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영초이 님의 서재입니다.

12번째 회귀록의 엑스트라A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영초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16
최근연재일 :
2022.12.24 02:48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3,220
추천수 :
39
글자수 :
368,724

작성
22.11.10 23:49
조회
27
추천
1
글자
19쪽

숲의 요정을 만나(2)

DUMMY

협회 본부의 옥상. 어두운 밤하늘 아래, 불빛을 머금은 빌딩들이 수없이 펼쳐져 있다.

그런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수오와 혜린이 대화를 나눈다.

-아저씨, 이안이가 4등급이 된 것 알고 있죠?

“응, 뉴스로 봤어. 타무크의 해머를 들고 포효하던데.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다. 아군이 강력해질수록 시민들이 안전해지니까.

하지만 혜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애가 4등급 되면서, 사춘기가 더 심해지나 봐요.

“왜? 무슨 일 있어?”

-뭐랄까? 점점 더 포악해져요.

수오의 얼굴도 진지해진다. 생각보다 좋은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영웅 오빠의 말도 잘 안 듣고, 자기한테 잘하는 사람들하고만 지내요.

“그 나이 또래가 다 그렇지. 걔가 덩치만 성인이지, 이제 17살이잖아.”

원래 회귀록에서 강이안의 설정 자체도 그랬다. 원래는 힘만 믿고 설치는 헌터였다. 하지만 최영웅과의 동행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잠깐! 왜 영웅 씨는 오빠고, 나는 아저-컥!”

쓰잘데 없는 소리에, 혜린의 주먹이 수오의 복부에 박힌다.

-지금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잖아요.

‘이 녀석도 등급이 올랐나? 왜케 주먹이 매서워졌어? 그리고 나 환자라면서...’

시무룩해진 수오를 뒤로하고, 새로운 글자들이 모자의 액정이 채워졌다.

-4등급 기념으로 영웅 오빠와 대련을 했거든요. 그런데 영웅 오빠가 일방적으로 밀렸어요. 같은 4등급인데...

그제야 대충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것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때부터 더 버릇없어졌다는 거지?”

-네. 자신은 강한 자의 말만 따른다고 하고. 힘 앞에 모두 평등하다고 우쭐대는데, 아주 꼴 보기 싫어요.

강이안은 야생의 늑대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최영웅이 입마개를 채우고, 목줄을 감아서 충직한 개로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회귀록에서는 그렇게 했고.

“골치 아프네. 주변에서는 그걸 두고 봐?”

-어쩌겠어요? 영웅 오빠 말도 안 듣는데. 그래서 히어로 길드가 두 개로 갈라졌어요.

파벌이 생겼다는 뜻이다.

-던전이나 오염지대 쪽은 이안이가 맡고, 그 외의 일을 영웅 오빠가 하고 있어요.

힘의 논리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몬스터를 맡는다. 그리고 인간 사회의 일들은 짭영웅의 사람들이 맡았다.

“어쩐지 이안이와 영웅 씨가 같이 있는, 그림을 본 적이 없어.”

힘의 균형이 비슷한 파벌이라면, 건전한 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쪽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서게 되면...

-히잉. 이러다가 히어로 길드가 두 쪽이 될 것 같아요. 너무 걱정돼요.

잡아 먹히거나, 분리된다.

“어서 빨리, 영웅 씨가 5등급이 되는 수밖에 없겠네.”

짭영웅이 더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강이안을 힘으로 누르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하지만 될까? 진짜 최영웅이 아니라 가짜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정적인 의견만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귀록의 방향대로 흘러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길드원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런데... 아저씨는 우리 길드 안 올래요?

혜린이 두 눈에 기대를 담고, 조심스레 수오에게 물어본다. 그가 나이츠라는 직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기에, 미안한 마음도 담긴 질문이다.

‘히어로 길드? 회귀록의 주조연들이 모인, 별들의 길드? 내가 왜?’

방수오, 한길만 걷는 우직한 남자. 나이츠를 배신할 수 없다.

“안돼. 나는 지금 생활이 좋아.”

‘거기가면 나 진짜 엑스트라 A가 될 거다. 절대 못 가!’

지금이야 수오와 비슷한 조연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등급이 올라가면, 수오는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나쁜 사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혜린의 표정은 밝아졌다. 처음부터 그가 거절할 줄 알았다는 의미였다.

