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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2.10.18 19:35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59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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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18
글자수 :
732,982

작성
21.10.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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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2쪽

101.합비의 두번째 동료

DUMMY

금명하는 달렸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수십 장씩 이동하며 빠른 속도로 남궁세가를 향해 달렸다.


‘숙부님이 패배했을 리가 없어···그때 보여주신 것은 파천신군님의 무위랑 비슷할 정도였으니까.’


금명하가 남궁세가에 있을 때, 남궁성은 금명하를 남궁세가에 두기 위하여 무리하게 내공을 운용해 하늘을 베었다.

지금, 현경이 된 금명하는 남궁성이 무리하게 보여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의 금명하는 무리를 해도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가 총채주와 싸우고, 패배했다.


총채주에게 당해본 금명하는 남궁성이 어떤 일을 당했을지 걱정되었다.


‘그놈이라면 무슨 짓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아···’


죽었다는 소리는 없으니 살아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멀쩡할 리 없다.


“일단 빨리 간다.”


귀양에서 남궁세가가 있는 합비까지는 10일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금명하는 그 기간을 3일로 줄여버렸다.

3일간을 내달리며 겨우 도착한 합비는 왠지 황량했다.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었지만 분위가 자체가 한층 낮아져 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한 금명하는 곧바로 남궁세가로 향했다.


원래도 더러웠던 행색이 3일간을 내달려오며 더욱 더러워져 있다.

대충 봐도, 자세히 봐도 거지로 보이는 금명하를 문지기들이 들여보내 줄 리가 없었다.


“아니, 나 금명하라고.”

“알았으니 저리 떨어져라.”

“하···진짜···”


문지기들은 금명하를 확인해볼 생각도 없어 보였다. 척 봐도 거지인데 이런 걸 일일이 다 받아주면 하루가 부족할 것이다.


남궁세가로 들어가지 못하게 된 금명하는 머리를 굴렸다.

지금 행색이 심각하기는 하니 들여보내지 않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금명하가 내공을 운용했다. 현경인 남궁성이라면 거리가 있다 해도 이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알아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끼이이익


금명하는 남궁성이 알아채길 바랬지만, 나온 것은 그의 아들, 남궁적이었다.


“금명하?”


남궁적의 모습은 이전과 꽤나 달랐다. 근육이 2배는 커져 있었고, 기운 또한 상당히 늘어나 강해졌다는 게 눈에 보였다.


“일단 저 좀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아, 그러마.”


금명하를 안으로 들인 남궁적은 곧바로 질문을 던져 댔다.


“듣기로는 죽었다던데 어찌 살아있지?”

“도움을 받았기에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숙부님은 괜찮으십니까?”


금명하의 말에 남궁적의 얼굴이 싸해졌다.


“너는 몇 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동생의 안부는 묻지 않는구나.”

“연 누님이요? 연 누님한테 무슨 일 있어요?”

“그 아이는 네 마지막을 본 이후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지금 어디 있는데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네놈을 남궁으로 들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연이 때문에라도 어쩔 수가 없지.

너를 보고도 연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남궁적의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꽉 물었다.


“죽일 거다. 내 힘으로 부족하다면 남궁의 무사들도 사용할 거고, 살사를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을 거다.”


금명하는 남궁적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말을 꺼내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동생을 걱정하는 오빠의 마음을 받아주어야 할 때다.


“일단 가시죠.”


남궁적이 안으로 들어간다. 금명하가 그 뒤를 따라 걷는다.

남궁연의 방에 도착할 때까지 남궁적은 그저 조용히 안내만 했다.


방 앞에 도착한 남궁적이 문을 두드린다.


“연아, 손님이 왔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 아무도 없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금명하에게는 미약한 기운 하나가 느껴졌다.

다 꺼져가는 불꽃처럼 작디작은 기운이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무조건 성공해라. 실패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궁적이 뒷말을 삼키고 자리를 떠났다.

금명하가 문 앞에 섰다. 5년 동안 남궁연이 잘 있기를 바랐지만 자신이 죽기 직전이었다는 걸 생각지 못했다.

그걸로 남궁연이 이렇게나 힘들어할 줄 몰랐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5년 동안 남궁연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기 때문이었다.


금명하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방문에 기대앉았다. 남궁연에게 말하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단어와 문장을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남궁연의 안부를 묻는 것, 마음이 시키는 것. 모든 걸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누님.”


두 글자의 짧은 단어에 불과했지만, 이것 외에 더 어울리는 단어는 없었다.

거기에···


“저 왔어요.”


-스르륵


방문이 열리고 금명하를 뒤에서 안는다. 금명하도 팔을 감싸주었다. 금명하의 목으로 물이 떨어진다.

죽었다고 생각하던 이가 돌아왔기에, 그리워하던 이가 돌아왔기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남궁연은 흐느껴 울었다. 울고 싶지 않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미약한 기운은 그런 남궁연을 버텨주지 못했기에 남궁연은 탈진을 해버렸다.


