운 말.

팽의화는 그 말에 웃음꽃이 피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남궁천과 남궁식은 혹여 자신들이 남궁적을 때린 것을 들킬까, 남궁백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남궁적이는 내가 데려가겠다."

"예?!"


모두의 의문.


"아버님!"


팽의화가 소리쳤다.

검황 남궁백이 데려간다면, 그것은 응당 자신의 아들들이자 직계이며 가주 후보인 남궁천이나 남궁식이 맞지 않은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남궁적이 가져간다?

그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가?"


10년 전, 자신을 보면 불쌍하다, 가여운 신세라며 며늘아기라고 말하던 남궁백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남궁현이 내친 불쌍한 처가 아닌 자신의 손자를 학대하며 살아온 집안의 비열한 여우.

그것을 보는 듯 냉랭한 남궁백의 얼굴이 팽의화의 눈에 보인다.


"그,그게..."


허나 물러날 팽의화가 아니다.


"적이는 이제 깨어난 아이입니다. 몸도 약하고 제대로 아버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지나 의문인 아이입니다...."


남궁백은 팽의화의 말을 끊지 않는다.

듣고 있다는 느낌에 힘을 실어 말하는 팽의화.


"허나, 아버님의 손주인 이뻐하셨던 여기 천이와 식이는 옛날 아버님의 모습을 쏙 빼닮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무림사에 뛰어들 손주들이지요."


끄덕이는 남궁백.

의기양양해진 팽의화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아버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옛날부터 무공을 익히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약한 적이보다는 아버님께서 여기 남궁 세가의 이름을 빛낼 천이와 식이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면 어떠할까 합니다."


화경의 수준에 접어든지 오래인 남궁백이다.

자신의 의념을 검에 발현시킬 수 있는 인외의 존재인 검황 남궁백.

그런 그의 말 한 마디는 남궁천과 남궁식에게는 앞으로의 길이 비단길이 될 큰 가르침이 될 것이다.

의기양양하게 이젠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남궁현을 제치고 앞으로 나선 팽의화.


"아버님. 항시 보호를 받아야하는 가엾은 적이는 저에게 맡기시고, 천이와 식이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가모는 그리 생각하시오?"

"예! 이 불쌍한 것이 벼락을 맞고 사경을 해맸을 때 제가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모성으로 품어야지요."


위기는 큰 기회가 된다.

팽의화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가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태상가주 검황 남궁백의 질문이다.

남궁현은 팽의화와 남궁백을 바라본다.

멍해지고 아득해지는 상황.

누구의 편을 들어야 가주로서 맞는 것일까?

저 말은 남궁백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태상가주의 뜻대로 하시길 바랍니다."


고개를 푹 숙인 남궁현.

팽의화가 빽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이 얼빠진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천이와 식이의 앞 날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이지, 겨우 저 더러운 핏줄인 적이를 데려가는 것을 말리지 않아?

이를 바드득 갈 뻔한 팽의화.

겨우 표정 관리를 하며 팽의화는 남궁백에게 아양을 떨려고 한다.


"아버님, 일단 폐관을 나오셨는데 피곤하시지는 않은지요? 며느리가 아버님의 여독을 풀고 싶습니다. 천이와 식이가 지금 어느 정도 성취를 했는지도 궁금하시지요?"


10년 전에 저런 말을 했을 때, 남궁백은 팽의화가 남궁 세가의 분위기를 위해 열심히라고 착각했었다.

허나, 저 말은 표독스러운 독니를 숨긴 독사마냥 음험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 남궁백.


"뒷채에 든 노인네가 피곤은 무슨. 가모와 소가주들은 제 할 일이나 하시오."


당황한 팽의화.

남궁천과 남궁식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다.


"아,아버님?"

"적이도 지금까지 이 소주에서 홀로 살아온 것 아니오?"

"아,아버님. 그게 몸이 약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불편해해서..."

"그게 몸이랑 무슨 상관이요? 마음이 불편한 것이지."

"그,그게..."

"횡설수설할 생각이라면 입을 닫으시오. 가모."


아니라고 변명하려던 팽의화는 못내 입을 다문다.

다 알고 있다는 검황 남궁백의 표정에 할 말이 없다.

시비나 몸종들에게 조금만 물어도 금세 드러날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는 것은 푼수나 하는 짓이기에 팽의화는 살짝 뒷걸음을 쳤다.


"그럼, 내 뒷채에서 이 노인네 말상대나 하며 커도 상관이 없겠지. 이 세가에는 나나 이 적이나 별 쓸모가 없음이 확실해 보이니 말이요."

"아버님! 아버님께서 쓸모가 없다뇨!"


남궁현이나 남궁천, 남궁식은 남궁백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는다.

허나, 어떻게든 자신이 유리한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팽의화는 기회만 노리는 뱀처럼 남궁백에게 말을 건넨다.


'적어도 남궁적은 아버님의 품에서 자라면 안돼!'


보기만 해도 더러운, 남궁현이 자신의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인 남궁적이 잘되려는 상황을 놔둘리 없는 팽의화.

