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다루트키 님의 서재입니다.

스피노의 전투력 측정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다루트키
작품등록일 :
2022.10.31 20:44
최근연재일 :
2024.05.26 22:48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5,519
추천수 :
154
글자수 :
589,202

작성
23.05.10 23:58
조회
12
추천
0
글자
9쪽

91. 헤를린의 삼나무-3

DUMMY

91. 헤를린의 삼나무-3


또르르르.


동그란 구 형태의 폭탄이 예배당 바닥을 굴렀다.


“칫.”


핀을 향해 달려드는 볼링공처럼 빠른 속도로 구르는 폭탄을 검으로 건져냈다.


눈앞에 폭탄마는 성질 나쁘고, 멍청해 보이지만 그가 만든 폭탄의 위력은 상당했다.

하나만 터져도 웬만한 건물은 그대로 무너뜨릴 수준이다.

악명이기는 해도 한때 과학계 내에서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던 그다.

인간이 가진 시대적, 기술적 한계야 있지만 적어도 그 한계가 지금 밑천을 드러내는 상황은 아니었다.


타앗!


나는 폭탄을 건져내기 위해 빠르게 발을 굴렀다.

환영 속이지만 발의 움직임은 여전했다.

거부자가 있을 때와 달리 세계 안에 인물에게는 세계에서 얻은 힘이 통하는 것 같았다.


“무슨 속도야?”


활보를 통해 폭발물에 다가서는 내 모습에 폭탄마가 기함을 토했다.

지난 생에서 사이비 교주로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그 시절에는 나 대신 싸워줄 신도도 많았고, 기본적으로 검의 힘보다는 영력의 힘을 빌어싸웠다.

과학의 힘을 빌어 만들어둔 기계로 상대한 적도 있었다.


무림계의 힘을 통해 싸우는 내 모습은, 설사 현재 내 모습이 네 번째 생을 살았던 때와 같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내가 발을 구르는 것은 폭발물의 원리 때문이다.

폭탄은 기본적으로 화약 물질을 압축해 놓은 부분과 압축해 놓은 물질을 기폭시키는 장치, 즉 뇌관부로 구성된다.

이때 뇌관부를 기폭 시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도화선을 통해 직접 발화를 시키거나, 뇌관 속 공이가 기폭부를 때려 충격을 주는 방식 등.

그중 지금 폭탄마가 굴린 구체 형태의 폭탄은 후자에 가깝다.

그것도 구체에 회전을 가하는 것으로 공이를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


그러므로.

하나, 둘, 셋.

바닥을 구르는 폭탄을 보면서 숫자를 셌다.


“설마?”


내가 하려는 걸 눈치챈 폭탄마가 기함을 토했다.

아랑곳않고 굴러오는 폭탄에 빠르게 접근해 폭탄을 띄웠다.

정확히 셋을 다 세기 전 시점에 삼등분으로 갈라버렸다.


회전 방식의 폭탄 속 공이는 보통 세 바퀴에서 다섯 바퀴 이상을 굴러야 충분한 충격을 뇌관에 가할 수 있다.

시전자가 폭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자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폭탄마가 그런 것을 신경 쓰겠냐고?

물론이다.

아무리 미치광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다.

더더욱이 그는 폭발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자다.


“여전하군.”


폭탄의 뇌관부가 기폭했지만 폭음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뇌관과 분리된 폭약이 공기 중에 날렸다.


“네가 휘말리는 건 예술이 아니지?”


그가 원하는 예술에 스스로가 터져나가는 건 없을 테니까.


아니. 정확히 그의 몸이 터지는 순간은 정해져 있다.


“네 몸을 폭발시키는 건 마지막이지?”

“빌어먹을!”


그의 얼굴에 광기가 푸릇푸릇하게 피어올랐다.


“잘라내지 말라고!”


터지기도 전에 잘리는 폭탄을 보자 짜증이 치솟는 듯 싶었다.

성질대로 안 됐을 때 때를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발을 굴렀다.


“너 같으면 맞아줄 거 같냐!”


역지사지로 내가 폭탄을 던지는 입장이었다 해도 상대가 온전히 맞아줄 거라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폭탄마는 자신의 법칙이나 증명이 틀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

애초에 과학계에서 이름난 사람일수록 그런 성격을 가질 확률이 높았다.

그런 성격이 아니라면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버려둔 채 평생 숫자와 실험에 미쳐 사는 삶 따위는 하지 않을 테니까.


눈앞에서 갈라진 폭탄을 보며 그가 성을 내는 그가 애처롭기도 했지만, 그게 뭐 어디 내 탓이던가.


나는 바닥을 뒹구는 폭탄 위에 물의 마나를 덧씌운다.


마나가 충분했다면 예배당 안을 온통 물의 마나로 채웠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살았던 네 번째 세계에 ‘마나’라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모든 세계의 에너지들이 공존했던 일곱 번째 세계가 특별한 것이었다.

기생계. 모든 세계의 에너지를 탐식하려는 성향의 세계가 그를 가능하게 했을 뿐.

기본적으로 과학과 영력.

그리고 신의 힘으로 자가발전 중인 이 세계에서 마나는 불필요하고 세계의 균형을 깨는 이물질에 불과했다.


