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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꽃에 지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3.11.29 02:01
최근연재일 :
2014.01.08 18:36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56,859
추천수 :
7,240
글자수 :
58,218

작성
13.12.02 10:43
조회
14,802
추천
424
글자
8쪽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4]

DUMMY

왕양관이 할 말을 잃고 있자 유운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주가 없다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대신에 허튼 짓은 말아라. 그래야 서로 좋게 끝날 테니까.”

“허면 가주님이 오면 그 아이들을 순순히 풀어주겠다는 거냐?”

“그러지.”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냐?”

“그 전에 저기에 저 놈부터 막아라. 너 몰래 나한테 손을 쓰려고 하는군.”

유운청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정말 부하 한 명이 품에 손을 넣고 암기를 던지려하고 있었다.

“이놈! 무슨 짓이냐? 내가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느냐? 행여 소가주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목이 온전할 성 싶으냐?”

바로 옆에서 호통을 치자 암습을 하려던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별호가 괜히 벽력대호가 아니었다. 그 큰 몸집에서 뿜어지는 위압감과 마치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 같은 외침은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죄, 죄송합니다. 총관님.”

“모두 들어라! 충성심이나 헛된 공명심에 섣불리 손을 쓰는 자는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왕양관이 크게 소리치자 그 사내 말고도 몰래 손을 쓰려던 몇몇 사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망설였다. 왕양관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거기다 성질이 불같아서 일단 저지르고 본다.

그런 사람이 총관이 된 것은 유일하게 단 한 사람, 유장천 앞에서만큼은 온순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도 오로지 유장천뿐이었다.

“시끄럽다! 이 미련한 곰 같은 놈아! 내세울게 없으니 목소리만 커서는...”

유운청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왕양천이 눈을 몇 번 껌벅거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유운청이 한 말은 가주인 유장천이 그를 혼낼 때 쓰는 말과 흡사했다. 그제야 유운청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니 유장천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다.

마치 계집아이처럼 예쁘장한 얼굴이라 처음에 봤을 때는 전혀 몰랐으나 언뜻 유장천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오래 전에 죽은 백서희의 모습이 겹치자 왕양관은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뒤에서 뾰족한 외침과 함께 한 중년여인이 나타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죠?”


4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어 육감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채, 사뿐거리는 걸음걸이로 걸어오는 여인, 그녀는 다름 아닌 고성연이었다.

“오셨군요.”

왕양관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썼다.

“지금 내 아들이 잡혀 있는데 뭘 하고 있는 거죠?”

“그, 그게 일단 사정을 들어봐야...”

“무슨 사정을 말하는 거죠? 만약 은성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아니 잘못되어 죽기라도 하면 그 책임을 당신이 질 건가요?”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왕양관이 자신 있게 말했으나 고성연의 질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당신 목숨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 세가의 후계자가 죽으면 당신 목숨이 무슨 쓸모가 있죠?”

“그...그건...”

왕양관은 말문이 막히자 결국 입을 다물었다. 평소 왕양관은 고성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모이니까 어쩔 수 없이 숙일 뿐이었다.

그녀는 오만하고 도도했다. 명문가의 여식이고 미모가 뛰어나니 그것까지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전혀 모르고 안하무인(眼下無人)처럼 행동하는 것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믿음을 보여줘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면박을 주면 어쩌자는 말인가?

더구나 유은성이 인질로 잡혀 있는데 친어미인 그녀가 모습을 보이면 저들은 자식을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용해서 더욱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운청이 고성연을 향해 대놓고 욕을 했다.

“그동안 시답잖은 것들을 보낸 것이 바로 네 년이로구나.”

고성연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유운청을 봤다. 확실히 보고를 받았을 때와는 달랐다.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외모에서 백서희의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이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씹으며 중얼거렸다.

“어린놈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어서 그 아이를 놔주어라.”

“이 녀석 말인가?”

유운청이 그렇게 말하면서 붙잡고 있던 유은성의 발을 후려 찼다. 그러자 유은성이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넘어졌다.

