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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님의 서재입니다.

도장 찍고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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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이
그림/삽화
오후9시50분
작품등록일 :
2024.09.12 13:46
최근연재일 :
2024.09.19 21:5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61
추천수 :
26
글자수 :
41,520

작성
24.09.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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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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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4쪽

5화

DUMMY

F급 헌터– 강병진.

직종: 버프


내 손에 쥐어진 헌터 라이선스였다.

그런데 왜 버프냐고?

그냥 귀찮음을 피하려고.


각성자 등록은 간단했다.

특히, F급은 더더욱.


E급부터는 각성자 등급을 확인시켜 줘야 하지만.

F급은 그렇지 않았다.

대충 측정 기기로 확인만 하고, 헌터 라이선스를 던져 주더라고.

하긴 가장 낮은 F급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긴 하지.


하여튼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서 EX 급이라는 게 들통날까 조마조마했는데 말이야.

그건 기우였다.


라이선스까지 발급했으니, 이제부터 게이트 출입이 가능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망설일 필요가 있나.

나는 곧바로 게이트에 갈 작정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게이트를?

내가 준비할 게 있나.

어차피 꺽정이가 괴수 때려잡을 건데.


협회에서 모든 볼일이 끝난, 나는 동관 1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관 로비에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나처럼 헌터 등록을 한 사람들이 로비에 들어서자.

로비에서 대기하든 사람들이 개떼같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헌터님! 등급이 어떻게 되십니까?”

“직종이 뭡니까?”

“헌터님! 옥정 길드와 같이 하시면 업계 최고 해드리겠습니다!”

“범양 길드에 들어오십시오. 우리 길드를 말씀드릴 것 같으면, 길드장님 등급이 무려 B급입니다!”

...............................


각종 길드의 스카우트들의 외침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그래서 로비는 더욱 난잡했다.


그거 아나?

빈 수레가 더욱 요란한걸?


보험도 그렇거든.

보장이 별로고 보험료가 비쌀수록 보험 설계사의 입에서 튕겨 나오는 침의 양과 비례하듯.

마찬가지 스카우트들이 바락바락 악을 쓴다는 건, 그만큼 길드가 보잘것없다는 소리다.


목청을 키우는 사람들 태반이 아마 중소 길드 관계자들일 거다.

대형 길드나 이름 꽤 날리는 길드 관계자는 굳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된다.

알아서 각성자들이 몰려올 테니까.


내 추측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듯.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는 인터넷이나 TV에서 많이 보던 길드 마크를 단 사람들이 한가로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로비와 맞닿은 계단 끝자락에 발을 내밀자, 스카우트 몇몇이 내게 다가왔다.

분명 등급이 뭐니, 가입할 길드가 있느니 하며 나를 귀찮게 할 게 뻔했다.


귀찮음을 피할 방법은 간단했다.

나는 라이선스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

“F급 버프임다!”


순간 마법이 일어났다.

내 앞에 있던 스카우트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스카우트들을 휙~ 쳐다보자.


“큼큼!”


동시에 이들은 헛기침을 뱉었다.

마치 내가 더러운 오물이라도 된 듯 내 눈길을 피하기에 바빴다.


반대로 내가 길드 가입하고 싶다며, 애걸복걸하고 매달리면 골치 아픈 건 내가 아니라, 스카우트들이니까.


아무리 F급이라도 길드에 받아주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버프면 말이 달라졌다.


직종 중에서 가장 쓸모가 없는 게 버프다.

쥐꼬리만큼도 올라가지 않는 버프의 양.

게다가 공격 스킬조차 변변치 않았다.


그런 버프를 어떤 길드가 좋아할까?

대가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지금처럼 피하는 게 정상이었다.


“F급 버프임다!”

말과 함께 라이선스를 내밀자, 사람들은 양옆으로 쭉쭉 갈라졌다.

나는 뻥 뚫린 길을 따라 힘차게 걸어 나갔다.


대형 길드 스카우트들이 있는 자리를 지나칠 때.


“오빠? 병진 오빠 맞죠?”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나를 부르든 목소리 주인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를 확인한 순간.

내 시각 정보가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


“세아?”


내가 아는 체를 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맞아요, 저 세아에요! 진짜 오빠 오랜만이다, 우리 2년만 이죠?”

“편의점 그만둔 지가 2년 됐으니까··· 잘 지냈냐?”


나는 질문과 함께 세아를 유심히 살폈다.

검은색 정장 차림과 대조되는 뽀얀 피부.

옷의 색처럼 칠흑 같은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올려서 묶고 있었다.

주위의 시선을 충분히 끌 만한 미모를 가진 그녀였다.


무엇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녀의 왼쪽 가슴팍에 수놓아진 백호 마크였다.


나는 속으로 의문을 표했다.

‘백호 길드?’


2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같이 일했는데.

3대 길드 중 하나인 백호 길드 마크를 달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당근~ 잘 지냈죠! 병진 오빠 안 바쁘면 커피 한잔, 콜?”


