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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kJo 님의 서재입니다.

죽지 않는 4서클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VolkJo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5.31 16:0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8,793
추천수 :
175
글자수 :
513,218

작성
24.05.0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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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장. 제국 (21)

DUMMY

청풍(淸風)

문자 그대로 맑은 바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곧 무명의 무(武)의 목적이기도 했다.


무명은 항상 산들바람과 같이 유연하고 부드러움을 추구했었다.

하지만, 전투 중 그의 의지와는 반대로 곧잘 그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기에, 아예 자신 자체를 바람으로 만드는 극단적인 기술을 연구했었다.


절대적인 능력을 얻지만 또 '많은 것'을 잃게 만드는 기술.

그렇기에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은 없지만 이론상은 완벽했던 기술.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청풍' 이였다.


카이져의 몸이 바람의 기류처럼 인간의 형(形)과 달리 반투명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마치 마족 중 하나인 '밴시' 의 모습과 흡사했다.


카이져는 어쩌면 자신이 보는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르는 무락을 쳐다보고 있었다.

목숨을 이미 내놓았기에, 자신에게 찰나의 순간동안 날아오고 있는 무락의 라이트닝 스피어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때.


- 쿠구궁!


카이져와 무락의 라이트닝 스피어 사이로 거대한 돌덩어이들이 튀어 올라왔다.


- 콰가강!


라이트닝 스피어는 돌덩이들에 가로막혔고 돌덩이들은 파편이 되어 사방팔방 튀었지만 다행히 카이져에게까지는 닿지 않는 듯 보였다.


무락의 뒤에서 로만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그래. 더 이상 성력은 없단 거지..? "


- 두득 두독


이제 막 회복된 목을 스트레칭하며 로만이 무락을 향해 말했다.


상대는 더 이상 자신과의 상극인 성력을 쓰던 크로스가 아니었다.

방금 전 공격을 맞아보니, 크로스의 육체에서 발사된 마법에는 일절 성력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익숙한 마기와 마나 따위였다.

그렇다는 것은 이제야 로만은 자신만의 싸움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로만은 신물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 파바박!


그러자 흩어져있던 9개의 카르마니가 다시금 합쳐지며 대검의 형태를 이뤘다.


" 몸부터 추스르라고. 이제부터는 나만의 싸움을 할 테니까. "


언제부터 이기는 싸움만을 해왔던가.

항상 터져가며 개싸움을 해왔던 본인 아니던가.

성력이라는 목줄이 사라졌으니 이제 미친개가 날뛸 시간인 것이다.


저 멀리 나뒹굴어져 힘겹게 로만을 지켜보던 아더는 로만에 말에 그제야 자리에 주저앉았고...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던 카이져는 자연스레 청풍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로만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이제 로만의 무대에는 로만과 무락만이 대치하게 되었다.


*****


무락의 손짓에 붉은 폭풍이 쏟아졌다.


- 쿠르릉!!!


' ..! '


방금 전 폭풍이 분명 로만의 몸을 찢었다.

하지만 폭풍 속에서 뻗어 나온 팔은 자신의 뿔을 움켜쥐었다.


이미 로만의 육체는 폭풍 속에 재가되어 뿌려졌지만 그의 폭풍을 버텨낸 오른손은 마치 의지가 있는 또 다른 생명체 마냥 자신의 뿔을 놓아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순간에 로만의 몸은 남아있는 오른팔로부터 빠르게 재생되었다.


" 플레어. "


로만의 몸이 전부 원복되자 오른손은 붉게 빛을 뿜었다.


그리고.


- 쾅!


" 크흡... "


방금 전 로만의 일격에 뿔이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데몬의 육체 약점인 뿔을 공격받았다는 것에 무락의 걸음은 자연스레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저 리치 놈은 자신의 몸이 찢기면서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물론, 백계라는 이명답게 무락은 로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리치임에도 고작 4 서클 정도의 마법만을 구사하는 것은.

마나 하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일 테고...

시체가 즐비한 전쟁터 한복판이었기에 그의 회복 속도 역시 이해가 갔다.


하지만...

리치처럼 지성이 있는 고위 언데드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가가르의 반지는 본래의 형(形)을 매우 정교하게 유지하는 성질이 갖고 있기 때문에 로만의 피부는 마치 갓난아기처럼 예민할 것이다.


예전 가가르의 군단 중 듀라한의 성대를 모두 제거한 것도 그들이 내는 울음소리에 귀가 아프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그렇다는 것은 모든 고통을.

아니, 더욱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인데 저 자는 그 고통을 계속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생살을 뜯어먹고 적의 피를 마시는 마족임에도 자신은 저 정도의 고통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스스로 고문도구에 뛰어드는 꼴이 아니던가.


하지만 또다시 로만이 발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 펄. "


무락의 외침에 붉은 기류가 로만의 발을 꿰뚫으며 그를 막아섰다.


하지만.


서걱 -


로만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폭풍으로 날아가버린 신물을 불러들였다.

물론, 신물의 목표 위치는 자신의 손이 아닌 발이었지만 말이다.


