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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바나나

워킹홀리데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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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바나나
작품등록일 :
2022.08.15 19:46
최근연재일 :
2022.08.16 2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888
추천수 :
21
글자수 :
29,503

작성
22.08.15 20:00
조회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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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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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화 : Auzi's night(2)

DUMMY

과거의 그 때로 돌아온 것이 확실하다는 건 방 배정을 받으면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8인실.

4개의 2층 침대 중 하나의 2층에 짐을 풀었던 나와 그 건너편 1층에 짐을 풀었던 아름이.


그 때는 분명 아름이가 섹시하고 나이에 비해 원숙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는데, 한 번 아재가 되고나서 보게된 아름이는 말 그대로 핏덩어리였다.



풋풋하고 싱그럽고 귀엽고 아기같은 20대 초반의 아름이.



게다가 호주라는 곳에 처음 와서인지 캐리어의 짐을 풀었다 다시 집어넣었다하는 모습이 그녀를 더 어리숙해 보이게 만들었다.



'아니지... 아니야. 쟤가 그 날 밤 했던 일을 생각하면 정말...'



머릿속으로는 아름이를 천박하고 멍청한 김치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내 아랫도리는 역시나 김치남답게 꼴릿꼴릿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렇긴 해도 정말 귀엽단 말야... 나름 매력적이기도 하고...'



1층에서 짐을 집어넣어다 뺏다를 반복하던 아름이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는 내 시선을 알아챘는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귀여운 녀석.



이번엔 순진하고 청순한 그런 눈빛이랄까... 귀여웠다.



"아름아, 우리 잠깐 산책다녀올까?"

"산책?"

"호주에 처음 와서 이렇게 짱박혀있을 수만은 없잖아? 우리 달링하버(Darling harbour)라도 가자."

"달링하버?"

"그래, 시드니에서 오페라하우스랑 같이 제일 유명한 곳."



아름이는 또 다시 20대 초반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후 나를 따라나섰다.



저 녀석도 나한테 호감을 가졌을까...?



나란히 백팩커를 나온 나와 아름이는 퀸즈스트릿(Queen's street)을 따라 타운홀(townhall)로 향하고 있었다.



"오빠."

"응?"

"달링하버 여기서 멀어?"

"타운홀역 근처니까 한 정거장만 걸으면 돼."

"그래? 근데 오빤 처음 온 사람치곤 시드니 잘 안다..."

"뭘. 그냥 가이드북 보고 익힌 거야."



달링하버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시드니 스타 카지노를 다니면서 하루에도 수차례 왕복을 했던 그곳.



택시비까지 다 날려버리고 터벅터벅... 내가 살던 레드펀(redfern)까지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가기도 했고, 운좋게 돈을 딴 날에는 달링하버의 쇼핑몰에 있는 펍(pub)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기도 했다. 물론 술 마시다 번뜩 떠오른 도박중독증세 때문에 다시 카지노로 향해 걸어가 돈을 날려먹은 날도 허다했고...


이런 저런 상념에 젖은 채 아름이와 장난도 치고 걷다보니 달링하버에 다다랐다.


"와... 정말 예뻐. 호호."

"....."


시드니의 연인들을 위한 항구. 달링하버.

그곳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마치 수십 년이 흐른 후 다시 찾은 나를 바로 어제 만났던 것처럼 반겨주는 듯 했다.


사실 카지노에서 돈을 날리고 다음 주급날이 될 때까지 할 일이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정해져있었다.


오페라하우스 근처에 가서 도적같이 관광객의 과자를 노리는 갈매기들을 노려보거나 마치 정말로 조깅을 나온 사람처럼 꾸미고 달링하버 근처를 배회하거나...


물론 가끔씩 달링하버 곳곳에 있는 전화부스에 국제전화 카드를 이용해 '엄마찬스'를 쓰기도 했었다.


국립해양박물관과 LG라는 글자가 크게 써있는 시드니 수족관 부근을 지나자 그 날의 감흥들이 뭉클하게 되살아났다.


뒤이어 컨벤션센터, 페스티벌 마켓 플레이스까지...

달링하버에 있는 유명한 건물들을 모두 지나자 우리는 어느덧 시드니 스타 카지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어머? 저기 카지노가 있네?"

"....."


화려한 계단 그리고 에스컬레이터가 구비되어있는 시드니 최고의 명소 중 하나.

바로 스타시티 카지노를 설명하는 말이다.


비교적 과거의 흔적들을 품고있는 시드니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도 스타 카지노 정도의 화려한 조명과 장식들을 구경하기 힘들다.


시드니에서 가장 화려하달 수 있는 스타 카지노 앞에서 아름이는 손뼉까지 치면서 멋지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오빠, 우리 한 번 가보자."

"저긴 여권있어야 돼."

"여권? 그래? 나 마침 여권 가지고 오긴 했는데..."

"....."


시발. 꼬일대로 꼬였던 시드니 생활이 다시 반복되는 건가?


농장일과 도박으로 그득하니 채워졌던 나의 호주 워홀 생활이 다시 반복되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아름이는 오히려 내게 팔짱까지 끼면서 들어가보자고 채근했다.


'그럼 오랜만에 구경까진 해볼까...'


