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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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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8,121
추천수 :
1,645
글자수 :
264,550

작성
22.04.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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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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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1쪽

제우스 시스템 8

DUMMY

“제우스, 너랑도 할 말 많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좋겠지?”


먼저 제우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진짜 될까 싶은 마음으로 뱅갈고양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곧 네 소중한 집사 찾아줄 테니 너무 겁먹지 마. 난 서은겸이야. 넌? 이름 좀 알려줄래?”


= 이름을 말하면 알아듣기나 하고?


들렸다!! 진짜 들렸다.

그런데 상당히 퉁명스런 반응이다.

하지만 은겸은 말이 통했다는 것에 더 놀랐다.

아무리 공적을 소모하는 스킬이라지만 고양이 말이 들리다니.


아니 이건 정확히 말해 서로 대화를 한다기보다 머릿속으로 다이렉트로 고양이의 말이 들려오는 느낌에 가깝다.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느낌이랄까?


“들려!! 네 말이 들려. 머릿속으로 바로 팍팍 꽂히듯 들린다고”


= 헤에? 내 말이 들릴 리가


“헤에? 내 말이 들릴 리가!! 라고 했잖아 방금”


= 헐, 진짜?


“응. 진짜야. 네가 하는 말이 들려”


= 이것도 들리면 말해봐. 헤라. 아빠가 지어준 내 이름이야


“헤라. 아빠가 지어준 이름”


헤라도 신기한 듯 이동장 안에서 은겸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와중에도 제우스는 평온했다.


텔레파시 같은 거라면 생각만으로도 대화가 가능할까?

혹시 그게 맞는지 알고 싶어 은겸은 이번엔 직접 묻지 않고 생각으로 물었다.


‘이라고 했잖아. 예쁜 이름이네. 아빠라고 하는 걸 보니 네 집사는 남자일 테고?’


= 당연하지. 내가 나온 것도 아빠는 모를 거야


이것도 된다.

직접 말로 물어도, 생각으로 질문해도 똑같다.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소리.

직접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이 뱅갈고양이는 꽤 새초롬한 아가씨 같은 느낌이다.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신경 쓰지 않고 직접 물었다.

누군가 본다 해도 이상한 여자가 혼자 주절거리고 있는 걸로 보일 테니 신경 쓰지 않았다.

본격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집에 아빠 밖에 없어? 다른 사람은?”


=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저런. 혼자구나. 아빠 없을 때 넌 누가 돌봐주는데?”


= 집 청소하고 정리 정돈 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물하고 사료 간식을 챙겨줘


“넌 어쩌다 나온 거야?”


= 하늘을 날았어. 집 관리하는 여자가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열어 놓았거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다치지 않았을까 싶어 걱정됐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보였다.


몸무게도 제법 나가보이는데...

고층에서 떨어질수록 고양이는 더 잘 착지할 수 있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이 녀석은 몇 층에서 떨어진 걸까?


= 밖에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랑 냄새가 좋아 신나게 뛰어놀다 베란다 화단에 들어온 나비를 봤어.

그거 잡으려고 하다 나도 모르게 뛰어내려버린 거야


“몇 층에서였는지 기억나?”


= 음...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저기 꼭대기쯤일걸?


저도 모르게 시선을 지얼시티 최상층 부분으로 옮겼다.

목이 아플 만큼 뒤로 꺽였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밤.


“좋은 곳에서 살았구나. 혹시 몇 동인지는 기억나?”


= 아니. 몸을 비틀어 우아하게 착지하자마자 무서워 마구 달렸거든. 정신없이 달리다 멈춘 곳이 이 근처였어.


“아빠는 뭐하는 사람인지 기억나?”


= 여행사에서 일해. 자주 나가고. 이번에도 오래 걸릴 거라고 했어.

하지만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날 옆에 두려고 해.

가끔은 너무 귀찮게 해서 내가 숨어 버릴 정도야. 집이 넓어 숨을 곳이 많거든.


