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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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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9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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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9.02 23:22
조회
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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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단 한 순간의 선택(1)

안녕하세요.




DUMMY

백수는 무명의 속삭임에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


'일행을 은신처로 돌려보내고 무명과 둘이 간다면 하루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곳의 방비가 얼마나 어떻게 되어 있느냐는 것인데, 그건 청사령의 도움을 받으면 미리 알 수 있을 것이고...

아니다,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지.

하지만 기회라는 것이 아무 때나 찾아오는 게 아니다.

그래도 만약 실패한다면 오히려 다음의 더 좋은 기회를 없애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백수의 고민을 멈추게 해 준 것은 허 성과 구천명이었다.


"단주님 그러지 마시고 그냥 같이 가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도 허 대협과 같은 생각입니다. 단주님의 부친을 구하는 일인데 개인사로 치부할 수 는 없지요. 한 명이라도 손을 보태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입니다."


무명도 그들의 의견에 말을 보탰다.


"부친의 존재는 앞으로도 모용 선화에게는 하나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 여자라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유 단주님을 인질로 삼으려 할 테니 우리에겐 큰 약점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는 셈입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백수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기에, 모용 선화가 그것을 꺼내들기 시작하면 백수는 한없이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모용 선화가 유 환명을 무기로 삼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는데, 그것이 다른 단원들에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백수는 이번에 깨닫고 말았다.

단주에게 이런 큰 약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단원들이 모용 선화와 전력으로 싸울 수가 없다. 혹여나 자신의 실수로 단주의 부친이 목숨을 잃기라도 하면 낭패가 될 테니 말이다.

결국 유 환명의 존재는 시간이 가면 갈 수록 백수와 의협단에게 크나큰 짐이 되어 갈 것이 분명했다.

백수에게도 무명과 다른 단원들에게도 어떻게든 빠른 시간 안에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거리인 셈이었다.


"좋아. 은신처에 들렀다 가면 시간도 부족하고 안 총관과 다른 이들까지 따라온다 할 수 있으니 우리끼리 가 볼 거야.

구 대협과 허 도사는 지리를 잘 모를 테니 우릴 잘 따라와야 돼.

산세가 험하고 길이 복잡하여 유세 표국 본채에 들어가기 전에 기운이 다 빠질 수도 있어."


허 성과 구 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명은 근처 마을에서 모두가 탈 새 말을 가지고 왔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백수는 관평에게 미리 기별을 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청사령을 부를까 했지만, 그들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 두었다.

그리고 어차피 기습을 하자면 형님도 모르게 하는 것이 오히려 상책이 될 수 있었다.

관평은 많은 부분에서 성장한 것은 틀림없으나 아직 감정을 완전히 감추는 것은 서툴러보였다.

백수를 만나고 난 후 모용 선화가 관평의 심경 변화를 보고 시동생의 생환을 의심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용 선화의 임신이었다.

관평은 이제 아빠가 된 것이다. 아버지가 된 남자의 책임감이 무겁다는 건 이 무빈을 보면 잘 알 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백수가 부친을 데리고 탈출하려 할 때 관평이 백수에게 도움을 줄 지 칼을 겨눌 지는 백수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 날 만났던 형님이라면, 아직 그 때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함께 나오진 않더라도 날 막진 않을 것이다.'


백수는 어디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위로했다.

관평과 백수는 이미 서로 다른 길을 오래 걷고 있었다. 그 길은 되돌아올 수는 없는 길이라는 걸 백수도 잘 알고 있었다.

백수의 고민이 더 깊어지자 구 천명은 답답해졌는지 자신의 대도를 툭툭 건드리며 백수를 재촉했다.


"지금 시간을 이렇게 보낼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되던 안 되던 한 번 부딪혀 보시지요. 어차피 나중이 된들 뜻을 이루시기가 쉽지 않다면 적어도 어느 정도 승산이 보이는 지금 시도하시는 게 상책이라 생각됩니다."


천명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백수는 마음을 정하고 천명과 허 성을 돌아보았다.


"구 대협 말대로 나는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두 사람을 데리고 가는 건 지나친 모험이 아닐까 싶어. 오늘은 그냥 탐색전이라고 생각하고 무명과 둘이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탐색전이던 뭐던 아군은 많을 수록 좋은 법입니다. 여기까지 함께 와서 청성파 내전의 한 가운데에 있다 왔는데 뭐가 더 두렵겠습니까?"


백수는 천명의 거듭된 제안에 딱히 거절할 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네 사람은 유세 표국의 산채로 함께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두 사람이 가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원래 의협단은 상하 관계가 뚜렷한 집단도 아니고, 백수 또한 의협단의 자리가 잡히면 모든 단원들이 자신의 뜻에 따라 개별 행동을 하기를 바랬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유세 표국은 상청궁과는 상황이 다를 텐데... 내가 실수를 하넌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구나.'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백수를 태운 말은 하늘을 나는 듯이 달려서 어느새 유세 표국 근처의 산길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곳곳에 초병과 함정이 즐비했기 때문에 걸어서 가야 하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오는 산길이었지만 백수의 머리속엔 모든 함정과 초병들의 순찰 경로가 모두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행로는 첫 발부터 험난했다. 모용 선화가 초병의 순찰 위치와 시간을 모두 바꿔 버린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모용 세가의 초병을 만난 백수 일행은 급히 몸을 숨겨 간신히 발각을 면했다.

