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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팔콘27 님의 서재입니다.

그대의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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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팔콘27
작품등록일 :
2020.08.02 14:37
최근연재일 :
2020.08.02 14:52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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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3,687

작성
20.08.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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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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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화 수호신도 돈은 직접 법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 여의도에 위치한 증권사 사무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여느 증권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업무를 간신히 쳐내는 듯 피곤함에 절어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몇몇은 바쁘게 자료를 살피고 있었고, 일부는 미리 매수주문을 걸어놓기에 한창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새하얀 피부에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남자가 벌컥 문을 열며 외쳤다.

그의 얼굴은 회사원이라기에는 다소 어려 보였다. 동글동글한 눈매에 웃을 때 양 볼에 박히는 보조개는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하메르의 우렁찬 인사에도 사무실에는 정적만 흘렀다. 이 정도는 익숙한 일이었다. 직업이 수호천사일 뿐, 모든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진행하면 여기 이 수호천사 집단은 결코 상위권을 차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켜”

“아, 네”

하메르가 뻘줌한 듯 조용히 비켜서자 물에 빠진 듯이 축축한 정장에 파리한 얼굴을 한 사내가 뒤이어 들어왔다. 사내는 무뚝뚝한 얼굴로 입구에 서 있었다.


“누구 찾으세요?”


하메르가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남자는 하메르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여기는 정상이 없다니까’

하메르는 입술을 삐죽이고는 서둘러 자리로 가서는 노트북을 켰다.


“ 왠일로 일찍 왔네?”

하메르의 옆자리에 앉은 사일러는 고개만 빼꼼 옆으로 빼고는 말했다.


“선배님. 저라고 일찍 안 다니고 싶겠어요. 배정받은 애가 장난이 아니에요. 매뉴얼대로 케어하려면 사무실은 나오지도 못할걸요.”


사일로는 입꼬리를 픽 올리며 말했다.

“엄살은. 신입에 배정된 애들이 다 거기서 거기지”


더 이상 말해보았자, 일 못하는 신입 수호신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다는 생각에 하메르는 입을 꾹 닫고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


“오늘도 처리해야 할 서류가 많으신가 봐요”


“많지. 그래도 카이르님께 주간 실적 먼저 발표하고 해야지.”


“저 사람은 아직도 안 가고 서 있네”

하메르는 입구에 아직도 살짝 음침한 얼굴을 한 채로 옷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는 사내를 쳐다보며 말했다.


“누구?”

사일로는 입구에 있는 남자를 보자마자 의자를 박차며 일어났다.


“저승사자잖아! 책상에 있는 서류 좀 카이르님께 대신 전해드려.”

사일로는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사자님.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직접 한국지부까지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실까요?”

“간단히”

“ 아.. 혹시 담당하고 계시는 인간 중에 내일 자 명부에 있는 김지연씨요.., 어떻게 좀 일주일만 시간을 주시면 안될까요? 이대로 죽으면 제 점수에도 영향 크게 가는 부분이라..”


‘저게 말로만 듣던 부정거래’

하메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수호신 업무 평가는 본인이 맡은 인간의 만족도에 좌우되기에, 만족도가 낮은 상황에서 담당 인간의 죽음은 치명적이었다. 그렇기에 저승사자에 로비를 해서 만족도를 높일 여분의 시간을 얻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데 사일로도 그런 경우인 것 같았다.

수호신으로서의 자부심은 어디 가고 참으로 모양 빠지는 일이라고 하메르는 생각했다.


“안에 카이르님 계신가요?”


“네. 오늘 수호신 인턴들이 들어와서 계약서 작성 중이십니다. 급한 일이신가요?”


“보고서만 전달 드리면 됩니다”


“그러면, 문서만 전달 드리고 바로 나와주세요”


문을 열자 우월한 신체에 걸쳐져 있는 것을 한껏 자랑스러워 하는듯한 흰색 와이셔츠와 각이 살아있는 검정 정장 바지가 카이르의 몸에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조각 같은 외모에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진 수호신 카이르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앞에 놓여있는 규칙을 읽고, 서명해주세요.

