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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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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자
작품등록일 :
2020.05.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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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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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4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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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화-그렘린(2)]

DUMMY

[66화-그렘린(2)]


“으아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눈을 뜬 유진은 자신의 몸에 박힌 케이블을 뽑아냈다. 그리고 눈앞의 난장판을 노려보았다.


개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뭐야?”


달려드는 경비 로봇을 후려친 유진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쉽게 정리될 상황은 아니었다.


“세아? 지금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어째서 경비 로봇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해줄 이는 엔지니어 아트람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아내가 싸우는 모습을 본 유진의 판단은 빨랐다.


경비 로봇에게 뜯어낸 팔을 몽둥이 삼아 휘두르며, 유진은 세아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세아와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아트람을 후려쳤다.


“크악!”


아트람이 깡통처럼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임무를 다한 로봇의 팔은 이젠 몽둥이로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


“적습.”


“그건 알겠는데.”


그 적이 누구냐는 유진의 의문에 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적의 정체에 대해서 파악한 바는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저번에도 우릴 공격했던 새끼들일 거야.”


“그렇군.”


그리고 사태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살상 무기 안전 장치 해제.


불길한 소리와 함께 경비 로봇들은 일제히 탄알집을 교체했다.


구식 화약 총기지만 사람을 죽이기엔 충분한 위력, 유진은 죽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문제였다. 특히 저 관측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연구자들 말이다.


타타타타탕!


총소리와 함께 무수한 총탄이 관측실 유리창을 두들겼다. 재생성 유리로 만들어진 창은 자가수복을 개시했지만, 부서지는 속도가 수복되는 속도를 웃돌기 시작했다.


“큭!”


유진은 몸으로 경비 로봇을 후려쳤다. 그리고 로봇의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로봇의 움직임에 손가락이 절단되었지만, 놈의 움직임을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틈을 노리던 유진은 재빨리 놈의 팔을 잡고 총구 방향을 억지로 틀었다. 경비 로봇이 발사한 총이 같은 경비 로봇들을 휩쓸었다.


“젠장, 왜 일체형이야!”


팔과 총이 한 몸이었기에 노획해서 쓸 수가 없었다. 당길 방아쇠가 없으니 뜯어내도 무용지물인 것이다.


“영자로를 공격!”


그리고 날아간 아트람이 잔해를 헤치고 기어 나오며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모든 로봇이 전부 총구를 돌렸다.


무수한 총탄이 영자로를 향했다.


그리고 세계수의 뿌리에 가로막혔다.


“빌어먹을 잡나무가!”


아트람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그리고 마법을 시전했다.


거대한 불덩이가 세계수를 공격했다. 하지만 나무는 생각보다 잘 타지 않는 법이었다. 하물며 그것이 나무의 왕, 세계수라면 더욱 그러했다.


세계수의 뿌리가 살랑였다. 마치 아트람을 조롱하듯 말이다.


그 모습에 아트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네!”


유진은 다이나를 쳐다봤다.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러나 너무나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아내의 모습을.


“나를 신경 쓸 시간은 아닌 것 같구나.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너흰 싸우고 승리해야만 할지니.”


스스로를 가리키는 다이나의 모습에 유진은 혀를 찼다.


지금 다이나의 몸을 차지한 것이 누구인지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존재가 다이나를 해코지할 생각으로 몸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아이에게 지워지는 부담은 배가 되겠지. 그리고 이 영자로도..., 그래도 1시간 후면 대충 교대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이 영자로를 안정화하는 역할은 말이다.”


세계수는 그렇게 말하고선 턱을 괴고 전투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



“전부 망쳐놨군. 생각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찢어진 인피면구를 벗어던진 그는 엔지니어 아트람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트람을 살해하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말이지 짜증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다.


“고블린?”


“그런 하등한 것과 나를 비교하지 마라.”


“그래. 그럼 홉고블린?”


“......”


이죽거리며 도발하는 세아의 모습에 아트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바람이 세아를 향해 쇄도했다.


“그 정도로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


“어?”


눈앞이 일그러졌다. 감각 기관이 보내오는 정보가 누락되고 뒤틀렸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균형이 틀어졌다.


휘청거리는 세아를 아트람이 후려쳤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노리는 유진을 붙잡고 팔을 뽑아버렸다.


“?!”


아트람을 발로 차버린 유진은 반동을 이용하여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땅에 떨어진 경비 로봇을 들어올렸다.


적의 마법을 경비 로봇으로 막아내며 돌진했다. 수십 발의 바람 마법은 경비 로봇 방패를 뚫지는 못했지만, 유진의 전진을 찰나 막아내는 것엔 충분했다.


바람 마법의 뒤를 이어 거대한 빛이 유진을 휩쓸었다. 고열의 빛은 유진의 신체를 태워버렸다.


“크악!”


순식간에 재생은 마쳤지만, 적은 이미 세아를 향해 돌진한 후였다.


“세아!”


세아는 다급히 팔을 올렸다. 공격은 막아냈지만, 충격이 컸다. 날아간 세아는 끙끙거리며 겨우 자세를 바로 잡았다.


“피?”


아트람은 자신이 휘두른 손톱에 묻은 피를 보고 의아함에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공격은 세아를 다치게 만들지 못했다. 오직 그녀가 입은 갑옷을 부쉈을 뿐이었다.


“과연!”


아직 작동하는 연구소의 방어 설비에서 고열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하지만 아트람은 여유있게 그것을 피해내고 손가락을 튕겨 설비를 망가뜨렸다.