헤를린의 환영 속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 사용가능한 마나는 내 영성체 안에 남아있던 미미한 수준이 전부였다.


“방금? 그건?”


폭탄마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손안에서 물이 만들어졌으니 놀란 것 같았다.

네 번째 생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영구기관을 통한 물질 합성을 통한 게 전부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저나.


“내 이야기를 아는 거 아니었나?”


일곱 번의 환생.

첫 삶을 포함해 총 여덟 번의 세계를 살았다는 걸 알면서 마법을 모른다고?


“마법.”

“뭐?”

“마법이잖아. 헤를린이 알려주지 않았나?”

“헤를린? 그게 누구지? 과학자인가?”


폭탄마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물었다.

녀석은 헤를린의 정체를 모르는 건가?

내 사연을 안다고 해도 세세한 내용이나 사정은 모를 수도 있었다.


“조금 이상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쳐.”


나는 몸 안에 마나서클을 아주 조금 회전시켰다.


물의 오브.

가진 마나 양에 비해 고급마법이었지만 나는 오브를 소환한 뒤 허공으로 떠올렸다.


그에게 폭탄이 있다면 내게는 오브가 있었다.

오브가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원래 위력이라면 성난 파도가 몰아쳤겠지만 축소된 위력은 날리는 화약가루를 겨우 가라앉힐 정도였다.


“이래 보여도 네가 비겁하다고 할 만큼 여러 삶을 살아서 말이지.”


그래. 이거지.

지난 생의 결과가 이 정도는 되야지.

그래야 여러차례 살아온 보람을 느끼지 않겠는가?


거부자들과 싸우며 느낀 허탈감이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다시 만나면 결과가 똑같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서글프기도 했지만.


“그래?”


당황할 줄 알았는데 폭탄마가 씨익 웃었다.


“사실이었군.”

“뭐가 말이지?”

“다른 세계에는 폭발과 같은 힘을 얻을 수 있다더니.”


그가 흥미로워했다.

마치 탐스러운 과실을 발견한 뱀처럼 얼굴이 탐욕으로 물들어갔다.


“네가 떠나고 어떤 괴인이 나타나 그러더군.”

“괴인?”

“괴물같이 강한 녀석이었어. 너 따위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아니 내 입장에서는 위인 같은 사람이었지. 아니, 신의 사자 같았... 아니! 신은 없잖아!”


중간중간 발작하는 듯한 태도에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정보의 일부분은 알아들었다.


강한 녀석이 나타나 그의 폭탄 광기를 예술이라고 인정해주었다는 것.


“진짜 이상한 놈이군.”


물론 평생 외면받아 온 그의 입장에서는 천사 같은 사람은 분명했다.


“근데 그건 왜 말하는 거지?”

“그가 알려줬거든.”


폭탄마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치 전신을 폭탄으로 감싼 것과 같은 자가 어떤 세계에 있다고 말이야.”


무림에 화존이나, 마법계의 용암족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혹은 마지막 생의 호귀같은 존재도.


“그래. 불꽃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있지.”

“아니! 불꽃이 아니다. 폭발 말이다. 불꽃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어떤 폭발에도 끄떡없는 폭발 그 자체인 몸이다.”


그가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너를 이기면 그 세계에 갈 수 있으니까.”

“뭐?”

“괴인이 그랬거든. 너를 이겨서 네 힘의 일부를 잡아먹으면 그 힘을 얻으러 그 세계로 갈 수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나를 쓰러뜨린다면 세계의 이동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을 살면서 그런 룰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본 적 없었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다른 참가자가 죽었거나 실패했을 때, 세계 이동을 한 자가 있었겠지.


그리고..


이곳은 헤를린이 만들어낸 환영의 공간이었다.

설사 나를 이긴다고 해도 이 공간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봐.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환영 속 존재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날 이겨봤자 세계 이동은 못한다고. 그럴 거라면 오히려 나한테 죽었어야지.”


경찰에 잡히지 않고 내 손에 죽었다면 오히려 프로그램의 기회라도 받았을지도 몰랐다.


“크하하하하하!”


폭탄마가 큰 소리로 웃었다.


“역시.”


폭탄마의 얼굴이 무언가 확신에 찬 얼굴로 변했다.


“그가 말해준 것과 똑같군.”

“?”

“변명하고 부정하는 것까지 말이야! 그 초록머리가 진짜 나를 위한 괴인이었어.”


초록머리?

설마?


“혹시 붉은 눈을 가진 잔가?”


내가 물었지만 폭탄마는 이미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놈이! 이건 네가 활약할 곳이 아니라고!”


폭탄마가 가방에서 새로운 폭탄을 꺼냈다.


“저건?”


처음 보는 종류의 폭탄.

하지만 나는 순간 그것을 알아보았다.


이 세계.

이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형식의 폭발물.


“비로소 나를 태울 순간이 왔는지도 모르겠군.”

“잠깐!”


나는 달렸다.

그의 손에서 그것이 터지기 전에 베어내기 위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피노의 전투력 측정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1. 스피노의 환생 프로그램 +5 22.11.01 739 2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