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배틀그라운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19:00
최근연재일 :
2015.12.06 00:53
연재수 :
2 회
조회수 :
518
추천수 :
6
글자수 :
6,499

작성
15.12.06 00:53
조회
234
추천
1
글자
9쪽

외로운 아이들 - 2

DUMMY

"이름이 뭐야?"


지은은 생글생글 웃으며 지현에게 그렇게 물었다. 두 손을 그렇게 서로 맞잡고 있으면 부끄러울 법도 한데 이 둘은 그런 생각따윈 하지 않는지 그저 쥔 손을 계속해서 서로 만지막거리면서 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엿 들은 거 아니었어?"

"방음이 너무 쎄서 제대로 안 들려요!"


수경의 말에 지은은 그렇게 따졌으나 원래 학생상담실이란 엿 듣지 말라고 지은 공간이다.


"이지현."

"여자 이름 같네?"

"말 좀 가려서 해!"

"아파요~!"


지은의 무례한 그런 감상에 수경은 사람이 신경 쓰는 부분을 그렇게 함부로 파는 거 아니라고 지은을 꾸짖었다. 주먹으로 쥐어박기까지 했으나 기어코 손은 놓지 않는다.

지현은 잠시 표정이 좋지 않았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놓지 않는 지은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새 표정을 풀었다.


"……넌 이름이 뭐야?"

"지은이야. 설지은. 이쁘지?"

"응."


지은은 자신의 이름에 대해 묻고 지현은 지은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수경은 그런 둘의 상황에 피식 웃고 말았다.

영원히 놓지 않을 손을 갑작스레 지현에게서 빼낸 지은은 이윽고 그 두 손을 지현의 양 어깨에 올렸다. 덩치는 지현이 훨씬 컸기에 그림 자체는 부자연스러웠다. 바른 생활 소녀가 불량소년을 설득하는 모습을 그리라면 아마 지금 이 둘을 모델로 하면 되리라-성격은 전혀 맞지 않겠지만-.


"우리 이제 친구야!"

"친구야?"

"응! 지현아!"


자신의 존재를 눈앞에서 확실하게 외치는 지은의 행동에 지현은 밝게 웃을 수 있었다.







구가고등학교의 교육은 학문보단 예체능에 치우쳐 있다. 기본적으로 반에서 받는 기본 교육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동아리 활동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그 덕에 학교의 친구관계는 같은 반보다는 같은 동아리와 취미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지현은 지은과 수경을 따라서 별관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지은은 지현을 자신의 동아리에 데려가겠다 했으나 수경의 입장에서 지현은 공문까지 내려온 특별관리대상인 만큼 그냥 보내주기가 힘들었다. 지은은 그러한 수경의 입장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말없이 같이 동행하고 있었다.


"어떤 동아리야?"


지현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음을 옮기는 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은은 그런 지현을 올려다보며, 키가 커서 좋겠다고 운을 뗀 뒤 대답했다.


"노는 곳!"

"놀아?"

"응. 게임하면서."

"……게임!?"


게임이란 말에 지현의 걸음이 단박에 멈췄다. 수경은 그런 지현의 모습에 한숨을 쉬고 지은은 괜찮다며 말했다.


"괜찮아. 게임은 그렇게 쉽게 안 없어지니까."

"아냐, 다들 처음엔 그렇게 말했어!"


받아들이기만 하던 여태까지 와는 다른 완강한 자신의 의사표현이었다. 지은은 그런 지현의 강한 반응에 잠시 눈을 크게 뜨곤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와서는 지현의 오른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붙잡았다.


"지현이 너는 즐겨하는 거 있어? 자주하는 거라던가."

"내가 즐기는 거?"

"응."


지은의 행동에 마음이 편해진 것일지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걸 떠올려서 그럴지는 몰라도 지현은 금세 행복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일이 없을 때는 자주 뛰어다녔어."

"특별히 자주 즐겨 가는 코스는 있었어?"

"집 근처면…… 조성공원."

"거기 나도 자주 가. 아직도 있어."


지은은 지현의 손을 놓고 지현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거기 좋아해. 강아지 데리고 산책 오는 사람도 많고, 가끔 밴드도 오고. ……그거 알아? 그 주변에 잘 보면 토끼도 있다?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것도 없어.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소문이 소문을 내서 점점 사람이 늘어나고 시설도 늘어나. 아마 지현이 네가 거길 뛰어서 그 모습에 자극받아 다음날부턴 자신도 뛰겠다고 조깅을 결심한 사람도 있을걸? 실제로 지금 조성공원에는 아침마다 런닝하는 동호회까지 있어. 혹시 네가 만든 것일지도 몰라!"