금명하가 울다 지쳐 쓰러진 남궁연을 엎어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러고는 손을 잡아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러자 미약하던 기운에 활력이 돋았는지 창백했던 피부에 혈색이 돌아온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금명하가 떠나려는데 소매 끝이 당겨진다.

남궁연의 빈약한 손이 소매를 잡고 있었다.


“가···지마···”


남궁연은 분명 자고 있다. 그런데도 금명하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금명하는 이 손을 뿌리치고 갈 수 없어 그냥 자리에 앉았다.


남궁연의 얼굴, 5년 만에 보는 남궁연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전의 생기 있던 얼굴에 비해 많이 수척해졌다지만 남궁연은 여전히 예뻤다.


한 시진이 지나고···


“누님은 여전히 아름다우시네···”


두 시진이 지나고···


“어쩜 자는 모습도 이리 아름다우실까?”


세 시진이 지나고···


“많이 피곤하셨나 보네.”


네 시진이 지나고···


“왜 안 일어나시지···?”


그렇게 다섯 시진이 지날 즈음 남궁연이 눈을 떴다.


“누님, 일어나셨군요!”


다섯 시진의 기다림 동안에 자리를 벗어나지도 않고···아니, 벗어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던 금명하는 아직도 남궁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남궁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금명하를 바라보았다.


“또 헛것이 보이네···”

“예? 헛것이라뇨?”

“그래도 헛것이라도 나타나 줘서 고맙다.”

“아니, 헛것 아니라고요.”

“한데 오늘은 조금 더 생기가 넘치는구나.”


남궁연이 믿지를 못하니 금명하가 손을 뻗어 남궁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자, 이제 진짜인 거 알겠죠?”

“오늘은 얼굴까지 만져주는구나.”

“아니, 왜 안 믿으시지?”


사실, 남궁연은 금명하가 진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정신을 잃기 전, 흐느껴 운 것이 부끄러워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하···오랜만에 찾아온 헛것이지만, 할 일이 있어 오래는 못 보겠구나. 이만 가거라.”

“저 진짜 가요?”


그 말에 남궁연이 멈칫한다. 그 잠깐은 금명하에게 훤히 보여 장난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누님께서 알아보질 못하시니 그냥 가야겠네···

죄송해요. 저 때문에 힘드셨죠. 앞으로는 나타나지 않을게요.”


금명하가 뒤돌아 떠나려 하니 남궁연이 다가와 허리춤을 잡았다.


“장난치지마.”

“누님도 장난치셨으면서.”


금명하가 앞으로 돌아 남궁연을 껴안았다.


“보고 싶었어요.”


그에 남궁연도 금명하를 껴안았다.


“나도···”


그렇게 둘은 한참을 이야기만 해댔다.

금명하는 그간 협곡 안에서 파천신군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그 이후의 일을 말했다.

남궁연은 음소도와 함께 금명하를 기다렸던 것, 찾으러 떠나려 했던 것, 이후 남궁세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퍼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다. 둘은 서로의 빈 시간을 채웠기에 이제는 어색할 게 없었다.

남궁연은 금명하가 기운을 불어넣었기 때문인지, 금명하를 다시 만난 것 때문인지 예전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남궁세가가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테니까 먼저 가.”

“예, 누님.”


남궁연이 다급하게 뛰었다. 다른 문파라면 책사가 빠진다 해도 부하들이 잘 이끌겠지만, 남궁연은 다르다.

일단 그녀를 따라올 만한 사람이 남궁세가에는 없고, 그녀가 품은 계획은 오직 남궁연에게만 있었으니 망한 일이 한, 두 개가 아닐 것이다.

남궁연은 한시라도 빨리 남궁세가를 돌려놔야 했다.


가주실이 어디인지 아는 금명하는 굳이 안내가 필요하지 않았다.

가주실의 문 앞에 서니 안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와라.”


남궁성은 이미 남궁적을 통해 금명하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벌써 이곳으로 온 걸 보니 연이는 다시 살아났나 보구나.”

“···”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 강해진 것이더냐?”

“···”

“···”


금명하는 그 어떤 말에도 답할 수가 없었다. 남궁성의 허전한 팔이 시선을 빼앗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궁성이 오른팔로 왼쪽 어깨에 손을 가져다 댄다.


“들었느냐?”

“들었습니다.”

“연이의 일로 분노해 곧바로 총채주를 찾아갔다. 총채주를 죽여 연이를 괴롭힌 것을, 너를 죽인 것을 복수해주려 했다.”

“패배하신 겁니까···?”

“결론적으로는 패배했지.”


패배했다는 말보다는 결론적이라는 말이 더 신경 쓰였다.


“결론적이라는 말씀은···”

“총채주와는 동수를 이뤘다. 서로가 지친 상태로 결착을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십이마군이라는 놈들이 팔을 가져갔다.”


