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깊은굴속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 눈의 대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깊은굴속
작품등록일 :
2023.10.02 22:10
최근연재일 :
2023.10.03 18:5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2
추천수 :
0
글자수 :
8,776

작성
23.10.02 22:11
조회
14
추천
0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프로젝트 A-12.


그것은 더욱 거칠어져만 가는 전쟁 통 속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아아!!아아!!!!"


"이번에도 실패인가?"


새하얀 가운을 입은 주름진 사내가 이지를 상실해가는 어린 아이를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 듯 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연구원을 보며 박사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계속된 실패로 이제 정부측 지원을 받기도 쉽지 않은 상황.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오늘 실험은 여기까지 하지. 저 아이는 데려가도록."


이미 이지를 상실해버려 정상적인 삶은 살아갈 수 없을터이나

그의 조금이나마 살아있는 양심이 그 아이를 폐기할 수는 없었기에

살아가는 것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예산이 계속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


이런식의 계속된 실패라면 저 아이들은 커녕 자신이 살길도 막막해질 뿐이었다.


'삶이야 계속 이어지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바라 마지 않았던 복수.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그것이 더 큰 그의 근심이었다.


연구원들이 모두 빠져 나간 자리.

그곳에는 박사와 한 명의 중년 여인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고뇌에 가득찬 표정으로 그가 질문을 던지자 그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여인은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왔다.


"너무 급한 것은 아닌지요? 김 박사님."


"후우... 그런가요? 이 박사님께서 보시기엔 그래 보입니까?"


"예. 제가 보기엔 너무 초조해 보이시고 불안해 보이십니다."


"...그럴 수 밖에요. 제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에게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다가왔다.


"박사님. 때로는 이론적인 영역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필요할 때가 있답니다. 이번만큼은 저를 좀 믿어 주시고 시간을 주시면 안되겠는지요?"


그녀의 말에 그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그녀를 잠시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거의 벼랑끝에 몰린 상황.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이었다.




실험체 E 302.


새하얀 방에 한 소년이 조용히 앉아 블럭들로 무언가를 조립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집 같기도 하고 요새 같기도 한 모양새 였다.


삐빅.


그때 새하얀 방의 잠금 장치가 풀리고 이 박사라는 여인이 새하얀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사님!!"


그녀의 등장에 그 소년은 열중하고 있던 블럭을 내려 놓고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꼬옥.


그리곤 작디 작은 새하얀 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감싸 안았다.


"유한군. 잘 지냈나요?"


"네! 박사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어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씩씩한 표정을 애써 지으며 말했다.

사람 하나 없는 이 고독한 곳에서 가끔 찾아오는 그녀의 존재는 마치 한줄기 햇살과도 같은 것.

그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 이기도 했다.


"잘 지냈다니 참 기특하군요. 오늘은 뭘하고 있었을까요?"


이 박사의 물음에 그는 쪼르르 달려가 자신이 만들고 있던 블럭을 가지고 왔다.


"집을! 집을 만들고 있었어요!"


"집을요?"


"네! 언젠가 제 병이 다 나으면 가족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집이요!"


"아아... 그렇군요."


이 박사는 조금 쓸쓸한 듯한 표정으로 블럭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아이는 모르겠지.

이 아이의 부모들이 돈을 대가로 이 아이를 넘겼다는 것을.


"유한군은 가족들이 보고싶은가요?"


"네! 하지만..."


"하지만?"


"제 병이 다 낫기 전에는 참을 수 있어요!"


혹시라도 내쳐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씩씩하게 대답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말했다.


"기특하군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대의라는 명분으로 떠나보냈던가.

이제는 죄책감에서 무뎌지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유한군. 오늘 새로 들어올 친구가 한명 있는데 괜찮을까요?"


"친구요? 네!!"


사실 그동안 치유를 명목으로 한 실험을 제외하면 거의 혼자 였던 그였던지라 친구라는 말에 빙긋 미소 짓는 그였다.


"그래요? 다행입니다."


좋아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의 죄책감이라도 덜어보고자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녀는 다시금 잠금장치를 풀어 문을 열자 한 연구원이 머리가 새하얀 소녀를 그녀의 손에 넘겨 주었다.


"인사하세요. 유한. 하늘이에요."


거의 몇달만에 보는 또래인지라 유한은 그녀의 말에도 선뜻 인사를 건네지 못하고 그저 얼굴을 붉게 물들일 뿐이었다.


"안녕?"


유한의 그런 모습 탓인지 소녀는 선뜻 먼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 주었다.


"응... 안녕? 응?"


소녀의 인사에 그는 부끄러워 숙였던 그녀를 바라보았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이 박사를 바라보았다.


"아 하늘이는 눈이 좋지 않아서 앞을 잘 못봐요. 그리고 행동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부자연 스러운 것들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유한군이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답니다. 알겠죠?"


"아! 네! 박사님!"


그녀의 말에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였다.


'실험체 B-132.'


거의 프로젝트의 성공에 다가갔던 아이였다.

마지막 단계만 남겨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끝내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시력도 뇌의 상당 부분도 그때 손상되어 버렸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른 아이들처럼 이지를 완전히 상실해버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에는 무리가 없고 누군가 보조만 해준다면 살아가는데는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심성도 곱고 외모도 고와 남자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나름 아이돌 이었다.


'이 아이라면 어쩌면...'


유한이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삶에 대한 갈망.

누군가에 대한 사랑은 때론 기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럼 유한군. 앞으로 하늘이를 잘 부탁드립니다."


"네! 선생님."


그렇게 유한이와 하늘이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늘아 무슨 생각해?"


"응? 아무것도?"


하늘이와의 생활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달을 넘어섰다.

처음 몇일 동안은 부끄러움에 말도 많이 못나눴었지만 그럴때마다 하늘이가 배려해주고 기다려 주어 지금은 상당히 친해진 상태다.


"그래?"


친해졌다고는 해도 사실 거의 하늘이가 내 말상대가 되어주는게 주였고 하늘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보이지 않는 눈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응!"


가끔 그녀가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그러다 문득 서글퍼 지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 차마 물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하늘이가 매우 기쁜 듯한 표정을 지을때가 있는데

맛있는 간식을 먹을때나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한 책들을 볼 때면 즐겁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녀가 보는 책이 무엇인가 가끔 보면 자신도 읽어 본 적이 있는 동화책일 뿐이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나?'


몇 권 되지도 않는 동화책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다시 보는 그녀의 모습에

문득 흥미가 생겨 다시 읽어 보았으나 자신은 솔직하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게 그렇게 재밌어?"


"응."


"흐음..."


화사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에 잠시 그 책을 바라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푸른 도깨비와 붉은 도깨비의 이야기.

자신이 보기에는 그저 바보 같은 이야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는 붉은 도깨비를 위해 푸른 도깨비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붉은 도깨비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이야기.


그런데 그 붉은 도깨비는 인간이 되면서 도깨비의 기억을 잃게 되고 푸른 도깨비를 잊고 살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푸른 도깨비는 그런 붉은 도깨비를 위해 그가 꿈꾸던 인간 세상을 누리게 해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


더 열받는 것은 열린 결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붉은 도깨비를 사랑하면 그냥 같이 살면 안되나?'


자신이 보기엔 그저 푸른 도깨비가 바보 같아 보일 뿐이었다.

하늘이는 이런 바보 같은 동화가 뭐가 그렇게 좋을까...





띠리리...


밖에서 조용히 감시 카메라 속 그들의 모습을 보던 이 박사는 빙긋 미소 지으며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예.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푸른 눈의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 각성 23.10.03 8 0 11쪽
» 프롤로그 23.10.02 15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