지얼시티 상층에 거주하고 가끔 오랜 시간 집에 없을 만큼 바쁜 사람이라...

이것만 가지고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지얼시티가 아닐 수도 있다.

정신없이 달렸다고 했으니 근처 25층 아파트 은호어울림일 수도 있다.


헤라와 끊임없이 대화를 했지만 얘기가 자꾸 옆으로 샜다.

헤라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좋아했다.


수다쟁이였다.

아니면 처음으로 인간과 대화한다는 것에 흥분해서였는지 모른다.


종합해보면 헤라는 7살이었고 집사를 만난 건 2개월.

중성화 수술은 6개월에 했다.

몸무게는 6.3kg 한 달 전 병원에서 잰 기록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아빠가 직접 재배해서 주는 캣 그라스와 캣닢 잎 말린 거.

그 다음으로 역시 아빠가 직접 사와서 건조기에 말린 소고기 안심이나 닭 가슴살.

사료는 사이언스 다이어트 힐스 라이트 헤어볼컨트롤.

이 긴 걸 다 알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귀족처럼 살고 있는 고양이 같아 부러웠다.

우리 애들은 지금 들은 것의 반의반의 반도 못해준다.

스킬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가장 궁금한 걸 물었다.


“너희 고양이들은 인간들이 하는 말 다 알아들어?”


= 100%라고는 장담 못해. 하지만 아빠가 하는 말 대부분은 알아.

너무 전문적인 분야는 내가 관심 없어서 잘 모르지만 노력하면 이해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야.


“구렇구나. 마지막으로 네 아빠 이름 알려줘”


= 김건형


<뱅갈고양이와 대화 종료>


헤라 집사의 이름을 듣는 것으로 대화가 종료되었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은겸은 스킬을 사용해야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지만 고양이들은 언제든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했다.


최고의 선물이다.

진심으로 마음을 전달하면 언제든 알아줄 거라 생각하니 기분까지 좋아졌다.


벌써 10시가 넘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헤라야. 네 아빠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네가 어디 사는지 지금은 찾을 수 없어.

그래서 우선 널 우리 집으로 데려갈 거야.

우리 집엔 제우스 외에도 4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는데 다들 착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일단 우리 집에 있으면서 네 아빠를 찾아볼게. 반드시 찾아줄 테니까 힘들어도 참아”


헤라는 캔을 다 먹고 열심히 세수하듯 앞발에 침을 발라 얼굴을 싹싹 닦았다.

제우스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조그만 녀석이 큰일을 해냈다.

제우스가 아니었다면 헤라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고마워 제우스. 네 덕분에 헤라를 구할 수 있었네”


<제우스의 호감도가 +2 올랐다.>


<제우스 호감도 8/100

제한시간 : 156일>


진심은 역시나 통하는 모양이다.

최근 오르지 않던 제우스의 호감도가 올랐다는 말이 너무 반가워 꽉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이동장 안에 있는 게 아쉬웠다.


은겸은 새로 얻은 스킬과 제우스의 호감도 상승에 기분이 좋아져 입이 귀에 걸렸다.

입을 가리고 실실 쪼개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아직 버스가 끊길 시간이 아니라 다행이다.


걷다가 스타북스 커피숍이 눈에 뛰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고 싶었다.

스타북스 는 은겸 입맛엔 쓰고 텁텁 한대다 비싸서 평소엔 이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분이 좋을 땐 어떤 커피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분위기도 내고 싶어 들어가려는데 막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와 부딪칠 뻔했다.


“아, 미안 합니다”


습관처럼 먼저 숙이고 들어갔다.


“미안하면 똑바로 보고 다니던가!!”


예전이었다면 유난히 작은 키에 잔득 주눅 들었을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도냥 패시브스킬이 적용 중.

버럭 짜증내는 소리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은겸이 도도하게 고개를 살짝 치켜떴다.


