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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라링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한 한국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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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시오
작품등록일 :
2022.01.27 22:06
최근연재일 :
2022.01.31 11:3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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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093

작성
22.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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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흑산도 해전 (1)

DUMMY

“해류입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해류가 우리를 거세게 남쪽으로 밀어주고 있는 겁니다.”


현성이 말했다.


“잠시만, 해류라고? 해류가 밀어줬다고?”


현성의 설명에 함장은 아연실색을 했다.


“네. 등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듯, 해류가 이 잠수함을 팍팍 밀어줬죠.”


“아니, 그럴 리가 없네... 물론 이곳은 해류가 흐르네. 동한난류가 흐르지... 하지만 동한난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해류야. 남에서 북으로 내려오는 우리를 오히려 막아선단 말일세.”


함장은 사관학교 시절 배웠던 지구해류도를 머릿속에서 펼쳐보았다.




동한난류


서태평양의 거대한 해류인 쿠로시오 난류의 지류(支流)이다.


필리핀 해상에서 발생한 쿠로시오 난류는 적도의 따뜻한 물을 일본열도와 한반도로 올려다 주는데, 그 중 쓰시마 섬에서 갈라져 한반도 쪽으로 흐르는 해류를 동한난류라고 부른다.


즉 동한난류는 적도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향의 해류이다.

남쪽을 향해 내려가는 이 태조 이성계함에게는 오히려 속력을 떨어뜨리면 떨어뜨렸지, 결코 등을 밀어주는 요인이 아니다.




“흠... 아직도 한반도 동해안의 해류로 동한난류만 배우나 보네요... 뭐, 자연적으로 발생한 해류는 그것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나?... 하지만 천 년이나 지났는데도 모르는 건 너무한데...”


“??? 음? 지금 조선말로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현성이 혼잣말을 하자 함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라기엔 그냥 얼버무리기는 힘들 것 같군요.”



현성은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를 살폈다.


승조원들 전원이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적의를 담아 노려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호의적이지도 않은 시선.


덕분에 배의 속력은 빨라졌지만, 도대체 아무도 모르는 해류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냐는 무언의 압박이 전해졌다.



“하아... 일단 먼저 말하자면요. 저는 당신들의 주군이신 조선공 공녀와 계약을 했습니다... 이번 작전이 끝날 때까지 제 정체에 대해서는 캐묻지 않기로요.”


“공녀 저하께서 그러하셨다면야 우리도 캐묻지는 않겠다만... 그래도 우리는 이 작전에 목숨이 달려있네. 자네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함장이 애매한 대답을 했다.


굳이 캐묻지는 않겠다만, 말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도 없다는 뜻.


그냥 어른의 억지였다.



“네네, 알겠습니다. 이 잠수함에 목숨을 맡기진 여러분이니만큼, 우리의 등을 떠밀어주는 이 해류의 정체가 뭔지 아실 권리가 있겠죠... 전파탐지사?”


“뭐지?”


“죄송하지만 심해카메라 좀 켜주시겠습니까? 음향탐지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드리기 어려워서요... 저 아래쪽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켜질 것입니다.”


“...알았다. 실행하겠습니다, 함장님.”


전파탐지사는 함장의 동의를 구하고는 현성의 지시대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함교의 메인 모니터에 대한해협 밑바닥의 전경이 드러났다.




“...뭐야? 그냥 평범한 해저바닥이잖아?”

“이게 뭐 어쨌다고?”


대한해협의 밑바닥은 말 그대로 그냥 해저 바닥이었다.


평평하고 푸르스름한 평원 위로 암초와 산호들이 깔려있고, 이따금 물고기 떼가 지나가는 광경.


그냥 딱 바다 밑바닥. 그뿐이었다.



“이게 그냥 해저바닥으로만 보이십니까?”


하지만 현성은 그 너머로 뭔가 다른 것이 보이는 듯 말했다.


“응...?”


“자연스러운 해저라기에는 너무 평평하지 않나요?”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것인가?”


뭔가 수상한 현성의 태도에 함장이 의문을 표했다.


현성은 함장의 질문을 그냥 시선만으로 흘려내고는, 전파탐지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파탐지사, 왼쪽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엥? 이게 뭔데?”


“관측용 X레이 카메라입니다.”


“뭐, 뭣? X레이? 뼈 찍을 때 쓰는 그거?”


“호들갑떨지 말고 어서 누르게, 전파탐지사.”


함장이 전파탐지사의 호들갑을 재웠다.


“앗, 네. 알겠습니다. X레이 카메라...? 작동합니다.”


전파탐지사 떨떠름한 기분으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아니....!”

“뭐야, 이 구조물은!!”

“설마 이거... 전부 다 인간이 만든 거야?”



메인모니터에 비친 회색빛의 X레이 사진을 본 승조원들은 경악을 했다.



그저 평평한 바다 밑바닥이라 생각한 해저평원 아래로,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있었다.


