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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굴속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눈의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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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굴속
작품등록일 :
2023.10.02 22:10
최근연재일 :
2023.10.03 18:5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3
추천수 :
0
글자수 :
8,776

작성
23.10.03 18:57
조회
8
추천
0
글자
11쪽

각성

DUMMY

추적추적...


하늘에서 내리는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진다.


삐빅...


"유한.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답니다."


"...네 박사님."


그리고 유한이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이 박사는 그런 유한이의 모습에 무언가 입을 뗴려다 결국 고개를 젓고는 고생했다는 말을 남긴채 밖으로 사라졌다.


부들부들...


이 박사가 문밖으로 사라지자 유한이는 한쪽 구석으로 가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는 몸을 떨어댔다.


'유한...'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된지 이제 2주가 넘었다.

사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 일.

자신도 그 과정들을 자신도 겪어보았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그에게 어떤 위로도 건네 줄 수 없었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때로는 침묵이 기다림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 법.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떨어져 있는 자신에게도 느껴질 정도로

떨어대던 유한이의 몸이 차츰 안정을 찾아갈 무렵 유한이가

자신을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늘...! 흐흑!"


"...유한."


하늘이 유한이의 말에 조그맣게 대답해주자 유한이는 더욱 서럽다는 듯 울기 시작했다.


"하늘...! 나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차라리...! 흐아앙!!!"


심지가 굳고 인내심이 많다고 해도 아직은 어린 나이.

그런 고통들에 아직 익숙할 수 없기에 무너져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 것이었다.


너무 서럽다는 듯 우는 유한이를 향해 하늘이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앞을 더듬거리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그를 안아 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안아 주었다.

그러자 유한은 그녀의 작은 품속에서 더욱 서럽게 울어댔다.


유한이가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어느정도 진정된 듯 보이자

하늘이 유한을 감싸안았던 손을 풀고는 말했다.


"밖에 비가 오긴 하지만 잠시 산책이라도 나갈까?"


실험전에는 한번씩 같이 산책을 나가곤 했었으나

실험이 시작된 후에는 그럴 수 없었다.


점점 말수도 줄어들고 그녀와의 대화도 거의 하지 않게 되어버렸었으니까.


이렇게 유한이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 것도 꽤나 오래간만의 일이었던 것이다.


"산책?"


산책이라는 말에 유한의 몸이 다시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문 밖으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이제 그에겐 큰 두려움이 된 듯 했다.


꼬옥.


그의 떨림에 하늘이 용기를 내어 그의 손을 맞잡아 주었다.


"응. 산책."


그러자 조금씩 그의 떨림이 멎기 시작했다.


"...그래."


잠시 망설이던 유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늘이 환하게 웃으며 연구원을 호출 했다.





"이름이 유한이라고 했습니까?"


"네 박사님."


"엄청나군요! 지금 하늘이 이후에 최고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짝 흥분한 듯 고조된 어투로 말하는 그의 말에 이 박사는 그저 조용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디서 이런 아이를 데려왔습니까? 당신은 정말 대단해! 최고야!"


무척이나 기뻐하는 그의 모습과는 다르게 이 박사의 분위기는 다소 우울해 보일 뿐이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기쁘지 않습니까?"


"기쁩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라니요? 이 박사님. 그 놈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서 그러십니까?"


"...압니다."


"난 말입니다. 이 박사님. 그 놈들이 한 짓을 생각 하면..."


주르륵.


그는 자신이 할 말을 채 다 내뱉지도 못한 채 울분에 눈물을 흘려 댔다.


"...박사님."


그의 모습에 이 박사가 그를 불러보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압니다.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을. 하지만 이 실험만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이 아이들 유한이와 하늘이에겐 엄청난 부와 명예 권력 그 아이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얻지 못한 것들을 얻을 수 있어요!"


"..."


"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지은 죄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그 놈들을 지옥에만 보낼 수 있다면... 저는 무슨 짓이든 할겁니다. 이 박사님."


그의 광기어린 말에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한 발 물러 설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럼 전 가보 겠습니다."


등을 돌려 걸어가는 이 박사의 등 뒤로 그가 말했다.


"오후에 유한이와 하늘이가 산책을 한다죠? 최대한 우리 쪽에서 해 줄 수 있는건 모두 해주십시오. 이제 실험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으니까요."


"네 박사님."


대답을 마친 이 박사가 이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문 밖으로 나섰다.


'이제... 이제 곧이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놈들에게 똑같은 고틍을!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수 있어!'


그 생각에 입가에 미소를 띈 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비내리는 창 밖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추적추적...


한창 비내리는 오후였지만 연구원들의 배려로 투명막이 길을 따라 쳐졌었기에 딱히 비 때문에 불편한 것은 없었다.