그걸 보고 고성연은 물론이고 왕양관도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유운청의 검이 유은성의 목에 닿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선 팔부터 하나 잘라볼까? 그래도 세가를 이어가려면 검을 쥐어야 하니 왼팔로 하지. 검은 한 팔로도 휘두를 수가 있으니까.”

유운청이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검을 움직여 유은성의 왼팔에 댔다.

“잠깐! 기다려! 기다려라!”

고성연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유운청이 나른한 표정으로 그녀를 봤다. 그 바람에 시선이 마주치자 고성연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어린 아이의 눈이 어찌 저리 깊단 말인가?

마치 망망대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고성연은 두려움이 들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가 뭘 할까 싶었다. 그래서 자꾸 대화를 하려는 왕양관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깊이 가라앉아 있는 유운청의 눈에는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었다. 아마 그는 유은성의 팔다리를 끊은 후에도 저리 담담할 것이다.

“원하는 것이 뭐냐? 뭐든지 들어줄 테니까,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말거라.”

이리 될 것을 염려했거늘, 왕양관이 옆에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가? 그럼 이리 가까이 오너라.”

애늙은이 같은 말투였다. 계집아이 같은 얼굴로 그런 말투를 쓰니 꽤나 귀엽게 느껴질 만도 하련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안 됩니다. 가모님. 우선은 가주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왕양관이 고성연을 말렸다. 하지만 고성연은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은성이를 죽이려 하잖아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인 고성연이 천천히 유운청에게 다가갔다. 왕양관은 여차하면 뛰어들어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공을 잔뜩 끌어올렸다.

고성연이 약 세 걸음 정도까지 다가오자 유운청이 낮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대화를 해야 하는데 시선이 맞지 않는구나.”

무릎을 꿇으라는 소리였다. 고성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누구던가?

금천고가에서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신주단지 모시듯이 컸으며 지금은 신룡유가의 가모였다. 그런 그녀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불안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유은성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네 놈! 반드시 죽여주마. 네 어미처럼, 반드시 죽여주마!’

고성연이 이를 갈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표독한 눈으로 유운청을 봤다.

“이제 되었느냐?”

유운청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뜩 긴장한 채 서있는 왕양관을 향해 소리쳤다.

“뒤에 있는 미련한 곰아. 나는 이 여자와 할 말이 있으니 모두 데리고 십장 밖으로 물러나라.”

왕양관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고성연은 무공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녀마저 붙잡힌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결정권은 그에게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가모님.”

“따르라 했습니다!”

고성연은 크게 소리치면서도 유운청에게서 단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유운청도 마찬가지였다.

그 분위기는 감히 누군가가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걸 느낀 왕양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부하들을 뒤로 물렸다.

“모두 십장 밖으로 물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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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지 겸 한담입니다. +18 14.01.08 6,021 65 1쪽
16 4장 낭중지추(囊中之錐)니라.[1] +40 13.12.09 15,521 496 8쪽
15 3장 짜증나는구나.[5] +18 13.12.07 15,219 469 11쪽
14 3장 짜증나는구나.[4] +13 13.12.06 14,234 431 7쪽
13 3장 짜증나는구나.[3] +18 13.12.05 14,794 478 9쪽
12 3장 짜증나는구나.[2] +7 13.12.04 14,636 432 8쪽
11 3장 짜증나는구나.[1] +8 13.12.03 14,291 432 7쪽
10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5] +16 13.12.02 15,125 453 12쪽
»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4] +10 13.12.02 14,803 424 8쪽
8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3] +7 13.12.02 14,911 450 8쪽
7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2] +7 13.12.02 14,702 465 8쪽
6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1] +11 13.12.02 15,142 462 9쪽
5 1장 예가 어디냐? [4] +15 13.11.29 15,826 436 11쪽
4 1장 예가 어디냐? [3] +10 13.11.29 15,717 411 8쪽
3 1장 예가 어디냐? [2] +11 13.11.29 17,054 453 7쪽
2 1장 예가 어디냐? [1] +9 13.11.29 19,572 426 8쪽
1 서장 +10 13.11.29 19,292 45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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