아니, 해저평원 자체가 평평한 인공구조물의 지붕 위로 진흙과 암초가 쌓인 것뿐이었다.


그리고 인공구조물의 내부에는 수 백, 아니 수 천, 아니 수 만대의 대형컴퓨터들이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데이터센터 <항하사>입니다. 과거 대한민국과 일본이 합작하여 만든 해저 데이터센터이죠.”




데이터센터는 24시간 265일 내내 무수한 컴퓨터를 작동시키는만큼 거기서 나오는 발열량도 엄청나다.


때문에 21세기 즈음부터 데이터센터를 해저에 지어서 자연적으로 냉각하는 방안이 전세계적으로 연구되었다.



<항하사>는 그렇게해서 탄생한 해저 데이터센터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과 일본이라는 구문명의 기술강국 둘이 합작했다는 점도 관심받았지만, 그보다도 주목할 것은...



"크기는 50000핵타르. 대충 한 변이 길이가 가로로 50km이고 세로로 10km인 직사각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0000 핵타르??!! 길이가 50km?!!"

"무, 무슨... 데이터센터가 이렇게나 커?"

"데이터 센터를 떠나서, 건축물이 이럴 수가 있어?"

"부피로 계산하면 만리장성보다 훨씬 거대해!"



X레이 화면으로 항하사를 본 승조원들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화면 속 해저지평선 너머로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

1억의 1억 제곱을 뜻하는 <항하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위용이었다.



"건설되고 나서 대한민국과 일본의 모든 데이터 전송량을 다 처리할 정도였으니까요 뭐..."



"이것이 엄청난 고대의 유적이란 것은 알겠네. 그런데 그거랑 해류가 무슨 상관인가?"



승조원 모두가 감탄에 빠진 와중에도 함장은 냉정하게 본래 대화주제를 잊지 않았다.



"항하사는 24시간 가동되는 수 만대의 컴퓨터로 이루어져 있어서 발열량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주변바닷물을 뜨겁게 덥히죠.“


“그래서?”


“항하사에 의해 뜨겁게 덥혀진 바닷물은 대류현상에 의해 위로 올라가고,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옆에서 다른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심층해류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어째선지 모르지만 그 심층해류의 방향이 북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죠.”


현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이 직접 메인모니터를 조작했다.


그러자 3차원 그래픽으로 이 일대의 지형도와 해류도가 화면에 나타났다.



수면 가까이에서는 동한난류가 남에서 북쪽을 향해 올라가고 있고,

해저 밑바닥에서는 항하사를 향해서 북에서 남으로 심층해류가 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무색할 뿐이다.>라는 격언을 무색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참으로 궁금하군... 어떻게 천 년 전 구문명의 인간들이 이런 거대한 데이터센터 만들었는지... 어떻게 천 년 전의 유적이 지금도 작동하는지... 그리고"


함장은 현성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천 년 전의 유적을 자네가 알고 있는 지..."


"글쎄요~? 그보다는 산소 떨어지기 전에 빨리 전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현성은 함장의 질문을 두리뭉실 넘겼다.


함장은 더 캐묻는 것을 그만하고, 승조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기관장, 엔진출력 최대로."





*********




그 후로 태조 이성계함은 아무 저항없이 순탄한 항해를 이어갔다.


인공해류가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떠밀어준 덕분에 태조 이성계함은 6만 톤짜리 거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빠른 속도로 물속을 헤쳐 나갔다.


덕분에 2시간 뒤에는 대한해협을 빠져나갈 수 있었고, 4시간 뒤에는 제주도를 지날 수 있었다.


그리고 목표시간인 6시간 후에는 목포 앞 해상에 마침내 도달했다.




"현재위치 흑산도 서남쪽 150km! 목표해역에 진입했습니다.“


“좋아. 목표해역에 진입했군. 해수면 위의 상황을 파악하고 부상준비를 하게!”


항해사의 레이더 보고를 받은 함장은 호쾌하게 명령했다.


“저기... 여기서 바로 수면 위로 올라가시려는 겁니까? 흑산도면 한국땅... 아니 이제는 일본령에서 너무 가까운 것 같은데요?”


현성이 의문을 표했다.


“곧 이 일대에서 우리 주나라 수군함대가 무력시위를 벌일 것일세. 우리는 그 함대와 합류할 예정일세.”


“무력시위를 한다고요? 음... 그런데 무력시위가 일본에게 통할까요...?”


현성은 걱정스레 말했다.



출항하기 전 비열홀에서 봤던 조선공령 함대를 떠올린 것이다.


대다수가 조그마한 고속정 위주에다가 그나마 있는 대형함선들도 1000t 남짓한 초계함.


그런 함대로 전통적 해군강국인 일본의 안마당에서 무력시위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혹시 비열홀항에서 봤던 우리 조선공령의 코딱지만한 함대를 생각하고 있나 보군.”