혜린의 눈에, 수오는 남을 지킬 때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이제 내려가자. 밤공기가 차다.”

수오도 막차가 끊기기 전에 집에 가야 했고, 혜린은 몇 달 남았지만 미성년자다.

‘20살 이전은, 법으로 외박은 금지해야...’

물론 혜린은 길드의 업무 때문에, 외박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그만큼 히어로 길드는 바쁘고,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수오 씨 저희 길드 오시죠.”

헤어짐의 악수를 하는데, 짭영웅이 제안을 했다. 뭐랄까? 혜린이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면, 짭영웅의 두 눈은 간절해 보인다.

“에이, 농담이 과한데요.”

업계 1위 길드장이, 2등급 각성자에게 가입 제안을 한다? 농담이 아니라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집, 출퇴근 차량. 원하는 연봉 다 맞춰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해 보인다. 그리고 그만큼 지쳐 보이고, 힘들어 보였다.

‘진짜 이안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본데.’

“저는 2등급 방패술 능력자인데, 제가 히어로 길드에 도움이 될까요?”

궁금하다. 왜 수오를 필요로 하는지. 수오보다 강한 탱커가 한둘이 아니다.

그냥 수두룩하게 많다. 그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짭영웅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고 엉뚱했다.

“토템입니다. 그냥 수오 씨가 있으면, 어떡하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요.”

‘이 무슨 개소-’

“거인의 숲에서도 그랬고,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오 씨가 제일 약해도, 항상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주니까요.”

그건 인정한다. 타무크의 팔을 자른 것도 자신이었고, 루리를 잡은 것도 수오이다.

하지만 그건 살아남으려고 자른 것이고, 뚝배기를 날리기 위해 잡은 것이다.

지극히 수오의 만족을 위해 벌인 일들.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나이츠의 활동이 마음에 들거든요.”

나이츠가 된 것도, 수오의 만족이었으니까. 아직은 헌터로의 삶을 바라지 않는다.

나이츠에서 잘리지 않는다면, 수오는 은퇴할 때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역시, 수오 씨는 돈과 명예에는 관심이 없네요.”

‘아니, 관심은 있어. 많이 있어.’

그런 수오의 생각과는 다르게, 짭영웅은 금방 수긍했다.

“같은 편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그냥 길드 생활이 싫다고. 실적 안 좋으면 잘리잖아. 나이츠는 공무원이라고. 평생직장!’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짭영웅과 헤어졌다.

-아저씨 우리 또 언제 봐요. 슬퍼요.

“네가 바빠서 그런 거잖아. 시간 좀 내봐.

-제 몸은 둘이 아니잖아요. 매일 야근하고 있어요. 노동부에 신고해야겠어요.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혜린과도 이별을 한다. 한동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3일 뒤에 헌터 협회 본부에 호출을 받게 됐다. 강초은 팀장이 부른 것인데, 협회장실로 오라고 한다.

루리 문제 때문에, 짭영웅 일행도 올 것이라고 했다.

“나만 이렇게 따로 돌아다녀도 괜찮은 거야?”

다른 지역 나이츠의 요청으로, 혼자 움직인 적은 있다. 하지만 이건 협회 본부다.

팀장급이 아니라 일개 팀원을 호출한 것이다.

“뭐 땡땡이 느낌이라 좋긴 한데.”

출근과 동시에, 이뤄진 호출에 365팀원들은 별말 하지 않았다.

‘하하하, 우리 수오가 이렇다니까. 최영웅 님과 친분이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

365팀장은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요 3일 동안 사무실에서, 수오는 급격한 신분 상승을 느끼게 되었다.

‘수오야 어디 불편한 건 없어? 커피 한잔 쭉 들이켜.’

365팀장은 출근과 동시에 믹스커피를 타주며, 수오를 둥실둥실 띄웠다.

‘최영웅 님 사인받아줘.’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무슨 관계인지 말해봐.’

‘진짜 아는 사이야? 왜 얘기를 안 했어? 나는 에코 사인.’

‘인정 네가 에이스다. 그 정도 인맥이면, 에이스가 맞지.’