그 말에 금명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한 무인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다. 부하들에게 당한 것보다는, 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저는 숙부님께서 총채주에게 패배하셨을까봐 걱정했습니다.”

“뭐, 이제는 싸움도 걸어보지 못할 거다.”

“그래도 패배하지는 않으셨으니 됐습니다.”

“팔을 잃었는데도 말이냐?”

“예.”


남궁성은 화내지 않았다. 금명하의 말대로 그저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이면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남궁세가를 떠날 생각이다.”

“팔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다시 무인의 길을 걸으려 하기 때문이다.”


남궁성은 지금도 충분한 강자이고, 화경의 고수라 해도 남궁성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무인의 길을 걷는다고 하는 걸까.


“나는 현경이 마지막이라 생각해왔지만, 아니다.

지금까지 검에 관한 것은 모든 걸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아니다.

내가 최강이라 생각했지만, 아니다.”

“현경의 다음을 깨달으신 건가요?”

“아니, 내가 본 건 그저 편린일 뿐이다. 이제부터 찾으려 한다.”

“이미 마음을 정하셨네요.”


남궁성은 이미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같은 무인으로서 금명하는 남궁성의 의사를 막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는데 멈출 순 없으니 말이다.

남궁성은 떠나기 전, 금명하에게 물을 것이 있었다. 예전에 금명하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이다.


“이전에 너에게 했던 말에 대한 답을 들을 차례가 온 것 같구나.”

“예? 어떤 말이요?”

“난 너에게 기운을 이용하여 현경의 경지를 깨우쳐서 나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했다.”

“아, 기억나네요. 한데 그에 대한 대답이요?”

“그래.”


기억은 나지만 남궁성에게 해 줄 말은 없었다. 자신도 그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저는 아직 숙부님보다 경지가 낮아요. 현경의 초입이기에 따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어서요···죄송해요.”

“다음 경지로 가는 길을 묻는 게 아니다. 그저 네가 얻은 깨달음을 나에게도 알려주면 좋겠구나.”

“그거라면···”


금명하의 깨달음, 처음에는 자연의 무서움을 깨달았고, 다음에는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는···


“저는 그저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말에 남궁성이 눈을 지그시 감고, 무언가를 생각했다.

잠시간 눈을 감았다 뜬 남궁성이 미소를 지으며 금명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맙구나.”


그 잠깐 사이에 그가 갑자기 강해질 리는 없다.

남궁성은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여러 개의 길에서 가야 할 길을 찾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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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합비 부흥 +2 21.11.05 2,968 45 12쪽
106 105.남궁의 육체 +2 21.11.04 3,116 46 12쪽
105 104.뛰어난 소년 +2 21.11.03 3,000 45 13쪽
104 103.옆에 서기 위해 +2 21.11.02 3,043 46 12쪽
103 102.또다시 수련, 수련, 또 수련 +4 21.11.01 3,108 45 12쪽
» 101.합비의 두번째 동료 +2 21.10.29 3,093 47 12쪽
101 100.무통의 무인 +4 21.10.28 3,068 46 13쪽
100 99.귀양의 첫번째 동료 +4 21.10.27 3,108 47 12쪽
99 98.파천신군(破天神君) +2 21.10.26 3,087 48 13쪽
98 97.파천마군(破天魔君) +2 21.10.25 3,089 47 12쪽
97 96.동료이자,조력자이자,부하 같은 그런 느낌 +2 21.10.22 3,243 46 12쪽
96 95.녹림 총순찰 우휘 +2 21.10.21 3,145 47 13쪽
95 94.십이 마군 +2 21.10.20 3,059 45 13쪽
94 93.일망타진 +2 21.10.19 3,183 47 13쪽
93 92.흑도방 +2 21.10.18 3,175 44 13쪽
92 91.협곡 탈출 +2 21.10.15 3,287 46 12쪽
91 90.파천신공의 모든 초식 정리 +2 21.10.14 3,326 47 12쪽
90 89.파천신권 +2 21.10.13 3,204 43 12쪽
89 88.파천신공을 배우다 +2 21.10.12 3,254 47 11쪽
88 87.화경의 경지에 오르다 +2 21.10.11 3,341 45 13쪽
87 86.스승은 안 됩니다 +2 21.10.08 3,284 43 12쪽
86 85.자연을 거스르다 +2 21.10.07 3,303 44 12쪽
85 84.빠르게 되찾은 무위 +2 21.10.06 3,328 47 13쪽
84 83.비루한 노인 +2 21.10.05 3,258 46 12쪽
83 82.후일을 기약하며 +2 21.10.04 3,285 46 12쪽
82 81화 금명하의 죽음 +3 21.10.01 3,510 47 12쪽
81 80화 부적격투술 +2 21.08.12 3,221 43 13쪽
80 79화 가벼운 한 대 +2 21.08.09 3,200 47 12쪽
79 78화 십팔산채주의 습격 +2 21.08.04 3,238 42 12쪽
78 77화 무당산을 나오다 +2 21.08.02 3,327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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