그리고는 감탄을 흘리며 세아에게 다가갔다.


“생체갑옷이라니!”


부서진 갑옷이 수복되었다. 마치 상처입은 트롤이 재생하는 것처럼.


“쯧, 어쩐지 갑옷의 시스템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우릴 대비한 건가? 아니면..., 편집증적인 대응책 마련 중 얻어걸린 건가?”


“너희가 누군지는 몰라. 하지만 한 번 당하고 나니까 대비하게 되더라고.”


“하지만 한계군. 불완전한 기술이야. 그리고 성능도 떨어지고.”


세아는 눈을 찌푸렸다. 놈의 말이 맞았다. 생체 갑옷은 비효율적이고, 성능도 떨어졌다. 어디까지나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시간을 벌고자 했음인가. 하지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아트람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세계수가 안정화한 영자로가 다시금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세계수의 뿌리 사이로 빛이 새어나왔다.


“시간이 얼마 없구나. 30분이다. 더 적을 수도 있고.”


담담히 말하는 세계수가 너무나도 얄미웠다. 세계수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말이다.


유진은 혀를 찼다.


그리고 아트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인간들을 향해 조소를 퍼부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나의 승리다.”



●●●



에이야는 천천히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뼈만 존재하던 그 차갑던 육신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피와 온기가 대신하고 있었다.


“하하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음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에이야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자신은 되살아났다.


유진의 이능을 공유하여.


“성공했어...”


에이야는 감격하고자 했다. 눈물과 함께 성공에 들뜨고자 했다. 하지만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다.


“하아...”


자신이 육체를 되찾은 이 즐거운 날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에이야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미 울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간신히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영자로를 봤다. 그리고 앞에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봤다.


“일단...”


영자로는 한계다. 아마 20분 안에 대폭발을 일으키지 않을까? 이걸 만든 자신이기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모두는 다 죽으리라. 막 살아난 자신을 포함해서 전부. 아! 유진은 안 죽겠지만 말이다.


“그럴 순 없지.”


에이야는 쓰게 웃었다.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당장 작업에 돌입한다면 최소 10분 이상은 벌 수 있으리라. 아주 짧은 시간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게 터진다면, 가장 적은 피해를 가정해도 카트만두의 모든 사람들이 죽을 테니.’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 육체만 남은 상태로.


“근데 나 혼자서는...”


앓는 소리를 내던 에이야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두터운 방호복을 입고, 약하긴 해도 아직 휘몰아치는 영자 폭풍을 뚫는 그들을.


망가진 실험실로 들어오는 연구자들과 기술자들은 공포에 몸을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내가 당신들을 지켜내겠습니다.”


자신은 네크로맨서였다.


단순히 시체를 움직일 뿐인 하수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죽은 자를 조종하는 마법사. 영혼을 그 누구보다도 잘 다룰 수 있는 존재.


에이야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영자폭풍에서, 적들의 공격에서 사람들을 보호했다.


그렇게 모두는 영자로의 응급보수에 돌입했다.



●●●



카트만두는 불타고 있었다.


도시의 자동화 기능 전부가 마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들이 공격해왔으니 도시가 버티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카트만두의 인공지능들은 필사적으로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애썼지만, 그들 자신이 이미 망가진 상황, 그들은 무너지는 도시의 수명을 간신히 이어나갈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적의 병력이 도시를 점령하거나 파괴하는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도시를 통고하여 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연구소였다.


이를 알아차린 네팔군도 다급히 연구소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카트만두에 발이 붙잡히고 말았다.


연구소는 매우 중요한 시설이었지만, 네팔군에게 있어선 카트만두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자연히 연구소 방어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런 상황에서 연구소에 자체 경비 인력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연구소의 모든 방어 기능이 적대적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그들은 더는 버틸 수 없었다.


하나 둘, 방어선이 무너졌다. 그리고 적들이 연구소로 밀려들었다.


“핫!”


아이데의 대검이 몬스터를 반으로 갈랐다. 뒤이어 미스트가 시전한 마법이 적들을 휩쓸었다. 저열한 몬스터들은 추풍낙옆처럼 쓸려나갔다. 하지만 몬스터의 뒤를 이어 등장한 것들은 두 사람이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워커다!”


경비 한 사람이 비명과 함께 산화했다.


“문을 폐쇄한다. 폭약 가져와! 무너뜨려!!!”


입구가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시간벌이에 불과했다.


“군대는?!”


“지금 카트만두 내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 발이 묶였다고...”


“젠장!”


들려오는 좋지 못한 소식에 아이데는 얼굴을 일그려뜨렸고, 미스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뒤에서 사람들을 돌보던 힐데의 안색도 나빠졌다.


“이건 좀 심하잖아. 거의 요새급 방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거의 다 무력화되었어.”


이 사태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쿵! 쿵! 쾅!


무너진 입구를 두들기는 적의 소리. 식은땀이 절로 났다.


“누군가 온다.”


미스트가 연구소 내부로 이어지는 길에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거의 인간만한 크기의 고블린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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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67화-소울 링크(1)] +4 21.05.01 231 11 11쪽
181 [66화-그렘린(4)] +5 21.04.11 223 10 12쪽
180 [66화-그렘린(3)] +4 21.04.10 248 10 11쪽
» [66화-그렘린(2)] +4 21.04.04 201 8 12쪽
178 [66화-그렘린(1)] +6 21.04.03 258 7 12쪽
177 [65화-별이 사라지는 밤(7)] +4 21.03.28 24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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