365팀과 85팀원들은 그를 둘러싸고, 하나부터 끝까지 캐묻기 시작했다. 물론, 대충 건너건너 아는 사이라고 둘러댔다.

‘우혜린과 어떤 사이에요?’

박고운의 관심이 가장 컸는데. 그녀에게는 친동생 같은 사이라고 말해줬다. 그러자 살짝 역정을 내는데, 지진이라도 왔는지 사무실의 화분들이 살짝 흔들거렸다.

‘아니, 남매 같은 사이가 포옹해요? 그게 말이 되는...아오 소름 돋아.’

어찌 됐든 3일 동안, 아주 편안한 사무실 생활을 했다. 문서 작업도 다른 팀원들이 해줬고, 365팀장도 수오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들어가려니까 어색하다.”

저번에는 짭영웅 일행과 밤에 들어가서 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직원들로 한창 붐비는 시간이었다.

“어휴~ 사람봐.”

협회 본부의 로비에는 일반 직원들과 헌터들로 가득했다. 그것도 본부이다 보니, 고등급 헌터들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이츠 0팀이다.”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무리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그러자 가면을 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오~ 처음 본다.’

나이츠 0팀, 그들을 상징하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셔츠가 아니라, 목을 가리는 검은 폴라티. 신원 노출을 우려해 얼굴을 가린 진회색 가면. 그리고 팔뚝에 새겨진 숫자 000.

‘뉴스에도 못 나온다고 하잖아.’

소문일 뿐이지만, 어느 매체에서도 그들을 본 적이 없다. 기사가 있어도, 사진은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그들에 관한 영상은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들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런 얘기 하다가 잡혀간다. 우리 삼촌도 구멍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갑자기 두더지가 튀어나-”

“개소리 그만하고, 조용히 있어.”

그들의 좌우로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루머인지 진실인지도 대꾸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지.’

수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보통 나이츠 0팀은 협회 내의 부정과 부패를 감사한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권력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팀이다.

‘흥! 그런 팀을 범죄자들로 채운다고?’

코웃음을 치며 수오가 그들을 지나친다. 나이츠의 저승사자라 불리어서 그런지, 싸한 기운이 수오의 전신을 감쌌다.

‘에어컨을 틀었나? 한기가...’

그들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목적지에 도착한다.

[헌터 협회 협회장]

굳이 문을 두드릴 필요는 없었다. 이미 비서를 통해, 그가 왔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들어와.”

역시나. 도착과 함께 강초은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열고 들어가자, 다행히 협회장은 없었다.

“협회장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그래, 볼 일이 있다고 나갔어.”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당당하게 협회장 자리에 앉아있다.

“그렇게 막 앉아있어도 돼요?”

그러자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훗, 어차피 우리 아버지야. 상관없어.”

‘엥?’

또다시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됐다. 정말, 이 협회는 혈연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이대로 괜찮은 건가?

“알 사람은 다 아니까,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소문만 내지 마.”

“넵.”

그리고 둘은 중앙에 있는, 소파에 마주 보며 앉았다. 그녀가 담배를 하나 꺼내 들어 입에 문다.

[딸칵]

‘협회 본부에서 흡연은 불법인데... 계급이 깡패구나.’

“주혁이한테 얘기 들었다. 실버 드래곤을 찾았다고?”

곧바로 시작되는 본론.

‘루리 때문에 부른 게 아니었나?’

하지만 주혁과의 술자리 이후, 수오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네.”

그녀의 입꼬리가, 담배 연기와 함께 살짝 올라간다.

“다시 갈 수 있겠나?”

물론 갈 수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빠르게 가는 방법도 찾았다.

“네.”

“위험도는?”

“그냥 거인의 숲을 가로지르는 방식이 아닙니다. 그래서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대답. 고등급 몬스터를 만나면 높고, 안 만나면 낮은 거 아닌가?

하지만 강초은 팀장은 그 말에서 힌트를 찾아냈다.

“조력자가 있다는 의미겠지. 그리고 그들의 조건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역시, 전 1팀장이라는 자리는 괜히 얻은 게 아니다. 무력과 함께, 그만큼 머리도 좋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못합니다. 약속했거든요. 대충, 숲의 요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치이익]

그녀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빈다.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왜 드래곤을 만나야 하는지, 알려주기 시작한다.