벼락을 맞고 쓰러졌다고 했을 때 하늘이 자신을 돕는 줄 알았다.

헌데, 남궁적이 일어나고 검황 남궁백이 자신의 뒷채로 들인다?

이건 남궁백이 남궁적을 자신의 직계 제자로 키운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

하늘이 뒤집어져도 있을 수 없어야 하는 일.

하북 팽가의 뒷배로 남궁 세가에서 십년 이상 아무 적수도 없이 군림해온 팽의화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믿겨지지 않았다.


"팽가는..."

"지금...무슨 말을 하려고 하시는게요? 가모?"


남궁백의 몸에서 제왕무적심공의 기운이 일렁인다.

그제서야 팽의화는 자신의 말이 실수임을 깨닫고 헉 소리를 냈다.

다른 이는 몰라도 검황 남궁백에게 자신의 뒷배인 하북 팽가로 협박한다?

이건, 남궁백이 나서서 팽의화를 쫓아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자신의 아버지인 하북 팽가 가주가 찾아와서 오히려 남궁백에게 용서를 빌 수도 있는 일.


"아,아버님..."


더 이상 말하면 끝장을 내겠다는 듯 냉랭한 무표정인 남궁백에게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며 다른 이들 사이에 녹아든 팽의화.

십 년 동안 세가 내에서 군림천하였던 팽의화 또한 검황의 이름 아래에서는 한낯 아낙네에 지나지 않았다.


"적이는 내 손자요. 가주."


기절한 남궁적을 양 손으로 안아든 남궁백.

남궁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떨구고 있다.


"남궁 세가 내에서 내 직계 혈족 손자인 적이는 무인일 수 밖에 없소. 무공을 익히지 않았든 못했든 말이오."


검황 남궁백의 손자라면, 그의 은원 또한 자식이 받을 수 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아도, 남궁 세가에 태어나 검황 남궁백의 손자라면 무인일 수 밖에 없는 것.

팽의화는 항상 남궁적이 몸이 약해 무공을 익히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이 남궁백의 귀에 들어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화경인 검황 남궁백이 남궁적의 몸을 보면, 그가 무공을 익힐 수 있는지 아닐지는 금세 밝혀질테니 말이다.


"천이와 식이는 조금만 더 연마한다면 남궁 세가의 이름을 먹칠하지 않을 정도의 무인이 될 것이오."


갑작스러운 남궁천과 남궁식의 칭찬에 화색이 돈 두 아이.

팽의화는 그 말을 하는 이유를 알아차렸기에 보이지 않게 아랫 입술을 깨문다.


"허나, 적이는 나이에 비해 매우 늦은 성취를 지니고 있기에 남궁 세가를 위해서 태상 장로인 나 남궁백이 직접 데리고 있을 것이오. 그리 아시오."


이것으로 남궁 세가의 난리는 끝났다.

남궁백의 거처, 태상 가주의 자리가 있는 남궁현주(南宮賢柱)에는 서자 남궁적이 들어가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함께 말이다.

.

"일어났느냐?"


천문극은 다시 일어났더니, 또 모르는 곳에서 깨어났다.


'이 염병할 것이 또 무슨 술수를 쓰려고 하는 거냐?'


살기 등등한 제왕무적심공에 기절하고만 천문극.

뇌황 천문극 자신을 죽여버리려고 하던 검황 남궁백이 깨어나자마자 저 인자한 얼굴은 무엇이냐?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고 천문극은 주변을 확인한다.


"여긴..."

"남궁현주니라."

"남궁현주?"

"허허, 이 노부가 쓰는 곳이지."


태상가주가 머무르는 남궁세가의 제일 북 쪽에 자리한 뒷채.

어진 기둥이라고 하는 검황 남궁백의 거처였다.

가주 남궁현마저 급한 일을 제외하고는 입장이 불허(不許)되는 금기의 장소.

그 곳에 서자 남궁적, 아니 뇌황 천문극이 들어온 것이다.


"무슨 개수작이냐?"


할아버지, 아니 세가의 태상가주에게 하는 천인공노할 말에도 허허롭게 웃는 남궁백.

그의 눈에는 안쓰럽다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혔다.


'이 아이가 얼마나 모진 고초를 겪었으면...'


남궁백을 기억하진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파를 정도로 높다.

보진 못해도 몸을 보며, 상황을 보며 알 수 있는 남궁적의 모진 삶.

거기에 벼락까지 맞았으니 제정신이길 바라는 것은 남궁백의 과욕이다.


"적아...난 너의 할애비란다."


모두가 없는 장소.

남궁백은 안타까우면서도 친족에게 보이는 사랑이 담긴 얼굴을 하며 남궁적에게 말을 건넨다.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개소리야? 이 어린 놈의 새끼가."


남궁백은 12살짜리 남궁적의 입담을 저렇게 걸거치게 만든 놈을 꼭 찾아내서 찢어죽이고 말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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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궁세가 따위 개나 잡수라지.]:1 +1 21.02.08 3,417 37 19쪽
1 [일인천하 유아독존 뇌황 천문극]:프롤로그 +3 21.02.08 4,216 4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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