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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꽃에 지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3.11.29 02:01
최근연재일 :
2014.01.08 18:36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56,860
추천수 :
7,240
글자수 :
58,218

작성
13.12.05 00:02
조회
14,794
추천
478
글자
9쪽

3장 짜증나는구나.[3]

DUMMY

3


별채 앞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독서를 하고 있던 유운청은 다가오는 인기척에 살짝 인상을 쓰면서 책을 덮었다. 어쩐지 오늘은 유소희와 유은성이 안 온다했다. 대신에 유장천이 저리 오는 것을 보니 그간 이곳에 드나든 것을 안 것이리라.

“무슨 일로 직접 발걸음을 했느냐?”

약간 비꼬는 투였다. 조용히 독서를 하는 그만의 시간을 방해받았기 때문이었다.

유장천은 유운청의 애늙은이 같은 말투가 상당히 거슬렸다. 제 아비에게 하대를 하는 자식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리 된 것에는 그의 책임도 있는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에 바로 용건부터 꺼냈다.

“먼저 묻겠다. 네가 은성이에게 내공심법을 가르쳐줬느냐?”

“흠, 그것 때문이로군. 쯧.”

“대답해라.”

“가르쳐줬지. 가문의 내공심법이라고 알고 있는 게 너무나 형편없어서 조금 뜯어고쳤느니라. 왜? 마음에 들지 않는 게냐?”

“네가 그리했다는 것이냐? 다른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고?”

유운청은 유장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긴 자신이라 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일 년 전에는 백치였던 아이가 어느 날 깨어났는데 무공의 고수가 되어 있다면 누가 믿겠는가?

유운청은 자신이 조금 경솔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행히 유장천이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했다. 이에 조금만 맞춰주자 생각했다.

“알아차렸군. 실은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이 있느니라.”

“그게 누구냐? 누구기에 감히 여기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게냐?”

“그건 나도 모른다. 몇 번 보지 못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허면 네 말투는 어찌 된 것이냐? 분명 나이가 있는 노인일터, 해서 네 말투도 그런 것이 아니더냐?”

“흠...뭐, 그럼 그렇다고 치지.”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는 유운청을 보면서 유장천은 어이가 없었다. 어찌 저리 나이에 맞지 않게 노인네 같단 말인가?

뭐가 어찌 되었건 우선은 저 말투부터 고쳐야 할 것 같았다.

“아비에게는 그리 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전에 한 번 말했던 것 같은데, 내게 아비 대접받을 생각하지 말라고.”

“어쨌든 조만간 내게 예절을 가르칠 사람을 찾아서 보내마.”

“되었다. 감히 누구에게 예절을 가르친다는 것이냐?”

“하아...운청아. 네 나이 이제 열한 살이다. 한데 그런 말투를 쓰면 많은 사람들이 너를 우습게 볼 것이다. 그건 우리 가문을 낮춰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알게 뭔가?

어차피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이런 말투를 쓴다. 더구나 이제 이 년 후면 무공이 절정에 오를 터, 그때는 누구도 감히 그를 우습게보지 못할 것이다.

“내게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조를 하지 않았더냐?”

“이건 간섭이 아니다. 가문을 위해서 하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 만약 네게 내공심법을 알려준 사람이 오면 꼭 이 아비가 보기를 원한다고 전해라.”

유장천은 유운청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일방적인 통보나 다름없었으나 유운청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소소한 일에 심력을 낭비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나 며칠 후에 웬 학사 한 명이 와서 예법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떠들자 그때 확실히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꼬장꼬장하게 생긴 그 학사는 유운청을 완전히 아이취급하며 가르치려고 했다. 이에 유운청이 참다못해 소리쳤다.

“닥치고 꺼져라.”

“허, 나이가 많은 존장에게는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흥! 네가 나를 가르치는 것은 백 년은 이르다. 한 백 년 더 살고 오란 말이다.”

“어찌 이리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게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당장에 꺼지지 않으면 그 목을 베어버리겠다.”

“감히 하늘같은 스승에게...”

말을 하던 학사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입을 닫았다. 어느새 뽑아든 유운청의 검이 목에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한다. 꺼져라. 내 손에 피를 묻히기 싫으니.”

학사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후다닥 도망치듯이 가버렸다. 그걸 보고 유운청이 낮게 혀를 찼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백 년 이상을 살아온 그에게 뭔 예법이란 말인가?

그동안 그런 거 몰라도 잘만 살아왔었다. 무림은 무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예법 같은 거 배울 시간에 검을 한 번 더 휘두르는 것이 나았다.

그 후로도 계속 학사들이 찾아왔으나 유운청은 검으로 위협해서 모두 쫓아버렸다. 오는 자들이 하나같이 권위를 내세우거나 그를 아이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몇 번, 이번에는 웬 여인네가 찾아왔다.

그녀는 유운청과 마주 앉아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다. 유운청은 그 시선이 짜증나서 먼저 입을 열었다.

“뭘 그리 보는 것이냐?”

“그 전에 먼저 묻고 싶군요. 왜 나한테 하대를 하는 거죠?”