세아와 같이 앉아 있든 백호 마크를 단 사람들.

나를 향한 그들의 눈빛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표정도 마찬가지 된장처럼 푹~ 썩어있고 말이다.


나는 눈짓으로 세아의 일행을 슬쩍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괜찮긴 한데··· 세아, 네가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아, 잠시만요.”


세아는 바로 일행들에게 갔다.

그녀는 백호 길드 일행들을 보며, 통보하듯이 말했다.

“잠시 볼일 보러 갔다 올게요.”


세아는 일행들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 팔을 붙잡고 지하에 있는 카페로 끌고 갔다.


끌려가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쟤 뭐지?’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세아의 입이 터졌다.


“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대? 저 안 보고 싶었어요? 만취한 놈이 저한테 손찌검할 때 오빠가 흑기사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나 대신 귀싸대기 맞은 거 기억나요? 그런데 연락은 왜 안 돼요? 오빠 연락처 바꿨어요? 그리고 각성자 협회는 웬일이에요? 혹시 각성했어요? 길드는 가입했어요? 각성했으면 우리·········”


질문이 끝이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세아의 말 허리를 단칼에 잘라 버렸다.


“세아야! 제발 살살 좀 하자.”

“앗··· 죄송.”


편의점에서 같이 일할 때.

내가 그녀 대신 뺨따귀를 맞아 준 후부터 지금처럼 말이 많아졌다.

그땐 그냥 여자인 세아가 맞는 것보다 내가 대신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싸대기 정도야 내게는 약과지.

술독에 푹 빠져 산 아버지한테 워낙 많이 맞아서 말이지.

하여튼 뭐 그랬다.


그녀의 질문이 워낙 많았다.

나는 기억나는 것부터 먼저 답하기 시작했다.

“후아~ 잘 지냈고, 뺨 맞은 거 기억나고, 너한테 내 연락처 알려준 적 없다. 그리고 나 각성했다. F급에 버프로. 길드 가입할 생각 없다. 아니, 받아줄 길드가 과연 있겠냐.”

“그럼, 우리 길드에 들어와요.”

“백호? 안 본 사이에 너 농담 많이 늘었다. 3대 길드 중 하나인 백호가 F급 버프를 받아준다고? 야, 말이 되는 농담을 해야지, 원”

“진짠데? 병진 오빠, 저 그 정도 힘 있어요.”

“네가 뭐··· 백호 길드장 김경택 딸이라도 되냐. 하여튼 야, 실없는 농담 그만하고. 이제 아빠랑 화해한 거냐?”

“저, 김경택 씨 딸 맞습니다만?”

“거짓말 그만하지?”

“진짠데?”

“내가 너 농담에 한두 번 당했냐. 통장에 100억 있다고 해놓고, 천원도 없어서 나한테 돈 빌려 갔지? 그리고 뭐라더라, 집에 세프가 해준 밥 매일 먹는다며? 그런데 컵라면이랑 삼각김밥은 왜케 잘 먹었냐?”


세아는 항상 저런 식으로 농담을 진담처럼 나한테 했다.

당연히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들통났고.

그녀가 백호 길드에 어떻게 해서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백호 길드장 김경택 딸은 좀 심했다.


“오빠, 진짜라니까.”

“야, 헛소리 그만하고. 나 이제 가야겠다.”

“벌써요? 좀 있다가 가요.”


아쉬움을 표하는 세아.

그렇다고 계속 카페에 죽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게이트에서 임꺽정의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해서 죽겠다.

내 생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 오라버니는 먹고살기에 아주 바쁘시다.”

“그러니까, 우리 길드 들어오라니까.”

“쯧쯧··· 나 이제 갈란다.”


계속 진담인지 모를 장난을 치는 세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아도 나를 따라 자리에 일어서며.

“병진 오빠, 연락처는 주고 가야죠.”

“흠···”


나는 미적거렸다.

세아는 내가 뜸을 들이자 다시 재촉했다.

“병진 오빠!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까봐?”

“아휴~ 말을 말자. 말을···”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세아에게 연락처를 줬다.

‘단지 연락처만 줬을 뿐인데, 설마 뭔 일 있겠냐?’