“지금 헌터 협회는 풍랑 위의 나룻배와 같아. 정부와 기업의 손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협회에서도 벗어나 보려고 했지만, 힘이 없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나이츠가 있으면,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텐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실버 드래곤을 만나려고 해.”

강초은 팀장이 강하다고 하지만, 히어로 길드보다는 네임류가 떨어졌다. 한마디로 여론을 형성할만한 스타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가디언이 되면서, 등급을 올리는 거지. 그러면 지금 국내에서 유일한 5등급 헌터가 될 테니까.”

유일한 5등급 헌터. 매체와 사람들은 환호하고, 정부와 기업은 그녀의 눈치를 볼 것이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여론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때 길잡이가 돼 주겠나?”

그녀가 수오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미 모든 속내를 수오에게 보여줬다.

한마디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오히려 좋아. 이상한 빌런이 가디언이 돼서, 등급을 올리는 것보다 말이야.’

지금도 수많은 헌터가, 가디언이 되기 위해 실버 드래곤을 찾는다. 그러니까 회귀록에서도 보장하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가 가디언이 되는 것이 옳다.

“좋습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날짜는 추후에 알려주지. 아마도 2주 안에 출발할 거야.”

그녀의 꽉 잡은 손에서, 강한 악력과 함께 믿음이 전달된다.

“이제 우린 한 팀이야.”

그렇게 수오는 강초은 팀장의 울타리에 들어갔다.

‘든든하네.’

그리고 도플갱어와 짭영웅을 만나러 간다.


-0팀은 다 죽어야 해요.

혜린이 성을 내며, 발을 둥둥 구른다.

-아니 고문이라니? 요즘 세상에 그게 말이 돼요?

짭영웅이 손을 떼고, 협회의 윗사람들은 나이츠 0팀을 불렀다. 그리고 0팀은 도플갱어를 고문했다고 한다.

“심하긴 하네.”

그의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손톱은 다 빠지고, 머리와 얼굴에는 상처로 가득하다.

-저도 신문에서 봤어요. 빌런이라도 저렇게 다루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단지, 예외 사항이 있을 뿐이다. 나이츠는 안돼도, 나이츠 0팀은 된다. 법이 그렇단다.

그래서 나이츠들이 0팀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너 부른다. 들어가 봐.”

하지만 도플갱어는 끝까지, 루리의 행방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에 엘릭서가 준비된 것이다.

‘왜 나를 찾는 거야?’

수오가 다시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도플갱어 때문이란다. 그가 엘릭서를 받자 자신을 찾았다고 했다.

고문 이후 0팀이 떠나고, 다시 히어로 길드가 도플갱어를 맡게 됐다.

“왔군.”

온몸이 상처투성이지만, 그의 얼굴은 평온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엘릭서를, 수오에게 들이민다.

“무슨 뜻이지?”

가져가라는 의미인가? 수오가 엘릭서를 손으로 잡았다. 그런데도 도플갱어는 저지하지 않았다.

“나는 나갈 수 없으니까. 너에게 맡기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협회에 잡힌 그는, 한동안 풀려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각성자 교도소에 갇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루리는 말이지.”

그가 자신의 머리에 검지를 가져다 댄다.

“너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엥?’

그가 루리의 기억 속에서, 신뢰할만한 사람을 골라서 선택했다.

“정의롭고,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존재. 그리고 타협하되 굴복하지 않는 사람.”

‘아니, 그거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루리와 나는 그런 사이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어.’

하지만 어찌 됐든, 한마디로 선택받았다는 뜻이다. 도플갱어의 아들에게 엘릭서를 전달해줄 사람으로.

“정해진 장소에만 놓아주면 된다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그렇게 말하고는, 수오에게 귓속말로 장소를 알려준다. 어떤 지하철 보관함의 비밀번호와 함께.

“오케이. 원하는 데로 해줄게.”

수오는 부탁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안쓰러운 사람이고, 그 아들이 허무하게 죽는 것도 원하지 않으니까.

엘릭서가 손에서 사라지며, 수오의 아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루리는 어디 있지?”

가장 중요한 질문. 도플갱어의 입이 열린다.

“거인의 숲.”

“누구와 함께 있어? 목적은 무엇인데?”

