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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19:00
최근연재일 :
2015.12.06 00:53
연재수 :
2 회
조회수 :
519
추천수 :
6
글자수 :
6,499

작성
15.12.05 20:09
조회
284
추천
5
글자
6쪽

외로운 아이들

DUMMY

"전 뭘 해야 할까요?"

"……내가 물었잖니?"

"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큰일났구나."


문자 그대로 눈동자가 텅텅 비어있는 자신의 담당 학생을 두고 구가고등학교의 교사 김수경은 고민에 빠졌다. 눈 앞에 있는 남학생의 이름은 이지현. 학교 밖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신'이라 불리던 한 게임의 프로게이머로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고 들었다. 실제로 그래서 수경도 이렇게 직접 지현을 만난 것은 개학 이래 3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각종 게임의 프로게이머로서 바쁜 일상을 보냈다는 것치고는 지현은 피부도 깨끗하고 몸도 적당히 잘 자랐다. 프로게이머하면 비리비리하고 퀭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김수경으로선 꽤나 놀랄 일이었다. 어깨도 넓고 운동은 시킨 건지 몰라도 몸도 꽤나 덩치가 있어 보였으며 눈도 깨끗했다.


그래. 너무 깨끗했다. 들어있는 게 없는 것처럼.


들은 바에 따르면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것은 아직 나이가 채 두 자릿 수도 되지 못했던 9살 때. 그때부터 상당히 다양한 게임의 프로게이머로서 활약했다. 참가하는 게임리그마다 팀도 잘 나가고 개인 성적도 꽤나 좋았으나 이상하게 그가 하게 되는 게임은 항상 그 수명이 짧았다. 팀도 얼마 가지 못하고 해체했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불법행위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관련된 게임은 금방 사라졌다.

'귀신'이란 별명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불렸으나, 사실 그 시초는 한 네트워크에서 가는 곳마다 무슨 역병을 퍼뜨리듯 말도 안 되게 사라진다는 조롱의 의미를 담은 호칭이었다. 본인도 그 별명을 알고 있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이유는 표면상으로는 벌만큼 벌었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스스로 너무 부담스러웠다는 듯하다. 일찌감치 그만둘 각오를 했는지, 재계약도 안 하고 광고도 받지 않으면서 '그만 두겠다.'고 말하는 게 아닌 제발 자신을 내버려 두어 달라고 외친 일화는 이미 더이상 얘기거리도 못 된다.

수경은 띄워져 있던 서류의 홀로그램을 꺼버리고 지현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공허한 눈동자에 한창 때인 수경의 물 오른 미모가 비친다.


"돈 걱정은 없다고 들었는데 맞니?"

"아마 괜찮을 거에요."

"그건 다행이구나."


생각해보면 지현의 어머니 또한 꽤나 두둑하게 후원받는 우주개발자라고 했다. 요즘에는 놀라울 것도 없는 게 편모가정이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자식 둘이서 그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가구는 길지 않은 교사 생활 중에도 본 적 없었다.

자신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지현의 눈을 수경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봤다(자세히 보니 눈이 정말 예쁘다 생각했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것도 없어지면 어떻게 하죠?"

"네가 매일 낮잠 자는 걸 취미로 삼는다고 한들 사람들이 낮에 못 자게 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넌 실제로 매일 잠을 자, 그렇지?"

"선생님은 천재셨군요?"

"왠지 기분 나쁜데."


그래도 자신의 말에 잠깐이긴 해도 지현의 눈동자에 빛이 깃들다가 사라졌다.


"어차피 네가 해서 사라진 건 게임 몇 개 밖에 없잖아?"

"팀도 사라졌어요."

"걱정 마. 학교는 안 사라지니까."

"대단해요. 선생님 좋아해요."

"안타깝게도 네가 너무 어리구나."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아 수경은 잠시 웃으며 지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현의 서류에 '다정한 스킨쉽에 마음 놓는 경향이 있음.' 이라 써있다 했더니 정말 뭔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는다.

머리에 올려졌던 손을 떼자 불쌍할 정도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잡으려 하길래, 어쩔 수 없이 수경은 자신의 두 손으로 지현의 손을 감싸며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학교는 이제 제대로 나올 거니?"

"조금 무서워요."

"없어질까봐?"

"제가 재미없으면 어떻게 하죠?"

"재미라니?"


이건 또 무슨 고민인가? 수경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자신이 감싸고 있던 지현의 손, 아니 몸 전체가 조금씩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저, 별로 재밌는 성격도 아니고. 여태 이 학교에 친구도 얼마 없었고. 특별히 잘 한다 하는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이랑 대화한 적도 별로 없으니까. 다들 귀찮아하거나 그러면 저……."

"……."


아! 수경은 지현의 상태에 뭔가 깨달았다 싶었다. 그와 동시에 지현의 부모와 제대로 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제대로 된 면담을 꼭 한 번 잡자고 생객했다.

그러면서 지현을 안심시키려 한 그 때, '그녀'가 쳐들어왔다.


"그럼 지금부터 재밌게 살면 되지!"


그게 아냐. 훔쳐 들으려면 제대로 훔쳐 들었어야지.

수경은 그렇게 말하고 싶은 충동에 입이 근질근질해졌으나 지금은 잠자코 있기로 했다. 어쩌면 그녀가 혹시라도 좋은 소리를 할지도 모르니까. 그런 생각에 무슨 말을 할지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넌 누구야?"


분명 자신이 들어올 땐 수경이 지문 인식을 하고 들어온 그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온 것인지,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단아한 분위기의 아가씨 같은 외모의 소녀를 지현이 이해를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녀, 설지은은 갑자기 지현에게 자신의 오른손을 불쑥 내밀었다.


"나랑 친구하자!"

"친구?"


그렇게 되물으며 지현은 어느새 수경이 손을 놓은 것은 신경도 안 쓰고 지은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손 되게 커!" 지은이 순수하게 놀라고 "부드러워." 지현은 지현대로 지은의 손을 잡으며 놀라고 있었다.

'너 내가 손 잡았을 땐 그런 말 안 했잖아?' 하고 수경만이 편안하게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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