속으로 중얼거리며 피어나는 불안감을 애써 털어냈다.


~~~



각성자 협회를 나오자마자, 버스에 바로 올라탔다.

내가 탄 버스의 도착지는 의정부 녹양동이었다.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지, 버스 안은 무척 한가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전혀 한가하지 않았다.


말은 쉽게 했어도 게이트에서 괴수를 상대하는 건 두렵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비록 내가 후방에 빠져 직접적으로 괴수를 상대하는 건 아니라도 말이다.

게다가 오늘이 헌터로서 임하는 첫날 아닌가.


그렇다고 게이트에 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얻는 게 없다는 원리를 내가 모를 리가.

다만, 조심스러울 뿐이지.


게이트에 대한 상념이 떠나가자.

각성자 협회에서 있었던 일이 찾아왔다.


C급 힐러 김진상.

언젠가 이 새끼와 다시 얽힐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놈 지랄 같은 성격으로 봤을 때, 좋게 엮이지는 않을 터이고.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냥 참을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단지, 그놈 때문에 피곤해질 걸 생각하니 짜증이 좀 날 뿐이었다.


그리고 김세아.


솔직히.

편의점에서 같이 일할 때부터 그녀가 범상치 않은 사람인 걸 눈치챘었다.


어떻게 눈치챘냐고?

세아가 출근할 때마다 고급 세단 한 대가 편의점 옆 골목에 몰래 같이 출근 했거든.


그때는 긴가민가하는 생각도 있었다.

내 추측이 사실로 확정된 건 오늘이었다.


동관 로비에 세아 뒤에 있든 사내.

나를 날카롭게 쳐다봤던 그 사람 말이야.

그가 차에서 내려 편의점 근처를 몰래 기웃거리는 걸 봤거든.

그것도 여러 번···


세아가 내게 했던 말들이 장난이 아니라, 전부 사실이겠지?

처음부터 그녀는 내게 거짓을 말한 적도 없었다.


다만, 내 처지와 괴리감이 너무 컸기에 회피했을 뿐.

하여튼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겠지만, 백호 길드장 김경택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도 맞겠지.


그래서 고민이었다.

앞으로도 세아와의 관계를 유지할지를 말이다.

세아의 배경을 떠나서 인간적으로는 참 괜찮은 녀석이니까.


나는 시냇물처럼 졸졸 조용히 흐르고 싶다.

만약 그녀와의 관계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잘못 엮이면···?


후아···

세아 뒤에 있든 남자 눈빛이 참 매서웠었지.


내가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어느덧 버스는 녹양동 게이트에서 멈췄다.



~~~



게이트 안과 밖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

밖은 인간들의 세상이라면, 안은 괴수들의 세상이다.


시각을 달리 보면, 괴수들에게 인간은 침략자일 수 있었다.

당연히 인간 관점에서 개똥 같은 논리다.

게이트가 터지는 순간.

인간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 괴수들은 인간들을 인정사정없이 학살할 테니까.


하여튼.

게이트 안과 밖의 세상이 다르듯이 말이야.

규칙과 원칙도 달랐다.

그로 인해 각성자들의 생각과 행동도 변할 수밖에.


게이트 안이 바깥세상의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

그래도 나름의 규칙은 있었다.

그 규칙이 100 원짜리 동전만도 못 한 가치라는 게 문제지만···



게이트에 들어 온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섰었다.

게이트라는 세상에 첫발을 디딘 어린양을 노리는 맹수의 기운.


나는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처럼 막 게이트에 진입한 몇몇 헌터 파티들이 보였다.

그들은 나를 힐끗 쳐다볼 뿐 관심을 바로 접었다.


이들은 아니다.

나는 시선을 좀 더 멀리 확장했다.


출입구와 거리가 좀 있는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몇몇 인영이 보였다.

확적히는 보이지는 않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나를 노리고 있다고···


나는 예상 했었다.

아니, 각오는 했었다.


파티도 없이 게이트에 홀로 들어선 나다.

당연히 표적이 되겠지.

게이트 스캐빈져들에게···



“형씨, 혼자 들어온 거요?”

내 근처에 있던 헌터 파티원 중 한 명이 물었다.

그의 말투에는 우려스러움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일행이 있습니다.”


내게 물음을 던졌던 그는 내 위아래를 훑었다.

그리고.

“복장이··· 흠. 보아하니 게이트는 처음인 것 같은데. 일행들에게 어서 가던가, 아니면 게이트 밖에서 기다리쇼. 게이트는 말이요, 인간 말종 새끼들이 넘쳐나는 곳이거든.”


그는 진심 어린 충고를 내게 건넸다.

그럴 만도 했다.

각성자 협회에 갔던 복장 그대로 게이트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괴수 사냥하는 게 애들 장난도 아니고, 파티가 없는 건 둘째치더라도 헌터용 장비도 없는 건.

나를 미친놈이라고 취급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미친놈 취급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충고를 선택했다.


그래서일까 게이트 첫 경험의 불편했던 내 심기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꾸부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충고 감사합니다.”

“흠, 밖에 나가서 기다릴 생각은 없어 보이고··· 혹시 쓰레기 새끼들 마주치면 성채 동문 쪽으로 와서 나 찾으쇼. 내 이름은 구상모요.”


도움을 주겠다는 그.

그럴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의 마음이 고마운 건 사실이었다.


“저는 강병진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병진 씨라고 했나, 하여튼 조심하쇼.”


자신을 구상모라고 소개한 그는 말을 끝으로 파티 원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나는 멀어져가는 구상모의 뒷모습을 가만이 바라봤다.


불편했던 감정은 어느덧 사라지고 묘한 설렘과 기대감이 점점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중얼거리듯 의문을 던졌다.


“조심이라? 흠···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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