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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감자님의 서재입니다.

잘나가는 무림세가의 둘째 아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심심한감자
작품등록일 :
2021.05.26 14:16
최근연재일 :
2024.05.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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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10.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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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3.비루한 노인

DUMMY

격통. 이미 자아를 잃은 금명하였지만 총채주에게 당했던 때보다 더한 격통은 금명하의 통각을 살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조금만 참아라. 금방 되니까.”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에 금명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쉬익 거리며 그 고통을 표현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에도 노인은 금명하에게서 손을 때지 않았다.


“하면서 설명해주마. 일단 네 몸은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네 몸을 새로 구축하는 거다. 따지자면 새로 태어나는 것과도 같지.

이 정도 고통을 겪고 새로운 몸을 얻는다면 훨씬 이득인 일이지.”


금명하는 온몸이 부서지면서 단전도 깨지기 직전인 상태였다.

헌데 노인의 솜씨가 어찌나 대단한지 몸을 뜯어 고치며 단전까지도 보수하고 있었다.

웬만한 이들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할 텐데 노인은 금명하에게 설명까지 해주고 있다.

노인의 경지는 최소 방천은 아득히 뛰어넘는 경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득, 뿌득


이제는 금명하의 뼈마디까지 맞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있던 뼈도 부수는 것 같지만 내부에서는 상상도 안 될 정도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인은 금명하의 몸속에 내공을 퍼뜨려 내부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그는 뼛조각 하나하나에 내공을 덧 씌워 새롭게 뼈를 맞추고 있다. 그렇다 보니 복부 쪽의 단전이 아닌, 뼈 자체가 단전이 되고 있다.

뼈로 새겨지는 단전은 금명하에게 원래 있던 단전과는 별개였다.

이제 금명하는 두 개의 단전으로 더욱 굉장한 내공을 펼칠 수도, 서로 다른 내공을 가질 수도 있게 되었다.


한 마디로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뼈가 새로 맞춰지는 고통속에서도 똑똑히 들려온 한마디였다.

금명하가 이뤘던 경지는 초절정, 범인들이 최소 10년 이상은 수련을 해야 하는 경지다.

금명하가 그 기간을 3년으로 대폭 줄였다지만 그렇다고 3년이 아깝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그런 생각이 들어봤자 고통으로 인해 생각할 틈이 없다.

그렇게 금명하는 두 시진이 지나가는 동안 끝나지 않는 고통에 다시 정신을 잃었다.


금명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뭐지?”


생각해 보니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기연이라고 했던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나, 인물에게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그 행운은 모두 강해지는 것에 관련이 되어 있고, 기연을 얻은 이들 대부분이 뛰어난 강자가 되었다고 한다.

금명하는 자신도 그런 기연을 얻었나 싶었다.


“몸도 완전 멀쩡해졌고, 기연은 되게 좋은 거구나···”


자신이 지금까지 강해지려 노력했던 게 기연 한번과 동급이라니 어쩐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금명하가 받은 것은 기연이 아니었다. 아니, 따지자면 기연이지만, 그저 행운만이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기연은 무슨 기연이냐.”


말을 한 이는 금명하를 치료해 준 노인이었다. 그는 품 안에 온갖 약초와 뱀, 곤충을 잡아온 직후였다.

안으로 들어오는 중에 소리를 듣고는 금명하가 깨어났다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헛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애송아, 이건 기연이 아니라 거래다.”

“거래···?”

“그래. 거래. 내가 네 몸을 치료해줬으니 이제는 네가 보답할 차례지.”

“뭘 하면 되는데요.”


퉁명스러운 금명하의 말투. 금명하는 자신이 그저 기연을 얻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대가를 바라고 자신을 도와줬으니 마냥 웃어줄 수만은 없었다.

물론 살려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했지만 금명하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목숨값보다 높은 수준의 일을 시킬 것만 같았다.

안 좋은 예감은 잘 들어맞는 달까···금명하의 예감은 완전히 적중했다.


“황실을 아느냐?”

“예.”

“황실에는 금의위(錦衣衛)라는 무인 집단이 존재한다. 그들을 말살해라.”


무림과 황실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노인은 금의위를 말살하라는 명을 내렸다.

하지만 금명하에게 그걸 충실히 해낼 의무는 없었다.


“싫은데요? 영감님이 저를 살려주셨지만 제가 그걸 해야 될 의무는 없잖아요.

게다가 저는 할 일이 있어서 못해요.”


노인은 분명 금명하를 치료하기 전에 기억에 관해 물었었다. 그때의 금명하는 기억이 없다며 눈을 좌우로 저었다.

그건 노인이 확실히 봤었다.


“할 일이 뭐지?”

“허, 영감님이 알아서 뭐하시려고요?”

“널 살려준 입장에서 그런 것도 듣지 못한다는 거냐?”