“중국의 헌터 그리고 목적은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그 이후 수오가 더 캐물어 봤지만, 그 이상의 실마리는 얻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루리의 행방은 알게 됐다.

그렇다면 누군가 그녀를 찾아서, 거인의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히어로 길드는 이안이가 갈 겁니다.”

짭영웅은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나이츠 0팀이 간다. 이미 위에서도 그렇게 정해놨어.”

강초은 팀장도 추적 인원을 말해줬다.

“그럼 나는요? 나도 0팀에 속해서 갈게요.”

수오는 당연히 자신도 갈 것으로 생각했다. 루리를 상대하는 것에, 누구보다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루리에게는 약간의 정도 느끼고 있다.

“너는 내가 말한 것 준비나 해. 0팀이 관련되면, 나이츠는 절대 끼어들면 안 된다.”

하지만 강초은 팀장은 단호히 잘랐다.

“쳇!”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짜증.

“꾸어어-”

당연히 강초은 팀장에 의해 날아가고.

[쿵!]

벽에 부딪히며 침몰했다.

‘아우 아파... 그래 인정하자. 루리는 이안이가 찾아 주겠지. 나는 시아를 만날 준비나 하자.’

수오가 뒤통수를 손으로 비비며, 새로운 문제를 떠올린다.

사실 2월에, 실버 드래곤과 만나고 조금 친해졌다. 그래서 ‘시그니아즈 아리안’이라는 본명을, 애칭으로 만들어 ‘시아’라 부르기로 했다.

‘그나저나 시아는 멀쩡해졌으려나?’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패닉에 휩싸여 있었다. 덕분에 애칭에 대한 허락도 쉽게 받은 것이다.

‘하하하, 어차피 망할 세상이야. 맘대로 불러.’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지만, 검열에 걸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XXX의 XXX들은 이런 버그가 생길 줄 몰랐던 거야? 이 개복치만도 못한 새끼들!’

매일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그녀. 그 생각을 떠올리자 걱정이 된다.

‘흑화하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확실하게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음 모험은 ‘어게인 거인의 숲’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2번째 회귀록의 엑스트라A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3 3가지 약속을 지킨다(10) 22.12.24 27 1 18쪽
52 3가지 약속을 지킨다(9) 22.12.23 28 1 16쪽
51 3가지 약속을 지킨다(8) 22.12.20 26 1 14쪽
50 3가지 약속을 지킨다(7) 22.12.15 30 1 20쪽
49 3가지 약속을 지킨다(6) 22.12.14 26 0 14쪽
48 3가지 약속을 지킨다(5) 22.12.08 26 0 14쪽
47 3가지 약속을 지킨다(4) 22.12.07 35 1 18쪽
46 3가지 약속을 지킨다(3) 22.12.06 24 1 14쪽
45 3가지 약속을 지킨다(2) 22.11.30 35 1 15쪽
44 3가지 약속을 지킨다(1) 22.11.29 27 0 26쪽
43 숲의 요정을 만나(5) 22.11.24 27 1 15쪽
42 숲의 요정을 만나(4) 22.11.23 24 0 14쪽
41 숲의 요정을 만나(3) 22.11.22 24 1 15쪽
» 숲의 요정을 만나(2) 22.11.10 28 1 19쪽
39 숲의 요정을 만나(1) 22.11.09 27 0 15쪽
38 루리를 찾아서(5) 22.11.08 33 0 16쪽
37 루리를 찾아서(4) 22.11.03 37 1 15쪽
36 루리를 찾아서(3) 22.11.02 33 0 15쪽
35 루리를 찾아서(2) 22.11.01 34 1 16쪽
34 루리를 찾아서(1) 22.10.27 33 1 16쪽
33 솔의 이야기 22.10.26 40 1 17쪽
32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6) 22.10.25 43 0 19쪽
31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5) 22.10.20 38 1 17쪽
30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4) 22.10.19 38 1 15쪽
29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3) 22.10.18 37 1 13쪽
28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2) 22.10.13 41 1 13쪽
27 그릇된 신념과 싸운다(1) 22.10.12 40 1 15쪽
26 징집된 각성자들은(4) 22.10.11 38 1 18쪽
25 징집된 각성자들은(3) 22.10.06 48 1 18쪽
24 징집된 각성자들은(2) 22.10.05 40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