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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아!형산파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0.11.05 11:13
최근연재일 :
2010.11.05 11:13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76,875
추천수 :
618
글자수 :
21,989

작성
10.09.0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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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글자
11쪽

아! 형산파-사형제들[5], [6], [7], [8]

DUMMY

[5]



“장문사형. 부르셨습니까?”

관대평이 방으로 들어오며 임옥군에게 물었다.

“그래.”

“무슨 일입니까?”

“이거 봐봐.”

임옥군이 내민 서찰을 관대평이 받아들었다. 사숙인 구혁상으로부터 온 서찰이었다. 조만간 돌아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몇 년 만입니까?

“음... 한 오 년 정도 된 것 같구나.”

“구 사숙이 무슨 일로 오는 걸까요?”

“글쎄다. 그냥 지나는 길에 들르는 거겠지.”

“아 참! 이번에 또 도 사숙이 돈을 보내왔습니다.”

도 사숙은 구혁상의 사제인 도지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현재 형산파에 남아있는 십대제자는 구혁상과 도지림 두 사람뿐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두 사람 다 형산파에서 후학을 양성해야 하지만 재정이 어려워서 상황이 그렇지를 못했다.

구혁상은 가족도 없고, 거처도 없었다. 혼자서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그는 젊은 시절 형산파를 일으켜 세워보겠다고 미친 듯이 무공을 수련했었다.

하지만 무당파의 삼대제자에게 십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패하자 크게 좌절했다. 그 후로 구혁상은 형산파를 떠났다. 그저 가끔 이렇게 한 번씩 서찰을 보내고 들를 뿐이었다.

그에 비해 도지림은 성도(省都)인 장사(長沙)에 자리를 잡고 작은 포목점을 한다. 그는 저 먹고 살기 힘든데도 꼬박꼬박 형산파로 돈을 보내왔다. 임옥군의 다섯째 제자 도자명 때문이었다. 그는 도지림이 늦은 나이에 얻은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허! 매번 참 고맙구나.”

“사문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저희들이 부족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네. 장문사형.”

“그런데 너는 언제 가냐?”

나가서 돈 벌어오라는 뜻이었다. 관대평은 아기를 제자로 받았는데도 돈 벌러 나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하. 사형도 참. 오랜만에 구 사숙이 오는데 얼굴은 보고 가야 하지 않습니까?”

“흠. 그것도 그렇구나.”

관대평이 불쌍해서 차마 더 닦달하지 못하는 임옥군이었다.



[6]



“어서 오십시오. 구 사숙.”

임옥군이 구혁상을 반겼다. 구혁상은 삐쩍 마르고 키가 작았다. 거기다 눈이 날카로워서 성질이 여간 깐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별일 없었느냐?”

“네. 늘 평온합니다.”

“쯧쯧.”

구혁상이 낮게 혀를 찼다. 늘 평온하다는 말은 항상 그 모양 그 꼴이라는 뜻이었다. 어쩌다 한 번씩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도대체가 발전이 없었다.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임옥군이 자리를 권하자 구혁상이 의자에 앉았다.

“사부님. 운상입니다.”

“오. 그래. 들어와라.”

적운상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구혁상 옆에 있는 사각탁자에 차를 내려놓았다.

“못 보던 놈이구나.”

“어서 인사 올려라. 네 사숙조님이시다.”

“적운상이라고 합니다. 사숙조님.”

“헐! 보아하니 수련이 고되지 않은 모양이구나.”

적운상이 뚱뚱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적운상이 그것을 깨닫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생긴 것만큼 둔하지는 않구나. 나가 보아라.”

“네. 사숙조님.”

적운상이 방을 나가자 임옥군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물었다.

“밖은 어떻습니까?”

“밖? 어디 말이냐? 산 밑을 말하는 것이냐?”

“하하. 사숙님도 참.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무림의 정세를 묻는 겁니다.”