목숨을 살려줬는데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 정도는 설명해야 한다 생각했는지 금명하가 답을 하려 했다.

헌데···


“그야 당연히···당연히···”


금명하는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분명 무언가 중요한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전혀 기억 나지 않았다.


금명하가 말을 잇지 못하자 노인이 말을 이었다.


“네가 누구인지는 기억나느냐?”

“그 정도는 기억나···어?”


자신 있게 말하려던 금명하의 말문이 막힌다.

분명 이야기를 할 때만 해도 모든 게 기억나는 느낌이었는데 말을 하려 하니 생각이 끊긴다.


“난 누구지···?”


금명하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니 노인이 금명하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걱정마라. 여기서 지낼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그 시간동안 기억해내면 된다.”

“안돼요. 저는 분명 할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지도 모른다면서? 게다가 어차피 내 도움없이 이곳에서 나갈 수 없다.”

“그게 무슨···”

“못 믿겠다면 밖에 나가보던지.”


금명하는 노인의 말을 신용할 수가 없었는지 곧바로 동굴 밖으로 나갔다.

아쉽게도 몸이 고쳐졌다지만 그저 몸만 고쳤을 뿐, 아직 적응이 되질 않고, 기력이 없고, 허기가 져 뛰는 것은 무리였다.


밖으로 나오니 끝이 살짝 보이는 벽이 양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노인의 말대로 이곳을 금명하 혼자만의 힘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금명하는 일단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혹시라도 기연을···아니, 노인이 몸을 바꿨으니 희망이라도 있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금명하의 몸에는 전과 같은 내공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응? 전에도 내공이 있었나?”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원래 존재했던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이래서는 내가 뭐를 해야 될지도 모르는 거잖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으니 막연히 움직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맨몸으로 협곡을 오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르는 것보다 오르다 떨어져 죽는 게 먼저일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방법은 노인의 말대로 하는 것뿐이다. 물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노인의 말을 따르는 것뿐이었다.


“걸레짝이던 몸을 새것처럼 바꿔 놨으니 뭐라도 방법이 있겠지.”


금명하는 일단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서는 노인이 모닥불 위에 냄비처럼 생긴 돌을 올려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뭐하는 겁니까?”

“보면 모르냐? 네놈 약 만든다.”

“그게 약···?”


노인이 냄비에 곱고 있는 것은 방금 들고 왔던, 사람이 먹을 것들이 못 되는 것들이었다.

아무리 금명하가 기억을 잃었다 하더라도 저것이 사람이 먹을 만한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저 영감···치매였어.’


치매에도 종류가 상당히 많다. 완전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고, 드문드문 기억을 잃거나, 멀쩡한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금명하의 몸을 고친 것을 보면 예전의 기억은 남아있다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하···이래서야 협곡 밖으로 나갈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막막한 금명하였다.


금명하는 분명 노인이 치매일 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보니 노인의 정신은 완전히 멀쩡했다.

치매는커녕 현재 기억을 잃은 금명하보다 훨씬 또렷했다.


“그나저나 웃기는구나. 내 행동이 어디를 봐서 치매로 보였다는 거지?”

“그게···옷차림새랑, 행동거지, 언행 같은 거에서요.”

“그니까 전부라는 거냐?”

“음···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네요.”

“하하하.”

“하하하.”


‘죽일까.’


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기껏 수고하며 목숨을 구해 놨더니 치매 걸린 노인이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참자···지금까지 참아온 것에 비하면 이런 건 별것도 아니지···’


노인은 이 협곡에서만 몇 십년을 지냈다. 그러니 인내심으로는 소림의 고승들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노인이 마음을 다 잡고 있는데 금명하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한다.


“아, 이런 곳에서 사는 것도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 놈은 미친놈이다···’


기억이 없으니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금명하를 미친 사람으로 분류한다.

그러니 비교적 화가 덜 나는 것 같았다.


“각설하고. 나는 치매 걸린 노인이 아니다. 난 한 때, 파천마군(破天魔君)이라 불리며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지.”

“파, 파천마군?!”


파천마군은 웬만한 이들보다 중원에 무지하고, 웬만큼의 기억을 잃은 금명하도 기억하고 있는 이야기였다.

마교보다 더한 행동.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조리 학살하며 피를 즐겼다는 그 괴물.

그게 지금의 노인이라는 것이었다.


“치매 맞네.”


지금의 왜소한 노인이 한 때,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파천마군이라는 것은 너무 억지였다.

어디 중소문파의 문주라 했다면 그나마 믿었겠지만 파천마군은 너무 갔다.


“영감님이 파천마군이면 저는 신화경에 도달한 무인입니다.”

“이놈이? 왜 안 믿는 게냐?”

“말했듯이 영감님은 어디를 봐도 치매 걸린 노인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요.”


