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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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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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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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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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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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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우스 시스템 6

DUMMY

공적은 그렇다 치고 브론즈박스에서 냥이 간식과 사료가 나오다니...


이건 또 예상 밖이다.

비싸서 자주 못주는 간식과 까다로운 란조차도 잘 먹는 기호성 제일 좋은 사료라니.


은겸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인벤을 열어 자동 보관된 간식과 사료를 꺼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고양이는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고양이는 없다는 마약간식 챠오치르는 14가지 맛이 종류별로 1봉지씩 들어있었다.


하루 하나씩 줘도 2주는 반려묘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은겸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싶을 만큼 기뻤다.


하지만 막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이상하게도 은겸은 바로 감정이 차분해지며 고개를 반듯하게 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 뭐지?’


자신인 듯 자신 아닌 느낌에 은겸은 고개를 갸웃하다 새롭게 뜬 도도냥 패시브스킬이 생각났다.


그 패시브스킬 때문에?


패시브스킬 덕분인지 거울에 비친 겉모습은 도도해보였다. 하지만 은겸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도도한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마음속은 거의 손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설마 계속 이런 상태가 유지되는 건 아니겠지?’


은겸은 편의점 알바일이 살짝 걱정됐지만 주말 알바 일이 사라진 당장은 문제될 게 없었다.

그 전에 해결책을 찾거나 숨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지만.


동거묘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성 좋은 로얄케닝 사료까지 인벤에서 꺼내고 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유기농이나 그레인프리 같은 사료들은 두 번 주면 질려하며 잘 안 먹는데 반해 로얄케닝 만큼은 질리지 않고 잘 먹어줘 할 수 없이 꾸준히 구입하고 있는 사료다.


“제우스! 퀘스트 말야. 더 없을까? 일퀘 만으로는 네 호감도를 시간 안에 올릴 수 없을 것 같거든?”


은겸이 잘 자고 있는 제우스를 콕콕 찔렀다.

제우스의 호감도는 6에서 더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은겸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우스는 그 자리에서 기지개를 쭉 펴더니 은겸이 앉아 있는 곳에서 가장 먼 곳 창가로 걸어가 누웠다.


“니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주기 싫다 이거지? 그럼 말고! 나도 뭐 퀘스트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도도냥 패시브스킬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전혀 꿀리지 않는 당찬 자신의 모습에 은겸이 만족스러워하고 있을 때,


띠링!!


<반복 퀘스트 발생!!>


<배고픈 길냥이 챙겨주기

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를 떠도는 길냥이들에게 사료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라

보상 : 배를 채운 고양이 수 * 공적 10점>


퀘스트다!!

역시 고양이란 족속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들은 체도 안하다 바로 퀘스트를 띄워주다니...

물론 그런 종잡을 수 없는 성격 때문에 더 냥이들을 좋아하는 거지만.


그런데 띄운 반복퀘스트도 어쩜 이렇게 기특한 걸까.

길냥이들을 챙기라니...


고마움이 왈칵 밀려와 제우스를 바라보니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켜고는 힐끔 은겸을 한번 스치듯 바라봤다.


마치 내 선물 맘에 드냐? 라는 듯.


“쌩유~ 잘 받을 게. 진짜 진짜 고마워!!”


녀석은 조금 전처럼 은겸의 말에 전혀 관심 없다는 듯 털을 두어 번 다듬더니 다시 옆으로 누워 한껏 몸을 웅크렸고 그 안으로 깊게 머리를 파묻었다.


예전의 은겸이라면 당혹스런 퀘스트겠지만 지금이라면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다.


동거하고 있는 반려묘들 챙기기도 빠듯한 은겸은 길냥이까지 지속적으로 챙기지는 못했다.


그런데 한성을 만나면서 한성이 길냥이를 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사료나 간식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그걸로 길냥이들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김한성은 금전을 후원하고 은겸은 발품을 팔아 길냥이들을 챙겨주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매일은 하지 못하고 있어 은겸은 캣맘들이 존경스럽다 못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숨 쉬는 게 자동이 아니라면 질식사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를 만큼 은겸은 매일 하던 일도 곧잘 잊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길냥이 전용 자동 급식기로 물과 사료 챙겨주기였다.

밴드 회원들과의 소통으로 아이디어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사료를 5kg까지 넣을 수 있는 자동 급식기는 매일 일정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정해 놓았고 물도 밴드 캣맘들의 조언으로 대용량모래가 담긴 통을 개조해 깨끗한 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했다.


김한성이 물통 개조를 도와주었었다.

그렇게 해놓으니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관리해줘도 충분했다.


<배고픈 길냥이 챙겨주기> 퀘스트는 서은겸이 정말 필요로 하는 맞춤형 퀘스트인 셈.


“네가 준건지 시스템이 띄운 건지 모르지만 고마워. ”


퀘스트도 떴으니 은겸은 길냥이 사료와 물을 챙기고 갈아주기로 했다.

사료와 물통을 들고 나섰다.


원룸 근처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된 자동 급식기는 사료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사료를 부어주고 물통은 새 걸로 교체했다.


물통을 오래 두고 쓰면 물때가 끼면서 미끌 거리고 세균이 번식되기 때문에 물통은 두 개를 교체해서 써야한다.


길냥이들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게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집으로 돌아와 물통을 깨끗이 씻어 작은 베란다에 내놓았다.


햇빛에 잘 말렸다 오늘 교체한 물통과 바꾸어 사용하면 길냥이들이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마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길냥이들을 챙겨주고 나니 한성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카톡을 보냈다.