혼비백산하여 몸을 숨긴 일행은 초병이 완전히 지나간 후에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명이 다가와 백수에게 조용히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모용 선화는 만만치가 않군요.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것 같은데 차라리 초병을 없애면서 전진할까요?

이런 식으로 전진이 더디면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아니야. 그 여자라면 초병의 연락 체계도 잘 갖춰 놓았겠지. 초병을 하나라도 없애면 얼마 안 되서 우리의 침입이 들통날 거야."


"그럼 가능한 한 서두르는 수 밖에 없겠군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렇게 해야겠지. 내가 침투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아니게 됐네. 모두 주위를 살피는데 신경을 쓰면서 천천히 전진하도록 해."


허 성과 천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공동산을 쥐새끼처럼 돌아다니던 사람입니다. 조용히 다니는 건 자신있습니다."


천명도 덩달아 신이 나서 말했다.


"전 쥐새끼처럼 다닌 적은 없지만 이래봬도 객잔의 술 훔쳐 먹는 데는 도사였으니 제 걱정도 마십시오!"


숨 쉬는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 네 사람은 쿡쿡거리며 웃음을 참았다.

백수는 새삼 자신이 모은 무사들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생기는 걸 느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무공의 비급들을 가르쳐주면 얼마나 더 강해질까?

이들은 모두 무림의 정의를 지키는 수호신이 될 것이다.'


일행은 모두 숨소리까지 죽인 채 백수의 안내를 따라 거친 숲을 헤쳐나갔다.

가는 길에 초병을 두 번 더 만났지만, 초병들의 무공이 높지 않은 탓에 들키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먼 곳에서 먼동이 틀 때 쯤에 네 사람은 유세 표국의 높은 담 앞에 설 수 있었다.

운이 따른 것인지 시간도 모두가 가장 방심하기 쉬운 때인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내가 먼저 담을 넘을 테니 모두 따라 넘은 후로는 조용히 나만 따라와.

조금 빨리 갈 테니 경공에 힘을 써야 할 거야."


백수는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자신의 키보다 몇 배나 높은 담을 훌쩍 뛰어넘었다.

무명과 허 성, 천명도 그에 질 세라 높이 솟은 담을 거침없이 뛰어 올랐다.

그들 모두 담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채, 새벽 전 가장 어두운 하늘 위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행히 담 뒷편엔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수가 담을 넘은 위치는 상단 사람들의 분뇨를 모아두는 곳이었기에 며칠에 한 번, 분뇨를 밖으로 퍼 나를 때가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담을 뛰어넘은 허 성고 천명은 예상치 못했던 악취에 코를 싸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욱, 냄새. 뭡니까 이건...-


-이럴 때가 아니네. 단주님께서 벌써 사라지셨어.-


천명과 허 성은 이미 건물 뒤로 사라진 백수를 따라 급히 경공을 펼쳤다.

백수는 인적이 드문 길을 찾아 다니면서 유 환명의 처소를 향해 달렸고, 무명은 주변의 기척을 확인하면서 조금 뒤에서 백수를 뒤따랐다.

잠시 후, 백수의 눈 앞에 꿈에도 그리던 유 환명의 처소가 보였다.

그와 함께 아주 미세한 기의 흐름이 백수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 성과 천명은 물론 무명조차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기운이지만 무명도 모르는 것 같은데 내게만 느껴지는 이것은...

마공이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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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3) 22.08.31 586 6 8쪽
81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2) 22.08.30 601 7 10쪽
80 얻으려면 내줘야 한다.(1) 22.08.27 641 7 11쪽
79 진정한 승자 22.08.26 658 7 10쪽
78 옳은 길로 가지 못한다면 승리라도 손에 쥐어야 하는가(2) 22.08.25 626 7 9쪽
77 옳은 길로 가지 못한다면 승리라도 손에 쥐어야 하는가(1) 22.08.24 660 6 11쪽
76 청성파의 내전(內戰) 22.08.23 682 8 11쪽
75 확인할 수 없으면 신용이 아니다. 22.08.21 657 7 8쪽
74 무명(無名)의 가희(歌姬)(2) 22.08.21 672 6 10쪽
73 무명(無名)의 가희(歌姬)(1) 22.08.18 699 6 9쪽
72 신 십혈사(十血仕) 22.08.17 712 7 9쪽
71 친구가 누구인가보다 누굴 적으로 두었느냐를 보아라. 22.08.16 760 8 10쪽
70 자존심은 고집을 키운다 22.08.13 801 8 10쪽
69 무적이라 자칭하면 적이 생긴다 22.08.12 803 6 10쪽
68 무적권 허 성 22.08.11 824 6 10쪽
67 천운(天運)을 얻다 22.08.10 853 6 12쪽
66 장자가 되고 싶은 막내(2) 22.08.09 853 6 13쪽
65 장자가 되고 싶은 막내(1) 22.08.06 870 5 10쪽
64 판관 포 형대 22.08.05 842 8 10쪽
63 권선은 못 해도 징악은 한다. 22.08.04 810 7 9쪽
62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22.08.03 834 7 11쪽
61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2) 22.08.02 84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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