“사과했으면 받아주는 게 예의 아냐? 딱 봐도 한참 어려보이는 게 어디서 짜증이야?”


키가 상당히 큰 여자였지만 어린 티는 숨길 수 없었다.

한눈에 그 상황을 인지한 자신에게 놀라는 사이 여자도 은겸이 강하게 나가자 의외인 듯했다.


“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그만 꺼져줄래요?”


매섭게 노려보며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키만 큰 어린 여자는 허둥지둥 자리를 벗어났다.


뿌듯했다.

한 번도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성취욕을 강하게 느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고 기다리며 커피숍 안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화장실 쪽에서 나오는 김한성과 딱 눈이 마주쳤다.


“한성아!”


반가운 마음에 이동장을 들지 않은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한성이 손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피곤해서 잔다며? 여긴 어쩐 일이야?”


“그러는 넌 지금까지 여기 있었어?”


“응. 잘됐다. 너 본 김에 하고 싶은 말 잔뜩 있는데 혼자지?”


“급한 일 아니면 다음에 하면 안 될까?”


시선을 회피하며 계속 말을 돌리려고만 하는 모습에 은겸은 기분이 언짢아졌다.


“김한성. 우리 두 달만이야.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없어. 사람들 쳐다보니까 그만하자”


늦은 밤 커피숍 안 몇 명 안 되는 손님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한성이 의식한 듯 목소리를 낮춰 낮게 말하고는 나가버렸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커피고 뭐고 한성을 쫓아가려던 은겸이 가지고 있던 진동벨이 울리며 직원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겸은 빠르게 커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키가 큰 한성은 벌써 성큼성큼 멀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주고 다음에 얘기하는 게 나을까 망설였다.

지금 잡으면 상처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용기를 내 소리쳤다.


“김한성!! 멈춰!”


한성이 멈춰 섰다.

뛰어갔다.

한성이 돌아보았다.


은겸이 가까이 올 때까지 한성은 그대로 있었다.


“이유가 뭐야?”


“피곤하다고 했지?”


“말해. 내가 싫어진 거야? 헤어질까?”


“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게 무슨 말이야. 확실히 말해”


“나도 복잡해. 아직 정리 안됐으니까 당분간 만나지 말자”


“힌트라도 줘. 내가 잘못한 거 있어? 고칠 수 있는 거면 노력할게”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좋겠다”


한숨을 내쉬는 한성을 보며 멈칫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수습할 수 없는 게 뭘까?

5년이나 알콩달콩 잘 사귀었고 그 사이 모든 걸 공유했다.


딱 하나 빼고.

한성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건 아버지 얘기.

연쇄살인마의 딸이란 오명은 평생을 지고 가야할 은겸의 숙명이었다.


“알았어?”


“그게 숨긴다고 숨겨질 일이야?”


“일부로 숨긴 거 아니야. 어쩌다보니 말할 기회를 놓쳤어”


“지금은 너 보고 싶지 않아. 네 아버지만 생각하면 그냥 소름 돋아”


“나... 난 아냐. 난 엄마 피를 더 많이...”


애써 부정하려했다.

아버지 유전자는 손톱만큼도 없다고.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부끄러운 말이었다.


“너 가끔 진짜 무서울 때 있는데 몰라?

네 아버지 일 알고 나니 이해되더라.

그래서 더 무서워. 이왕 이렇게 된 거 생각할 시간을 줘.”


“한성아, 나 너 밖에 없는 거 알지?”


“알아. 아니까 더 고민되는 거야. 늦었어 이제 그만 집에 가. 버스 정류장까지는 데려다 줄게”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걸었다.

둘 다 생각에 잠겨 말이 없었다.


은겸이 타야할 버스가 4분 후 도착할 예정이었다.

4분. 한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

어쩌면 한성을 보는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초하기만 했다.


그제서야 이동장을 발견한 한성이 물었다.


“이동장 안에 고양이 있어?”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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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우스 시스템 1 +1 22.04.22 1,029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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