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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괴물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게임 기획자와 환생한 게임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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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괴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0
최근연재일 :
2020.11.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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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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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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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93화.

DUMMY

「마스크 싱어」는 비록 최고 전성기 때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하고는 잊지 못했지만, 그래도 매번 방영될 때마다 인터넷 뉴스들을 덮을 정도의 파워는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임자 있는 백설공주는 누구?]

[윤일호 작곡가 극찬, 백설공주에게 꼭 곡을 주고파...]

[마스크 싱어 역대급 출연자! 1라운드 스코어 99 대 0, 압도적인 보컬 백성공주 그 정체는?]


얼굴을 가려도 미녀인 ‘임자 있는 백설공주’의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보컬에 커뮤니티가 온통 난리가 났다.


- 와 진심 미쳤다

- 누구임 ㄷㄷㄷ

- ○○○ 아니냐? 여자 중에 이 정도 보컬은 진짜 드문데?

- 현역 가수는 아닌 거 같은데?

- 요새도 이 프로그램 하네?

- 내가 아는데 □□□에 △△△임

- 응 아이돌 꺼져

- 그래서 도대체 누구임? 제발 누가 알려줘!!! 진짜 정신 나갈 것 같애!!!


드문드문 수하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수하는 구독자 481만의 초대형 인터넷 스타. 그리고 그녀의 위튜브 노래 채널에 수십 곡의 커버송들이 올라와 있기에 수하가 가수 수준으로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 여기 또 수하충들 있네

- 으딜 인방하는 애랑 비비냐? 여기 얼굴 빠는 애들 졸라 많네

- 사실 음색이 비슷한 건 맞는데 그래도 노래 들어보면 넘사벽인 거 알잖아. 진짜 적당히들 좀 해라.

- 이래서 빠가 까를 만든다고 하는 거임. 느그들 주인 욕 먹이지 말고 꺼지셈.


다만 수하를 언급했던 이들은 이처럼 격하게 저항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 수하도 아예 안티팬이 없는 건 아니었고, 1회 방영 만에 어설프나마 팬덤을 만들 만큼 ‘임자 있는 백설공주’로서의 보컬이 완성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수호는 그러한 댓글들 및 여론들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리야, 그런데 사실 음색은 비슷하지 않아?”


사실 수하의 [매력]이 80이었던 건 나름 오래전 일. 그랬기에 위튜브에 올라온 커버송 역시 [매력] 80일 때 올라온 것들이었다.


“무력이 다르잖아. 매력적인 악기도 안 불면 무슨 소용이 있어. 그리고 던전에서 1년 동안 발성 훈련도 했으니까...”

“아하. 폐관수련이넹.”

“헤헤. 좀 그렇긴 하지. 아 그리고 그날 흡혈가챠도 잘 뽑히기도 했으니까 남들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지. 아! 오빠, 이제 큐 잡혔어. 그만 보고 일루 와.”


「마스크 싱어」 제작진과 약속한 3개월.

어차피 그때까지는 정체를 알릴 수도 알릴 생각도 없었기에, 수호와 수하는 일단 눈앞에 닥친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야.”

“왱? 아, 오빠 빼.”

“어. 뺐어. 이번에 어린이날이랑 어버이날에는 뭐할래?”

“음... 우리 가족 여행이나 갈까?”


모두가 눈에 불을 키고 ‘임자 있는 백설공주’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사이에 수호와 수하는 오랜만에 한가하게 현실 미션을 수행 중에 있었다.


[속보) 정수하 그랜드 마스터 찍음.]

- 와 진짜 챌린저 찍겠네?

- 손 다치고 나서부터 어쩐지 더 잘하는 거 같더만

- 뭐임? 봉인해제 한 거임?

- 방송 보니까 쉬는 동안에 프로들 영상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엄청 했다더라

- ㅋㅋㅋ 진짜 겜순이임

- 그런데 임자 있는 백설공주가 수하라는 말이 있던데 그거 맞음? 그거 촬영날 수하 휴방날이던데?

- 진짜? 레알임?

- ㄴㄴ 그날 랭게임 돌렸음. 언제적 떡밥을 가지고 와서 뒷북치는 거임?

- 그렇네 수수한 여자랑 수수한 남자랑 그날 겜 돌렸네.

