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의 머나먼 여정이 드디어 여기서 마무리 되는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지만 초행길인 제게는 정말 긴 여정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처럼 150화 이상 써본 적이 없던 초보 글쟁이에게 이때까지 썼던 글보다 더 많은 글을 한 흐름으로 써보는 시도는 무척이나 힘든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카카우를 시작하기 전 제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원래 땅 밑에는 지하실이 있다는 생각이 불안하게 공존했습니다.
자신감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고 주어진 시간은 적었습니다.
주변인은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코로나로 하던 사업이 없어져버린 부모님은 점점 궁해지셨고 삶에 몰린 나머지 제게 많은 압박을 가했습니다.
대학도 나온 아들이 성과 없이 허송세월 하는 것이 싫으셨던 거겠죠.
유일하게 제 성공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여자 친구는 저 멀리 프랑스에 있었고 못 본지는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신적으로는 점차 피폐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전 정대만마냥 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만약에 포기를 알았으면 지옥무쌍이 70화까지 선작이 200일 때 포기했을 거고 누동감 전환이 20나왔을 때 포기했을 겁니다.
왜 포기 안했냐고요?
그냥 쓴 글의 끝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성공 못할 거라고 말하던 사람들한테 보란 듯이 성공해보이겠다는 그 열망으로 집필했고 몇 번이고 퇴고했고 그 결과가 이렇게 300화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세상엔 참 거지같은 일이 많습니다.
믿고 있던 사람이랑 부모님까지 껴서 시도한 인생의 첫 사업이 뒤통수로 내려앉는다거나 아니면 가장 믿고 따르던 사람이 하지 말라고 누누이 말했던 것을 기어코 해서 유료화 직전에 겨우 모아놓은 목돈을 잃는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모든 난관을 넘어서 제가 좀 더 인정받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좀 더 웃으면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고 가정을 이룰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꿈만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꽤나 축복받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을 감사히 생각하고 또한 즐기고 있습니다.
비록 그 일이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이죠.
아카카우는 조금은 자전적인 글입니다.
라호빈은 구시대의 무기를 들고 싸우고 제가 과거 썼던 글은 10년 전에나 어울렸을 스타일입니다.
라호빈은 끝내 원하는 엔딩을 맞이했지만 제가 원하는 끝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를 얻어낼 때까지 저는 계속 글을 쓰겠지요.
앞으로 쓸 글도 재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단 조금 쉬려고요.
거의 한두달도 쉬지 않고 계속 쓰다 보니 지금 매우 많이 지쳐있습니다.
독자님들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서 최선을 다해서 기한을 맞춰 일하려고 하다 보니 글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지게 된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못 읽었던 소설도 읽고 밀린 영화도 보다보면 다시 창작의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겠죠.
코시국이라 친구들 만나기는 못할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들 힘든 시간이겠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문구 하나 남기고 이만 총총 해보겠습니다.
여명 직전의 시기가 가장 어두울 때라는 것을 생각하며 다들 이 시국 힘든 시기 함께 넘어갔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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