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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신이 죽은 세계에서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쓰렁쓰렁
작품등록일 :
2018.07.06 16:14
최근연재일 :
2018.10.05 15:04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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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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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수 :
69,375

작성
18.09.0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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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6화. 레그나르

안녕하세요. 첫 투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언어가 표현하는 모든 종류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DUMMY

“피고 박주신에 대한 원로 민회 사법청의 판결. 사건 3765에 대해 원로 민회 사법청은 이와 같이 판결한다···”

고동색 방안은 공기마저 무겁다. 고목 냄새가 나는 책상 맞은 편에 노인이 앉아있다. 늙은 입으로 판결문을 읽는다. 재판 내용과 원로 민회의 입장을 말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한없이 부드러웠다 가도 날을 벼른 냥 날카로워진다. 노인은 천천히 판결을 읽어 내려간다. 반면 내 심장은 가쁜 수축-이완을 반복한다.


“피고는 분명 반란, 공무인 상해 등 중범죄에 가담했다. 최고형을 받아 마땅한 혐의가 분명하다. 허나 참고할 경황이 다수, 피고에 대한 중한 처벌은 국가 역할에 대한 배임이라는 내부 소견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본 민회는 피고의 차후 행실과 헌신 등을 보기로 결정한다. 그러므로 원로 민회의 판결은···.무기한 보류다. 또한 민회 직권으로 그때까지 이전 피고의 책무 수행을 제외한 모든 법적 제제는 금지한다.”

난 잠시 실망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 행실이 착실하면 무죄가 선고된다는 거 아닌가. 반면 사법청에서 나오는 길, 보호관으로 동행한 타추리의 안색은 어둡다.

“무죄가 아니라서 그래요? 전 이 정도로도 만족해요.”

“판결이 무슨 뜻인지 압니까?”

“판단할 판 자, 결단할 결 자 아니에요? 근데 애초에 여긴 한자가 없지 않나?”

“그게 아니라 이 판결의 의미 말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원로 민회가 당신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입니다.”

“예?”

“생각해 보세요, 판결에서 ‘이전 피고의 책무 수행을 제외한 법적 제제’라고 했죠? 당신에게 계속 국가적 임무를 맡기겠단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당신의 유,무죄 여부를 쥐고 있습니다. 그럼 원로 민회가 내리는 명령에 대해 당신은 복종할 수 밖에 없겠죠.”

“그렇군요··· 왜 저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죠?”

“당신이 진보 본질을 가졌으니까요.”

“전 잘 이해가 안 가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거에요?”

“길고 재미없는 얘기에요. 듣고 싶습니까?”

“괜찮아요.”

난 잠시 한숨을 쉰다. 도르곤느 성으로 돌아가는 길이 통 멀게 느껴진다.

“그럼 앞으로···”

“네. 원로 민회에서 명령을 내리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사법부, 안보부, 정보부 등이 부서가 다르다고는 해도 결국 다 원로 민회라는 정부의 일부니까요. 우선 내려온 지령부터 성실히 해야겠죠.”

타추리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지령서를 하나 꺼낸다.

“여태까지는 정부 관리 하였어도 개인 단위였습니다.”

“네, 생각해보면 그렇네요.”

“이제부턴 소속 조직이 있습니다. 노이스세르페르, 원로 민회에 소속된 조직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이제부터 정말 훈련에 열심히 임해야 하고, 임무도 곧 나가게 될 거란 거죠.”

“당황스러운데요. 그게 뭐하는 조직인지도 모르는데요? 노이스 뭐라구요?”

“노이스세르페르, 흔히 세르페라고 부릅니다. 특수한 안보, 치안 담당 조직입니다. 고위 관료 호위, 특수 전투, 스파이 활동 등 말입니다.”

“제가 그런 일을 한다고요?”

“당신은 힘들고 위험한 임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평범히 훈련 받았어도 언젠간 세르페나 다른 정부 조직에 가입됐을 겁니다. 또 당신이 불만을 가지질 바리지도 않을 테니, 처벌이 낫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부려먹지는 않을 겁니다.”

성에 돌아오자마자 타추리는 훈련에 돌입했다.

“세르페는 조직이지만 훈련, 임무 등에서 개별 단위 활동이 많습니다. 외부에 기밀성을 지키기 위해서죠. 따라서 훈련과 감시를 맡을 담당 교관이 임명되죠. 주신씨 경우엔···”

“당신이군요.”

“싫습니까?”

“아뇨···전혀 그런게 아니라···”

난 그의 배를 바라본다. 그는 아직도 붕대를 풀지 않았다. 본질을 이용한 치료 기술로 빠르게 호전됐지만 아직 자연 치유를 기다려야 한다. 또 다시 죄책감이 밀려온다. 왜 난 그런 짓을 했을가? 왜 그는 날 용서한 것일까?

“이 정도 상처는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못 믿겠으면 대련하겠습니까?”

그가 자세를 취한곤 공격해온다. 그의 공격은 여전히 예리하고 강력하다. 반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몇 분 가량 공방이 이어진다. 결국 난 뒤로 자빠진다.

“이제 믿겠죠.”

“원래 믿는데요.”

“그럼 왜 그럽니까?”

“미안해서 그러죠.”

“미안하면 훈련을 더 열심히 합니다.”

그는 몇 주 동안 내게 격투 기술과 무기술을 가르쳤다. 매일매일 근력운동과 달리기도 이뤄진다. 그가 배에 붕대를 풀고 일주일쯤 지났을 것이다. 카제프와 타추리가 날 불렀다. 카제프가 깊은 눈으로 날 본다.

“주신군, 첫 임무 입니다.”

내가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카제프가 가볍게 웃는다.

