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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비록(天魔祕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5.10.28 22:36
최근연재일 :
2015.10.29 20:08
연재수 :
2 회
조회수 :
724
추천수 :
20
글자수 :
2,901

작성
15.10.29 20:08
조회
335
추천
9
글자
6쪽

꿈결.一

DUMMY

천 년 전.


절대악을 숭배하는 한 종교가 있었다. 그들은 절대악을 숭배하여, 정화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벌이고, 질병을 퍼트리며, 재앙을 일으켰다.

그들이 숭배하는 절대악이란 절대선의 또 다른 모습이자 세계를 정화하는 신이며 구원자였다. 이제는 마교라 부르는 그들의 교리는 만물의 정화였다.


광기에 휩싸인 그들의 신앙은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신앙은 영원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서 신앙의 대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 중 절대악이 아닌 한낱 인간을 숭배하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인들이 절대악을 물리쳤기 때문일까?


아니다. 절대악은 사라지지 않았다. 절대악은 불멸의 존재들일 터, 그런데도 그들은 절대악이 아닌 한 인간을 숭배했다.


그렇게 천 년을 내려온 종교는 결국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절대악을 숭배하는 구교(舊敎)와 천마를 숭배하는 신교(新敎)로…….


천년의 마교는 그렇게 나뉘어진 것이다. 그리고…….


* * * * *


그로부터 천 년이 흘렸다.



"한여름인데 여긴 여전히 춥구만."


투덜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온 만덕에게 교대를 기다리고 있던 한정이 두툼한 담요와 따뜻한 차를 건냈다.


"오늘 식단이 뭐지?"

"늘 먹던거지."

"이놈의 식단은 변함이 없구만 그래."

"그래서 우리가 매번 주루에 가는 거지. 어때 오늘은?"


배식을 받기 위해 일어선 한정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오늘은 야간 근무가 있어. 아, 마교가 다시 준동했다며? 백 년만인가."

"그렇지. 말로만 들었던 소림을 멸문시킨 마교라니, 이놈의 맹은 전쟁이 끊이지 않아서 문제야."

"또 투덜거린다. 전장 한복판에 투입되지 않을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수고해라."


그렇게 한정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 것을 만덕이 붙잡았다.


"이 녀석은 또 어떤 귀한 분이지?"


만덕이 보고 있는 문서에는 은무린(銀武鏻)이라는 이름이 새로이 적혀 있었다.


"그 대단한 묵룡귀장(墨龍鬼將)의 동생이더라고."

"인질인가? 인질이 어째서 설옥(雪獄)에…"

"설옥이 아니라 빙옥(氷獄)이다."


다시금 문서를 확인한 만덕은 크게 놀랐다. 어지간한 고수들도 빙옥의 추위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맙소사, 살아있긴 한거야?"

"그놈은 사람도 아니고 무인도 아니라고 하더군. 굳이 말하자면 괴물이지, 괴물."


한정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이 지키는 지하 감옥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그곳에 갇힌 청년의 묘한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나와 상관없다. 그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배식을 받으러 갔다. 오늘 밤은 그에게 유난히 긴 밤이 될터이니 감상에 젖을 이유는 없었다.



지독한 한기가 뿜어져 나오는 감옥의 끝자락 깊숙한 곳에 한 청년이 있었다.


살이 에는 듯한 추위 때문인지 한껏 웅크린 청년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꾸었던 하나의 악몽이었다.


* * * * *


지난 세월의 인생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먼지처럼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지난 나날의 모든 것이 끝없이 반복됨에 따라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감정은 메말라간다. 메마르고 메마른 그의 감정처럼 그는 점점 무심해져 간다.


악몽이 끝나는 순간,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린다.


'…….'


그는 망설임 없이 거절한다.


'…….'


거절한 답례로 악몽은 또 다시 시작된다. 지난 세월의 인생이 또 다시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또 다시 먼지처럼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중심에 선 그는 자신의 과거를 또 다시 바라본다.


메마른 표정과 메마른 감정으로 무심하게…….


악몽이 끝나고 또 다시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린다. 또 다시 그는 망설임 없이 거절하고 악몽은 그렇게 또 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끝없이 악몽을 반복하다 변화가 생겼다.


'……!'


처음 듣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끝나자, 끝없이 반복되던 악몽이 끝나갔다.


그의 앞에 마침내 그녀가 나타났다.


그와 그녀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리움이 있었다.

악몽 속에서 이루어진 둘의 재회는 짧았다. 불행히도 그녀는 악몽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가고 있었다.

사라지는 그녀를 그는 붙잡지 않았다. 슬퍼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에게 또 자신에게 한마디 다짐을 남긴다.


'…기다리시오, 내 다시 그대를 찾아 가리다.'


또 다시 시간이 흘려,

또 다시 천년이 흐르고,

또 다시 혼자가 되더라도.


반드시…….


…….


'…….'


누군가의 속삭임이 끝나고 그는 망설임 없이 거절한다. 악몽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그렇게 반복되어 간다.


* * * * *


'아…….'


오늘도 누군가가 되는 듯한 악몽에서 깨어난 은무린은 살이 에는 듯한 추위에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 천천히 가부좌를 하고 두 눈을 감았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살아남아야 한단다. 그럼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을꺼야.


신기루 같은 기억의 저편에서 화마 속으로 사라진 부모님이 보였다.


-모든 감정을 잊고 너 자신마저 잊어라. 네가 다시 심마에 빠지는 날, 네 안의 살성이 깨어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친 스승님이 보였다.


-하지만 너 자신을 스스로 잃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게 아닐까?


그녀의 말이었다.


-그러니까 잊지마.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그녀의 말이 은무린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자, 내가 물어볼께. 넌 누구지?


운기조식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 은무린은 그녀를 만난 지난 나날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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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결.一 15.10.29 336 9 6쪽
1 서(序). 15.10.28 387 1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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