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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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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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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982

작성
21.11.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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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2쪽

105.남궁의 육체

DUMMY

중원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인 북경. 그곳에는 황제가 기거하는 황궁이 존재한다.

오직 황제의 수족으로서 존재하는 금의위는 그 근처에 위치하며 황제를 보필한다.


금의위가 기거하는 건물 중, 가장 커다란 건물에서 두 명의 사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천호, 왕량이 도지휘사를 뵙습니다!”

“네가 파천마군을 만났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파천마군을 죽였고?”

“그렇습니다!”

“흠···”


도지휘사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왕량은 감히 쳐다도 못 볼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에 진땀이 났다.

눈앞에 있는 자는 그저 말 한 마디로 간단하게 자신을 죽일 수 있고, 좌천시킬 수 있으며, 거지로 만들 수도, 죄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엄청난 이를 마주하며 왕량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진급을 한다는 것뿐이었다.


“파천마군과의 일을 상세히 고하라.”

“예. 파천마군은···”


봤던 모든 것을 말한 왕량은 자신이 비어 있는 첨사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

그만큼 파천마군의 죽음은 큰일이었으니 말이다.


도지휘사는 오직 진급에만 목말라 있는 왕량을 진급시킬지, 말지를 고민중이다.

왕량은 진급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지만, 왕량 자신이 진급을 할 만한 깜냥이 아닌 것이다.


“솔직히 말하마. 네가 진급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고 있다.”


이 말에 왕량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드디어 바라 마지않던 진급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네 실력은 첨사는커녕 진무사도 힘들다. 그건 알고 있느냐?”


말하는 것으로 보면 진급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왕량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네···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 제안을 할까 한다.”


그 말에 왕량의 표정이 다시 살아난다.


“뭐든 하겠습니다.”

“내 밑에서 배우거라. 오직 성공에 목마른 자는 환영하지만, 능력 없는 자는 성공할 수 없다.

내 너에게 능력을 선사하겠다. 너는 뭘 바칠 거지?”


도지휘사라면 황좌를 제외한 모든 것을 원한다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답은 하나뿐이었다.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끌끌끌, 좋다. 너의 목숨을 받으마. 너는 이제부터 첨사로서 활동한다.”


말을 하던 도지휘사가 책장으로 걸어가더니 한 권을 빼내 왕량에게 던져주었다.


“받아라.”


책을 받은 왕량은 무슨 책인지를 확인했다.


“···!!!”


책에 쓰여 있는 것은 황궁무공이었다. 중원에 있는 비급들을 하나, 둘 가져오며 합쳐낸 중원에 유일한 무공이 바로 황궁무공이다.

금의위로서 수련을 하며 황궁무공을 수련하게 되지만 그건 그저 앞부분에 불과할 뿐, 진짜는 바로 이것이다.


“익히거라. 그것만 익혀도 적어도 화경까지는 올라올 수 있겠지.”

“미천한 제가 이런 것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미천해? 내 권속은 미천하다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내가 그리 만들 것이고, 너는 그렇게 될 것이다.

네가 바친 목숨은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니 목숨을 다해 익혀라.”


드디어 출세의 길이 열렸다는 사실에 왕량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충!”


* * * * *


남궁세가의 연무장, 그곳에서 금명하가 수련을 하고 있다.

주위에 떠오른 기운의 단검들이 사방으로 난자하며, 움직인다.

금명하가 눈을 감고 있음에도 단검의 조종은 완벽했다.


“후.”


금명하가 눈을 뜬 순간 단검들이 제자리에 멈춘다.


“이걸로 80개인가···”


금명하가 하고 있는 것은 감각의 수련이었다.

이 수련만 벌써 5일째인데 이제는 눈을 감아도 기운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하지만, 충분히 발전했다.’


하지만 금명하에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숙부님이 계셨으면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남궁성이라면 지금 금명하가 느끼고 있는 느낌을 명확히 설명해 주었을 것이다. 어쩌면 효율적으로 수련하는 법도 알려줬을지 모른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수련해오며 빠르게 강해졌지만, 이제는 정말 혼자서 해나가야 할 때다.

자신보다 강한 이들은 많지 않고, 가르쳐 줄 사람도 없을 테니까.


금명하가 수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남궁적이 연무장으로 찾아왔다.


“오늘은 또 왜 오신 겁니까?”


남궁적은 요 며칠간 금명하가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동안은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쳐다만 봤는데 오늘은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할 말이 있다.”

“예, 하세요.”

“무공을 좀 가르쳐 줬으면 한다.”

“예?”

“아직 내가 가주가 되기에는 부족한 게 많다.