- 아 ㅈㅅ ㅈㅅ 친구한테 말해줘야겠네


참고로 혹여 전적 검색 사이트에 행적이 들킬까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눠 대기실에서 노트북으로 BOL을 돌렸었던 수하에게 모두 까맣게 속고 있는 중이었다.



* * *



사실 ‘임자 있는 백설공주’의 무대는 조금 복불복적인 경향은 있었다.


“아...!”

“아깝다.”


일단 그녀가 사용하는 마이크가 ‘번개 정령의 가호’로 뽑는 가챠였다.


[방송 마이크 ☆]


[공장에서 만들어진 방송용 마이크. 번개 정령의 가호로 인해 300% 급속 충전이 가능해졌다.]


[남은 유효 시간: 23시간 17분 51초]


첫 번째 경연 날에는 노이즈 제거 옵션이 붙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런 뽑기.


“...그래도 오늘은 흡혈을 잘 뽑았잖아.”


그렇지만 다행히 집에서 방송국으로 오기 전에 마신 수호의 피가 썩 괜찮았었다.


[설득] 80.


노래는 상대방을 감화시키는 것이 첫 번째라고 주장하는 이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노래에서 설득력도 있으면 나쁘지는 않은 것이 확실했다.


“헛! 오늘 무대는 저번보다 훨씬 세네요. 그 뭐랄까... 막 빨려들어가는 느낌. 이 노래대로 따라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어! 저도 그랬어요.”

“그죠. 그죠. 그 마치 여왕님이 지시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확실히 오늘 청중들은 그렇게 들었다.


“하하하! 그럼 백설공주님이 아니라 백설여왕님인가요?”

“아... 그렇게 되나요?”

“아니, 가왕님이신데, 백설여왕님 맞지 않나요?”


패널들이야 약간의 방송용 유머로 나눈 얘기들은 그대로 뉴스 기사가 되었다.


[백설여왕 앞에 무릎 꿇은 도전자의 깜짝 정체는?]

[백설의 여왕님 피치 차트 꽁꽁 얼린다.]

[공주는 이제 그만, 여왕님이 명하신다. 가왕은 내 것! 백설공주 가왕방어전 압도적인 승리]


그러니까 2회차는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가왕방어전에서 승리했고.


[방송 마이크 ☆☆]


[공장에서 만들어진 방송용 마이크. 번개 정령의 가호로 인해 중저음의 출력이 200% 강화되었다.]


[남은 유효 시간: 23시간 17분 51초]


방송국에 사용될 정도의 마이크라면 고품질의 비싼 메이커의 제품이었고, 그런 메이커의 제품들은 1%의 음질을 다투는 경우도 많았다.


“어우... 오늘은 시작부터...”

“저 소름 돋았어요.”

“지르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저음부터 힘을 딱 줄줄 아는 분이시네.”


그런데 갑자기 ‘임자 있는 백설공주’의 마이크만 중저음이 특별히 좋아지게 들릴 거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3회차는 중저음이 매력적인 남성 보컬을 상대로 여성의 중저음이 더 매력적임을 증명하며 압살을 해버렸다.


[방송 마이크 ☆]


[공장에서 만들어진 방송용 마이크. 번개 정령의 가호로 인해 전반적인 출력이 150% 강화되었다.]


[남은 유효 시간: 23시간 17분 51초]


비록 의도치 않은 버프로 소리를 조절하느라 살짝 애먹은 수하였지만, 오늘은 흡혈가챠 덕으로 커버를 했다. 은근히 오랫동안 수하가 탐을 내던 빛 속성력이 오늘의 가챠템. 불과 물 역시도 상반된 매력을 연출할 수 있었지만, 빛과 어둠 역시 상반된 매력을 연출하기에는 최상의 조합이었다.


“어후... 오늘은 마치 다른 사람이 두 명이 노래를 부른 것 같습니다. 따스하면서도 차갑게...”


이건 원래 노래 선정시에 고려했던 불과 물의 힘이었고.


“...뭔가 막 행복하게 부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끈적하게 노래를 부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가수가 아니라면 배우쪽이 아닌가 싶어요. 뮤지컬 하시는 분들 쪽이 아니신가...”