'만들다'. 없어진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 말에 지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때문에 뭐가 없어졌다느니 그런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여태까지 너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게임들을 했는데? 그냥 운영이 잘못되고 게임에 문제가 있으니까, 혹은 몇몇 유저들이 사고를 쳤으니까 그런 사람들 탓에 없어지는 것뿐이지 절대 네 탓이 아니야!"


지은의 강한 외침에 수경까지 덩달아 놀라는 가운데, 지은은 지현에게 다가서곤 까치발까지 들어서 지현과 시선을 가깝게 하고선 외쳤다.


"우리 동아리는 네 덕분에 '생겼단' 말이야!"


그렇게 소리 지른 지은은 세웠던 까치발도 내리고 계속해서 들고 있던 고개도 숙였다. 흥분해서 흐트러졌던 숨을 고른다. 몇 년을 마음 속 깊이 묻어뒀던 감정을 고백한 상황이라 새삼 부끄러웠다.


"……나 때문에?"


오늘 학교에 와서 계속 누군가에게 신체를 거의 잡히기만 했던 지현이 드물게도 그렇게 물으며 지은의 작은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가뜩이나 여리여리한 지은인데, 지혁이 그렇게 하니 더욱더 작아 보였다.

지현의 그런 행동에 지은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강한 시선으로 지현과 눈을 맞췄다. 지현이 잡아먹을 기세로 몸을 숙이며 지은에게 다가섰다.


"나 때문에?"

"응."

"나 때문에?"

"응!"

"나 때문에?"

"그래! 정말로!"


좀 믿으라고 말하는 듯, 지은은 아예 지현의 멱살까지 잡으며 이마를 맞대었다. 조마조마해 하는 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둘은 그렇게 서로를 노려 보기를 계속했다.


"정말로 나 때문에? 런닝도? 동아리도?"

"그래, 지현이 네 덕분에! 넌 절대 역병 같은 게 아니야!"


지은은 자신의 우상이 약해지는 건 그만 보고 싶었다. 절대 이렇게 약해질, 그런 취급받을 이유따위 없는 사람이었다.


"하하, 하하하~!"


지현은 이내 지은의 그런 눈빛과 외침에 눈물까지 흘리며 넋놓은 듯한 기세로 웃기 시작했다. 지은의 양 어깨를 붙잡았던 두 손까지 놓고 달려들던 그 두 다리는 그대로 아무렇게나 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한참을 몸부림쳤다. 누가 보든 상관없다는 모습으로 그저 맘껏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지현의 그런 모습을 앞에 두고, 지은은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얼굴까지 빨개져서 가만히 굳어 있었고 수경만이 그 둘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지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불쌍도 하지. 이런 말도 못 듣고 여태까지 그렇게 살았던 걸까."

"선생님……."

"그래, 그래. 잘 말했어."


지은은 지은대로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해, 수경은 그런 지은을 감싸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 나……!"

"그래, 알아. 어떤 기분이었는지."


지은이 한 사람을 생각하며 앞장서서 동아리를 만들고 응원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품었던 그 감정은 이미 알 사람은 알 정도로 유명했다. 동경, 존중, 존경…… 이런 게 아니라는 것 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많이 참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수경은 계속해서 지은을 토닥였다.


"……아까워!"

"응?"


뭐가? 지현은 아직까지 자지러지게 웃고 있는 가운데 지은은 수경의 품에서 갑자기 자신의 신체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진짜 조금만 더 가까웠으면 됐는데!"

"뭐?"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해프닝이라고 얼버무렸을 텐데……!"

"야?"

"정말 안 닿았다고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너 내 앞에서 뭐 하려고 했어!?"

"으아앙~ 난 왜 작은 거야!"


작긴 어디가……, 듣자하니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울기 시작하는 지은의 모습에 괜히 울컥했던 자기가 한심하게 느껴져 수경은 지은을 떼어놓고 벽에 기대서 욱씬거리는 머리의 고통에 눈을 감았다.

때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없으니 망정이지 누가 지나가기라도 했으면 대체 이 모습들을 뭐라고 생각할까?

수경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없는 이 두 소년소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정신없어서 보기 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배틀그라운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외로운 아이들 - 2 +2 15.12.06 235 1 9쪽
1 외로운 아이들 +1 15.12.05 284 5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