아버지처럼 일신의 무력으로 가문을 지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우습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그 방법으로 너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


남궁적은 금명하의 수련을 지켜보며 배우려 했지만 현경의 무인이 수련하는 방법은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직접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형님은 뭐로 화경이 되셨는데요?”

“그저 검을 휘둘렀을 뿐이다. 꾸준히 검을 휘두르니 어느새 화경이 되어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체감은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화경이 되었다 말해주셨다.

확실히 초반보다는 악당들을 상대하는 게 원활해지기는 했지.”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건 없을 것 같은데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게 있다면 그와 관련지어 다음 깨달음을 얻겠지만, 남궁적은 그런 게 없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형님은 깨달음이 없이 화경이 되었으니 더 강해지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요.

지금 당장으로서는 그저 하던 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하던 대로···?”

“예. 하던 대로요.”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구나. 나랑 붙자.”

“예? 아니, 뭘 어떻게 해야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죠?”

“당연한 거지.”


남궁적은 금명하가 없는 동안 강자와만 싸워왔다.

이미 수련으로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다는 판단에 그리 행했던 것이다.

악당과의 목숨을 건 혈투, 거기다 승리하면 곧바로 다음 상대를 찾아 떠났으니 남궁적은 5년간 수많은 실전으로 화경을 이룬 셈이다.


“네 말대로라면 나는 실전으로 화경의 경지에 올랐고, 현경의 경지에 오르려면 다시 실전을 겪어야 한다는 거겠지.

그 첫 상대는 너다. 너에게 패배하는 일이 있어도 내 부족한 점을 찾아볼 수 있을 테니 상대는 너다.”


남궁적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지만 금명하로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에게 저는 실전 상대가 되지 못할 텐데요.”

“아니, 너 정도면 실전 상대로 부족할 게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니 진심으로 덤벼라.

저번에 싸운 것에 진심을 다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그때는 나도 진심을 다하지 않았으니 오늘은 신명 나게 싸워보자.”


금명하와 붙을 생각에 신나 있던 남궁적이었지만, 금명하의 한 마디에 기분이 식었다.


“형님은 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요.”

“뭐라···?”


남궁적의 표정이 매서워진 것을 확인했지만 금명하는 멈추지 않았다.


“실전 상대라면 어느 정도 비등비등하거나, 적어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 정도는 나와줘야 할 텐데 저랑 하면 너무 안전하잖아요.”

“그니까···네가 나를 봐주고 있다?”

“그런 셈이죠.”

“크크크.”


남궁적이 웃는다. 금명하와 대련을 펼칠 때는 진심을 발휘하지 않았었다.

금명하를 해하기 위한 대련이 아니었으니 그저 가벼운 대련을 했던 것이다.


“네가 강해진 것은 알고 있다. 다만 나를 너무 아래로 보는 것 같구나.”


남궁적이 검을 똑바로 들어 금명하를 향해 겨눴다.


“나는 검왕, 남궁성의 아들이다.

나는 남궁세가의 가주가 될 몸이다.

나는···검룡이다.”

“알겠고요, 알겠는데. 형님, 그런 명성은 실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요.”

“그래, 그렇지. 그런 것은 실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내가 깜빡하고 있었다.

나는 남궁적이다.”

“좋습니다.”


금명하가 기세를 일으킨다. 흉흉한 기세가 남궁적을 감싼다. 하지만 다른 명성이 아닌, 자기 자신을 믿는 남궁적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자, 그럼 이제 갑니다. 부디 버텨주세요.”

“크크, 이게 다가 아니었나. 이래서 내가 널 경계하는 거다. 몹쓸 놈아.”

“그런 건 버티고 말하세요.”


살기가 다가온다. 온몸이 죽을 것 같다는 경고를 보내온다.

분명 금명하는 앞에 있지만, 살기는 사방에서 전신을 조여온다.

식은땀이 흐르고, 몸이 덜덜 떨린다.


현경의 무인이 보내는 살기는 웬만한 사람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실신하겠지만, 남궁적은 그저 눈을 감았다.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마음을 다잡기 위함이었다.


‘나는 남궁적이다.’


오직 자신만을 믿는다. 그 확고한 믿음이 살기를 떨쳐내 주었다.

떨림이 멈추었다. 땀을 닦아냈다. 올곧게 뻗어져 있는 검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일단 살기는 극복하셨네요.”

“네가 알려준 덕분이지.”


자신을 믿으라는 말을 돌려 말해준 금명하 덕에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단 살기를 극복해낸 것만으로도 남궁적은 한 단계 성장했다. 이제 웬만한 살기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실전이네요.”

“전력을 다할 테니 긴장해라.”

“실전은 살기가 전부가 아니라고요.”


말이 끝나는 순간 주먹이 내질러졌다. 금명하의 싸우는 법은 실전에서 터득한 것뿐이다.