공연 준비 과정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빛과 어둠의 상반된 매력에 당초 예상보다 20표 정도는 더 얻으면서 네 번째 방어전도 가뿐하게 지켜낸 수하였다.


“떠라!”

“떴냐?!”

“오빠, 이거 브금 깔아야 돼.”

“뭐?”

“나와라이~ 나와라이~ 제발 나와라이~♬”


사실 가챠 능력이 없었어도 충분히 가왕을 장기 독식할 수하였지만, 원래 가챠라는 것이 재미와 중독성이 있지 않는가. 그렇게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여덟, 아홉번을 채울 때까지 ‘임자 있는 백설공주’는 가왕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었다.


[다음 회에 가왕 고별전]

[백설공주 이제야 정체를 밝히려나?]

[백설공주의 하차 예고에 난쟁이들 초비상.]


그리고 열 번째 특별 가왕 고별전 무대까지 무사히 마친 수하가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수호와 수하는 나름 편안한 일상을 만끽했다.



* * *



사실 수하가 ‘임자 있는 백설공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두 자리 수는 족히 넘었다.


수호와 수하네 가족들은 모두 알았고, 곡 해석 및 트레이닝을 도와주는 이들도 알았으며, 커플 패션 광고를 찍었던 광고주측도 알았었다. 거기에 수하의 골수팬이자 측근인 남파주여고 동창들을 비롯해서 수하의 방송 매니저 및 편집자들도 알았고, 당연히 「마스크 싱어」 제작진만 해도 수십 명은 알 수밖에 없었다. 눈치 빠른 몇몇 기자는 제작진과의 연을 통해 확인까지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임자 있는 백설공주’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수백 수천만의 숫자에 비하면 세 자리 숫자도 참 적은 수.


“그 동안 저희 마스크 싱어 애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녀의 정체는...”


그랜드 피아노 앞에 서서 마스크를 잡은 수하의 손끝에 수많은 시선이 와 닿았다.


“바로...”


마스크가 벗겨지며 드러난 하얀 미녀의 정체에,


“인터넷 게임 방송인에서 종합 방송인으로 거듭난 위튜브 스타이자 배우와 액션배우까지 종횡무진 재능을 입증한 뒤에 우리 결혼할까요 예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로! 임자 있는 백설공주는 정수하 양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혀버렸다.


“안녕하세요. 수수 커플의 정수하입니다.”


물론 정수하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했다.

BOL을 좋아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여신으로 유명했고,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여통령으로 유명했고, 뷰티, 노래, 헬스, 먹방, 반려동물 채널까지 인터넷에서 주로 활동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스타였다. 다만 인터넷에 덜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아직 조금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드라마 출연도 하고 뉴스에서 몇 차례 나오면서 TV만 보는 사람들에게도 얼굴을 알리긴 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순간 최고 시청률 25.7%로 프로그램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건 또 처음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제작진의 배려 및 감사의 표시로 수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쭉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공중파에서 이렇게 대놓고 본인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 백설공주님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래와 피아노 연주 실력은 이미 가왕으로서 10번이나 입증했고.

미모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

종합 2등급의 수능 성적이 찍힌 성적표.

BOL 게임에서 그랜드 마스터 티어의 의미(사실 챌린저용 계정은 이미 챌린저 티어를 달았고, 시즌 말까지 유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

「망자의 시간」에서의 연기.

김석도 감독의 영화에서의 스턴트 장면과 김석도 감독의 특별 인터뷰.

...

...

...

양수로서 가지고 있던 붓글씨 실력까지.


“아주 어린 처자가 팔방미인이네. 팔방미인이야.”


방청객과 연예인 패널들은 물론이고, 실제로 오늘을 준비했던 제작진들까지도 다시 놀랄 정도로 수하는 참으로 팔방미인이었다. 아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했다.


- ㄷㄷㄷ

- ㄷㄷㄷ

- ㄷㄷㄷ

- 백설공주 그 자체

- 실화냐???

- 와 약혼자 개 부럽다 ㅠ

- 그녀의 유일한 오점... 내 여자가 아니라는 점^^

- 그러고 보면 대표님은 집에서 라이브로 노래 들으셨겠네 진짜 개 부럽다 자장가도 막 들려주는 거 아니냐?


“뭐라는 거야. 자장가 셔틀은 난데.”


진실은 장막 저 너머에.

