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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백(風伯)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 꽃에 지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풍백(風伯)
작품등록일 :
2013.11.29 02:01
최근연재일 :
2014.01.08 18:36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56,868
추천수 :
7,240
글자수 :
58,218

작성
13.12.02 09:56
조회
14,702
추천
465
글자
8쪽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2]

DUMMY

2


챙!

어두운 방안에서 정삼목의 검이 복면인의 검과 부딪쳤다. 그러자 복면인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이놈이 이렇게 강했던가?’

부하들에게 보고를 받았을 때는 쉽게 믿기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직접 검을 맞대보니 확실히 예전과 달랐다.

그가 아는 정삼목은 뒷배 하나 없는 삼류무사였다. 실력이라고 해봐야 제가 갖고 놀기에 딱이었다. 한데 지금은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는데도 쉽게 우위를 점할 수가 없었다. 겨우 일 년 만에 어찌 이리 강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정삼목이 강해진 것은 유운청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의 부하들도 단단히 한 몫 거들었다는 것을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일 년 간 암살자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서 유운청을 노렸었다. 다행이라면 그들이 소란스러운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암살시도가 있었을 때, 유운청은 그것을 확신했다.

상대는 정삼목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고수였다. 한데 우습게도 그는 방안의 집기들이 부서지지 않게 굉장히 조심하면서 싸웠다.

그걸 보고 유운청은 저들이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살수가 아니란 것과 시끄럽게 소란이 일어 가주인 유장천이 달려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들은 유운청이 다시 백치가 되거나 자연스레 죽기를 원하고 있었다. 유장천 모르게 말이다. 그래서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랬더니 한 번만 더 칼을 휘두르면 정삼목을 제압할 수 있었는데도 복면인은 후다닥 도망을 쳤다.

이후로 서너 번 더 암살자들이 왔었으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에 유운청은 세가 내에서 고성연의 영향력이 의외로 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조심할 이유가 없었다. 최근 세력을 불리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유운청은 웃었다. 마침 정삼목의 대련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실전을 주기적으로 겪는다면 실력이 몰라보게 늘 것이다.

그때부터 정삼목은 암살자들이 나타나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리고 위험하다 싶으면 유운청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기를 일 년! 정삼목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챙챙챙챙!

정삼목과 복면인의 검이 연속으로 네 번이나 부딪쳤다. 유운청이 보아하니 이번에 온 놈은 제법 강했다. 그래봤자 과거에 혁리강이었던 유운청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아니었지만, 정삼목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였다.

더구나 이전에 왔던 복면인들과는 달리 그는 소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치적거리는 집기를 마구 부수며 무공을 펼치다가 이내 방문까지 부수며 정삼목을 밖으로 밀어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끝을 보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정삼목이 패하고 만다. 벌써부터 그는 검의 움직임이 꼬이고 있었다.

유운청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복면인의 눈이 이채를 발했고, 정삼목은 목이 타들어갔다.

그를 지키기에 벅찬 상황이었다. 한데 저리 모습을 보이면 어쩌자는 건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자는 이전의 자객들과는 달랐다. 하나 그런 생각도 잠시, 유운청의 외침에 곧 그가 왜 나타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측 다리!”

쐐에에엑!

정삼목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유운청이 시키는 대로 급작스럽게 검을 꺾어 복면인의 우측 다리를 공격했다. 그러자 복면인이 크게 놀라면서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하지만 그냥 피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 검을 내질렀다.

챙!

가까스로 공격을 막은 정삼목이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복면인이 재차 공격을 가했다.

“좌측 팔, 우측 옆구리.”

이번에도 정삼목은 유운청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면인의 좌측 팔을 베고, 우측 옆구리를 찔렀다. 드러난 허점을 서슴지 않고 공격해오니 복면인은 계속 공세를 펼 수가 없었다.

챙챙!

다급하게 방어를 한 복면인이 힐끗 유운청을 봤다. 어린놈이 어떻게 자신의 허점을 저리 짚어낸단 말인가?

당장에 유운청을 베고 싶었으나 정삼목이 끈질기게 달라붙으니 몸을 뺄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하를 한 명이라도 데리고 오는 건데 실수를 했다.

매번 다쳐서 오는 부하들을 보며 혀를 차다가 이번에는 직접 손을 쓰기로 하고 혼자 온 것이다. 위에서 오늘은 소란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한데 그 때문에 오히려 당하게 생겼으니 등골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목! 좌측! 목! 목!”

