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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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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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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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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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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소울 링크(5)]

DUMMY

[67화-소울 링크(5)]


모험가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엉덩이 헬륨가스보다 가벼운 인간들이란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모험가의 성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험가란 방랑벽과 역마살로 이루어진 인간이었고, 그런 방랑의 화신 중에서도 최고봉만이 1급이란 타이틀을 달 수 있는 법이었다.


그러기에 1급 모험가를 필요하다고 해서 제때, 그리고 필요로 하는 장소에 모은다는 것은 가능과 불가능에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1급 모험가는 보통 자신을 위한 모험에 나서지 남이나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나서진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히려 유진처럼 돈, 권리 등으로 협력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쪽이 소수였다. 대부분은 필요할 때마다 반골 기질이 고개를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기에 유진과 화린을 선발대로 보내고서도 모험가 협회와 각국 정부, 그리고 국제연합은 드래곤즈 네스트에 더 많은 모험가를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영국 국왕의 명령이라면 80%는 따르는 윌리엄, 코미케만 아니라면 비교적 말을 잘 들어주는 일본의 아스카 정도가 그들이 투입할 수 있는 한계라고 여겼다.


하지만 협회가 1급 모험가들에게 연락을 넣었을 때, 당장 지구에 머물던 대부분의 1급 모험가가 당장 요청을 받아들이겠단 뜻을 표해왔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드래곤즈 네스트라는 세계 자체에 대한 매력이었다.


척박한 세계, 그러나 드래곤즈 네스트는 부유했다. 그리고 미지의 영역이었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다.


드래곤즈 네스트가 공허 영역의 무한한 세계들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세계 중 하나이며, 동시에 세계간 제국이기도 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세계가 드래곤즈 네스트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지를 떠올리면 드래곤즈 네스트가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드래곤즈 네스트는 게이트 전쟁에서 지구에게 패배하고, 핵샤워로 세계 대부분이 불탔음에도 여전히 비밀이 가득했다.


고룡이 남긴 유적, 과거 어떤 용 일족의 무덤, 여러 이계에서 긁어모은 보물, 특별한 약초와 비경 등등, 모험가의 구미를 당기는 것이 천지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쫄딱 망했다고 해도, 부자는 삼년은 가는 법. 드래곤즈 네스트는 더 했다. 명실상부 손에 꼽히는 세계간 제국이었던 그들은 망하고, 심지어 식민 세계의 반란에 시달리면서도 상당한 국력을 유지했다.


무엇보다도 드래곤즈 네스트의 드래곤들은 강했다. 그랬기에 지구도 그들을 함부로 다루기가 그러했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는 전후 지구와 나름의 외교 관계를 구축하면서 드래곤즈 네스트에 대한 허가받지 않은 통행을 금지시켰다.


드래곤즈 네스트의 식민 세계를 두고 물밑에서 비밀스러운 작전을 벌인 지구였지만, 드래곤즈 네스트 본 세계에 대해선 공식적인 개입이 불가능했다.


물론 뒷구멍으로는 개입했지만, 이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잠입 요원의 이야기였지 제멋대로 날뛰는 모험가가 드래곤즈 네스트에 투입되는 일은 없었다.


당연히 모험가들은 드래곤즈 네스트를 모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이번 일이 터졌다.


여러 제약에 묶였지만, 드래곤즈 네스트를 밟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모험가가 매력을 느꼈다.


덕분에 사람을 모으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저놈들이 말을 들어 먹을 리가 없지.”


유진은 다른 모험가가 던져준 총을 받고 갈기면서 중얼거렸다.


유진과 화린이 제일 먼저 드래곤즈 네스트에 도착해 캠프를 꾸리고, 대규모 게이트를 열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안 다른 모험가들은 드래곤즈 네스트 각지에서 공간 불안정화를 일으키고, 드래곤즈 네스트의 상황을 살펴야 했다.


그리고 캠프가 위험하다면 즉시 지원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흥미에 따라 움직였고, 그 결과 캠프가 공격받는 중에도 합류가 늦은 것이다.


당장 지원을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던 놈들조차도!


“개판이군.”


이래서 모험가는 안 된다며 유진은 혀를 찼다.


“너도 모험가야.”


옆에서 화린이 핀잔을 주었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낸 유진의 육신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드래곤 브레스를 영체화로 피해낸 유진은 발을 박차고 적들 사이로 몸은 던졌다.


하지만 드래곤은 자신의 부하들이 제 브레스에 타죽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브레스가 유진을 따라왔다.


하지만 유진은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적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자신의 병력만 날리고 말았다.


그리고 모험가들의 반격이 쏟아졌다.


수천의 벼락이 재앙이 되어 적들에게 쏟아졌다. 거울이 브레스를 반사하고, 강력한 일부 드래곤을 수초간 봉인했다. 화린이 소환한 불의 정령들이 내달렸으며, 최첨단 무기들이 드래곤들을 겨누었다.


하지만 전황은 모험가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우선 수가 너무 딸렸다. 머릿수는 최고의 무기였다. 아무리 모험가들이 분전해도 죽인 것보다 많은 적들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세계 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모험가들을 공격한다는 것이 최고의 문제였다.


간신히 기회를 잡아도 저 하늘에서 바라보는 눈이 번뜩일 때마다 모험가의 반격은 한줌 산들바람으로 변할 뿐이었다.


“세계 자체가 적이란 건 정말 성가시군.”


물고 있던 시가를 던져버린 윌리엄이 다가오는 적을 향해 총을 휘둘렀다. 머리가 깨져나간 몬스터가 뇌수를 흩뿌리며 절명했다.


“괜찮아. 어차피 시간은 우리편이야.”