사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올라온 수호는 입을 삐죽거리며 주변 사람들의 연락에 답장을 하며 투덜거렸고, 수하 역시 옆에서 물밀 듯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과 각종 제안들을 거절해야만 했다.


이럴 땐 시간이 답이리라.


그렇지만 정수하가 ‘임자 있는 백설공주’였던 여파는 너무 강했고, 수호와 수하가 외출을 삼가고 개인 방송에서 BOL을 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유입 시청자들이 노래를 불러달라는 채팅으로 도배를 할 정도였다. 심지어 인게임 내에서 만난 유저들도 모두 노래를 불러달라는 채팅을 칠 정도였으니...


“야 이거 그냥 너 음반 내고 100억 벌면 안 되냐? 그것도 방송으로 돈 버는 거잖아.”

“......”

“왜? 그럼 광고 안 들어오나?”

“아니, 진짜 이 참에 가수로 음원이나 낼까? 이 정도면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노래만 받아도... 아니, 이거 알아서 유명곡들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굳이 기회를 뺏는 개념도 아니잖아?”


전생의 노래 못하는 아이돌 정수하가 상상했던 그 이상으로 인기가 있었기에 수호와 수하는 계속해서 더 나은 계획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야했다.


“헤헤, 그런데 오빠?”

“응?”

“오빠는 게임 더 안 만들어?”


이제 천상계에 배치되다보니 큐를 돌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사이는 온전히 두 사람의 대화 시간. 이런 저런 대화 끝에 수하는 수호의 다음 게임 제작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응? 왜? 여기까지만 만들기로 했었잖아.”


원래 수호의 생각도 그랬지만 게임 쪽은 전문가였던 수호의 의견에 따라 수하도 그렇게 계획을 잡긴 했었다. 일단 모바일 게임들까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고, 그 안에서 승부를 내기로. 괜히 PC 게임의 개발을 들어가면서 다른 모바일 게임에 지장이 있을까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만들었잖아. 이렇게 커질 지도 몰랐고. 나도 솔직히 아이돌 중에서 노래 잘 부르는 친구들 정도나 될 줄 알았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었고. 그러니까 오빠네 회사도 이제 PC 게임 개발 시작해도 상관없잖아.”


비록 정수하에 비해서 수수 소프트가 덜 유명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개 개인이 벌어들이는 금액과 직원 500명 규모의 IT 기업이 벌어들이는 금액과 비빌 순 없었다.


“뭐... 그렇긴 한데...”


과도한 현질을 장려하는 P2W의 소위 개돼지 게임은 없지만, 지금도 OT나 MT철에는 가장 사랑받는 「다 같이 마피아 게임」부터 시작하여, 「스마트 메이드」와 「스마트 펫」은 계속 업데이트를 하며 해당 장르에서는 원조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었고, 「개미 구르기」의 최근 DLC는 수십만 장을 팔았으며, 「판타지 카드 디펜스」는 국내 한정으로는 1 대 1 대전류 카드 게임에서 2위 접속자를 유지할 정도였다. 스토리를 즐기는 유저나 레이드를 즐기는 유저를 생각하면 카드게임 장르에서는 1등이란 말.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올해 여대생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국산 모바일 게임으로 선정되었고, 「판타지 리듬 히어로」는 국산 리듬 게임의 자존심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나름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었고.


“사옥도 충분하고 이제 유지비 이외에는 돈 들어갈 때 별로 없잖아.”


사실 수호도 그런 생각으로 스믈스믈 욕심들을 내본 적이 있긴 했다. 던전에서도 그렇게 욕심을 내봤었고, 실제로 수하 몰래 회사 재정 상황 등을 살펴보기도 했었다. 그에 뜨끔한 수호가 수하의 눈을 피한 사이에 수하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 일단 올해 챌린저 미션 깨고.”


끄덕끄덕.

수호도 이제 와서는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차라리 1위를 찍는 미션이 나왔어도 지금은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커피숍으로 순이익이 1,000만원이 넘는 달을 10회 기록하는 미션은 우리가 사건, 사고만 안 저지르면 문제없지 않을까?”


커피숍 미션.