유운청이 크게 외치자 정삼목이 복면인의 목을 집요하게 노렸다. 최근 무공이 크게 늘은 정삼목이라 내지르는 검이 제법 위력적이었다. 또한 믿는 바가 있으니 주저함이 없었다.

챙챙챙챙!

복면인은 정삼목의 공격을 막아내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가 무릎이 뜨끔 하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다리가 풀썩 꺾이면서 몸이 휘청했다.

그 때문에 크게 허점이 노출되자 정삼목의 검이 그의 어깨를 깊게 베었다. 원래는 목을 노렸으나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어깨로 대신한 것이다.

“하앗!”

정삼목이 몸을 빙글 돌리며 복면인의 가슴을 찼다. 팔로 막았음에도 복면인은 뒤로 튕겨나갔다. 그러자 정삼목이 머리를 벨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자세를 확 낮추면서 다리를 찼다.

“헉!”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복면인이 넘어지는 순간, 그의 목에 검이 꽂히면서 피가 솟아올랐다.

정삼목은 뒤이어 마무리를 지으려다가 흠칫하며 멈춰 섰다. 그리고 피를 뒤집어 쓴 채 유유히 서있는 유운청을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뒤로 물러나는 복면인의 다리를 벤 것도 유운청이었다. 그 때문에 정삼목이 기회를 만들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나이 이제 열한 살이었다. 한데도 사람을 베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더구나 목숨을 끊어 피를 보고도 담담했다.

마치 벌레를 죽이듯, 의미 없고 하찮은 죽음을 대했을 때의 표정이었다. 알 수 없었다.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달빛을 받으며 서있는 유운청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런 정삼목을 향해 유운청이 낮게 혀를 찼다.

“쯧쯧, 넌 그게 문제다. 몇 번을 말해야 하느냐? 실력이 안 되면 상대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허점을 드러내 오히려 끌어들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말이 쉽지 그게 어디 뜻대로 되던가?

하지만 그렇게 해야 이길 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정삼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운청은 죽은 사내의 몸에 검을 문질러 피를 닦아내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때가 된 것 같구나.”

“무슨 말씀입니까?”

“저들이 규칙을 깼으니 나도 굳이 그걸 고수할 필요가 없지.”

지금까지 복면인들은 혹여 소란이 일어 가주인 유장천의 귀에 들어갈까 두려워 은밀하고 조용히 움직였었다. 유운청도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유장천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이 끊임없이 암습을 해와도 묵묵히 묻어놓았었다.

그것이 무려 일 년 간 지속되었었는데 그 암묵적인 규칙이 깨진 것이다. 대놓고 소란을 피우는 걸 보니 오늘은 유장천이 어딘가로 가고 없음이 분명했다.

“이 자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면 곧 다시 사람을 보낼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에 말 한대로 한다.”

유운청이 하는 말을 듣고 정삼목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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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에 지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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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지 겸 한담입니다. +18 14.01.08 6,026 65 1쪽
16 4장 낭중지추(囊中之錐)니라.[1] +40 13.12.09 15,521 496 8쪽
15 3장 짜증나는구나.[5] +18 13.12.07 15,219 469 11쪽
14 3장 짜증나는구나.[4] +13 13.12.06 14,234 431 7쪽
13 3장 짜증나는구나.[3] +18 13.12.05 14,795 478 9쪽
12 3장 짜증나는구나.[2] +7 13.12.04 14,636 432 8쪽
11 3장 짜증나는구나.[1] +8 13.12.03 14,291 432 7쪽
10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5] +16 13.12.02 15,125 453 12쪽
9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4] +10 13.12.02 14,803 424 8쪽
8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3] +7 13.12.02 14,911 450 8쪽
»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2] +7 13.12.02 14,703 465 8쪽
6 2장 내가 네 아들이니라.[1] +11 13.12.02 15,142 462 9쪽
5 1장 예가 어디냐? [4] +15 13.11.29 15,826 436 11쪽
4 1장 예가 어디냐? [3] +10 13.11.29 15,717 411 8쪽
3 1장 예가 어디냐? [2] +11 13.11.29 17,054 453 7쪽
2 1장 예가 어디냐? [1] +9 13.11.29 19,573 426 8쪽
1 서장 +10 13.11.29 19,293 45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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