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7,942
추천수 :
1,645
글자수 :
264,550

작성
22.05.29 12:10
조회
165
추천
8
글자
12쪽

마이너스 공적 7

DUMMY

20분을 기다려 버스에 막 탓을 때 한주영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은겸씨 오래 기다렸죠? 어떻게 되었어요?”


“아, 저 김희수씨 있는 곳 알아내서 그쪽으로 가는 중이에요”


“어떻게 알아냈어요?”


“김희수씨가 여기서 산 건 맞아요. 이사를 간 모양인데 아마 입양할 때 예전 주소를 생각 없이 적은 것 같아요. 저도 이사하고 1, 2년은 예전 주소를 잘못 쓴 적 있어서 이해해요. 암튼 여기 사시는 분이 우편물 오면 모아서 보내달라고 맡긴 주소가 있어서 받아 왔어요”


추적 스킬로 찾았어요 라고 한다고 믿을 리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럴 듯한 핑계를 댔다.


“다행이네. 그럼 내가 은겸씨 있는 곳으로 갈까요?”


“저 벌써 버스 탔어요.”


“저런, 그럼 내가 도울 일 없을까?”


“그럼 제가 주소 보내줄 테니까 그쪽으로 언니가 먼저 가 주실래요?”


“알았어요. 주소 보내줘요”


“제가 버스를 환승해야 해서 좀 늦을 수 있어요. 언니 먼저 도착해도 혼자는 들어가지 말아요. 꼭 저 도착하고 같이 들어가요”


“걱정 말아요.”


통화를 끝내고 은겸은 추적 스킬로 찾아낸 주소를 톡으로 보냈다.


시간 아직 충분해. 괜찮을 거야.

무릎위에서 웅크리고 자는 제우스를 부드럽게 만져주며 초조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눌렀다.


*****


한주영은 은겸이 보내준 주소를 내비에 입력했다.

지민국이 조수석에 있던 사료를 꺼내려다 걱정스럽게 물었다.


“같이 가줄까요?”


“괜찮아요. 은겸씨가 온다고 했으니까 기다렸다 같이 가면 되요.”


“김희수씨한테 건이 강이를 입양하라고 먼저 얘기한 게 나라서 좀 걸려요”


“김희수씨 어제 봉사도 열심히 잘 했고 밝고 쾌활하던데 별일 있겠어요? 은겸씨가 초보 집사인 김희수씨를 걱정해서 살펴보고 싶다고 한 거니까 같이 만나서 고양이 얘기도 좀 하고 오면 될 거세요”


“입양서류에 주소를 잘못 썼다는 게 왠지 내키지 않은데”


“왜요? 저도 오래 살면서 주소 외운 집 이사 간 후에도 몇 번은 실수로 적었는데. 그나저나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점심은 다음에 사 주세요.”


“당연하죠. 맛있는 걸로 대접하려 했는데.”


“그러다 제가 드린 후원물품보다 더 나오면 어쩌려고요?”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괜찮아요. 암튼 오늘 챙겨준 후원물품 잘 쓸게요. 지난번 서은겸씨한테 받은 것도 잘 썼는데 어제 보호소에 기부한 것 말고도 이만큼이나 더 있다니 놀라워요. 도대체 익명의 후원자가 누군지 궁금하네요”


“밝힐 수 없으니 익명이죠.”


“끝나면 전화 줘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네에~ 걱정 마세요. 그럼.”


한주영은 10kg짜리 사료를 안고 있는 지민국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초행길이라 내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더니 15분 만에 도착했다.


차를 근처에 주차해 놓고 기다리다 빈손으로 방문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골목 진입 전에 봐 두었던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왕이면 고양이용품을 사고 싶었지만 이런 작은 편의점에서 그런 걸 팔 리 없다.

무난한 음료세트를 살까 하다 병원 문병 갈 때 자주 이용하는 것 같아 화장지로 바꿨다.

부피가 컸지만 무게는 가벼운 편이라 괜찮았다.


은겸씨가 같이 가자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차에서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편의점을 막 나서는 순간 그 앞을 지나가는 김희수를 보자 은겸의 당부를 깜빡 잊고 반가움에 무턱대고 이름을 불렀다.


“김희수씨!”


김희수가 돌아섰다. 무표정한 얼굴로.