“그건 알아서 뭘 하려고? 늘 이 자리에 이렇게 있을게 아니더냐?”

“그거야 그렇지만...”

“윗물은 변함이 없다. 아랫물만 늘 진흙탕일 뿐이다.”

윗물이란 굳건해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명문정파와 세가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아랫물이란 명성을 얻고 세를 키우기 위해서 아옹다옹하는 지방의 작은 세력들을 뜻했다.

“허! 그렇군요.”

“그렇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예전부터 두 사람은 그렇게 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이렇게 만나니 더욱이 공통된 화제가 없었다.

“얼마나 머무실 생각이십니까? 오신 김에 아이들이 무공을 수련하는데 조금 도움을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렇잖아도 그 말을 하려고 했다. 지금 제자가 모두 몇 명이냐?”

“여덟 명입니다.”

구혁상은 의외였다. 많아봤자 네댓 명 정도라고 생각했다. 전대도 그랬고 그 전대도 그랬다. 일대의 제자들 수가 다섯 명을 넘는 경우가 없었던 것이다. 나름 임옥군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적지 않구나.”

“많지도 않습니다.”

“키울 돈 없지?”

“험! 그야 뭐...”

임옥군은 할 말이 막히자 괜히 헛기침을 하며 찻잔을 들었다.

“아이 하나를 내가 맡으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간 천하를 떠돌며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다.”

“아! 축하드립니다. 사숙.”

사실 구혁상이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봤자 오십 보 백 보였다. 무공이 고만고만한 상태에서 뭔가를 깨달았다고 해서 갑자기 강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강해졌다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었다.

“축하는 무슨...”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구혁상이었다.

“그럼 이곳에 남아서 모든 아이들에게 그 깨달음을 전해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 없다. 한 명이면 족해. 줄 테냐 안 줄 테냐?”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을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허면 혹시 마음에 둔 아이가 있습니까?”

“없다. 그렇지. 방금 차를 가져왔던 아이가 좋겠군.”

“운상이를 말입니까?”

“왜? 싫으냐?”

“아닙니다. 그건 아니지만...”

당장에 적운상이 없으면 곤란한 점이 많았다. 궂은일은 그가 도맡아 하는데다 무엇보다 나연오와 나연란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다섯째 도자명은 어떻습니까?”

“흥! 지림이의 아들놈 말이냐?”

“그렇습니다.”

“됐다. 고놈이 잘못되면 지림이에게 무슨 말을 들으려고?”

“음... 그럼 여아이기는 하지만...”

임옥군이 넷째 주양악을 얘기하려고 하는데, 여아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구혁상이 인상을 찌푸렸다.

“여자아이를 데려다가 뭘 가르치라는 거냐?”

“음...”

첫째 막정위와 둘째 초사영은 무공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다. 나중에 형산파가 발전하는데 주춧돌이 될 아이들이라 여겨 지금도 온갖 정성을 들여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구혁상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그러기에는 그동안 들인 공이 너무 아까웠다.

‘잡일이야 전에는 다른 아이들이 했었으니 큰 문제가 없을 테고, 연오와 연란이를 돌보는 것도 차츰 하다보면 늘 것이다.’

임옥군이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정리했을 때였다.

“옜다.”

구혁상이 던지는 주머니를 임옥군이 얼결에 받아들었다.

“보태 써라.”

주머니가 제법 묵직하다. 임옥군이 주머니를 슬쩍 열어보고 놀란 얼굴을 했다. 안에는 금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얼핏 봐도 열 냥이 넘는 것 같았다.

“사숙.”

“왜?”

“운상이를 데려가십시오.”

“그러려고 했다.”

임옥군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7]



이른 새벽이었다. 누군가가 흔들어 깨우자 적운상이 간신히 눈을 떴다.

“어서 일어나라.”

“으응...”

적운상이 부스스하니 일어나 앉아 자신을 깨운 사람을 봤다. 구혁상이었다.

“사숙조님.”