분명 당사자의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금명하는 예전, 강호행을 출발하기 전의 습성이 돌아와 있었다.

예의는 밥 말아먹은 듯한 행동이 그 증거였다.

허나, 방천과의 기억이 본능에 각인이 되어 있는지 적어도 말은 놓지 않았고, 자신이 살 방법인 노인을 공격하는 망나니 짓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경박한 입은 쉬지 않고 노인을 조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인은 곧잘 참아냈다. 자신의 숙원을 이루려면 금명하가 필요하니 말이다.


“어떻게 해야 믿을 거냐?”


노인은 금명하에게 자신이 파천마군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 편이 이야기의 진행이 빠를 테니 말이다.


금명하는 막상 노인이 증거를 보여주려 하는데 자신은 파천마군을 본 적이 없으니 보여줘 봤자 알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파천마군의 무위를 보여줘봐요.”

“허, 보여주면 네놈은 뭘 해줄 거냐?”


그 말대로 노인이 굳이 금명하에게 파천마군이었다는 것을 인증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에게 금명하가 필요하듯, 금명하도 자신이 필요하니 말이다.

그러니 금명하도 무언가 노인이 끌릴 만한 제안을 해야만 했다.

금명하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여주시면 말 잘 들을 게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 따라와라.”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향했다.


“벽에다 하면 무너질지 모르니 하늘을 보거라.”


노인이 집중하기 시작하더니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가 끌어올린 내공은 금명하의 피부가 찌릿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끌어올린 내공이 주변의 땅을 울린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울리는 땅을 보며 금명하는 벽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할 뿐이었다.


내공을 잔뜩 끌어 모은 노인이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얇디 얇은 팔이 뻗어졌지만 그 파급력은 괴를 달리했다.


-꾸웅


하늘이 울렸다. 그것이 소리로만 들린 것이 아닌, 하늘의 구름이 협곡을 중심으로 퍼져 있었으니 노인이 일을 벌였다는 건 확실했다.

이쯤되면 금명하가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보여준 무위는 진짜였으니 말이다.


금명하는 파천마군의 무위를 보고는 치매 걸린 노인이라 했던 평가를 정정했다.


‘치매 걸린 파천마군···’


무위를 보여줬더라도 그가 치매를 걸렸다는 평가만은 바뀌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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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7.통찰력 +2 21.11.08 2,919 44 11쪽
107 106.합비 부흥 +2 21.11.05 3,058 45 12쪽
106 105.남궁의 육체 +2 21.11.04 3,216 46 12쪽
105 104.뛰어난 소년 +2 21.11.03 3,097 45 13쪽
104 103.옆에 서기 위해 +2 21.11.02 3,137 46 12쪽
103 102.또다시 수련, 수련, 또 수련 +4 21.11.01 3,201 45 12쪽
102 101.합비의 두번째 동료 +2 21.10.29 3,182 47 12쪽
101 100.무통의 무인 +4 21.10.28 3,157 46 13쪽
100 99.귀양의 첫번째 동료 +4 21.10.27 3,195 47 12쪽
99 98.파천신군(破天神君) +2 21.10.26 3,174 48 13쪽
98 97.파천마군(破天魔君) +2 21.10.25 3,185 47 12쪽
97 96.동료이자,조력자이자,부하 같은 그런 느낌 +2 21.10.22 3,342 46 12쪽
96 95.녹림 총순찰 우휘 +2 21.10.21 3,237 47 13쪽
95 94.십이 마군 +2 21.10.20 3,154 45 13쪽
94 93.일망타진 +2 21.10.19 3,277 47 13쪽
93 92.흑도방 +2 21.10.18 3,268 44 13쪽
92 91.협곡 탈출 +2 21.10.15 3,377 46 12쪽
91 90.파천신공의 모든 초식 정리 +2 21.10.14 3,416 47 12쪽
90 89.파천신권 +2 21.10.13 3,298 43 12쪽
89 88.파천신공을 배우다 +2 21.10.12 3,348 47 11쪽
88 87.화경의 경지에 오르다 +2 21.10.11 3,437 45 13쪽
87 86.스승은 안 됩니다 +2 21.10.08 3,373 43 12쪽
86 85.자연을 거스르다 +2 21.10.07 3,395 44 12쪽
85 84.빠르게 되찾은 무위 +2 21.10.06 3,425 47 13쪽
» 83.비루한 노인 +2 21.10.05 3,355 46 12쪽
83 82.후일을 기약하며 +2 21.10.04 3,378 46 12쪽
82 81화 금명하의 죽음 +3 21.10.01 3,607 47 12쪽
81 80화 부적격투술 +2 21.08.12 3,319 43 13쪽
80 79화 가벼운 한 대 +2 21.08.09 3,298 47 12쪽
79 78화 십팔산채주의 습격 +2 21.08.04 3,337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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