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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바나나

워킹홀리데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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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바나나
작품등록일 :
2022.08.15 19:46
최근연재일 :
2022.08.16 20: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887
추천수 :
21
글자수 :
29,503

작성
22.08.15 19:49
조회
346
추천
2
글자
5쪽

4화 : 아내의 불륜(2)

DUMMY

멀찌감치 상담실 테이블 위에 사무용 커터칼이 꽂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제법 굵직한 커터칼.


영화 '아수라'에서 황정민이 머리에 꽂았던 커터칼처럼 묵직하면서 날카로운 칼날이다.


충분히 두 사람을 해치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같은 년놈들, 둘 다 찔러죽일테다. 갈갈히 찢어갈겨서!'


하지만 그 순간 현우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 아들 현우.

나의 사랑스러운 분신이자 이제는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아들.


짧은 순간이지만 만약 내가 두 사람을 죽여버리고 감빵에 간다면 누가 아들을 돌봐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죽이는 것까지는 좀... 그러면 모든 게 끝이잖아? 나나 서윤이나 그저 죽으면 끝이지만 내 새끼 현우는 평생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인 부부의 자식으로 살겠지. 그것도 평생 부모없는 자식으로 말이야...'


'그건 아냐. 내가 죽더라도 현우를 애미애비없는 자식으로 살게할 순 없어!'


이미 생각은 정리하고 있었다.


내 눈앞에는 주춤거리며 바지를 올리고 있는 심 상무의 모습과 놀란 채 서둘러 팬티를 걷어올리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괴로웠다.

이미 두 사람을 죽이는 건 포기했으니 그 자리에 더 머문다는 건 곤욕이었다.


서둘러 몸을 돌린 채 급히 사무실 밖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장 정면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 쾅!


둔탁한 소리.

몸에 뭔가가 강하게 부딪친 느낌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높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잠시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춘 느낌. 그리고 정수리와 뒷통수로 느껴지는 뜨뜻한 촉감.


몸이 붕 떠있는 상태에서 나는 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멈춰서있는 도로의 자동차들 그리고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차에 받혔나보네...'


공중에 붕- 떠있던 몸이 아래로 추락하며 도로 아스팔트에 묻혀버리듯 부딪쳤고, 뒷통수가 아스팔트에 더욱 강하게 부딪치는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다.


세상이 흔들리다가 점점 어두워지는 느낌.


뒤이어 사람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완전히 잠에 빠져들었다.



[저기요...]

"....."

[저기 다 왔어요!]

"....."

[도착했다구요. 이제 일어나셔야 해요!]

"응? 누구...?


눈을 떠본 내 눈앞에 보인 것은 하얀 천장과 들릴 듯 말듯한 기계의 엔진음 소리 그리고 제법 예쁜 얼굴을 하고있는 20대 초반의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살짝 당황한 듯 벌개진 얼굴을 한 채 내 몸을 흔들고 있는 그녀.


검은색 머리. 한눈에 봐도 늘씬한 몸매를 가진 내 옆좌석의 여학생은 그렇게 날 깨우고 있었다.


"누구...?"

"네?"


여학생의 표정은 순간 실망에 가득한 얼굴로 변해갔다.

잠깐, 나도... 알만한 얼굴이긴 한데...


분명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이었다. 이름이... 생각이 날까말까한 예쁜 여학생이었다.

잠깐, 분명히...


"잠깐 졸더니 내 이름도 까먹었어요? 세. 일. 오. 빠?"

"아... 아름이...?"


순간 그녀의 이름이 생각났다. 이름을 듣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고세일 오빠, 저 아름이, 김아름이에요."

"마, 맞구나... 근데 여긴..."

"휴우..."


노답인생을 바라보는 듯한 아름이의 한심한 표정. 나는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김아름.

아마 20년은 더 지났을 거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었던 김아름.

나이가 몇 살이었지? 아, 스무 살. 그래, 나는 스물여섯이었고...


"오빠 나한테 큰 신세 진 거에요. 못 내릴 뻔 했으니까요. 호홋.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갈 뻔 했다니까..."


아름이는 내가 잠에서 깬 것을 확인하자 서둘러 짐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리곤 더 이상 나를 신경쓰지 않은 채 천장에서 캐리어를 꺼낸 후 살짝 손을 흔들곤 사람들의 행렬에 따라 비행기를 벗어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이가 없었다. 20년 전에 봤던 아름이를 여기서 왜? 그리고 나보고 오빠라니...


아름이는 하나도 늙지 않았다. 시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비행기의 승객들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는 순간, 좌석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보였다.


"왁! 이게 뭐야?!"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비행기를 나가려던 사람들은 그리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서둘러 복도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는 입을 막은 채 다시 한 번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살펴보고 있었다.


'지, 진짜인가? 이거 혹시 꿈 아냐?'


유리창에 비친 익숙한 사내의 얼굴은 무려 20년 전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스물여섯 살의 고세일, 나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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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 Auzi's night(1) 22.08.15 310 2 7쪽
» 4화 : 아내의 불륜(2) 22.08.15 347 2 5쪽
3 3화 : 아내의 불륜(1) 22.08.15 376 2 6쪽
2 2화 : 아재 꼬추 서요?(2) 22.08.15 335 2 4쪽
1 1화 : 아재 꼬추 서요?(1) 22.08.15 39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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