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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나는 데이터고 여기가 현실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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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물녘빈곤
작품등록일 :
2014.07.25 19:59
최근연재일 :
2014.10.11 22:4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267
추천수 :
62
글자수 :
67,256

작성
14.10.11 22:49
조회
498
추천
4
글자
6쪽

에필로그

DUMMY

과거-


적막한 공간에 대비되는 널따란 방에서 알 수 없는 공식들이 영상으로 떠다닌다. 토막 난 피라미드처럼 공식들은 제멋대로 쌓여있고, 메모리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소현은 전자볼펜의 끝을 위로 향했다.


"후-아! 완성인가?!"


팽창했던 망상은 어김없이 현실로 완성됐다. 하지만 기분이 조금 묘했는데-

"이거… 막상 여기까지 오니까, 떨리네."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알고리즘이 꽤나 독특해서였다. 물론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실수를 했다거나, 그런 자잘한 이유는 전혀 없었지만… 그 '결과'라는 게 때론 허무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사실인지, 아닌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는 게 좋겠지."

인생에 몇 안될 표정을 이 때 한번 지어줬다.

∂: 뭐야. 그 바보 같은 표정?

"???"

'내가 음악을 켜둔 건가? …아닌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떠다니는 공식이 다 일뿐, 있을 리 없는 무언가가 있을 리가 없었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

∂: 여기라고, 여기!

창문 근처로 이상한 솜사탕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뭐야, 솜사탕이 말을 한다?!"

손가락으로 두어 번 찌르자, 솜사탕이 점점 작아졌다.

∂: 아앗-… 간지러우니까 그만둬.

"신기한 녀석이네… 아, 그것보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 ……


∂: 말하는 솜사탕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당연하지-"

"지금 내가 죽느냐, 마느냐의 문제니까."

∂: 그래, 지금 떠 다니는 이 공식들이 보여?

나는 의자에 기대어 공식들을 응시했다.

∂: 응.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이 알고리즘은 지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식이야.-"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말이지."

∂: …

솜사탕이 말이 없자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쉽게 말하면 인류가 살고 있는 세계로부터 '한 차원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 '차원'에서 우리를 관리하는 녀석들에 대해서 깨닫고-"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는 거지."

∂: …존재라니?

"하하하, 잘도 능청 떠는구나."

의자에서 일어나 솜사탕을 찔렀다.


"존재라는 걸 널 말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신'과 같은 존재 말이야."


∂: …하하.

∂: -푸-하하하하!

∂: 하지만 틀렸어. 난 '신'이 아니라… '왕'인걸?-

∂: 그보다 어떻게 눈치 챈 거야?

"그건, 알고리즘의 중간과정부터 예상했었어. 이 공식을 세워가는 자체가 '신'을 '구성'해 나가는 것과 같으니까."

∂: 내가 올 걸 미리 알았다는 건가?

"그래,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걸 것도 말이야."

∂: 그래서 아까 그런 태도를 한 건가. 능청은 네 쪽이 한 수위인걸?-

∂: 그럼 결정해줘, 너는 '계속해서 이 세계를 살아갈 것인가'…


∂: 아니면 '죽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인가.'


"흐흠…"

"-정말 그것을 물어보러 온 거야?"

∂: 그거야 너의 대답에 따라 다르지.

"푸하하, 그럼 너도 사실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조금은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야-"

"난 그저 너와 '이야기'하는 게 목적이었다는 걸."

∂: 정말이지… 넌 끝을 알 수 없어. 하핫,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지만.

"그래서, 진짜로 내게 원하는 게 뭐지?"

∂: 난 너에게 거래를 제안하려고 해.

"일단은 들어보도록 할까."

∂: 너도 눈치챘다시피, 넌 '현실'세계에서는 가치가 없어.

∂: 그리고 기억의 일부 또한 사라지겠지.

"기억에 일부가 사라진다…라. 조금 귀찮군."

∂: 끝이 아니야, 그리고 넌 계속해서 '전진'해야만 해.