“걱정 마세요. 주신군. 첫 임무인 만큼 그렇게 위험한 일은 아닙니다. 사흘 뒤 옆 도시 레그나르까지 운송할 화물이 있답니다. 그 임무에 참가해야 합니다. 타추리도 동행하니 괜찮을 겁니다.”

방에서 나온 후 타추리는 이번 임무에 필요한 훈련에 돌입한다. 며칠 뒤 난 첫 임무를 시작했다. 레그나르까지 가는 길은 산이 하나 있었다. 길은 험했으나 별일 없이 도시에 도착했다. 총 지휘관인 백인장은 여기서 하루를 쉬어간다고 지시를 내렸다. 숙소에 입소하여 배정된 방을 찾는데 한 일행이 말을 건다. 오는 길에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눴던 통괄 보안대 소속의 그랑이라는 남자다. 그는 팔이 한 쪽 없었다.

“자네 그거 아나?”

“뭘요?”

“이 도시엔 그들을 가둔 수용소가 있어. 자네를 납치한 이들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난 외출을 허락을 받으러 백인장을 찾아갔다.

“외출을 하고 싶다고?”

“네, 저한텐 중요한 일입니다.”

“흐음···.”

그가 나를 쳐다본다. 날 한 사병, 한편으론 위험한 인물로 보는 것 같다.

“좋아, 대신 동행인이 있어야겠지.”

동행인은 타추리다.

“미안해요.”

“아닙니다. 저도 그 얼굴들 한 번 보고싶었습니다.”

수용소는 숙소에서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택시 같은 것을 타고 10여 분이 걸렸다. 수용소 면회실에 앉아 기다리니 반대편 문을 열고 간수와 죄수복을 입을 여자가 유리 너머로 나타난다. 그가 내 맞은 편에 앉더니 혼탁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다시 보네. 주신.”

“묻고 싶은 게 있어. 엑시즈.”

“우릴 배신하고도 물을 만큼 궁금한 게 뭘까?”

“날 어떻게 했던거지?”

“어떻게 했냐니?”

“날 어떻게 유혹했던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너가 그런게 아닌 거 같아?”

“···”

“왜? 이제 와서 너가 그런 사람이란 걸 믿을 수 없어? 그게 뭐냐면···.”

유리 너머 엑시즈는 실실 웃는다.

“니 안에 있는 진실이지. 지금 넌 또다시 부정하지만 니 내면은 진리가 뭔지 아는거야.”

“말도 안되는 말이야.

“그런지 아닌지 얼마 뒤에 알려줄게.”

어째선지 그의 얼굴을 보기가 버거워 그만 일어선다. 돌아오니 이미 시간은 늦은 밤이다. 다음 날 아침 뒤숭숭한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귀환을 위한 이동수단 안에서도 계속 어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난 정말 그런 사람인 걸가?’

“타추리.”

옆에 앉아있던 타추리가 고개를 돌린다.

“저번에 나한테 사람으로 있겠냐고 물어본 적 있죠? 그건 무슨 뜻이었어요?”

“별 의미 없습니다.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타추리가 눈썹을 일렁이며 다시 고개를 돌린다. 산 중턱 정도 오자 휴식을 위해 모두 잠시 하차한다. 기대어 쉬고 있는데 어제 그 남자가 보인다.

“그랑씨.”

“주신군.”

그가 내게 다가온다.

“어제 수용소에 다녀왔나?”

“예, 납치 됐을 때 봤던 사람을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 어땠나?”

“뭐, 그냥···”

“반란군이란 족속은 어떻게 생겼나? 머리에 뿔이라도 달렸어?”

“하하, 그렇지 않아요. 그냥 평범하게 생겼어요. 근데 한쪽 팔이 없어요.”

“그런가?”

“장애를 이해해줘서 니힐이 좋데요.”

“뭐? 그게 무슨 말인가?”

“아,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비하의 뜻은···.”

“다시 한 번 말해보래두.”

“장애를 이해 받았답니다. 팔이 한 쪽 없는···”

“이런! 제기랄. 백인장님!”

“왜 그러시는 거에요?”

“이 사람아, 팔 한 짝 없는 게 장애인가?”


작가의말

대부분의 고유 명사는 원래 있는 말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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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화. 마귀 18.10.05 32 0 6쪽
21 19화. 탈옥수 추격 작전 2 18.09.28 37 0 6쪽
20 18화. 탈옥수 추격 작전 18.09.21 34 0 7쪽
19 17화. 진실 18.09.14 61 0 10쪽
» 16화. 레그나르 18.09.07 26 0 9쪽
17 15화. 정의와 역할에 대하여 18.08.31 40 0 14쪽
16 14화. 죄와 벌에 대하여 18.08.26 45 0 17쪽
15 에피소드 에필로그 18.08.23 64 0 3쪽
14 13화. 의미의 유무에 대하여 18.08.20 95 0 14쪽
13 12화. 폐관수행 18.08.15 72 0 7쪽
12 11화. 니힐 18.08.08 67 0 7쪽
11 10화. 구원 혹은 나락 18.08.05 76 0 6쪽
10 9화. 의문의 비행 18.07.31 100 0 7쪽
9 8화. 사람다운 사람 18.07.29 98 0 7쪽
8 7화. 타추리와 박주신 18.07.27 67 0 5쪽
7 6화. 조건 18.07.25 55 0 3쪽
6 5화. 인식과 의심과 분노 18.07.24 53 0 5쪽
5 4화. 훈련 18.07.20 78 1 6쪽
4 3화. 답이 없다는 건 질문이 아니라는 뜻 18.07.17 58 2 7쪽
3 2화.식욕의 나무 18.07.14 71 1 5쪽
2 1화. 신이 죽은 세계 18.07.06 82 1 5쪽
1 프롤로그. 18.07.06 152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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