무조건 오늘 꼭 봐야한다고 징징거렸다.

많이 보고 싶고 나한테 일어난 이 신비스런 일에 대해 자랑하고 싶었다.


잠깐이라도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30분만, 아니 10분만 시간내달라고 계속 카톡으로 졸랐다.

집으로 찾아갈 테니 집 앞에서 만나자고도 했다.

오늘은 기필코 만나고 싶었다.


시간내보겠다는 답장에 야호!! 하고 소리를 질렀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제우스를 품에 안고 한성의 집 근처로 갔다.

9시에 보자고 했는데 한 시간 먼저 도착했다.

저녁 8시를 막 지나고 있는 시간이었다.


멀뚱히 아파트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뭐해 근처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시간을 떼우려고 두리번거렸다.


새로 개발된 고급스런 아파트 단지라 주변은 화려했다.

한성이 정말 잘 사는 집 아들이구나 싶으면서도 자신과의 격차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곧 그게 어때서, 사랑이면 다 커버할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자동으로 어깨가 펴졌다.


도도한냥이 패시브스킬이 주눅 들려는 마음을 바로 세워준 것 같았다.


은겸이 한없이 쪼그라들며 의기소침해 할 때마다 귀엽다고 다독이며 용기를 주던 한성이 하던 일을 패시브스킬이 해주고 있는 기분이다.


기분이 좋아져 편의점 대신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눈만 돌려도 커피숍이 여럿 보였다.


스타북스, 이데아, 카페바네와 같은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눈에 띄었고 그 외에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은겸을 유혹하고 있는 곳들이 두어군데 더 있었다.


가격이 저렴한 중저가 커피숍이 길 건너에 보여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띠링!>


<긴급 퀘스트 발생!!>


<뱅갈고양이 구조

:무단가출 후 지얼시티 2차 아파트 단지 화단에 숨어 떨고 있는 고양이를 구조할 것

제한시간 : 1시간

완료보상 : 공적 1,000점 + 행운상자

실패시 : 뱅갈고양이 로드 킬>


또 사망이다.

진짜 뭔가 중요하거나 긴급하거나 강제적인 퀘스트는 띄우는 족족 다 실패 시 사망의 패널티가 적용되고 있다.


실패는 꿈도 꾸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악착같이 성공해야만 소중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퀘스트들이다.


제한 시간이 초단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제한이 있는 퀘스트의 경우 이렇게 상태창에 디지털시계가 나타나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커피 생각은 날아가 버렸다.

한성이한테 전화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조금 일찍 만나 같이 찾으면 좋을 텐데 아쉬웠다.


급한 일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카톡을 보냈다.

먼저 만나자고 떼쓰고 다시 늦는다고 카톡을 보내는 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


퀘스트가 먼저다.

아니 고양이의 생명을 살려야한다.


한성이는 이해해줄 거라 믿으며 고양이가 있다는 지얼시티 2차 아파트로 달려갔다.


구해야할 고양이가 있는 위치를 알려줘 고마웠다.

고급 아파트라 차량은 통제하고 있었지만 사람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어 들어가는데 무리 없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너무 광범위했다.

아파트 단지가 넓어 어디부터 어떻게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화단으로 보이는 조경들이 너무 많았다.

심호흡을 하며 잘 가꾸어진 나무와 식물들 사이를 살피며 걸었다.


중간 중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도 배치되어 휴식하기 좋은 분위기였지만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닿은 흔적이 한눈에도 보기 좋게 조성된 조경들 사이에 떨고 있을지 모를 고양이를 찾아 헤맸다.


식물이나 나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은겸이 보기에도 멋진 조경이었다.

곳곳에 조명까지 설치되어 있어 꽤 신경 쓴 흔적이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청주에서는 거의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날씨가 점점 싸늘해지는 11월이었지만 사철나무와 식물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어울렸다.


은겸은 조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지만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45층 고가의 아파트다웠다.

무심코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이렇게 멋지다니.


정신 차리고 고양이를 다시 찾아보았다.

마음이 조급해져 한 바퀴를 빠르게 돌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초겨울 어둠이 내려앉은 곳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조명에 의지해 찾으려니 더 어려웠다.

품종만 덜렁 있고 털색이나 이름 같은 힌트도 없어 난감했다.

애초에 이건 강 속에 빠트린 공 하나를 찾으라는 말과 같지 않은가!


속상했다.

근처가 도로변이라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놀란 고양이가 뛰어나가다 로드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소다.


자칫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양이를 놀라게 하면 1시간이 아니라 더 빨리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은겸은 잠깐 멈췄다.


무턱대고 돈다고 찾아지지는 않을 거다.

품에 얌전히 안겨 있는 제우스에게 시선을 내렸다. 혹시 이 녀석을 이용하면... 찾긴 찾겠지만 하악질 끝에 분명 한 놈은 로드킬 각이다.


“도움이 안 돼...”


제우스를 괜히 데리고 나왔나 싶다.

뱅갈고양이를 찾는다고 해도 그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공간도 없다.

찾아서 안전한 공간에 보호해야 완료되는 퀘스트 같은데 곤란한 상황이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 휴대폰을 계속 살폈지만 한성이에게 보낸 카톡은 1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읽지 않고 있다는 증거.

시간이 계속 초단위로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밴드를 열어 글을 남겼다.


[도와주세요! 화단에 숨어 떨고 있는 뱅갈 고양이 발견! 구조할 이동장이 필요합니다. 회원분들 중 이동장 빌려주실 수 있으신 분!! 급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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