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쏙독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게임 속 헌터로 사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쏙독
작품등록일 :
2020.11.22 21:19
최근연재일 :
2021.01.14 20:32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6,407
추천수 :
821
글자수 :
217,179

작성
20.12.14 13:05
조회
620
추천
18
글자
12쪽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0화

DUMMY

테일러 말대로 헌터 길드는 그리 멀지 않았다.

고대 유적을 재활용한 길드 건물은 판잣집들 사이에서 제법 크고 웅장해 보였다.


“에이하(AHA), 아스크리드 헌터 소개소입니다.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큰 헌터 길드죠. 여기서 등록하는 게 가장 편할 겁니다.”

“응? 그러면 다른 헌터 길드도 있어?”


테리의 질문에 테일러가 재빨리 설명했다.


“아무래도 경쟁 업체는 많죠. 자유 헌터 길드나 헌터 연맹도 있고요. 그래도 규모 면에서는 에이하한테 상대가 안 되지만요.”


반쯤 망한 세상답게 이스라에리아 대륙은 사실상 지방 별로 조각조각 나뉜 상태다.

애초에 땅 넓이는 북미 대륙보다도 넓은 곳이 이스라에리아다.

교통과 통신의 제한 탓에 영향력을 넓히는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자연히 수많은 조직들이 난립했다.


‘뭐 가장 메이저한 곳이긴 하지.’


동부를 배경으로 하는 애프터 월드2를 제외하면 역대 시리즈에 등장한 헌터 길드는 항상 에이하뿐이다.


“윽.”


헌터 길드의 문을 연 루크가 자욱한 담배 연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들은 한창 일할 시간이기에 한산했지만 카운터에 앉은 직원들 모두 싸구려 합성 담배를 물고 있었다.

불행히도 실내 금연이란 단어는 문명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하. 다들 애연가라서요. 이쪽으로 오시죠.”


테일러가 쓴웃음을 지으며 접수원에게 안내했다.


“무슨 일이지?”


당연하게도 소설과 달리 카운터에 앉은 것은 미모의 접수원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라도 얼굴에 온갖 흉터가 새겨진 대머리 중년인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겁먹은 세라가 루크의 뒤에 숨었다.


“헌터 등록을 하러 왔습니다. 아, 거기에 현상금도 받을 겁니다.”


퉁명스러운 말투.

그러나 루크는 개의치 않았다.

살아남기도 험난한 세상이다.

거기다 난폭한 헌터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이니 거칠어도 이해했다.


“현상금을? 어떤 놈인데?”


심드렁하던 직원이 현상금이란 말에 흥미를 보였다.


“블러드 스네이크 최고 간부입니다.”

“블러드 스네이크? 하하! 그거 잘 됐군. 쓰레기 놈이 하나 줄었다니.”


루크의 대답에 대머리가 껄껄 웃었다.

어디든 갱단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다.

게다가 블러드 스네이크는 무차별하게 날뛰는 탓에 갱단 중에서도 특히 질이 안 좋은 놈들로 유명했다.

차라리 죽는 게 이로운 쓰레기들.

그것이 블러드 스네이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증거는 갖고 왔겠지?”

“여기있습니다.”


루크는 블러드 스네이크 대장의 동생이 갖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

손잡이에 새겨진 세 마리 뱀 문양을 꼼꼼하게 확인한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마리라. 확실히 최고 간부들이 쓰는 물건이군. 위조품도 아닌 것 같고. 대체 이걸 어떻게 얻었지?”

“이름은 기억 나지 않는데, 아무튼 블러드 스네이크 두목의 동생을 처리했습니다. 애쉬포드 근처에서 강도짓을 벌이고 있더군요.”

“아. 데일 보커스. 망나니로 유명한 놈이었지. 블러드 스네이크에서 쫓겨났단 말은 들었는데 애쉬포드까지 왔었나.”


대머리 직원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운이 좋군. 그런 얼간이를 해치우고 현상금을 받을 수 있다니. 어쨌든 그놈도 최고 간부이긴 하니까 충분히 현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지. 일단 현상금을 받으려면 등록부터 마쳐야 한다. 그쪽 전부 등록하는 건가?”

“예. 애만 빼고요.”

“나도 할 거야!”


세라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루크는 말없이 슥슥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스라에리아 기준은 어쨌든 루크에게 세라는 미성년자일 뿐이었다.

아무리 손이 부족하다고 해도 싸움에 밀어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세라를 뺀 채 루크 일행은 서류를 작성했다.


“좋아. 여기 레벨 1 면허증이다.”

“이게 끝입니까? 시험 같은 건 없나요?”


게임에서는 헌터 자격을 얻으려면 온갖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는데.

그건 대체 뭐였던 건지.

루크는 면허증을 받으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어차피 절반은 1년 안에 죽으니까. 살아남는 것 자체가 시험이고 자격이지. 아, 참고로 자네는 현상금을 얻었으니까 레벨 3이야.”