“그래. 어서 떠날 채비를 해라.”

“네? 떠나다니요?”

“너는 지금 나랑 함께 가야한다.”

적운상은 멍하니 할 말을 잊고 구혁상을 봤다. 일이 고되기는 했지만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이 년 동안 가족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연락도 없었다. 그러나 외롭지 않았다. 사부님이 있었고, 사형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들이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떠나야 한다니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서 준비하라니까 뭐하고 있는 거냐?”

“어디로 가는 거예요?”

“그건 차차 알게 될 거다. 멀리 가야 하니까 준비를 단단히 해서 밖으로 나와라.”

“하지만...”

적운상이 말끝을 흐리며 옆에서 자고 있는 사형제들을 봤다.

“지금 깨워서 인사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어차피 나중에 다시 만날 테니 그냥 가는 것이 좋다.”

“알겠습니다.”

적운상이 힘없이 대답을 하고 간단히 옷가지들을 챙겼다. 그러다 사형제들이 자는 모습을 봤다. 막정위나 초사영은 한쪽에서 잘 자고 있었다. 하지만 주양악은 이불을 발로 차서 배를 내놓고 엉망인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적운상이 옷을 바르게 하고 이불을 끌어당겨서 덮어줬다. 자기 전에 마구 벗어놓은 옷도 챙겨서 머리맡에 잘 개어놓았다.

나연란과 나연오도 한 번씩 살핀 적운상이 마지막으로 은서린에게 갔다. 그녀는 깜찍한 모습으로 곤히 자고 있었다.

적운상이 볼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다.

“으음...”

“잘 있어. 사매.”

작게 속삭이듯이 말을 한 적운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문을 열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사형제들을 봤다.

“어서 나오지 않고 뭐하는 게냐?”

구혁상의 재촉에 적운상이 방을 나왔다.

“가자.”

“네.”

적운상이 구혁상을 따라 본관을 지나 정문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앞에 검은 인영이 비췄다. 뒷짐을 지고 서있는 그는, 다름 아닌 임옥군이었다.

“사숙. 말도 없이 이른 새벽에 떠나시다니요. 제가 뭐를 섭섭하게 했습니까?”

“아니다. 기왕지사 마음을 정한 것,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려 한 것뿐이다.”

“그래도 그렇지요. 아직 운상이한테 이야기도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대신 했다.”

“사숙!”

“나중에 돌아오면 잘 해주어라. 그럼 되는 거지. 가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왜?”

“이제 가면 언제 볼지 모르는데 인사라도 제대로 나눠야 하잖습니까?”

“험!”

구혁상이 허락의 뜻으로 헛기침을 하며 새벽하늘을 올려다봤다.

“운상아.”

“네. 사부님.”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구나. 너는 지금부터 구 사숙을 따라가서 더 큰 세상을 접하고 오너라.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던, 네가 형산파의 문인임을 잊지 말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그래. 이리 와 보거라.”

임옥군이 적운상을 품에 안고 등을 다독였다.

“녀석. 이제 가보아라.”

“네. 사부님. 제가 없는 동안 보중하십시오.”

“그래.”

임옥군은 떠나가는 적운상의 뒷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있었다.



[8]



“왜 이제야 우는 게냐?”

적운상은 임옥군과 헤어질 때 슬픈 기색 없이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형산파가 거의 안보일 때쯤 되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부님 앞에서 울면 사부님이 슬퍼 할까봐 그랬어요.”

“허!”

적운사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면서 하는 말에, 구혁상은 낮게 혀를 찼다. 어린 나이에 이리 속이 깊을 줄은 뜻밖이었다.

“훗날, 네가 돌아왔을 때는 형산파의 기둥이 될게다. 무너져가는 형산파를 네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게 내가 만들어주마.”

오랜 세월동안 가슴에 묻어둔 한이었다. 또한 숙원(宿願)이었다. 구혁상의 눈에 광기가 어리며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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