아름이의 가슴이 팔꿈치를 뭉클하게 눌러오자 내 주의력은 순식간에 바닥을 치고 말았다.


어느덧 아름이의 손까지 잡은 나는 '레이디 퍼스트'를 속삭이며 그녀를 악마의 집이랄 수 있는 시드니 스타 카지노로 들어가고 있었다.



"플레이스 유어 벳(place your bet)!"


입구에 있는 중국식 룰렛판을 지나 카지노 내 곳곳에 자리한 바카라 테이블.


긴 장발에 말끔하게 면도를 한 중국계 딜러가 힘차게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그 앞에 멈춰섰다.


'이 자식... 오랜만이네...'


중국계 딜러 루이.


이 녀석은 어리버리한 모습과는 달리 능수능란한 게임진행능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어느 날인가 30분이 채 안 돼서 2천 불을 따고 끗발을 날리던 나는 딜러가 루이로 바뀌는 순간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2천 불이 -2천불로 바뀌는 참사를 맛본 적이 있다.


무언가 억울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만만하게 보고있는 베터들을 휘몰아쳤다 풀어줬다 가지고 노는 루이.


녀석은 자신을 노려보는 내 눈빛을 알아챘는지 잠시 나와 아름이 쪽을 슬쩍 보다가 흥미가 가셨는지 다시 카드를 향해 눈을 돌렸다.


"어머, 한국인도 있네? 저 사람보고 일자리 좀 알아봐달라고 할까?"

"뭐? 한국인 아니야..."

"그래? 그럼?"

"중국인인 거 같은데..."

"그런가... 근데 오빤 어떻게 알아?"


아름이가 다시 팔짱을 끼며 물었다. 이번에도 뭉클하게 내 팔을 눌러오는 그녀의 젖가슴 감촉이 짜릿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냥... 중국인 같이 생겼잖아."

"핏. 그런 게 어딨어?"

"서양인들은 잘 모르는데 동양인끼리는 대충 국적을 알아볼 수 있잖아? 저 사람은 한국인 같고. 저 사람은... 도 한국인이네..."


이곳저곳 둘러봐도 동양인은 넘쳐났다. 그들 중 가장 많은 국적은 한국과 중국이었다.


이미 그런 사실은 과거의 경험으로 알고있었지만 연륜이랄까? 서양인들은 서로 누가 프랑스계인지 독일계인지 알아챌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동양인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어렵지 않게 그들의 국적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한국인들이 너무 많았다.


양 손에 무슨 보물단주를 감싸쥐고 있는 것처럼 몸을 움크린 채 카지노 구석구석을 멤도는 한국인들.


그리고 뒷전을 치는 20대 정도로 보이는 김치남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 김치남의 뒤에서 그의 한쪽 손을 잡은 채 칭얼대고 있는 김치녀들.


하지만 김치남의 눈빛은 그저 도박에 대한 욕심으로 그득했다. 아마 지금 손에 들고있는 칩을 모두 잃는다면 자기 손을 잡고있는 여자친구를 단돈 5천불에 팔아먹을 수도 있을 거다. 그만큼 도박은 무서운 거다.


"오빠, 저기 봐. 저기!"


내 옆에서 칭얼거리던 아름이가 순간 팔을 잡아끌며 소릴 질렀다. 내 눈길은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해갔다.


"와하핫 대박이다. 대박!"

"아야~"

"오 마이 갓! 굿좝. 버디(buddy)."


아름이가 가리킨 곳은 블랙잭 테이블이었다.


100불짜리 검은색 칩을 잔뜩 쥔 팔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부르고 있는 한국인 사내의 모습.


그 주변을 둘러싼 중국인들과 서양인 몇몇이 축하한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아마 뽀찌라도 몇 푼 뜯어내고 싶은 거겠지.


한국인 사내는 신이 난 듯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원더풀~ 원더풀 투나잇~ 으하하하. 하하핫!"

"유 아 더 맨(you are the man)."


짱개들의 아부도 아부였지만 서양놈들의 아부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정말로 자기들한테 뽀찌를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 어어...?'


내 예상은 순식간에 박살났다. 녀석은 100불짜리 칩 몇 개를 집어 마치 휴지를 던지듯 뒤로 던졌고, 순식간에 뒷편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워낙 고액의 칩이라 그런지 그걸 줏어가는 사람들의 반응, 그러니까 녀석이 이런 짓을 과거에도 수차례 했던 것인지 소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하핫! 기분 째진다. 레알 개쩐다. 으하하핫!"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포효하던 한국인.


그리고 잠시 후 여전히 녀석을 쳐다보고 있던 내 눈과 그 녀석의 눈이 마주쳤다.


".....?"


나를 보고 싱긋 웃는 녀석.

내가 자기를 부럽다고 쳐다보는 줄 아나...


하지만 녀석의 미소는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오는 녀석.


"어머? 오빠, 저 사람 이쪽으로 오고있어."


한국인 사내는 내 시야의 범주 안에 가까이 들어오자 손까지 흔들면서 나에게 인사했다.


나는 여전히 벙찐 얼굴로 녀석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녀석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소리치듯 나에게 말했다.


"야! 고세일! 너 인마,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하하핫. 반갑다. 친구야!"

"....."


뭐야? 호,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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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 아재 꼬추 서요?(1) 22.08.15 39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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