한주영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세요?”


“희수씨 나 몰라? 어제 같이 하루 종일 봉사활동 했는데.”


“아! 청주냥이사랑밴드!”


“그래! 나 한주영이야. 어제 언니라고 부르기로 해놓고 그새 까먹었어?”


“미안해요, 언니. 제가 생각할 게 좀 있어서 못 알아 봤어요”


김희수의 표정이 밝아지며 미안해했다.


“괜찮아. 지금이라도 생각났으면 됐지 뭐.”


“근처 사세요?”


“아니. 희수씨 보러 왔지”


“저...를요?”


“응. 건이 강이도 궁금하고 겸사겸사~”


“저희 집은 어떻게 알고?”


“어제 건이 강이 입양서류에 주소 잘못 적은 거 알았구나. 그래서 은겸씨가 희수씨 주소 알아내려고 고생 좀 했지”


“서은겸... 언니가요?”


“그래. 지금 여기로 오고 있어. 만나서 같이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볼지 몰랐지.”


“추운데 나머지 얘긴 저희 집에 가서 해요. 언니”


“그럴까?”


사근사근한 김희수의 미소에 한주영도 마주 웃어주었다.


*****


은겸은 김희수와 한주영이 만났던 편의점 앞을 지나쳤다.

김희수의 집 골목이 버스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데다 초행길이라 세 번이나 헤매고 나서야 겨우 주소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티맵이 안내하는 대로 보고 따라간 건데 복잡한 골목길을 잘못 접어들어 더 헤맸다.

제대로 찾아 왔다는 걸 안 건 골목에 세워진 한주영 언니의 차를 본 직후.


언니가 기다릴 것 같아 차까지 뛰었다.

하지만 도착한 차 안에 주영언니는 없었다.


‘기다린다고 했는데...’


먼저 들어간 건가?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태양빌라 301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어깨 위에 있던 제우스가 훌쩍 뛰어내리더니 은겸의 앞을 가로막았다.


제우스의 행동을 주시했다.

지금까지 제우스가 은겸에게 경고하는 행동이나 털을 꼿꼿이 세우고 하악질을 할 때마다 위기가 닥쳤던 게 생각났다.


확실치는 않지만 위험하다는 뜻.

제우스는 확실히 김희수를 싫어한다.

처음 만나는 그 순간부터 연신 하악질을 해대더니 지금도 또 그런다.


이번엔 은겸도 제우스의 경고를 받아들여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은겸은 태양빌라 앞에서 할 수 있는 스킬을 모두 실행했다.

먼저 고양이기지개를 실행시켜 몸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고양이기지개 실행 : 지속시간 1시간>


대낮이긴 했지만 혹시 몰라 고양이눈도 켰고 고양이코도 실행시켰다.


<고양이눈 실행 : 지속시간 1시간>


<고양이코 실행 : 지속시간 1시간>


마지막으로 평온 스킬까지 스스로에게 걸었다.


<공적 100점을 소모하여 서은겸에게 평온스킬 사용.

지속시간: 30분>


“이제 됐지? 걱정하지 마, 제우스. 엄마가 필히 건이 강이 구할게”


건이 강이를 구한 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퀘스트가 떴으니 해야 됐고 위험에 빠진 고양이를 구하는 일이니 결연해졌다.

제우스를 구할 때나 헤라를 구할 때처럼 몰입상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몸이 유연해져 세 네 계단을 뛰어오르는데도 힘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작은 키와 보통 다리로 두 계단도 버거웠을 계단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단숨에 3층까지 갔다. 하지만 3층 마지막 계단참에서 멈춰야했다.


굵고 강한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열려있길 바랬지만 행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굳게 잠겨 있었다. 계단을 한 번 더 올라가야 현관과 마주할 수 있다.


촘촘한 쇠창살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오던 제우스도 통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철문 옆에 벨이 있었다.


벨을 누르기 전 은겸은 예민해진 후각으로 현관 안쪽 내부의 냄새와 향을 맡았다.

한번이라도 맡은 적 있는 냄새는 모두 뇌 속에 저장되어 있어 분류가 가능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문 안쪽에서 어마어마한 향과 냄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은겸의 뇌를 강타했다.


수십 개의 향초를 켜 놓은 듯 강하고 진한 향들을 제일 먼저 구분했다.