금명하가 무술관이나, 문파에서 싸우는 법을 배웠더라면 이런 기습 공격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적은 지난 5년간 악명이 자자한 놈들을 상대해왔다. 그 대부분이 사파인이고, 나머지는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았다.

사파인은 온갖 비겁한 수라는 수는 다 쓴다. 설마 금명하가 기습을 할 것은 생각지 못했지만, 그간의 경험이 몸에 새겨져 알아서 피해주었다.


‘저놈이 기습을 할 줄은···’


몸이 알아서 피해주었지만 그게 다다. 생각은 몸을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남궁적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남는 건 죽음뿐이죠.”


남궁적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날아온다.

어떻게 해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직 강함으로 오대세가에 들어가 있는 남궁세가였다. 남궁세가의 축복받은 육체는 불가능함을 가능토록 만들었다.


-우드득


이미 몸이 뒤로 넘어가는 중에서 허리가 꺾어진다. 혼자만 꺾여진 상반신을 따라가기 위해 하반신도 같이 돌아간다.

항상 움직이던 것과는 달랐다.

평소 같았더라면 의도하는 대로 몸이 따라왔지만, 이제는 남궁이라는 이름의 육체를 사용했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신체.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캉


완벽히 적중했다 생각한 주먹이 검에 막히니 금명하는 당혹스러웠다.

반면,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남궁적은 상태가 매우 나빠 보였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일 정도로.


“봐, 봤냐? 이게 바로 나다. 이게 바로 남궁적이란 말이다.”

“아, 예. 근데 어디 아프세요?”


-털썩


“크윽···”


풀썩 주저앉은 남궁적이 금명하를 향해 말한다.


“그만 가 보거라.”

“예? 하지만···”

“어허, 그만 가 보래도.”

“아, 예···”


금명하가 연무장을 나갔다. 남궁적은 금명하가 나간 것을 보자마자 자리에 누웠다.


아무래도 방금의 무리하게 움직였던 탓에 허리를 삐끗했다.

창피하게 들킬 순 없으니 금명하를 보낸 것이다.


“크하하하.”


지금은 허리를 삐끗한 상황보다도 자신의 육체를 제대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더욱 강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오는 남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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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합비 부흥 +2 21.11.05 2,968 45 12쪽
» 105.남궁의 육체 +2 21.11.04 3,116 46 12쪽
105 104.뛰어난 소년 +2 21.11.03 3,000 45 13쪽
104 103.옆에 서기 위해 +2 21.11.02 3,042 46 12쪽
103 102.또다시 수련, 수련, 또 수련 +4 21.11.01 3,107 45 12쪽
102 101.합비의 두번째 동료 +2 21.10.29 3,091 47 12쪽
101 100.무통의 무인 +4 21.10.28 3,068 46 13쪽
100 99.귀양의 첫번째 동료 +4 21.10.27 3,108 47 12쪽
99 98.파천신군(破天神君) +2 21.10.26 3,087 48 13쪽
98 97.파천마군(破天魔君) +2 21.10.25 3,089 47 12쪽
97 96.동료이자,조력자이자,부하 같은 그런 느낌 +2 21.10.22 3,243 46 12쪽
96 95.녹림 총순찰 우휘 +2 21.10.21 3,145 47 13쪽
95 94.십이 마군 +2 21.10.20 3,059 45 13쪽
94 93.일망타진 +2 21.10.19 3,183 47 13쪽
93 92.흑도방 +2 21.10.18 3,175 44 13쪽
92 91.협곡 탈출 +2 21.10.15 3,287 46 12쪽
91 90.파천신공의 모든 초식 정리 +2 21.10.14 3,326 47 12쪽
90 89.파천신권 +2 21.10.13 3,204 43 12쪽
89 88.파천신공을 배우다 +2 21.10.12 3,254 47 11쪽
88 87.화경의 경지에 오르다 +2 21.10.11 3,341 45 13쪽
87 86.스승은 안 됩니다 +2 21.10.08 3,284 43 12쪽
86 85.자연을 거스르다 +2 21.10.07 3,303 44 12쪽
85 84.빠르게 되찾은 무위 +2 21.10.06 3,328 47 13쪽
84 83.비루한 노인 +2 21.10.05 3,258 46 12쪽
83 82.후일을 기약하며 +2 21.10.04 3,285 46 12쪽
82 81화 금명하의 죽음 +3 21.10.01 3,509 47 12쪽
81 80화 부적격투술 +2 21.08.12 3,220 43 13쪽
80 79화 가벼운 한 대 +2 21.08.09 3,199 47 12쪽
79 78화 십팔산채주의 습격 +2 21.08.04 3,237 42 12쪽
78 77화 무당산을 나오다 +2 21.08.02 3,327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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