옆에서 에티오피아 출신 모험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그의 손에는 적들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그는 그 머리를 폭탄으로 바꾸어 적들에게 집어던졌다.


“얼마나 남았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겠습니다!!!


캠프의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소식에 전장의 모든 모험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캠프의 인공지능이 환호하며 소리쳤다.


거대한 에너지가 솟구쳤다.



●●●



게이트가 언제 열릴지 모른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예정된 날에 열 수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모험가들이 드래곤즈 네스트로 출발했을 때부터 군대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언제든지 드래곤즈 네스트로 진격할 수 있도록.


초거대 게이트를 통해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공간붕괴탄과 핵미사일이었다.


공간붕괴탄이 세계를 찢어버리고, 모험가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까지 날아간 핵미사일이 대지와 하늘을 불태웠다.


“우왁!”


머리 위에서 공간이 찢어지는 모습에 모험가들이 화들짝 놀랐다.


절묘한 계산에 의한 타격이었으나 눈앞에서 저런 공격이 날아다니면 정신이 사나운 법이었다. 덤으로 위에 대한 빡침도 솟구쳤고.


“밑에 사람 안 보이나!”


-잘 보입니다.


오우거의 주먹을 막아낸 워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딘가 능글맞은 인공지능의 목소리에 화를 내던 모험가는 입술을 삐죽였다.


1급 모험가는 초인이다.


분명 그들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력 수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모험가가 강해도 지구의 진정한 힘은 바로 군대였다.


드래곤즈 네스트를 향해 인류의 군대가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차의 포가 불을 내뿜었다. 워커들이 내달리며 적들을 짓밟았다. 공격 헬기와 전투기들이 하늘을 날아오르며 적들을 격추했다.


무인 로봇들이 방패가 되어 모험가들과 적들 사이를 막아섰고, 후방에선 포대가 진형을 빠르게 꾸리며 지원 포격을 퍼부었다.


인류의 무기 앞에 드래곤즈 네스트의 저급한 병력은 쓸려나갔다.


-게이트 유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준비 병력의 20%만 넘어왔습니다.


-긴급 에너지 공급 개시! 수리 로봇은 베이스 캠프의 발전 시설을 긴급 복구하라!


과부하하여 간신히 에너지 충족량을 채운 대가로 퍼져버린 발전기, 그리고 덕분에 빠르게 닫혀가는 게이트.


로봇들이 캠프 발전시설을 수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마치 집을 짓는 벌 때, 혹은 개미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로봇들의 헌신 덕분에 게이트의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안정화에는 성공했다. 아쉬운 일이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캠프를 향해 브레스와 마법이 쏟아졌다.


“약점을 노리는 군요.”


“가라! 내 전사들아! 가서 적들을 모조리 태워라!”


아스카가 만들어낸 거울이 적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화린이 불러낸 정령들이 적의 공격을 뚫고 돌진했다.


게이트가 열리고 화린의 정령 소환 속도는 미친 듯이 빨라졌다. 역소환되거나 소멸된 정령들보다 더 많은 수의 정령들이 쏟아졌다.


질은 처음의 정령들보다 못했지만, 수는 엄청났다.


그리고 화린이 손가락을 튕기자 피닉스가 나타나 날아올랐다. 불로 이루어진 깃털이 떨어지며 아군은 치유하고 적은 태워버렸다.


전투는 인류측에 기울기 시작했다.



●●●



인류의 무기가 드래곤즈 네스트를 공격했다.


세계 자체가 찢겨나가는 경험은 과거 스스로를 죽였을 때처럼 드래곤즈 네스트에게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고통조차 지루함보단 즐거운 법.


인류의 매서운 공격에 드래곤즈 네스트는 기꺼워했다.


과연 되살아날 가치가 있었다. 이 압도적인 즐거움, 그리고 쾌락. 인간들이 발하는 거대한 에너지.


모든 것이 드래곤즈 네스트에겐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을 위해 죽어가는 생명은 드래곤즈 네스트에겐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했다. 그것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미일 뿐.


잔혹한 세계를 만족시키기 위해 세계의 피조물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다.


그리고 그 중에는 드래곤즈 네스트의 조각으로부터 태어난 드래곤들도 있었다.


한때 세계의 주인이라 칭하며, 신마저 참칭하던 드래곤들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세계의 의지에 울부짖으며 탄식했다.


지배자의 위치에서 노예로 수직하락한 충격은 그들의 정신을 영원토록 바꿔버렸다.


그들은 브레스를 토해내고, 마법을 쏘면서도 인간들에게 도움을 바라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군대는 그런 드래곤들의 간절한 바람에 미사일과 탄환으로 대답했다.


“일단 우리가 살아남아야 뭘 도와주던 말던 하지.”


당장 미쳐 날뛰며 칼을 휘두르는 정신병자가 있다면, 제압을 해야 치료를 해주던 말던 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일단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전투에서 죽을 드래곤들에겐 안 된 일이지만.


“하지만 저것들 패악질을 생각하면 인과응보가 아닐까?”


특히 드워프들이 지금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유진은 문뜩 자신의 드워프 친구를 떠올렸다.


아마 창고의 모든 맥주를 꺼내 마시며, 춤추고 노래를 부르리라. 어쩌면 영원토록 이 날을 기념할지도 몰랐다.


그러게 평소에 마음을 곱게 썼어야지.


동정조차 들지 않은 드래곤들을 보며 유진은 돌진했다.


그리고 입을 벌린 드래곤 하나를 향해 점프했다.


유진은 깔끔하게 드래곤의 목구멍에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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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66화-그렘린(2)] +4 21.04.04 200 8 12쪽
178 [66화-그렘린(1)] +6 21.04.03 25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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