어제 김희수의 옷에서 맡았던 섬유유연제 향을 맡자마자 이번엔 제대로 찾았구나 싶었다.

하지만 집중하면 할수록 수십 개의 향초향이 워낙 강해 다른 모든 냄새와 향을 짓누르고 있는 듯 했다.


냄새를 제거하는 디퓨저도 맡아졌다.

후각세포를 괴롭히는 많은 냄새의 향연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코에 마비가 오는 것 같았다.


대체 뭘 숨기려고 이렇게 많은 양의 향초를 피워대고 있는 걸까?

어제 김희수의 피부에서 맡아지던 불쾌한 냄새는 폭발하는 향의 축제에 완벽하게 가려져 더 이상 구분되지 않았다.


그 속에서 간신히 커피 향을 구분해냈다.

은겸이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강한 커피 향조차 이렇게 늦게야 구분할 수 있게 되자 더욱 불안해졌다.


예민한 후각세포가 마비되기 직전, 희미하게 건이 강이 냄새를 분류할 수 있었고 주영언니한테서 맡아지던 샴푸와 바디크렌저 냄새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안에 모두 있다!

주영언니가 어째서 먼저 들어갔는지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은겸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벨을 눌렀다.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각은 인간의 것이다.

이럴 때 고양이귀 같은 스킬이라도 있었다면 안쪽의 미세한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상자를 미리 더 열어볼 걸 싶었지만 지금 후회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상자를 열고 있을 만큼 여유 있지도 못했다.


평온스킬이 아니었다면 이만큼의 침착성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계속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인터폰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김희수 목소리가 맞다.


“김희수씨. 저 서은겸이에요”


“...그런데요?”


“청주냥이사랑 밴드 회원 서은겸이라고요”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


“어제 입양해간 건이 강이 보러 왔어요. 문 좀 열어주실래요?”


“제가 왜 문을 열어줘야 해요?”


“아기고양이들이 걱정 되서 왔어요.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근데 저희 집은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서류에 적은 주소는 여기 아닌데?”


이로서 김희수가 일부러 다른 주소를 적었다는 게 밝혀졌다.

문제는 은겸이 답해야할 말.


“좀 어렵긴 했어요. 하지만 어제 명함 받았으니 알죠? 제 직업이 뭔지?”


“고양이탐정하고 캣커뮤니케이션 명함이라면 갖고 있어요.”


“바로 그거에요. 전 마음만 먹으면 어떤 고양이든 찾아낼 수 있거든요”


“그 말을 지금 저보고 믿으라는 거에요?”


“내가 여기를 어떻게 찾았는지 진짜 궁금하면 문 열어줘요. 그럼 알려줄게요.”


시간이 흘렀다.

고민하는 걸까? 아님 아예 끊어버린 걸까?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안 상황도 제대로 모르는데 무작정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은겸은 경찰과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무조건 경찰은 피해야한다.

김희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7시간 14분 안에는 건이 강이를 구조해야 한다. 그때,


철컥!

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렸다.

은겸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철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계단을 빠르게 디디며 올라갔다.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이 열렸다.

안쪽 안전체인을 채우고 열었는지 10센티 가량 열린 상태로 문이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김희수가 얼굴을 문틈으로 드러냈다.

어제 봤을 때와는 사뭇 다른 음침한 표정.


제우스가 뒤로 통통통 세걸음 내빼더니 털을 세우며 또 하악질을 했다.

제우스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김희수의 시선이 활짝 열려진 철문을 힐긋거렸다.


“문 열어줬으니 말해주세요. 여기 어떻게 찾았어요?”


“김희수씨 이름 쳐서 인터넷 여기저기 검색 했어요. 페북, 인스타, 트위터 등등”


“거짓말. 저 그런 거 안 해요. 그리고... 왜 제 이름이 김희수 일거라 생각해요?”


한방 먹었다.

이름까지도 가짜라는 얘기인가?

도대체 이 여자 정체가 뭐지? 나이가 23살이란 건 맞기는 한 건가?


“김희수가 아니라고요? 그럼...?”


김희수가 웃었다.

활짝 웃는 게 왠지 그로데스크했다.

평온스킬이 적용중인데도 팔에 소름이 돋았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제우스 시스템 1 +1 22.04.22 1,027 2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