직원의 말대로 루크의 면허증은 나름 현대적인 플라스틱 카드로 만들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받은 철로 만든 싸구려 면허증과는 전혀 달랐다.


“사실 길드가 면허 제도를 받아들인 진짜 이유는 돈 때문이니까요. 어중이떠중이들이 공짜로 길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심보죠.”

“크크크.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테일러의 설명에 대머리 직원이 껄껄 웃었다.


“아무튼 헌터로 등록했으니 현상금을 주지. 원금은 천만 그렛이지만 수수료로 10%를 떼서, 여기 900만 그렛.”


껄껄 웃은 대머리 직원이 책상 서랍에서 푸른 기운이 감도는 금속 카드들을 꺼냈다.

지페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렛화는 가치가 높은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블러드 스네이크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복수하려 들테니.”


이미 알고 있는 바였기 때문에 루크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퀘스트창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

[블러드 스네이크]

-블러드 스네이크 갱단의 원한을 샀습니다. 원한을 해결하세요.

-보상: 경험치 1500, 가변 보상.

====


선택에 따라서는 블러드 스네이크와 본격적으로 적대하는 대신 배상금을 지불하고 완만하게 지내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 스네이크를 처리하는 쪽이 훨씬 보상이 크지.’


애초에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해악이나 끼치는 놈들이다.

루크는 굳이 큰 보상을 포기하고 블러드 스네이크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혹시 클랜도 만들 수 있습니까?”

“클랜? 자칭하는 건 상관없지만 길드에서 인정하는 건 레벨 5 헌터부터다. 일단은 파티 신청부터 해라.”


직원이 서류더미를 뒤적이더니 파티 신청 서류를 꺼냈다.

파티 서류는 파티 이름, 다섯 명 이상 소속된 인원이 있으면 되는 간단한 양식이었다.

그러나 서류를 본 루크는 선뜻 서류를 작성하지 못했다.


‘으음. 이름이라···.’


이름을 짓는 건 서투르다.

잠시 고민하던 루크가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파티 이름인데 뭔가 좋은 생각 있어?”

“락앤롤?”

“루크 파티!”

“이름보다는 성을 따서 카이트···는 별로인가 보군요.”

“그냥 내가 정할 게.”


테리나 세라는 그렇다 쳐도 기대했던 유아리조차 작명 센스가 괴멸적이었다.

결국 루크가 홀로 고민한 끝에 파티 이름을 결정했다.

아스트라.

별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다.

빛나는 별처럼 이 세상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었다.


‘사실 사성을 따라한 이름이지만.’


사성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대기업.

루크 역시 자신의 헌터 클랜을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아스트라라. 고풍스러운 이름이네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 루크가 한다면야.”


다행히 다른 이들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음. 그러고 보니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 렉시랑 테일러 씨. 혹시 지금 저희 파티에 들어올 생각 없습니까?”

“글쎄···. 나는 일단 호위 계약으로 묶여 있어서.”

“루크 씨 파티에 말입니까? 하지만 저는 헌터가 아니라 행상인일 뿐인데요.”

렉시와 테일러는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루크는 끈질기게 설득했다.

전투 능력이 출중한 렉시는 물론이고 물정에 밝은 테일러도 포기하기엔 아까운 인재였다.


“루크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네크로폴리스에서 좀비가 되어 있었겠죠. 알겠습니다.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가입하겠습니다.”

“뭐··· 나도 같은 처지고. 고용주도 그렇게 말하니 그러면 나도 들어갈게.”


결국 테일러와 렉시도 파티 신청서에 서명을 마쳤다.


“그럼 모두 여섯이군. 파티는 공적에 따라서 길드에서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머리 직원은 파티 혜택에 대해서 짧게 설명했다.

파티가 쌓은 공훈에 따라서 멤버 전원이 수수료 감면이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외에 길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까지 모두 들은 루크가 인사를 건네고 길드를 빠져나왔다.


“후우.”


겨우 담배 연기에서 벗어난 루크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맑은 공기 덕분에 폐 속에 가득 찬 연기까지 정화되는 느낌.

루크늘 지켜보던 테일러가 물었다.


“그럼 등록도 마쳤는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요?”

“음···. 그러죠. 오늘은 이쯤하고 쉬도록 하죠.”


애쉬포드는 게임 스타팅 지역.

할 일이 적지 않았지만 굳이 오늘 전부 끝마칠 필요는 없다.

잠시 고민하던 루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추가 시스템도 확인하지 않았지.’


숙소로 돌아온 루크는 낮잠을 잔다고 둘러대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상태창을 열고 추가 시스템을 찾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지금 추가 시스템을 개방하시겠습니까?]

[Y/N]


루크는 망설이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


[추가 시스템이 개방되었습니다.]