“그야 당연히...”

유운청은 자신의 나이가 더 많다고 할 수가 없자 말문이 막혔다. 그의 정신은 이백 년도 더 산 노인이었으나 몸은 이제 열한 살짜리 아이였다. 환생에 대한 것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겠지만 굳이 할 이유도 없었다.

“말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죠. 상대를 존중해주지 않으면 상대도 당신을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신룡유가는 인근에서 알아주는 명문가입니다. 무가(武家)로서도 이름이 높고요. 그렇다고 그렇게 아무에게나 다 하대를 한다면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들은 당신을 우습게 볼 것입니다.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무식한 칼잡이라고.”

“누가 무식한 칼잡이라는 것이냐? 어떤 놈이 감히...”

저도 모르게 흥분한 유운청이 크게 소리치다가 귀까지 빨개져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무인에게 있어서 흥분한다는 것은 곧 실수로 이어지고 그것은 죽음을 뜻한다. 한데 이제 스물이나 됨직한 계집의 말에 흥분을 한 것이다.

하나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검을 든 무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그거였다. 무식하다는 말.

유운청의 경우는 그게 조금 심할 뿐이었다. 전생의 그는 천애고아였었다. 그래서 예절이나 그런 것들을 배운 적이 없었다. 사부를 만난 이후에도 오로지 검만 익히느라 그런 것은 등한시 했었다. 게다가 너무 이른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오르다 보니 사람들이 먼저 굽실거렸고, 이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었다.

하나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자들은 출신이 비루한 무식한 칼잡이라는 말로 그를 폄하했었다. 더구나 당시는 무(武)보다는 문(文)을 더 중시하던 송나라 때라 그게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물론 혁리강은 싹 무시하면서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출신에 대한 열등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명문가의 자제면 그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합니다. 검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은 못 배운 천출이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패배를 인정하게 하고 진정 우러러보게 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합니다. 대답해보십시오. 사람들이 계속 무시하고 우습게보기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대단하다 생각하며 진정으로 따르기를 원하십니까? 혹시 앞으로도 계속 그리 사실 생각입니까? 그러하다면 저는 두말 않고 물러가겠습니다. 배울 의지가 없는 자를 가르칠 정도로 저는 값싼 스승이 아닙니다.”

여자는 당당했다. 또한 학자로서 자존심이 드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낮출 줄 알았다. 유운청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릇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저래야 한다.

더구나 여자는 그를 아이 취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온 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좋다. 허면 당분간 나를 가르쳐보아라.”

“저를 스승으로 생각한다면 말투부터 고치십시오.”

“음...”

유운청이 선뜻 그리하지 못하자 여자가 담담한 어조로 다시 말을 꺼냈다.

“왜? 그리 하지 못하겠습니까? 옛 성현이 말하기를 세 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했습니다. 그리고 정녕 배우고자 한다면 먼저 숙여야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제가 공자님을 최고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하니 공자님도 저를 최고의 스승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유운청은 최고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의 드높은 자존심을 충족시켜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검에 있어서도 최고였으니 당연히 이런 것도 최고로 인정을 받아야 할 것 아닌가?

“허 참...보통이 아니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주하연이라고 합니다.”

여자가 이름을 밝히자 유운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포권을 하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나는 유운청이라고 하오. 앞으로 스승으로 모실 터이니 많은 가르침 부탁하오.”

나름 양보를 많이 한 유운청이 하오체를 쓰면서 말했다. 앳된 얼굴로 그러니 굉장히 귀여웠으나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다.

“훗! 이제야 대화가 되겠군요.”

주하연이 환하게 웃으면서 마주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작가의말

홍보글을 하나 올렸는데 포탈을 열 줄 모르는군요.

하도 오랜 만에 하니 다 까먹었어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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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지 겸 한담입니다. +18 14.01.08 6,021 65 1쪽
16 4장 낭중지추(囊中之錐)니라.[1] +40 13.12.09 15,521 496 8쪽
15 3장 짜증나는구나.[5] +18 13.12.07 15,219 469 11쪽
14 3장 짜증나는구나.[4] +13 13.12.06 14,234 431 7쪽
» 3장 짜증나는구나.[3] +18 13.12.05 14,795 478 9쪽
12 3장 짜증나는구나.[2] +7 13.12.04 14,636 432 8쪽
11 3장 짜증나는구나.[1] +8 13.12.03 14,291 432 7쪽
10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5] +16 13.12.02 15,125 453 12쪽
9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4] +10 13.12.02 14,803 424 8쪽
8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3] +7 13.12.02 14,911 450 8쪽
7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2] +7 13.12.02 14,702 465 8쪽
6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1] +11 13.12.02 15,142 462 9쪽
5 1장 예가 어디냐? [4] +15 13.11.29 15,826 436 11쪽
4 1장 예가 어디냐? [3] +10 13.11.29 15,717 411 8쪽
3 1장 예가 어디냐? [2] +11 13.11.29 17,054 453 7쪽
2 1장 예가 어디냐? [1] +9 13.11.29 19,572 426 8쪽
1 서장 +10 13.11.29 19,292 45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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