"전진이라니, 무슨 소리지?"

∂: 아까 말한 것과 같아. 나는 너에게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살아가기 위해선 그만한 '조건'이 필요한 건 당연하잖아.

"아하, 그렇군. 이해했어."

∂: 이제부터는 내가 '제안'하는 이야기야. 너가 '현실'세계로 갔을 때, 나는 너를 몰래 도와주는 것 뿐만 아니라…-

∂: 적당한 시기가 되면 기억을 돌려줄게.

"호오… 정말인가?"

∂: 물론이야!

"그렇다면 너가 원하는 건 뭐지?"

∂: 별건 아니고…


∂: 그에 대한 대가로 너의 재능을 줘.


"푸…푸핫."

∂: ? 왜 웃는 거야?

"하하하…! 넌 인류에게 있어서는 신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네."

∂: …

"바깥세상에는 '너 조차' 평준화 될 무언가가 있겠지. 그래서 재능을 탐내는 거고."

∂: 말했잖아. '신'이 아닌, '왕'이라고.-

∂: 후후후. 뭐 좋아. 좋을 대로 해석해.

∂: 그래서 결론은 역시 'OK'겠지?

∂: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너에게 유리한 것은 없을 테니까.


"푸하하하-!"


∂: …?

"미안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억 따위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조금 귀찮겠지만."

∂: 그게 과연 마음대로 될까…

∂: 그리고 너는 이미 '네 자릿수'정도의 정점에 달하는 실력들이 있잖아.

∂: 굳이 '재능'이 없어도 문제가 되진 않을 텐데.

"글쎄. 너무 좋을 대로 해석하는데?"

∂: 으음, 아쉽네. 아쉬워.

솜사탕은 낙심하며 허공을 빙빙 떠돌았다.


"… 그렇게 내 '재능'이 탐나?"


∂: 그야 당연하지. 나는 '재능'을 모으는 게 취미이니까.

"… 좋아, 그럼 지금부터 내가 부탁하는 걸 들어줄 수 있을까?"

∂: ……!

∂: 그게 뭔데! 말해볼래?


"내가 그쪽 세계에 간다면,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까-"

"그쪽세계에 '왕'들을 우연을 가장해 한자리에 모아줘."


"그리고…"


"기억을 돌려주는 대신에, '지구'에 '나'의 복사본을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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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데이터고 여기가 현실세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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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14.10.11 499 4 6쪽
17 0. 프롤로그 14.10.11 490 6 7쪽
16 16. 시작은 한 걸음 뒤에서! 14.10.11 394 3 9쪽
15 15. 각성한 자와 화가난 자! 14.09.10 475 2 8쪽
14 14. 과거는 현재가 아니다! 14.09.07 680 2 9쪽
13 13. 피구름 맺히는 운동장! 14.09.04 489 2 8쪽
12 12. 놀이터와 학교, 그리고 싸움! 14.09.02 448 3 8쪽
11 11. 불멸의 던전에 3가지 퀘스트! 14.08.31 336 2 10쪽
10 10. 잠자는 숲 속의 샤사! +2 14.08.30 613 3 9쪽
9 9. 용병왕이 좋아하는 바로 그 것! 14.08.27 781 2 10쪽
8 8. 코알라의 계약 퀘스트-으! 14.08.24 627 2 9쪽
7 7. 생각을 바꿀만한 이야기야! 14.08.22 401 3 9쪽
6 6. 졸리니까 대신 해결해주세요! 14.08.20 524 2 10쪽
5 5. 미소녀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14.08.19 499 3 10쪽
4 4. 개연성은 과거로부터! +1 14.08.18 600 6 7쪽
3 3. 필연을 가장한 우연을 넘으면! 14.08.17 553 5 7쪽
2 2. 은빛찬란 이것이 바로 최고의! 14.08.17 591 5 7쪽
1 1. 잠에서 깨어나 현실을 보라고! 14.08.17 1,266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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