[···]

[‘애프터 월드: 폴른 시티’가 개방되었습니다!]


“응? 폴른 시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에 루크가 당황했다.

애프터 월드 세계관이라면 가리지 않았던 루크 역시 잘 알고 있는 게임이다.

애프터 월드: 폴른 시티.

중국에서 하청으로 제작된 모바일 게임이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수집해 최고의 헌터 클랜을 만든다는, 일종의 캐릭터 수집 요소가 강한 가챠 게임.


‘그런데 이게 여기서 왜 나와?’


루크가 플레이하던 게임은 애프터 월드4.

모바일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설마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이면 전부 되는 건가?’


루크의 머리 속에 그동안 플레이했던 수많은 게임들이 스쳐 지나갔다.

명작이라 불리는 애프터 월드1.

같은 세계관을 차용한 로그라이크 던전 팬게임.

심지어 퍼즐 게임까지.

만약 추측이 사실이라면, 아니 다른 게임들 역시 현실에 반영되어 있다면 루크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다만 추가 시스템 개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루크의 의문에 대답하듯이 다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골드를 사용하여 뽑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접속 보상!]

[프리실라(B)의 인연을 얻었습니다.]

[100골드를 얻었습니다.]


“이건···.”


루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뽑기나 접속 보상.

모두 폴른 시티의 시스템이었다.

추가 시스템 개방은 말 그대로 다른 게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었다.


‘프리실라의 인연이면 나쁘지 않군.’


프리실라는 폴른 시티에 등장하는 B랭크 동료 캐릭터다.

인연은 해당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뽑기 티켓을 다르게 가리키는 단어였다.


“잠깐. 이거 설마 캐릭터를 직접 만드는 건 아니겠지···?”


만약 아이템이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걸 정말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심코 인벤토리에서 프리실라의 인연을 선택하려던 루크가 손을 멈췄다.

이 세계 인간들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 역시 심각했지만 그보다 갑자기 방안에 낯선 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둘러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건 나가서 써봐야겠군.’


루크는 혼자 상단을 빠져나왔다.

주위를 확인하고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 들어간 루크가 인연 아이템을 소환했다.

B라는 문자가 새겨진 하트 모양 보석이 손 위에 나타났다.

아이템 사용을 선택한 순간, 손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작가의말

도시 도착할 때 보상 받는 부분을 깜빡했습니다

19화에 해당 내용을 짧게 첨부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게임 속 헌터로 사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안내 +2 21.01.11 248 0 -
공지 렉시 그림 20.12.14 321 0 -
공지 세라 그림 20.12.13 424 0 -
40 39화 21.01.14 257 6 10쪽
39 38화 +2 21.01.09 272 6 11쪽
38 37화 +3 21.01.07 301 7 11쪽
37 36화 21.01.05 289 7 11쪽
36 35화 +3 21.01.05 356 9 12쪽
35 34화 +1 21.01.04 371 12 12쪽
34 33화 +1 21.01.03 386 10 11쪽
33 32화 +5 21.01.01 409 11 11쪽
32 31화 +7 20.12.30 425 12 13쪽
31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30화 +2 20.12.28 434 13 12쪽
30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9화 20.12.27 411 17 12쪽
29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8화 +1 20.12.26 444 15 14쪽
28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7화 20.12.24 479 15 13쪽
27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6화 +2 20.12.23 474 17 15쪽
26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5화 20.12.22 488 15 13쪽
25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4화 +2 20.12.21 498 21 12쪽
24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3화 +2 20.12.20 544 16 12쪽
23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2화 20.12.16 590 18 12쪽
22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1화 +1 20.12.15 581 20 13쪽
»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0화 +2 20.12.14 621 18 12쪽
20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9화 20.12.13 643 22 12쪽
19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8화 +3 20.12.12 631 21 12쪽
18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7화 +1 20.12.10 666 21 15쪽
17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6화 20.12.09 674 17 15쪽
16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5화 20.12.08 719 22 12쪽
15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4화 +4 20.12.07 721 25 13쪽
14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3화 +5 20.12.05 774 28 12쪽
13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2화 20.12.04 704 23 11쪽
12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1화 20.12.03 723 26 11쪽
11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0화 20.12.02 761 26 12쪽
10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9화 +2 20.12.01 789 25 12쪽
9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8화 +1 20.11.30 808 25 10쪽
8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7화 20.11.28 814 31 13쪽
7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6화 20.11.27 891 34 12쪽
6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5화 20.11.26 915 35 13쪽
5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4화 20.11.25 935 35 11쪽
4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3화 20.11.24 1,044 36 13쪽
3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2화 +7 20.11.22 1,120 36 14쪽
2 대충 망한 세상의 게이머 1화 +2 20.11.22 1,507 33 12쪽
1 프롤로그 +6 20.11.22 1,889 35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