“...네. 솔직히... 그런 함대 가지고 무력시위는 어려운 게 상식이죠.”


현성은 입 발린 말을 하지 않고 본심을 말했다.


그 솔직한 답변에 함장은 킥킥 웃었다.


“그런 걱정이라면 말게. 이곳에 출동하는 함대는 고작 조선공령 함대가 아니라 무려 오왕군(吳王軍)의 함대일세.”


“네?! 오왕군? 오나라의 함대가 출동한다고요?”




오(吳)나라.


주(周)나라를 구성하는 봉신제후국 중 하나로 중원대륙 동남부의 장강 하류에 위치한 왕국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알 수 있듯 오나라는 전통적인 수군 강국이었다.


때문에 중화인민공화국 시절에도 상하이에 주력함대의 사령부가 설치되었었고,


구문명이 멸망하고 난 지금에도 오나라 함대는 일본과 더불어 태평양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물론 일본 해군이 오왕군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지. 하지만 그들도 오왕군과 전면전을 버린다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일세.”


함장은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함교 스피커에 무전신호가 들어왔다.


“교신 시그널 수신! 주파수 대역... 손권함입니다.”


통신장이 무전내용 보고를 올렸다.


“오, 손권함이면 오왕군 제5순양함대의 기함(旗艦) 아닌가. 순양함대 하나를 통째로 출정시키다니 그쪽도 제대로 마음 먹었나보군. 당장 수신을 받고 답신을 보내게.”


“예, 알겠습니다.”


통신장은 함장의 명령에 따라 손권함의 교신을 받았다.


“여기는 조선공함대, 임시함명 이성계함이다. 오왕군 손권함의 교신을 받는다.”


-치...지..지지지...직...후...치지지...퇴...지지직...-


통신장이 손권함과 교신을 연결했지만, 들려오는 것은 신호가 좋지 못한 전파음이었다.


중간중간에 상대쪽이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잡음이 워낙 많이 섞여서 들리지가 않았다.


“음? 신호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함장님.”


“수심이 너무 깊어서 전파가 잘 안 닿는 게 아닌가? 기관장, 우리 함체를 위쪽으로 조금 부상시켜 보게.”


함장이 부상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현성이 호들갑을 떨었다.


“잠시만요. 함장님. 아직 수면 위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부상했다간 일본 해군에게 우리 위치를 노출시킬 수 있는데요...”


“이제는 상관없어. 어차피 오왕군 함대가 지원해주고 있네. 일본 해군이 우리를 알아채려도 뭐 어쩔 것인가?”


“아니, 지금 그 오왕군 기함의 무전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무슨 사고가 터진 게...”


“그냥 수심 때문에 전파가 안 잡히는 것이겠지. 기관장, 계속 심도를 올리게!”


함장은 현성의 진언을 무시하고 다시 부상명령을 내렸다.



곧이어, 함내 공기압축기가 쿠르르릉 진동을 우리며 작동하더니 해수탱크에서 바닷물이 촤아아하고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무게가 가벼워진 태조 이성계함은 부력(浮力)을 받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항심도 100m.... 90m... 85m...75m...”


“음?, 다시 손권함과 신호가 잡혔습니다!”


잠항심도가 얕아짐에 따라 불안정했던 교신신호가 안정화되어 음질도 깨끗해졌다.


“좋아. 다시 손권함과 교신을 시도하게.”


“예, 함장님... 여기는 조선공 함대 이성계함. 손권함은 응답바란다.”


함장의 명령에 따라 통신장이 다시 교신을 시도했다.


수심이 얕아진만큼 전파도 좋아져서, 방금 전보다 무전기 음질이 훨씬 좋아졌다.


그렇게 좋아진 음질로 들려온 손권함의 답신은...



-....후, 후퇴해....! (쿵쾅!) 아군함대 전체가 피격받고 있어...!! 으아아아아악....!! (쿵쾅쾅쾅!)-



상대방 통신병의 절규어린 단말마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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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라지오 상륙작전 (2) +1 22.01.31 75 0 13쪽
13 우라지오 상륙작전 (1) 22.01.30 46 0 12쪽
12 한 민족 22.01.30 41 0 13쪽
11 일본 제2제국 (3) 22.01.29 46 0 15쪽
10 일본 제2제국 (2) 22.01.29 45 0 13쪽
9 일본 제2제국 (1) 22.01.29 42 0 13쪽
8 흑산도 해전 (2) 22.01.29 44 0 12쪽
» 흑산도 해전 (1) 22.01.29 43 1 13쪽
6 대한해협 돌파 22.01.28 62 1 14쪽
5 주나라 조선공령(朝鮮公領) (2) 22.01.28 68 0 11쪽
4 주나라 조선공령(朝鮮公領) (1) 22.01.27 80 1 12쪽
3 하슬라 (3) 22.01.27 87 1 12쪽
2 하슬라 (2) 22.01.27 97 0 10쪽
1 하슬라 (1) 22.01.27 19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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