‘ 규칙 제1항’

담당하는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 담당 수호신은 예외 없이 소멸당한다


‘ 규칙 제2항’

담당하는 인간보다 다른 인간을 우선시하는 경우 재판을 통해 죄의 엄중함을 따져 처벌한다.


‘규칙 제3항’

수호신의 최고 단계인 대수호신으로서 10년 동안 수호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경우 원하는 모습으로 환생한다.


“좋습니다. 여러분이 규칙을 읽은 목소리는 규칙을 고지받고 수호신으로서의 계약조건을 이행하겠다는 증거로 녹음되어있습니다. 이로써 계약은 성립되었고 여러분은 각자 수호신으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을 때까지 다른 수호신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카이르의 말이 끝나자, 조심스레 수습 수호신 중 한 명이 손을 들며 물었다.


“카이르님. 그럼 저희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어떤 인간들을 맡게 되는지에 따라 다르죠. 인간계에서의 활동비는 여기 이 사무실에서 직접 벌어야 합니다. 천계에서 인간계와 관련된 정보는 매주 사전에 알려주니, 그 부분을 참고하면 활동비를 만드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활동비가 많을수록 담당 인간을 지키는데 수월하겠죠? 다만 강조했듯이 담당하는 인간이 자살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니까 절대 담당 인간에게 소홀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것이 끝이라는 말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선배님. 여기 분위기 왜 이래요?’

하메르는 고개만 빼꼼 문틈 사이로 내민 채 카이르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지?”

카이르는 이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전달 드릴 문서가 있습니다”

“놓고 나가도록”

“그리고 보고드릴 것도 있고요”

“인턴들 교육중이니까, 교육 끝나고 보고 받겠습니다.”


하메르는 수습 수호신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주목되자 그 시선을 즐기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윙크를 날리며 문을 닫으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카이르가 말했다.


“아니다. 잠깐. 안으로 들어와”


“저요? 저는 왜..?”


카이르는 하메르를 옆에 세우고는 말했다.


“다들 수호신으로서의 업무는 처음이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이 친구는 수습을 3년 만에 마치고 수호신 자격으로 업무를 수행 중인 아주 우수한 인재입니다. 아시겠지만 평균적인 수습 기간이 7년인 것을 감안할 때 아주 우수한 친구입니다. 앞으로 궁금한 점은 이 친구한테 물어보도록 하십시오”


“아하하.... 선배님. 저 진짜 바쁜데요..!”

“나만큼 바쁠라고. 니가 맡은 인간은 1명, 나는 200명”


카이르는 하메르의 연락처를 화면에 띄운 채로 유유히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그 뒤로 얼굴을 잔뜩 찌푸린 하메르가 따라 나섰다.


# 건물 옥상


“선배. 진짜 한 번만 좀 도와줘요. 나 진짜 이러다가 소멸당한다니까요? 신입한테 이렇게 어려운 애를 배정하는 건 무슨 경우냐고요. 무슨 불운이 막아도 막아도 끝이 없어. 내가 진짜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니깐요”


카이르는 따뜻한 김이 나는 커피를 얄밉게 홀짝이며 물었다.


“네가 올해로 수호신이 된 지가 몇 년이지?”


“수습 3년에, C등급 돼서 음.. 5년?”


“그래. 그렇지. 그럼 니가 맡았던 인간은 지금까지 몇 명이지?”


“다섯명..?”


“아니아니. 니가 보조했던 인간 말고. 순수하게 니가 온전히 책임지고 있는 인간”


카이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명...?”


“그래. 당연히 이런 경우는 처음이겠지. 이제 한 명 맡은 거니까. 수호신 일이 원래 다 이런 거야. 잘해봐”


카이르는 미소지으며 하메르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메르가 장난기 많은 수호신이기는 하지만, 결코 능력이 부족한 수호신은 아니었다. 신입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녀석이었다. 이 정도로 그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대체 담당하는 인간이 누굴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당장 수호해야 하는 200명이 넘는 인간들을 생각하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카이르가 옥상 문을 열려고 하는 그때, 하메르의 손목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그는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고막을 찢을 강하게 울리는 저 소리는 분명 담당 인간의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일 때 나는 소리였다.




꾸벅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꾸벅. 격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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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수호신도 돈은 직접 법니다. 20.08.02 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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