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대진파파의 내력
"이곳은 불청객을 반기지 않소. 그대들은 함부로 내가 오랜시간 공들여 만든 기관들을 망쳐버렸소. 어떻게 보상할 것이요."
선우정과 진영영은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다.
진영영이 분개하면 말하였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 할망구가 노망이 났나? 비겁하게 암계를 써서 저승 문 앞까지 갔다오게 하고나서 뭔 말도 안 되는 개수작을 부리는 것이야?"
진영영은 모래 늪에 빠져 죽을 뻔 하였던 것을 생각하니 당장에라도 할망구의 목을 베어 버리고 싶었다.
"어린년이 경우도 없고 말 버릇도 아주 나쁘구먼! 쯧쯧! 저런 것을 누가 데리고 살지....참 불쌍한 놈이구먼!"
대진파파의 말을 듣고 화가 난 선우정도 한마디 가시돋힌 말을 하려고 하는데 도하선이 황급하게 나서서 노파에게 말하였다.
"본의아니게 폐를 끼친 것 같소이다. 내가 변상을 해 드리겠소. 그런데 이런 기관장치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듣고 싶소. 대단한 능력이오."
대진파파는 실눈을 뜨고서 도하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흠! 그대는 경우를 좀 아는 것 같군!"
진영영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우정도 불쾌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경고문을 써 놓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그렇지만 그대들은 경고문 따위를 신경쓸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군그래!
은자 만냥정도면 배상이 될 것 같군!"
도하선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좋소이다. 은자 만냥을 배상하겠소.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우리들은 천려려라는 여인을 쫓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오. 노파는 혹시 그녀를 본 적이 있소?"
대진파파는 화가 난다는 듯이 지팡이로 땅을 치며 말하였다.
"나는 당신들에게 그런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소? 내가 누구를 알고 누구를 만나는지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할 수 있는 권리가 있소?"
진영영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말하였다.
"할머니! 그 요녀가 죽인 사람이 몇인지나 알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예요. 그 요녀를 그냥두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죽게 될 지 아무도 몰라요. "
대진파파는 진영영을 쳐다보면서 말하였다.
"세상에는 온갖 것들이 존재하고 있소.
양이 있는가 하면 호랑이도 있고 전갈과 지네도 있소. 낭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해서 이 세상의 모든 독사와 전갈을 없앨 수 있소?
천지가 이를 세상에 낳은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오.
나는 양쪽의 눈 색깔이 다르게 태어났다오. 그래서 아비가 나를 구박하면서 키우다가 결국에는 창녀로 팔아 버렸지."
대진파파는 눈물을 닦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왜 내가 이런 저주받은 인생을 살아야하나 한탄하면서 스스로 죽으려고 여러번 생각하였다오. 몸을 팔다가 병이 들어 죽게되자 산중에 버려지게 되었소. 몰골이 처참한 상태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다가 악인으로 알려진 도적 천행남에게 발견되어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지."
진영영이 화를 내면서 짜증을 냈다.
"아니! 이보세요. 할머니! 물어보는 것은 대답해주지 않고 왜 당신 신세타령을 하는 거예요?"
대진파파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선우정이 진영영의 소매를 당기며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진영영이 입을 다물자 대진파파는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도적 천행남은 나를 정말 사랑해 주었어.
그가 돌봐 주면서 나는 내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었지. 내가 스스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봐도 반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어렸을 때는 파내 버리고 싶었던 저주스러운 눈동자들도 생각을 바꾸니까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야.
그와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아름다웠지.
이 세상에서 그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을거야.
다행히도 그 아이는 양쪽 눈이 같은 색깔이었지."
도하선이 놀라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진파파에게 질문하였다.
"설마? 그럼 천려려가 당신의 딸이란 말이오?"
대진파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려려는 내가 사부인줄로만 알고 있는데 실은 내 보석이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딸이오. 내 목숨 보다도 더 귀한 딸이라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