로만은 과감히 발을 잘라내며 또다시 무락의 뿔을 부여잡았다.


" 플레어!!! "


- 쾅!


빠직-


" 커헉... "


결국 무락의 한쪽 뿔에 금이 가버렸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한 로만은 결국 펄에 가로막혀 온몸이 꿰뚫렸다.


마기가 흩어지며 순간 붉은 선혈을 뿜어져 올라왔지만...

무락의 팔은 로만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

아니, 어쩌면 살기 위해 올려졌다.


꿰뚫린 붉은 기류를 무시하며 무식하게 온몸이 찢기며 꾸역꾸역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로만을 보고는 말이다.


" 작!!! "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작'의 사슬 낫과 같은 바람은 오히려 붉은 기류보다 로만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어디 한 곳 두동각이 나도 저 놈은 금세 회복하여 또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들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 다른 놈을 공격한다. '


가가르와 저놈의 큰 차이는 확실했다.


- 동료애 -


언데드 군단장들은 하나 같이, 동료애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난폭하기 그지없는 데몬들에게 그런 감정을 찾는 것이 더욱 빠를 지경으로 말이다.


하지만 저놈은 다르다.

분명 미개한 인간들처럼 행동할 것이다.

궁지에 밀어 넣은... 어쩌면 다시 못 올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동료들을 구하는 미련한 짓을 할 것이 뻔했다.


" 스탬프! "


로만의 발이 땅을 굴렀다.

그러자 발의 진동을 타고 흐르던 지면의 일부분이 돌덩이와 함께 튀어 올랐다.


서걱-


솟아오른 돌덩이들은 라이트닝 스피어처럼 막아설 수 없었다.

갑작스레 솟아오른 돌덩이에 단순히 살짝 궤적만 틀어졌을 뿐 저 재수 없는 무명의 유산의 목을 취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응..? "


당황함에 무락의 속마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분명 저 하찮은 마법으로 자신의 마기를 막지 못함을 보았을 터인데 어째서 아직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것인가.

설마 자신이 저 놈을 잘 못 판단하고 있단 것인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무락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이 오갔고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짓거리인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 무락의 눈에 가가르의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반지는 이전과 다르게 빛을 머금고 있었다.


" 아차... "


마나 하트를 대신해 주는 가가르의 신물의 기괴한 능력에 백계의 무락은 잊고 있었었다.


사실 저 능력은 말 그대로 권능이 아닌 능력.

음침한 마법변태의 기괴한 취미로 가가르가 직접 만들어낸 능력이었다.


그리고 진짜 권능은 따로 있었다.


하늘의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수많은 음각으로 조각된 거대한 석조의 문이 떨어지고 있었다.


- 쾅!


그리고 그 석조의 문은 자신이 날린 '작'과 충돌하며 거대한 파열음을 내었다.


- 쿵!!!


마치 검기 마냥 돌덩이들을 종이 자르듯 잘랐던 '작'은 충돌과 동시에 소멸되었다.

그러나, 석조문은 그저 충격으로 기울어져 떨어졌을 뿐 파괴되지 않았다.


드래곤 하트로 만들어진 마왕의 권능은 자신의 마법으로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저 놈은 예상한 것인가.

아니면 저 하찮은 마법으로 미세하게 궤도를 틀어 석조문이 떨어지는 시간까지 계산한 것인가.


어찌 되었든 간에, 지금은 그런 고민 따위 할 시간이 없었다.


베르나우스의 신물이었던 마왕의 권능이 자신의 목까지 다가왔다.


- 쿠르르릉!


신물이 목 끝에 닿기 직전 붉은 폭풍이 그들을 향해 떨어졌다.

분명 이 정도의 거리라면 자신에게 피해가 없을 리 만무했지만.

그 마족을 호령했던 무락에게 조차 선택권은 없었다.


데몬의 붉은 피부가 검게 그을릴 정도의 강한 전격이었다.

그리고 그 데몬에 비하면 한낱 종이와 같은 인간인 로만은 말끔한 모습으로 어느새 온몸이 재생된 채 무락의 뿔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계속되는 술래잡기 같은 개싸움.

어찌 보면 계속되게 피해를 보는 것은 분명 로만일 것인데.


왜 이렇게 조급함이 몰려오는 것인가.


- 쿠르릉!!!


무락의 조급함과 함께 북풍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역시 온몸이 갈기갈기 찢겼고 또 수십 번 재생되며 드디어 로만은 또 한 번 무락의 뿔을 잡을 수 있었다.


무락의 가슴 깊은 곳에 알지 못한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이 전에 한번 느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 아... 무명이다... '


그것은 공포였다.


" 플레어!!! "


이제는 입가가 귓가에까지 걸릴 정도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로만의 손이 또다시 터져나갔다.


- 툭...


무락의 한쪽 뿔이 그렇게 떨어져 나갔다.


그렇다는 것은...

이제 그의 힘 절반이 날아갔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때 무락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라면 이길 수 있는데. -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주객전도된 크로스의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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