꼬옥...


'하늘...'


두려움에 덜덜 떠는 자신을 위해 맞잡아 주었던 하늘이의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진다.


그것만으로도 그 작은 온기만으로 조금은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러다 문득 하늘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생각났고 샌달이 온통 진흙 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녀의 발을 보게 되었다.


문득 미안한 마음에 하늘이를 바라보자


"괜찮아."


라고 하늘이가 말해 주었다.


내 마음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생각해보면...'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먼저 나를 배려해주고 기다려준 것은 하늘이였다.

하늘이와 함꼐한 순간부터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지독한 고통 속에 있을때도 하늘이는 혼자 외로웠을 텐데도 참고 기다려 주었다.


꼬옥...


그런 생각이 든 탓일까.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유한?"


"아! 미안!"


순간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는 걸 깨닫고 잡은 손을 풀려고 하자 하늘이가 부드럽게 다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늘...'


지금 이 순간에도 배려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뭔가 울컥했지만 애써 겉으로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래간만에 주어진 이 시간들을 눈몰로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한. 저기... 비를 머금은 푸른 식물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


한번도 자신에게 무언가를 부탁하지 않았던 그녀였었기에 살짝 당황했으나

겉으론 티내지 않고 자신이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서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빙긋.


"그렇구나."


어설픈 설명.

어설픈 묘사였을텐데도 그녀는 만족한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리곤 이내 살짝 슬픈 미소를 띄우는 그녀였다.


'하늘...'



아직 어린 나이.

해보고 싶은 것도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

치료를 위해서라지만 시력을 잃고 자유를 잃은 불쌍한 아이.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


그런 생각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 내리려 했지만 애써 참았다. 하지만...


주르륵...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유한. 염치 없는 말이지만 네가 나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


주르륵...


그렇다.

그동안 그녀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힘들었던 것이었다.

고통 스러웠던 것이었다.

현재 자신의 삶이...


덥썩.


"되어줄게...! 너의 빛이! 하늘아...!!!!"


그리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엉엉 울었다.


반드시... 반드시 그녀에게 빛을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실험 성공했습니다! 박사님!"


"좋아!!!"


연이은 실패 뒤에 찾아온 성공.

그 탓인지 지금 실험실은 거의 축제 분위기 였다.


'유한.'


처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심지가 굳고 제법 참을성이 강하다 여겼는데

하늘이와의 산책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


오히려 대부분의 연구진들이 경외감을 느낄 정도의 수준이었다.


마치 신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래. 넌 신이다. 우리들의 신! 우리들의 염원을 이루어줄!'


모두가 즐거운 가운데 오직 이 박사 그녀만이 슬픈 눈으로 유한이를 바라보았다.


'푸른 도깨비인가.'


그녀는 한동안 유한이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하늘이가 즐겨 읽던 동화책을 바라보았다.


붉은 도깨비의 염원을 이루어주는 푸른 도깨비.

마치 그 동화속 도깨비 처럼 실험이 진행 될수록 유한이의 눈 또한 점점 푸르게 변해갔다.


'사실... 이제 인간의 틀은 벗어났긴 하지.'


두뇌는 이제 슈퍼 컴퓨터 수준을 넘어섰고 신체 능력도 인공지능 로봇 다수를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괴물.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게다가 그 하늘이조차도 힘들어 했던 실험들을 아주 가뿐하게 통과하는 모습.


연구진들이 아직 마지막 실험을 남겨두고 이토록 환호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고생했다. 유한아."


실험을 마치고 나오는 유한이의 몸에 가운을 걸쳐주자 유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하...! 가뿐하던걸요?"


몇달새 실험을 통해 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는 어린 아이로 보이는 그의 말에 그녀는 그저 희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의 말과는 다르게 그의 전신은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제 마지막 실험만 남았다. 그것만 이겨내면..."


"그것만 이겨내면 자유로군요?"


빙긋 웃으며 말하는 유한이의 말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자유는 아닐지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큰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


이제 유한이는 우리들의 신이 될테니까.


"그럼 다시 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에 부탁했던건?"


"준비해뒀다. 나가면서 들고 가거라."


산책 이후 하늘이와의 관계가 무척 가까워져 본인이 다 질투가 날 정도였지만 두 사람이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두사람의 모습을 보려고 감시 카메라에 서성거리는 연구원들이 꽤 늘어 났을 정도랄까?


'네 덕분에 연구소에 활기가 도는 듯 하구나. 고맙다. 유한아.'


속으로 하는 말이기에 유한이에게 들릴일은 없었지만.


'부디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기를.'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들을 이지를 상실한 이들로 만들어버린 자신이 바라기에는 너무 큰 욕심인지도 모르나,

그녀는 조용히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마치기를 속으로 기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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