사실 이건 오래 전부터 가능한 것이었는데 항상 다른 스케줄에 치여서 후순위가 되었던 것. 달리 말하면 그만큼 만만한 미션이라는 말이었다. 언제라도 깰 자신이 있으니 영화 촬영에 밀리고, 연주 미션에 밀리고, 예능 출연들에 밀렸던 것이었다.


“친구 미션은 오빠 만나자마자 깬 거고, 100억도 이제 와서는 오빠 말처럼 노래든 연기든 뭐 하나만 맘 잡고 해도 되겠다. 아니면 위튜브를 더 키우든 커피숍으로 프렌차이즈를 하든... 뭐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내 이름 걸고 사업을 해도 되고. 내 이름 걸고 쇼핑몰 차리면 100억 금방 벌겠는데?”


끄덕끄덕.

어찌보면 참으로 건방진 말일 수도 있지만, 지금 백설공주로 대한민국에 정수하 열풍을 보면 충분하다 못해 당연한 말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건 조금 전에 수호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이기도 하지 않는가.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끄덕끄덕.

오늘은 [설득]을 빨리지도 않았는데, 수하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니까 조금 여유를 가져보자.”

“......”

“응? 오빠~ 나야 물론 미션 수행을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할 건데...”


어느 새 손을 잡은 수하의 손이 수호의 손을 주물거렸다. [진격의 타건] 효과 때문일까? 수호는 순간 오싹해졌지만, 기분 탓이려니 넘기고 수하의 말을 진중하게 들어주었다.


“그러니까 오빠도 슬슬 나랑 하고 싶은 거 생각해봐. 응?”

“...너랑?”

“응. 나 미션 다 깨면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미션 다 깨면 게임도 그만 두고, 커피숍도 신경 안 쓰고, 방송도 쉬고, 막 여유로워지면 그럴 때 같이 뭐하면 좋을지.”


지금껏 꿈꿔오던 것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수호는 다시 또 생각해보았다.

그때는 막연할 때 꿈꿨던 것들이었고, 이제는 당연히 깰 수 있으리라는 생각 하에서 수하에게 걸린 미션만 모두 끝내고 나면?


‘어... 일단 아무 것도 신경 안 쓰고 푹 잠을 때린 다음에...’


수리랑...

수리랑...

수리랑요...?♪


마치 아리랑 타령 마냥 수하와 함께 할 것들만 떠오르던 수호의 고민이 계속 되는 동안 큐가 잡혔고, 수호와 수하는 익숙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이즈 짤라.”

“어. 나는?”

“슬라시가 불편하지 않을까?”

“어. 그거 자를게. 음? 이거 아까 만난 애들인데? 또 물어보네.”


현실에서는 ‘임자 있는 백설공주’ 정수하의 다음 스케줄을 차지하려는 이들로 피곤한 두 사람은 현재 BOL에서는 또 다른 이들에게 시달리는 중이었다. 피지컬로만 그랜드 마스터 티어대의 경기에서 압살했던 그날로부터 일주일 뒤부터 두 사람의 쪽지 창에는 프로 게임단들의 테스트 제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뜻이 없다고 간곡히 거절했고, 게임단 들쪽에서도 알겠다고 받아들였었지만...


“오빠! 끌어! 오키! 잡았다!”

“나이사~!”

“어예! 이대로 7연승 가즈아!”


챌린저와 그랜드 마스터 티어가 잡히는 천상계에서 봇듀오의 캐리만으로 7연승? BOL 유저들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미드*원딜 유저 ‘양덕조’와 서폿 유저 ‘마신시러’을 탐내는 이들과 그 정체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단 말이었다.


< 승리! >


“서폿 캐리!”

“풉.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어. 그럴까?”

“그리고 오빠는 내일까지 나랑 뭐하고 싶은지 계획 짜서 보고하고, 게임 그거 어떻게 만들지도 생각해봐. 고생했어. 잘 자~.”

“어. 응? 내가 왜 보고를 해 인마! 야! 정수리! 아니, 청소 오늘 네가 하는 날이잖아! 야!”


수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수하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거리며 후다닥 도망가 버린 후였다.


“...내일 회사 가서 회의나 한 번 해볼까? 하아... PC게임이라... 에잇, 모르겠다. 수리도 데리고 가야지.”


그래서 여기저기서 목을 매고 찾는 정수하와 수호의 다음 스케줄은 수수 소프트의 수뇌부 회의가 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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